석류의 씨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
이디스 워튼 지음, 송은주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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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역시 공포는 유령이나 귀신이 아니라 억압과 금기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시리즈 중 <회색 여인>, <사악한 목소리>에 이어 이디스 워튼을 만났는데, 역시 명불허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물 심리 묘사도 그렇고, 아리송한 열린 결말들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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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3-25 05: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있어요!!

잠자냥 2022-03-25 09:19   좋아요 0 | URL
첫 번째 단편 읽었어요? 저 오늘 그 단편에 대해서 할 말 있음 ㅋㅋㅋㅋ

다락방 2022-03-25 09:21   좋아요 1 | URL
저 두번째 까지 읽었고 둘 다 재미있어요!! 첫번짼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편새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3-25 09:27   좋아요 0 | URL
와, 그 새끼 진짜 할 말 많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3-25 09:42   좋아요 1 | URL
전 또 막 답답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휴 ㅋㅋㅋㅋㅋㅋㅋ 그 편지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2-03-25 05: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그렇습니까? 이디스 워튼이 이런 장르를 썼다는 게 궁금했건만. ㅋㅋㅋ

잠자냥 2022-03-25 09:21   좋아요 2 | URL
막 그렇게 무서운 건 아닌데요, 암튼 이 사람이 글을 잘 쓰기는 하는구나, 괜히 퓰리쳐상 받았던 건 아니구나 싶더라고요-

독서괭 2022-03-25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셋중 가장 좋으셨어요? 그런데 별 하나 빼신 아쉬움이 궁금합니다!

잠자냥 2022-03-25 09:28   좋아요 1 | URL
네, 이 시리즈 시즌1, 5권 중 (다락방 님도 그렇지만) <프랑켄슈타인>만 빼고 4권 다 샀는데요, 가장 기대 중인 도러시 매카들 <초대받지 못한 자>만 빼놓고 다 읽은 지금... 이디스 워튼의 이 책이 저는 제일 좋더라고요. 별 다섯 줄까 하다가 결국 하나 뺀 것은 단편 4편만 들어 있어서 좀 중량감이 떨어지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이 시리즈는 시즌2에 어떤 책들을 낼지 모르겠으나, 단편보다는 장편을 좀 더 발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그런 면에서는 은행나무 ‘에세‘ 시리즈에 좀 더 점수를 주고 싶네요.)

독서괭 2022-03-25 09:3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은행나무 에세 시리즈를 검색하러 가야겠네요 ㅎㅎ

잠자냥 2022-03-25 10:07   좋아요 1 | URL
에세 시리즈는 앞으로 나올 책들 중에 기대되는 책이 더 많더라고요. 다 장편인 거 같고요~

독서괭 2022-03-25 13:03   좋아요 1 | URL
스콧님 리뷰에서 봤던 마지막연인 그 시리즈로군요! 기억해두겠습니다😍
 
죄와 벌 1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88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문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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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슬럼프를 빠져나오는 나만의 방법은 도선생 작품을 읽는 것이다. 소싯적 읽고 몇십 년 만에 다시 읽는 <죄와 벌>- 진짜 왜 이렇게 재밌어!! 라스콜리니코프 이 미친놈을 어째! 병적인 인간의 심리를 도스토옙스키처럼 잘 그려내는 작가가 또 있을까. 문동 버전은 대화가 오늘날 구어체라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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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3-23 11: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독서슬럼프를 빠져나오는 방법은 역시 진짜 재밌는 책을 읽는거 맞죠. 그런데 그게 도선생 책이란건 약간 의외!! 역시 잠자냥님이군하고 생각합니다. ^^

잠자냥 2022-03-23 11:31   좋아요 4 | URL
요즘 읽는 책마다 좀 심드렁했거든요. 근데 역시 도선생님 책 너무 재밌어요. >_<

새파랑 2022-03-23 11: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이미 좋은 책들을 너무 많이 읽으셔서 요즘 읽는 책들이 심드렁한거 같아요 ㅋ

명작중에 잠자냥님 안읽은 책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일듯 합니다 ^^

잠자냥 2022-03-23 11:59   좋아요 4 | URL
아닙니다~ 아직 갈 길이 멀었어요. 저도 <파르마의 수도원>도 읽어야 하고요!!

coolcat329 2022-03-23 12: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조만간 꼭 읽으려구요~
솔직히 이 책 안 읽은게 저는 늘 창피스러워서요. 😅

잠자냥 2022-03-23 12:45   좋아요 2 | URL
에이, 창피스러운 게 어디 있습니까. 때가 되면 읽고, 또 기회가 안 닿으면 못 읽고 그런 것이죠.

