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the World Vol. 2: History for the Classical Child: The Middle Ages: From the Fall of Rome to the Rise of the Renaissance (Paperback, Revised Edition) The Story of the World 18
수잔 와이즈 바우어 지음 / Peace Hill Pr / 200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양탄자를 타고 나르며 로마의 끝에서 시작한 여행은 16세기 영국과 스페인의 해전으로 끝이 났다. 거의 10년 만에 재독한 책은 역시 초독처럼 느껴졌지만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다양한 인물들과 사건을 만나는 일은 흥미로웠다. 그 중 엘리자베스 여왕의 캐릭터와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4-02-25 21: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거리의 화가 님의 성실한 독서에 깊은 응원을 보내드립니다!!

거리의화가 2024-02-26 08:5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다락방님^^

미미 2024-02-25 2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완독 수고하셨습니다😍

거리의화가 2024-02-26 08:50   좋아요 1 | URL
미미님 덕분입니다. 함께 읽으니 그나마도 읽게 되는 것 같아요!ㅎㅎ

독서괭 2024-02-26 06: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거리의화가 2024-02-26 08:51   좋아요 2 | URL
괭님 감사합니다. 남은 분량 읽기 화이팅이에요!^^
 
[eBook] 귀신들의 땅
천쓰홍 지음, 김태성 옮김 / 민음사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반까지 읽는 게 괴로워서 그만둘까 하다가 참아내고 끝내 읽었다. 욕망을 드러내는 인간들은 그러려니 하겠는데 가면을 쓴 위선자는 도무지 용납하기 힘들었다. 자본과 탐욕에 노예가 되는 일은 너무나 쉽고 편견에 맞서는 일은 어려운 일임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에는 연민과 희망이 엇갈린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4-02-25 21: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거 너무 궁금해서 샀는데 거리의화가 님은 벌써 읽으셨군요! 중반까지 읽는 게 괴롭다 하시니, 아 저도 읽기가 망설여지네요. 저도 괴로워할 것 같아서요 ㅠ

거리의화가 2024-02-26 08:43   좋아요 0 | URL
제가 이런 책에 취약해서 그런 것일수도 있어요. 그래도 뒷 내용이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되더라고요^^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 폭력비판을 위하여 / 초현실주의 외 발터 벤야민 선집 5
발터 벤야민 지음, 최성만 옮김 / 길(도서출판) / 200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애초부터 정독한다고 해서 이 책의 모든 것을 소화할 수 없겠다 여겨서 훓어 읽었다.


여기에 속한 저작들은 20세기 초 쓰여졌지만 20세기는 19세기 근대의 산물을 바탕으로 이루어졌음을 안다면 내용의 바탕이 왜 19세기의 구성물로 이루어지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방송을 통해서 종종 접했던 19세기 파리의 모습은 낯선 용어들을 제외하면 사례들을 통해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기계의 확산, 유리 천장과 철골 구조의 건축물, 파노라마, 사진의 출현(순수 미술의 공포), 박람회와 백화점, 거리의 산책자들 등. <19세기의 수도 파리>는 독일어판과 프랑스어판이 실려 있는데 대부분의 내용은 동일하지만 나중에 쓰여진 프랑스어판이 정리된 성격이 강했다. 


사적 개인에게 처음으로 거주 공간이 작업장과 대립된 위치에 서게 된다. 거주 공간은 실내(Interior)에서 형성된다. 사무실은 그 실내의 보충물이 된다. 사무실에서 현실의 일들을 처리하는 사적 개인은 실내에서 자신의 환상들을 즐길 수 있기를 요구한다. - P199