단발머리 2022-03-23 12: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께도 슬럼프가 있군요. 새삼 위로가 되는 이 심정… 뭘까여? 🤔🤔🤔
열린책들로 이 책 읽은 사람입니다. 문동이 그렇게나 좋다구요?

잠자냥 2022-03-23 12:47   좋아요 2 | URL
그럼요, 1년에 한 번쯤 책이 재미 없을 때가 있습니다. 최근에 좀 그랬고요. 그럴 때는 도 선생님 책~
열린책들도 ˝자네~ 그러게나. ~하는군.˝ 이렇게 말하나요? 문동은 라스콜리니코프랑 라주미힌처럼 친구 사이에 주고받는 대화가 진짜 요즘 구어체라 전 오히려 좋더라고요.

물감 2022-03-23 12: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아직 도끼옹 작품 한권도 안읽었는데요, 문동버전으로 도전하겠습니다 ㅋㅋㅋ 정보 감사합니다

잠자냥 2022-03-23 14:28   좋아요 3 | URL
네, 물감 님의 언젠가 도끼옹 리뷰 기대하겠습니다~

Falstaff 2022-03-23 21:44   좋아요 3 | URL
올롤롤롤로로로로... 걍 편한대로 읽으셔요.
도스토옙스키는 함부로 번역하면 코피 날 작가라서 대충 번역은 거의 없으니 편하게 고르셔도 됩니다. 다 일장일단이 있는 거 같더라고요. ㅋㅋㅋㅋ

케이 2022-03-23 15: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민음사 버전으로 읽었는데 민음사도 요즘 구어체예요. 도선생님 작품의 미덕은 역시 재미죠. 진짜 너무너무 재밌죠. 라주미힌 캐릭터 너무 좋아요.ㅋㅋ이런 친구 있으면 겁나 피곤하겠다 싶으면서도 너무 착하잖아요. 전 라주미힌이 친구의 살인을 눈치채는 찰나의 순간을 묘사한 장면이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아.. 저도 또 읽고 싶네요. 또 읽는다면 문동으로 읽어서 비교해 봐도 재밌을 것 같아요.

잠자냥 2022-03-23 15:29   좋아요 2 | URL
오 그렇군요! 전 예전에는 도선생님 작품 너무 장광설이라서 적응하기 어려웠는데, 그게 한번 거기에 빠지니까 그렇게 재미난 장광설도 없지 뭐예요! 라주미힌 캐릭터도 참 재미납니다. 옆에 있으면 피곤할 거 같지만 ㅎㅎㅎㅎㅎ

Forgettable. 2022-03-23 21: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잠 안와서 백치들 읽다가 후회했어요. 너무 훅 빠져서 밤샐각 ㅋㅋㅋ 하지만 1시간 읽고 끊고 꿀잠 잤습니다. 잡념이 사라지더라구요.

잠자냥 2022-03-23 23:38   좋아요 1 | URL
아껴두고 있는데 조만간 읽어야겠어요!

Falstaff 2022-03-23 21: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슬럼프를 빠져나오는 방법.
흥! 불과 며칠 전에는 서머싯 몸을 읽는 거라 하더니. 역시 여아일언 풍선껌이여! ㅋㅋㅋㅋ

잠자냥 2022-03-23 23:38   좋아요 1 | URL
아 그랬나요? ㅋㅋㅋㅋㅋ 전 기억이….. ㅋㅋㅋㅋㅋㅋ

mini74 2022-03-24 18: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선생님이시군요. 저는 초원의 집 시리즈 다시읽기. 아무리 읽어도 질리지 않는 책입니다. 맥심 대용량으로 제조해서요 ㅎㅎ

공쟝쟝 2022-03-26 14: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아 아거 참 이거 이거 차암 ……!!! (나의 열리지 않는 죄와벌 하권이여……!!!!)