신상품들을 파는 상점들에 발맞추어 신문들이 등장한다. 언론은 정신적 가치들의 시장을 조직하기 시작하고 이 시장은 우선 호황을 누린다. 비타협주의자들은 예술을 시장에 내다 파는 데 저항한다. 그들은 ‘예술을 위한 예술‘(‘art pour l‘art)의 기치 아래 모여든다. 이 구호에서 종합예술작품(das Gesamtkunstwerk)이라는 구상이 생겨난다. 종합예술작품은 기술의 발전에 맞서 예술을 밀폐시키고자한다. 종합예술작품을 기념하는 예식은 상품을 미화하는 기분 전환과 짝을 이룬다. 둘 다 인간의 사회적 현존을 사상(象)해버린다. - P206


이 책을 읽으려고 생각했던 이유는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의 18가지 항목을 정독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 책을 전부 읽어보니 어려운 글들 중 하나가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였다. 도대체 그 글만 몇 번을 읽었는지... 그런데도 완전한 이해에 이른 것 같지는 않아서 찝찝하지만 더 읽는다고 뭐가 나오나 싶어 접었다. 사전 지식이 그만큼 부족했다 여길 수밖에 없었다. 


사적 유물론자는 역사의 서사적 요소를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역사는 그에게 어떤 구성의 대상이 되는데, 그 구성의 장소를 이루는 것은 공허한 시간이 아니라 특정한 시대, 특정한 삶 그리고 특정한 작품이다. 그는 그 시대를 사물화된 ‘역사적 연속성을 폭파하여 거기에서 끄집어낸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그는 한 시대에서 한 특정한 삶을, 필생의 업적에서 한 특정한 작품을 캐낸다. 이러한 구성에서 얻어지는 수확은, 한 작품 속에 필생의 업적이, 필생의 업적 속에 한 시대가, 그리고 한 시대 속에 전체 역사의 진행 과정이 보존되고 지양되어있다는 점이다. 역사주의가 과거에 대한 영원한 이미지를 제시한다면, 역사적 유물론자는 그때그때 과거와의 유일무이한 경험을 제시한다. - P261


3.살았던 순간들 하나하나가 최후의 심판일이 될 날의 의사 일정에 인용 대상이 될 것이다. - P332

5.과거는 인식 가능한 순간에 인식되지 않으면 영영 다시 볼 수 없게 사라지는 섬광 같은 이미지로서만 붙잡을 수 있다. - P333

7.오늘에 이르기까지 늘 승리를 거둔 사람은 오늘날 바닥에 누워 있는 자들을 짓밟고 가는 지배자들의 개선 행렬에 함께 동참하는 셈이다. - P336

13.역사에서의 인류의 진보라는 생각은 역사가 균질하고 공허한 시간을 관통하여 진행해나간다는 생각과 분리될 수 없다. 이러한 진행에 대한 비판이 진보에 대한 생각 일반에 대한 비판의 토대를 형성해야 한다. - P344


'역사적 유물론'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했는데 앞선 글인 <수집가이자 역사가 에두아르트 푹스>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벤야민은 역사적 연속성을 비판하였고 순간을 포착하는, 정지하는 이미지로서의 개념을 대체재로 꺼내 들었다. 역사는 과거로 구성된 것이 아니며 진보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도 아님만 잡고 간다.


벤야민의 글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가 앞 뒤 문맥의 내용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아서인 것 같다. 'A->B->C' 인과적 흐름에 의한 글들에 익숙해서 그의 글이 낯설 수 있겠다 생각했다. 생각해보니 소설을 읽을 때도 시점이 왔다 갔다 하는 경우 잘 읽어내지 못했던 것 같다. 


<꿈 키치>와 <초현실주의>는 어떻게 보면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해당 내용은 '초현실주의'라는 내용을 사전에 검색을 해보고 읽었다. 그랬더니 훨씬 나았다. 초현실주의는 1920년대 프랑스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 퍼진 문예 예술사조 중 하나로 인간의 무의식을 표현하는 작품들을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꿈을 해석한 프로이트와 연관이 있다 볼 수 있는데 당시를 생각해보면 국가라는 개념이 중요해지고 제국주의를 넘어선 군국주의, 전쟁이 엄습하던 시기다. 각종 신유물이 쏟아져 나올 때 민중은 어디로 갈 지 몰라 헤매고 혼란 속에 붕 뜨는 존재가 되었던 게 아닐까. 