잠자냥 2022-03-27 12:28   좋아요 1 | URL
언능 여시오 ㅋㅋㅋ
 

(다행스럽게도) 내가 직접 겪은 적은 없지만 태어나 살아온 지금까지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전쟁은 늘 있어왔다. 전쟁에 ‘크고 작은’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 자체가 모순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모든 전쟁은 비극이다. 그 비극이 지금도 우크라이나 땅에서 벌어지고 있다. 눈물을 흘리며 터덜터덜 걸어서, 부모 없이 홀로 국경을 넘는 한 우크라이나 소년의 모습을 보았다. 누가 이 아이에게 비극을 안겨 준 것일까. 나도 모르게 눈물이 그렁해져서 동영상을 보다가도 전쟁이 이렇게 하나의 감정적인 이미지로 소비되고 마는 것에 나도 한몫 거드는 것 같아 재빨리 영상을 닫는다. 내가 알렉산더 클루게의 <1945년 4월 8일 할버슈타트 공습>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최근의 이런 상황,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일 것이다. 폭격으로 민간 시설이 파괴되고 그 아래서 전쟁과는 상관없는 민간인들이 연일 목숨을 잃고 있다. 이 전쟁을 멀리서 지켜보는 이들은 어떤 면에서는 스펙터클한 죽음의 이미지들을 소비할 뿐이지만, 직접 그곳에서 참상을 겪는 이들은 어떠할까?

알렉산더 클루게의 <1945년 4월 8일 할버슈타트 공습>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겨우 4주 전, 당시 열세 살이던 클루게가 살던 독일의 소도시 할버슈타트에서 벌어진 무차별 폭격에 관한 이야기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담아낸다. 1945년 4월 8일, 전세가 이미 독일의 패전으로 기울어진 상황에서, 완전한 무방비 상태에 놓인 이 도시 위로 연합군의 폭격기 215대가 날아와 대량의 폭탄을 떨어뜨린다. 단 몇 십 분의 공격으로 도시는 완전히 초토화된다. 이 책은 그 일요일, 한 영화관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영화관 관리인이자 매표소 직원 슈라더 씨는 그날 아침 10시 갑자기 내동댕이쳐진 채 발코니석의 열이 오른쪽 천장과 만나는 곳에서 연기가 나는 하늘 한 조각을 막 보게 되는데, 거기로 고폭탄 하나가 이 건물을 뚫고 지하실까지 관통해 있었다. 슈라더 씨는 공습경보가 울리고 난 후 홀과 화장실에 관람객들이 남아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려던 참이었다. 이윽고 슈라더 씨는 상영작 안내판이 “배추인지 무인지 모를 정도로” 엉망진창이 된 것을 본다. 이제 막 일어난 일은 슈라더 씨가 관리하는 이 영화관이 경험한 ‘전율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전율, 어떤 최고의 영화가 야기한 것과도 비교하지 못할 전율’이다. 하지만 경험 많은 영화관 관리인인 슈라더 씨는 오후에 있을 정기 상영 네 번이 변경될 수 있다는 것보다 더 큰 전율은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사이 11시 55분부터 도시에 폭탄이 쏟아지고 슈라더 씨는 지하실 입구 사이 구석에 숨는다. 파묻히고 싶지 않았으므로 지하실로는 절대로 들어가지 않는다.
 
일요일이었으므로 결혼식을 준비하던 이들도 있다. 11시 20분에 공습경보가 울리자 여성웨이터가 무조건 지하실로 내려가라고 말한다. 결혼식에 온 손님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그들은 재잘대며 복도를 따라서 지하실 계단 아래로 내려간다. 신부, 신랑, 신부 어머니, 신랑 어머니, 신부 어머니 자매들과 신부의 자매, 그녀들의 오빠…. 꽃을 뿌리러 신부 측 사람들이 데려온 아이들 네 명도 있었다. 12분 후 그들은 모두 생매장당하고 만다. 공습 보초를 서는 의무 때문에 지하실 입구 까지만 같이 가주었다가 금방 다시 나온 신부의 오빠는 나중에 산더미 같은 잔해를 이리저리 뒤지며 이렇게 말한다. “나는 그들이 질식해서 곧바로 죽었기를 바랍니다.”(31쪽)- 불타는 도시를, 재앙에 휩싸인 자신의 고향을 기록으로 남기려던 어느 무명의 사진가는 헌병대에 붙잡혀 첩자로 몰리고, 증거 여부에 따라 총살당할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묘지 관리인, 탑 망원보초, 버터 상인, 신문사 편집부, 국민학교 교사, 등등 할버슈타트의 여러 인물들의 관점으로 이 폭격을 묘사한다. 할버슈타트 출산 기자와 미 제8공군 여단장 앤더슨과의 인터뷰, 취리히 신문 통신원과 고위 참모 장교의 인터뷰가 실리기도 한다. 전쟁과 직접 관련이 있는 이들은 자신의 임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완수하는 것, 즉 도시를 초토화시키기 위해 폭탄을 떨어뜨리는 노하우와 체계적 과정에 관심이 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민간인들은 그야 말로 생지옥이다. 그들은 큰 충격을 받는데도 ‘복수를 할 만한 대상을 찾을 수 없음’(37쪽)에 당혹해 한다. ‘단 20분 만에 이루어진 1945년 4월 8일의 피해가 돌이킬 수 없는 사실임이 점차 사람들의 마음 앞까지 파고든다.’(133쪽)




어느 무명 사진가가 찍은 폭격 직후 할버슈타트 -출처 <1945년 4월 8일 할버슈타트 공습>



제발트는 <공중전과 문학>에서 “이차대전 막바지 몇 해 동안 독일 도시들이 겪은 초토화 규모를 그 절반만이라도 제대로 떠올려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그 초토화의 참상이 어떠했는지를 깊이 생각해보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공중전과 문학>, 14쪽)라며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례없이 벌어진 공중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이어 “역사상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이 파괴 행위는 새로 건설된 국가 연감에 일반론으로 얼버무려 기록되었을 뿐 집단의식에 전혀 상흔을 남기지 않은 양 치부되었고, 당사자의 회고에서도 거의 배제되었을 뿐 아니라 그간 독일의 내적 상태에 관해 진전된 논의에서도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으며, 훗날 알렉산더 클루게가 확인해주었듯이 그 어떤 것도 공적으로 의미 있는 기호가 되지 못했다.”(같은 책, 22~23쪽) 말한다. 제발트는 “사람들 수백만 명을 강제수용소에서 살해하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혹사한 민족이, 독일 도시들을 파괴하도록 명령한 군사 정책적 논리에 대해서 승전국들에 조사를 해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었다.”(같은 책, 21쪽)며 2차 세계대전 끝 무렵에 벌어진 독일을 향한 무차별적 공중전이 이제껏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음을 날카롭게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제발트의 지적처럼 독일이 전쟁 당사자이기 때문에 연합군의 폭격으로 사망한 민간인들의 죽음마저 계속 외면 받아 마땅한 것일까?

제2차 세계대전 중 공중전은 독일은 물론 영국, 미국 모두에게 중요한 군사 수단이었다. 연합군의 공격은 독일 도시들을 더 강력하게 겨누었다. 군사적이거나 경제적인 목표물만이 폭격당한 것이 아니라, 시민들 또한 폭격 대상이었다. 그것이 독일 국민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실제로 1942년 2월 14일 영국 내각 공중전 담당부의 지역 폭격 지침에는 공습은 무엇보다 적국 주민들의 사기를 떨어뜨려야 한다는 내용이 나와 있다. 이 책에서도 미 제8공군에 부임, B-17기를 통한 폭격을 주도한 로버트 B. 윌리엄스 준장은 <노이에 취리혀 차이퉁>의 한 통신원과의 대화에서 이렇게 말한다. “도시를 파괴함으로써 거기 사는 주민들의 저항 정신을 없애버려야 합니다.”( <1945년 4월 8일 할버슈타트 공습>, 87쪽) 폭격을 맞은 민간인들은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저항 정신은 말살당해 마땅하다는 명목 아래 무시무시한 폭격을 고스란히 감내해야만 했다. 30여분 남짓한 시간 동안 고폭탄 504톤과 소이탄 50톤이 할버슈타트에 떨어졌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이 도심의 대략 80퍼센트는 파괴되었다. 희생자 수는 1,600명에서 2,000명 사이였다(당시 대략 65,000명이 이 도시에 살았다).
 