"초현실주의는 그 본질적인 진실의 측면에서 대화를 재건한다는 사명을 갖고 나왔다. 파트너들은 예의범절의 강박에서 해방되었다. 말하는 자는 어떤 명제도 연역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답은 원칙상 말한 사람의자기애를 신경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말과 이미지들은 듣는 자의 정신에게는 디딤판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 P137


폭력에 대한 비판은 폭력의 역사에 대한 철학이다. 역사의 ‘철학’인 이유는 그 역사의 종결이라는 이념만이 그 역사의 시대적 자료들을 비판하고 구분하며 결정하는 입장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 P115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희선 2024-02-21 0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름만 아는 발터 벤야민이네요 거리의화가 님은 이 책을 다 보셨군요 한번 봤으니, 시간이 지난 다음에 다시 보면 다를 것 같습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4-02-21 17:12   좋아요 1 | URL
첫 줄에도 적었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어요^^; 물론 읽으면서 이해가 안 되서 자괴감이 들기는 했는데 아직 무지한 탓이려니 하면서ㅎㅎ 배경 지식을 충분히 쌓고 나서 나중에 도전해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희선님 감사합니다^^
 
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인가 - 미투 운동에서 기후위기까지
리베카 솔닛 지음, 노지양 옮김 / 창비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이 깨어 있다고 생각하나요? 그건 누군가가 당신을 깨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인간 자명종에게 고마워합시다" - P12


우리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이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최근 백래시 바람이 불기는 했어도 과거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적어도 차별과 배제임을 모르고 당하는 시대는 지나왔다고 생각한다. 인종, 젠더, 계급, 이제는 기후 문제까지 더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 솔닛은 '과거에 감사하고 미래를 준비하자' 이야기한다. 그녀의 메시지는 참 희망적이고 긍정적이어서 좋다. 


모든 세상이 조명이 비치는 무대인 건 아니다. 백스테이지와 극장 밖도 여전히 사람이 활동하는 영역이다. 조명 밖에서, 공식 규칙이 닿지 않는 곳에서도 각각 다른 수준의 힘을 가진 사람들이 행동하고 활동한다. 아랫사람들에게 이 공간은 그들을 억압하는 제도에서 어느정도 벗어날 자유를 의미한다. 권력자들에게 이 장소는 위선이 허가되는 곳이다. 때로 그들은 옆에 사람이 있어도 신경 쓰지 않거나 여기서 무슨 말을 하건 자신의 평판에 금이 갈 일이 없다는 듯이 행동한다. 중요한 것은 그 정보 자체가 아니고 누가 아는지, 누가 가진 지식과 정보인지다. 권력자들이 그 사실은 아무도 모른다고 말할 때, 그들의 행동은 노바디에게만 목격되었음을 뜻한다. 노바디들은 실은 알고 있다. - P48


'노바디'는 없는 취급을 당하는 사람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권력자와 지위가 있는 소수의 사람은 자신들의 돈과 힘으로 다수를 현대판 노예로 취급한다. 폭력은 여기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그들은 '노바디'가 감히 자신을 고발할 수 없을 것을 것이라 여긴다. 정치계 뿐 아니라 문화 예술계에도 이런 일은 너무 흔하지만 먹고 살아야 하는 다수의 사람들은 쉽사리 권력자를 공격할 수 없어 입을 다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들이 그런 것을 알기 때문에 더욱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것 같아서 분노가 인다. 시스템도 바뀌어야 하고 개인도 바뀌어야 해서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유권자 위협, 다른 말로 '투표권 도둑질'이라 부를 수 있는 많은 방식이 있고, 이 사례 또한 속속들이 퍼져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유권자 위협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아내를 협박하고 조종하고 침묵시키는 남편들이다. 집집이 문을 두드려 직접 유권자들을 만나는 전국의 방문 선거 운동원들에게 여러 차례 들은 이야기가 있다. 아내는 이번에 우리 부부가 누구를 뽑아야 하느냐고 남편에게 직접 묻기도 한다. 그 말을 하는 이들은 대체로 겁을 먹은 얼굴이다. 때로 남편이 먼저 문을 열었을 때는 선거 운동원이 아내를 만나지 못하게 차단한다. 혹은 말을 막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아내가 민주당 당원임을 알면서도 우리 집사람은 당연히 공화당 후보를 뽑을 거라고 큰소리를 친다. 혹은 우리 집안에 민주당은 없다고 말하는데 아내가 남편에게 민주당원이라는 사실을 숨겨서다. - P86