할버슈타트 위로 떨어진 폭탄- 출처 <1945년 4월 8일 할버슈타트 공습>



전쟁은 문학 작품에서 늘 다뤄온 주제이다. 그러나 클루게의 <1945년 4월 8일 할버슈타트 공습>처럼 폭격 그 자체에 중점을 둔 책은 드물다. 더욱이 제발트의 지적처럼 전쟁을 야기한 독일에서 폭격당한 경험을 묘사한다는 것은 문학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자칫 위험할 수 있다. 때문에 커트 보니것은 드레스덴 폭격을 소재로 삼으면서도 전쟁의 참극을 노골적으로 설명하는 대신 시간과 공간을 어지럽게 넘나드는 이야기 안에서 드레스덴을 오히려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묘사하지 않았던가. 거기서 주인공 빌리가 겪은 드레스덴 폭격 또한 덤덤하기 짝이 없다. 어떤 순간은 도리어 유쾌하고 황당하기까지 하다. 그에 비해 클루게는 폭격을 직시한다. 열세 살 소년으로 겪었던 일, 공습으로 파괴된 부모님의 집을 건조하게 묘사한다. 여러 사람의 평범한 목소리를 싣는다. 그런 면에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200여 명의 여성들의 이야기를 모은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클루게는 한걸음 더 나아가 이런 목소리들에 삽화, 폭격 사진 도시 지도, 공격하는 폭격기의 비행경로, 폭격기 배치의 측면과 후면도, 조감도, 폭탄의 유형별 도해와 사양, 상황 보고서, 실제 문서 인용문, 각주, 전문가 토론, 인터뷰 등등 많은 다양한 형식 요소를 모아 재구성한다. 이 건조한 기록들을 지켜보노라면 이것이 정녕 소설일까? 문학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자료들과 가공한 자료들이 뒤섞인 각각의 일화들을 쫓아가다 보면 거기에는 결국 인간의 마음을 파괴한 파국의 참상을 보여주는 진실이 있음을 알게 된다. 전쟁에서의 폭격은 “그저 폭탄이 터지거나 도시가 다 타버리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이 폭탄이고 그것이 현실을 태워버린다.”(139쪽)는 것을, 우리는 종종 전쟁을 폭풍우에 비유하지만, “번개, 폭우, 구름, 천둥은 전쟁에서 벌어지는 절멸 효과에 비하면 가장 중요하지 않은 표지일 뿐”(130쪽)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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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3-21 11: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뉴저먼 시네마의 기수였다는
알렉산더 클루게 감독의 다른 소설집
도 사두긴 했는데 읽다가 말았네요...

이번 책도 사려고 했다가 너무 얇고
비싸서리 - 그냥 도서관 희망도서로
만나야지 싶습니다.

최근 역전다방에서 전략폭격의 원흉
이었던 영국의 바머 해리스의 전략에
대해 본 적이 있는데, 적국의 전쟁수행
의지 분쇄보다도 복수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말이 기억에 남네요.

잠자냥 2022-03-21 11:29   좋아요 3 | URL
문지 이 채석장 시리즈 얇은데 좀 가격이 쌔긴 하지요. 허나 흥미로운 목록인 것 같습니다.
이 작품도 형식이 참 독특한데, 읽고 나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클루게의 <이력서들>도 읽어보려고요.
매냐 님도 나중에 꼭 한번 읽어보세요~

coolcat329 2022-03-21 1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폭격도 있었군요.ㅠ
우리편 적군 이런 이분법적인 시선을 버리고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모든 반인륜적인 행위는 비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참상은 직접 겪어보기 전엔 아무도 모를겁니다.ㅠ

잠자냥 2022-03-21 14:15   좋아요 1 | URL
네, 드레스덴 폭격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진 편인데 이런 폭격도 있더라고요.
이런 참상은 겪고 싶지 않은데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는 아직 휴전 중이라는 무시무시한 사실이 퍼뜩 떠오르기도 합니다.

blanca 2022-03-21 13: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거 사려다 말았는데...사실 읽고 마음이 더 무거워질까 봐 일부러 안 샀어요. 전쟁이 막연이 추상으로만 느껴지다 실제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알고 나니 갑자기 사는게 무서워졌어요. 하기사 2차 세계대전도 나기 직전까지 그렇게 전쟁이 나리라고 생각 못했다고 하니...왜 최악은 항상 현실이 되고 최선은 꿈 속에만 있는 건지...잘 읽고 갑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채석장 시리즈 좋더라고요.