부모님과 함께 살 때 정치 때문에 항상 문제가 되었다. 결혼 후에도 초반에 집에 갈 때마다 정치 이야기로 싸움이 나서 그 이후에는 평화를 위해 정치 이야기는 하지 않고 있다. 

아버지는 열성적인 보수파에 가깝다. 그래서 특히나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 집권기에는 하루가 멀다 않고 비난과 성토가 이어졌다. 어머니도 분명 의견이 있으실 것인데 아버지의 호통에 맥을 못추실 때는 답답함이 컸다. 지방 선거 등 투표일이 다가오면 아버지는 어머니와 자식들에게 압박을 가했다. 하지만 어차피 비밀 투표니까 나는 소신껏 투표하고 투표장을 나오고는 했다. 투표권은 엄연한 성인의 권리인데 누구의 강요를 받아 몰표를 찍게 하거나 하는 행위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일부 주민들이 추방되어야 할 침입자들이라는 주장과 함께 역공격이 가해지고 있다. 불법 이민자라는 개념은 국가의 개념을 몸으로 보고 외국인의 몸으로 인해 순수함이 오염되며, 국경선이란 봉인할 수 있고 봉인해야 한다고 말하는 개념이다. 그들이 꿈꾸는 국가란 자율적이고, 오염되지 않고, 통과할 수 없는 재료로 만들어진 단단한 벽돌이다. 그러한 꿈을 꾸고 있는 이들은 공기가 순환하고 물이 흐르고 상품이 움직이고 동물이 이동하는 현실을 부정한다. 또한 국경선이 지금과 달랐던 역사, 어떤 국경선도 존재하지 않았던 역사, 우리 중 많은 이가 수많은 국경선을 넘어 여기에 와서 살고 있다는 사실도 부정한다. 이러한 안전에 대한 환상은 자아와 타자가 별개이고 타자는 얼마든지 추방할 수 있다고 믿으며 우리가 누구이고 그들이 누구이냐는 질문을 거절한다. - P212~213


기후변화 이전에는 보통 얼음이 녹으며 봄이 오는 날짜가 일정했고 동식물의 멸종 위기를 예측할 수 있는 개체 숫자가 있었다. 과학자이자 영화 감독인 랜디 올슨Randy Olson은 이런 식으로 표현했다. 

  우리가 생태계의 기준선만 안다면 회복을 위한 작업을 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미처 기록하고 확인하기도 전에 기준선이 이동하면 이 타락한 상태를 정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때로는 개선되었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이 원칙이 생태계에만 적용되는 건  아니다. 역사와 세대 간 기억은 우리에게 사회적·정치적 기준선을 제공하지만, 기억을 잃으면 우리가 경험하는 현재는 절대 피할 수 없고, 바꿀 수 없고,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로 느끼게 된다. 기억에는 힘과 가능성이 있다. 호황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았음을 기억하고, 사회 운동이 한 민족이나 국가의 역사를 바꿀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과거에는 인종, 젠더, 어린이, 연령에 대한 생각이 지금과 같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 P250~251


두 인용문은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문단들이었다. 


많은 이들이 이민이나 유학, 난민 등의 형태로 한국에 들어오는데도 불구하고 국경은 너무나 철벽 같고 한국인들은 다른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은 식민지, 전쟁 등 어려운 시절을 겪고 성장한 국가인 만큼 이제는 한국인들도 포용력을 넓혀나가야 하지 않을까. 


기후 변화는 말할 필요도 없다. 이제 기후는 변화나 위기가 아니라 문제로 인식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늘 아침 기사를 보다가 때이른 고온 현상으로 올해 각 지역 꽃 축제들의 시기를 앞당기는 것은 물론 서울의 '벚꽃 축제'도 꽃 이름이 들어가는 것을 빼고 그냥 '꽃 축제' 이런 식으로 변경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앞으로 이런 일은 재난이 아니라 일상이 될 것 같아 답답해진다. 



솔닛의 세 번째 에세이를 만났다. 사둔 지는 2년이 다 되었는데 이제야 다 읽었다. 번역본으로 출간된 것이 2021년인데 구입하고 바로 읽었다면 더 현장감 있게 읽을 수 있었겠다 하는 생각을 했다. 지나간 시간을 탓할 수는 없고 이제라도 읽었으니 다행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역시나 이번 책도 좋았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희선 2024-02-21 0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투표는 자기 마음대로 해야 할 텐데... 지금은 그렇게 해도 예전엔 강요에 못 이겨 자신이 하고 싶지 않는 데 찍었을 것 같기도 해요 지금은 그런 일 적겠지요

이번 겨울 추운 날 조금 있었지만, 거의 춥지 않았네요 덜 추워서 지내기는 좀 나았다 해도 앞으로 올 날이 걱정입니다 이번 봄엔 꽃이 빨리 피는군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4-02-21 17:08   좋아요 1 | URL
지금은 예전 같지는 않겠지요. 부부 간, 자식 간에 정치적 견해가 다르면 대화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기후 문제가 참... 겨울이 보통 건조한데 올 겨울은 눈, 비가 반복되다 끝나는 느낌이에요. 이번주도 무슨 장마처럼 비가 계속 내리네요^^;;;

자목련 2024-02-21 1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도 좋을 것 같아요!

거리의화가 2024-02-21 17:10   좋아요 0 | URL
미국의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솔닛의 견해를 담은 이야기라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삼화령 2024-02-24 16: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문제네요. 양팔이 있어야 균형감각을 유지하기가 쉽듯이 정치 또한 견제세력이 있어야 더욱 투명해지고 서민을 위한 정책이 나올텐데...갈수록 혐오와 증오를 부추기며 갈등하게 만드니 참 수상한 시절입니다.

거리의화가 2024-02-25 08:32   좋아요 0 | URL
동의합니다. 갈수록 현실의 정치가 이 사회를 받쳐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국민을 생각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에 급급한 모습에 실망만 늘어갑니다. 이것이 정치에 대한 혐오로 이어진다는 생각이 드네요.
 
침묵 믿음의 글들 9
엔도 슈사쿠 지음, 공문혜 옮김 / 홍성사 / 200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부터 80년이나 전에 저희보다도 더 큰 곤란을 무릅쓰면서 이 일본에 도착하려고 하셨던 성 프란체스코 자비에르 신부님의 일이 가슴에 되살아났습니다. 그분 역시도 이와 같은 폭풍의 습격이 지나간 다음날 아침에 우윳빛의 뿌연 하늘을 바라보셨을 게 틀림없습니다. 그 후 몇십 년 동안 수십 명의 선교사나 신학생들이 아프리카를 돌고 인도를 지나 이 바다를 건너 일본에 가 선교하려 했을 테지요. (...)