잠자냥 2022-03-21 14:17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전쟁 관련 책은 마음이 무거워져서 쉽게 손이 가지는 않는데, 채석장 시리즈가 매력적이라서 이번에는 한번 구매해 봤습니다.
이 책은 사건의 나열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무미건조하게 그때의 증언(목소리)들과 기록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감상적인 기분이 쉽사리 들지는 않는데, 다 읽고 나면 그래서 오히려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mini74 2022-03-22 2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폭격 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6.25때 우리나라도 그렇게 무차별 폭격을 당했다고 하더라고요. 민간인들 희생이 컸고 ㅠㅠ 자냥님 글 읽으니 그 책이 떠오르네요. ㅠㅠ

잠자냥 2022-03-23 10:32   좋아요 1 | URL
네, 멀리 생각할 것도 없지요. 우리나라에서도 불과 몇십 년 전에 일어났던 일...근데 요즘 당선된 그 사람은 막 벙커도 알려주고 그러더라고요?

서니데이 2022-04-09 00: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꼬마요정 2022-04-09 07: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쟁은 너무 참혹하죠ㅠㅠ 자연재해는 어쩔 수 없다지만 전쟁은 인간이 일으키는 거니 너무 끔찍합니다.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새파랑 2022-04-09 09: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골 당선 잠쟈냥님 축하드립니다~!! 아직도 적립금이 쌓여 있으실거 같아요 ^^
 
마지막 연인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2
찬 쉐 지음, 강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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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결을 거닐 듯, 독특하고 몽환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지독히 현실적인 작품. 이제까지 읽은 중국 작가들의 작품과 완전히 결이 다르다. 첫 장을 읽을 때부터 중국에 이런 작가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새롭다. 그의 모든 작품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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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2-03-18 08: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 읽으셨군요. 중국의 카프카라던데요 ㅎㅎ
에세 요 시리즈 참 예쁜거 같아요.

잠자냥 2022-03-18 09:39   좋아요 4 | URL
카프카보다 좀 더 난해한 거 같기도 합니다. ㅎㅎㅎ
이 시리즈는 앞으로 나올 작가들도 기대되네요.

FLAKSUIT 2022-03-18 10: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었어요. 좋더라도요

잠자냥 2022-03-18 12:42   좋아요 2 | URL
와, 빨리 읽으셨네요!

그레이스 2022-03-18 12: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찬쉐 리뷰가 계속 올라오네요.^^
장바구니에는 넣어놓았는데 이런 리뷰는 빨리 받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네요.
장바구니 들락날락....^^
 


이 책은 작년에 사두었는데, 지난 주말에 읽었다. 표지 이미지나 제목만 봐서는 평소 내가 관심을 가질만한 책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지난해 <나이트메어 앨리>, 이 책에 혹했던 이유는, 아마도 그러니까 <가디언>지가 뽑은 ‘세상에서 제대로 주목받지 못한 열 권의 소설책’에 선정되었다는 문구와 ‘휘몰아치는 내러티브, 위험하고 독특한 서정으로, 1946년 첫 출간 당시 당대 비평가들을 충격에 빠뜨린 매혹의 하드보일드 클래식’이라는 문구 때문이었던 것 같다.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숨겨진 명작, 이런 책을 재발견하면 왠지 짜릿하지 않은가.

그러고 나서는 다른 책들을 읽느라 기억에서 잊혔는데, 얼마 전 개봉한 <나이트메어 앨리>, 이 강렬한 영화 포스터를 보고는, 이 책을 기억해 냈다. 영화부터 볼까 책부터 읽을까 하다가 영화 개봉 즈음 입원 및 수술 등으로 극장을 갈 수 없었고, 어느덧 시간은 흘러 상영관이 마구 줄어들고 있는 지난주 금요일에야 드디어 극장을 찾았다. 극장에는 나 말고 한 커플만 있어서 딸랑 세 사람이 이 작품을 봤는데, 나 혼자서 이 명작을 본 것이 너무나 안타까울 만큼 영화는 강렬했다. 몇몇 장면은 대체 왜? 하는 생각이 들어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원작을 펼쳐들었고, 그날 밤에 거의 다 읽어버렸다.
 
책과 영화의 커다란 얼개는 거의 비슷하다. 디테일한 부분이 조금씩 다른데 영화를 만든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적절하게 생략하거나 강조하거나 바꾼 것 같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때는 1940년대 초, 텅 빈 집 안에서 한 남자가 아주 커다란 꾸러미를 집 안 한 가운데 크게 파놓은 구덩이 안으로 힘겹게 끌어넣고 있다. 크기와 형태를 보니 시체임이 분명하다. 그는 그 시체를 구덩이 안으로 밀어 넣고, 무표정한 얼굴로 담뱃불을 붙이고는 성냥을 집어던진다. 이윽고 거세게 솟아오르는 불길을 뒤로 하고 그는 집을 떠난다. 그렇게 정처 없이 떠돌던 그는 어느 카니발 유랑극단에서 짐꾼 일을 맡게 되면서 그들과 함께 섞이게 된다. 그의 이름은 ‘스탠턴 칼라일’- (책은 영화의 도입부와 조금 다르다. 시작 부분은 영화가 더 강렬해서 영화의 내용을 소개했다). 스탠은 이윽고 입담 좋은 재능을 발휘해 독심술을 하는 여인 ‘지나’와 그녀의 남편 ‘피트’를 도와 카니발 유랑극단에서 한 역할을 맡게 된다.

이 극단에는 스탠 말고도 살아 있는 닭을 씹어 삼키는 기인, 커다란 덩치와 힘을 자랑하는 브루노, 난쟁이 모기 소령, 전기가 통해도 죽지 않는 소녀 몰리 등 여러 특이한 인물들이 온갖 다채로운 쇼를 선보인다. 스탠은 독심술을 한다는 지나와 내연의 관계를 맺으면서 그녀를 이용해 사람 마음을 간파하는 기술을 터득하고자 애쓴다. 사실, 이 독심술이라는 게 별것 아니라서 우리나라로 치자면 점쟁이라고나 할까? 사람들은 지나에게 자기의 고민을 떠올리면서 그 해결법을 알려달라며 기꺼이 돈을 낸다. 거기에 교묘한 트릭이 숨어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가 특정인에 관한 정보를 맞히면 놀라워하며 너도나도 동전을 내던진다(이 속임수는 책과 영화에서 재미나게 묘사하고 있다). 그런데 지나의 트릭은 그리 대단하지는 않다. 점쟁이를 찾아가거나 타로 카드 점을 한 번이라도 보러 가 본 사람들은 알 텐데 대부분 점을 봐주는 사람들은 뭉뚱그려 질문을 하고 뭉뚱그려 대답을 내놓는다. 거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머, 어머, 맞아!”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다. 오늘의 운세나 심리테스트, 별점 등등이 다 그렇지 않은가? 영리한 스탠은 그 점을 간파한다.



지나는 인간을 안다. 인간은 다 비슷비슷하다. 열 명 중 아홉 명에게 똑같은 대답이 적절한 것이다. 다섯 중 하나는 무슨 말을 하든 곧이곧대로 믿고, 맞는지 물으면 맞다고 대답한다. 아니라고 대답할 줄 모르는 호구이기 때문에. 맙소사, 이 일은 정말 식은 죽 먹기다! 여기에 금광이 숨어 있었다니!(<나이트메어 앨리>, 88쪽)

멍청이들은 쑥스러워서 묻지도 못하고 멍청해서 의심도 못하지. 스탠은 중얼거렸다. 하지만 다들 알고 싶어서 조바심이 나긴 할 것이다. 다들 바람피우고 싶으면서. 위선자들, 누구나 원한다. 다른 사람은 절대 안 되고, 자기만, 그는 페이지를 넘겼다. 인간의 본성은 어디나 똑같다. 모두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걱정한다. 상대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알아내면 누구든지 조종할 수 있다. 질문과 대답 공연도 마찬가지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게 무엇인지 미리 생각해두었다가 바로 거기를 찌르는 거다. 건강, 부, 사랑, 여행과 성공, 누구나 병, 빈곤, 지루함, 실패를 두려워한다. 공포는 인간의 본성으로 이어지는 열쇠다. 그들은 두려워한다. (103쪽)