무엇이 그들에게 이 커다란 고통을 인내하게 했는지, 무엇이 그들에게 이 위대한 정열에 몸을 던지게 했는지 이제야 그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분들도 모두 이 우윳빛의 뿌연 구름과 동쪽으로 흘러가는 검은 구름을 바라보셨던 것입니다. 또 그들이 그때 무엇을 생각했는지, 그것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38~39)


1637년 일본 규슈 북부의 시마바라에서 기독교인들이 대규모 민란을 일으킨다. 당시 영주는 가장 상위 계급으로 부락민들과 무사에 대한 모든 권리를 가졌고 무사는 영주를 호위하며 절대 충성했다. 부락민들은 해마다 세금을 바쳐야 했는데 세금을 내지 않으면 갖은 탄압과 형벌을 가했으므로 그 고통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일본은 1549년 예수회 선교사인 프란치스코 사비에르가 가고시마에 도착한 뒤 가톨릭 포교가 시작되었다. 그 후 예수회, 프란치스코 수도회, 도미니코 수도회, 아우구스티누스 수도회등의 로마 가톨릭 교회 선교사들이 들어오면서 1624년경에는 신자 수가 65만 명에 이르는 교세를 갖게 된다. 하지만 1587년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기독교를 금지하는 명령(바테렌 추방령)이 내려지면서 기독교 탄압이 시작된 이래 1597년경 나가사키에 26명의 신도들과 수도자, 성직자들이 순교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1636년 일본은 데지마 섬을 만들어 서양과의 교류 통로를 일원화시키고 기독교인들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을 시작하였는데 그 계기가 된 사건이 시마바라 난이다. 이 사건은 이렇게 기독교 박해 뿐 아니라 막부의 가혹한 세금 정책에 반발하여 일어났다. 


시마바라의 난 이후, 영주는 잠복한 그리스도들을 찾아내기 위해 혈안이 된다. 파견된 관리들은 부락을 돌아다니며 순찰을 하고 가택을 침입하기도 하며 수상한 자가 있으면 신고하도록 한다. 신고자들에게는 물질적인 혜택이 주어졌다. 사제가 지내는 곳을 보고하면 은 300냥, 수도사를 신고하면 은 200냥, 신도를 발견하면 은 100냥을 지급함으로써 가난한 농민이나 어부들에게는 참으로 유혹적인 조건을 내건 것이 아닐 수 없었다.


이후 수도사나 선교사들은 일본에 들어오기 어려워졌으며 들어오더라도 암암리에 행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여기까지가 <침묵>의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날 로마 교황청에 일본에 파견되었던 페레이라 신부의 배교 혐의에 대한 보고가 들어온다. 페레이라 신부는 그동안 일본의 가톨릭 탄압에 대한 끔찍한 실태를 지속하여 보고해왔기 때문에 교황청 사람들은 그가 배신했을 리 없다고 생각한다. 페레이라 신부에 대한 진실을 확인하고 잠복 선교도 하기 위해서 세 명의 신부들(가르페, 마르타, 로드리고)이 출발한다. 그들은 페레이라 제자이기도 했다. 


그들은 험난한 파도를 뚫고 우여 곡절 끝에 일본 육지인 도모기라는 어촌에 도착한다. 이 곳에서 신도를 만나고 신도들의 자체 조직이 있음을 알고 신부들은 놀란다. 고토라는 곳에서 신부들은 신도들에게 세례를 시행하고 고해성사를 들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관헌들의 습격으로 나가사키에 취조를 받기 위해 기치지로가 선발되었으나 여기에 두 명의 사람이 자원하며 함께 간다. 기치지로는 가톨릭 신도였으나 이전에도 배교했다 한참 만에 마을로 돌아온 이력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배교하고 자취를 감춘다. 


"하나님은 무엇 때문에 이런 고통을 주시는지요?"

"신부님, 저희들은 나쁜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요." (P85)

"나는 약해요. 나는 모키치나 이치소우처럼 강한 자는 될 수 없어요." (P123)


기치지로의 행동은 사실로만 보면 비열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로드리고처럼 저 말에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의 믿음이란 얼마나 허약한 것인가 말이다. 