게다가 ‘지나’도 스탠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는가. “난 언제나 독심술만 했어. 아무도 다치지 않고, 어디에 가든 친구를 많이 만들 수 있지. 운세를 봐준다고 하면 다들 좋아하거든. 뭐 어때. 기분 좋게 해주고, 꿈과 희망을 주는 거야. 다들 최선을 바라고, 최악을 두려워하지. 대체로 실제 벌어지는 일은 최악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최선의 희망을 버리지는 않아.”(66쪽) 스탠은 언제까지 유랑극단에 머물면서 독심술을 하며 푼돈을 버느니,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 한몫 단단히 챙길 꿈에 부푼다. 세상에는 순진한 사람들이 넘쳐나며, 그들의 간절한 마음을 이용해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하면서 떼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간파한 것이다. 스탠은 전기 소녀 몰리와 함께 카니발을 떠나 독심술 쇼로 더 큰 무대에 오른다. 그리고 수려한 외모, 현란한 화술, 마음을 현혹시키는 능력으로 점차 부를 손에 쥐게 되고 그의 사기 아닌 사기극은 차츰 그 대상을 넓혀 뉴욕 상류층까지 파고들어간다. 그런 중 심리학자 ‘릴리스 리터’ 박사를 만나면서 뉴욕의 가장 큰 거물을 소개받기에 이른다. 스탠의 멈출 줄 모르는 부, 명예, 성공을 향한 욕망은 마침내 정점에 이른 것이다. 과연 그는 드디어 만족하게 될까? <나이트메어 앨리>의 한 재미는 이 남자의 성공과 몰락을 지켜보는 데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 흥미로운 점은 카니발 유랑극단을 구성하고 있는 인물 저마다의 독특한 캐릭터와 그들이 빚어내는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이다. 더욱이 영화에서는 처음부터 드러낸 스탠을 따라다니는 그 암울한 과거의 이력은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 스탠과 지나, 스탠과 릴리스 박사 등 상대의 마음을 꿰뚫어본다는 그들의 심리대결이 아주 흥미롭게 펼쳐진다. 특히 심리학자인 릴리스 박사와 스탠의 대결은 더 그러한데,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를(특히 영화에서) 따라가다 보면 심리학 및 정신분석학의 한 챕터를 보고 있는 것 같아 짜릿한 재미가 느껴진다. 작가가 이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게 아닐까 싶은데 아니나 다를까, 저자 윌리엄 린지 그레셤은 자기 내면의 고통과 방황에서 벗어나고자 정신분석학, 마르크시즘, 종교, 심령술 등을 파고들었고 그 경험이 이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들어가 있다고 한다.

<나이트메어 앨리>로 큰 대중적 인기를 얻었던 작가는, 그가 창조한 소설 속 인물 스탠턴 칼라일처럼 돈과 명성을 얻었으나, 또 스탠 그처럼 모든 것을 잃고 타로 카드 ‘매달린 남자’와 같은 운명에 빠졌으니 참 얄궂다고나 해야 할까. 인간은 제아무리 시궁창에 빠져있어도 그 끝에는 언젠가 빛이 있으리라 믿고 살아간다. 어두운 골목 끝에는 빛이 있으리라고 희망을 놓지 못한다. 그렇지만 어두운 골목을 걷고 있는 현재의 삶은 공포이자 두려움이다. 공포가 늘 바짝 뒤따라온다. 그런데 그 공포 끝에 희망이 있다고 약속하면 누구나 그 희망을 믿고 기꺼이 거기에 제 운명을 맡긴다. 그런데 그 희망은 항상 응답을 해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희망에 기꺼이 속아 넘어가기를 자청하는 것 그것이 우리 인간일 것이다. “사람들을 속이는 게 아냐, 사람들이 스스로를 속이는 거지.”라는 영화 속 스탠의 대사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원작보다 더 강렬한 영화를 선보였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가장 압도적인 캐릭터는 바로 이 사람, 릴리스 박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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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2-03-14 2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뷰 제목이 넘 맘에 들어요. 책은 지나치다 봤는데 영화가 있는 줄은 몰랐어요.
캐스팅 배우들이 다 선이 굵고 카리스마가 있는게 영화도 팽팽 긴장될거같아요.

잠자냥 2022-03-14 21:12   좋아요 1 | URL
와 배우들이 정말 다들 엄청 대단하더라고요. 단역까지도 놓칠 배우가 없습니다. 이 영화는 한번 꼭 보세요~

건수하 2022-03-16 15: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영화 포스터가 넘 보고싶게 만드네요.
잠자냥님도 추천하시고 책은 쌓인게 너무 많아서 본다면 영화만 보는걸로 ^^

잠자냥 2022-03-16 16:08   좋아요 2 | URL
영화 정말 흥미진진해요! 어우 다들 연기를....너무 잘해요.

FLAKSUIT 2022-03-17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도 꼭 읽어야되는거죠??? 영화도 보고

잠자냥 2022-03-17 22:41   좋아요 0 | URL
ㅎㅎㅎ 어떤 책도 ‘꼭’ 읽어야 하는 것은 없는 것 같아요. ㅎㅎㅎ 아 이 책 좀 궁금하다, 싶을 때 읽으면 좋을 듯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