기치지로는 배교를 감행함으로서 풀려났지만 두 사람은 바다에서 순교하는데 나는 어떻게 하면 저런 믿음을 가질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로드리고는 오두막에 피신해있다가 페레이라가 배교한 신부 중 하나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용서를 구하며 접근한 기치지로의 고발로 그는 감옥에 갇힌다. 


이후 로드리고는 온갖 회유로 배교를 강요 당한다. 게다가 다른 신도들이 자신으로 인해 탄압을 받는다는 사실에 괴로움은 커져간다. 그는 외친다. '하느님은 왜 침묵하십니까.' 


"나만 처벌해 주시오."

"당신 때문에 저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스럽게 될지." (P135)


가톨릭 신도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한다던 나가사키 부교오인 이노우에는 막상 온화한 노인의 얼굴을 하고 있어 로드리고는 깜짝 놀라기도 한다. 나는 이 대목에서 악인이라고 해서 악인의 모습이기만 할까 생각했다. 어떤 사람도 천사 또는 악마는 아니며 여러 얼굴을 갖고 있을 것이니까. 


'주여, 이 이상 저를 버려 두지 마십시오. 이해할 수 없는 이 상태로 저를 버려 두지 마십시오. (...)

이윽고 내가 죽임을 당하는 날도 여전히 바깥 세상은 변함없이 흘러갈 것인가. (...) 

그렇게까지 영웅이 되고 싶은가. 네가 바라고 있는 것은 남모르게 죽는 참된 순교가 아니라 허영을 위한 죽음인가. 신도들에게 칭송받고 기도받고, 그리고 저 신부는 성자였다는 말을 듣고 싶기 때문인가.' (P187)


어쩌면 이 독백이 로드리고의 자신의 예견하는, 끝을 향한 고민이었을지. 


"밟아도 좋다. 네 발은 지금 아플 것이다. (...) 나는 너희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겠다. 그것 때문에 내가 존재하니까."


이 책의 로드리고라는 인물은 이름과 출신은 다르지만 실존 인물이다. 실제는 '주세페 키아라'라는 시칠리아 출신의 신부로 1643년 일본에 들어갔다 체포되어 1685년까지 살다가 사망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선악이란 이분법이 존재할까.' '진리라는 것이 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또 온갖 방법으로 '배교'를 강요당하는 신도들의 모습을 보면서 상황은 다르지만 일제 시대 독립운동가들에게 배신을 강요하던 앞잡이들과 민주주의 운동가들에게 탄압을 가하던 경찰의 모습이 떠올랐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레이스 2024-02-19 14: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분법보다는 각자의 양심이 가리키는 지침은 있을거라는 생각은 했습니다. 그런 때가 오면 나는 그 양심에 정직하게 반응하게 될까? 하는 생각도!

거리의화가 2024-02-20 09:13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가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아요.

자목련 2024-02-19 16: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다는 평이 많고, 종교가 있어 궁금하기도 한 소설이에요. 기회가 닿으면 읽어보고 싶은데..

거리의화가 2024-02-20 09:14   좋아요 0 | URL
종교가 있으시니 더 울림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아마도 도서관에도 있지 않을까요?ㅎㅎ

새파랑 2024-02-21 08: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이책을 로드리고 신부에 감정이입해서 심각하게 읽었었는데...

제가 저 입장이었더라면 아마 초반(?)에 배교 했을거 같아요 ㅋㅋ

믿음의 힘이라는게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을 한참 했었습니다~~ 믿음의 정도라는 것도 보여지는 것만으로 판단하면 안될거 같고~~

거리의화가 2024-02-21 17:21   좋아요 1 | URL
저는 오히려 기치지로의 입장과 마음이 더 와 닿았다고 해야 할까 그랬습니다^^; 믿음이라는 문제가 참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제가 종교가 있었다면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었겠다 싶었습니다. 아무튼 새파랑님 덕분에 좋은 책 잘 읽었네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