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산타 루시아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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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알라딘 원두 중에서 내 맛을 가장 오래도록 사로잡은 원두는 이것이 거의 유일할 것이다. 고소하고 쌉싸름한 원두의 최고봉! 원두의 포장이 새단장을 하여 지퍼백 시스템이 갖춰져 앞으로는 집게 등을 이용하지 않아도 보관이 편리해져서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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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2-11 09: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중요한 지퍼백 시스템. ㅋㅋㅋㅋ 저도 계속 이것만 사 마시고 있습니다.

거리의화가 2023-12-11 11:38   좋아요 2 | URL
ㅋㅋ 삼각 원두 봉지 충격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지퍼백 들어가니 참 좋더군요. 이런 고소한 원두들이 더 나와주었으면^^

희선 2023-12-11 0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는 지퍼백이 아니었나 봅니다 마음에 드는 원두가 있어서 다행이네요 지퍼백도...


희선

거리의화가 2023-12-11 11:39   좋아요 0 | URL
네. 예전에는 잘라서 써야 했거든요. 그래서 집게로 집어 보관하거나 보관 용기가 따로 필요했습니다. 알라딘 원두 중 계속 사먹게 되는 원두는 이게 거의 유일한 듯합니다^^

은하수 2023-12-11 1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맛있어요??
지금 먹고 있는거 영 별로여서..
이거 사놓고 언제 개봉할까 고민 중이었는데.. 당장 개봉해봐야겠습니닷!^^

거리의화가 2023-12-11 11:40   좋아요 1 | URL
네. 제 입맛에는요^^ 고소하고 씁쓸한 원두 좋아하신다면 마음에 드실 것 같아요.

건수하 2023-12-11 1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걸 제일 좋아합니다! 근데 로스팅이 좀 강해서... 이제 좀 산미 있는 원두로 바꿔보려고 해요 :)

거리의화가 2023-12-11 11:41   좋아요 0 | URL
그런데 위를 생각하면 산미가 있든 없든 부담되는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긴 해요^^; 최근 감기로 고생하기도 했고 커피를 계속 못 마시다 어제, 그제 마셨더니 정말 행복하더라구요. 그래도 위를 생각해서 마시는 양을 줄여볼까 합니다.
 
유라시아 유목제국사
르네 그루쎄 / 사계절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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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고대부터 시작하여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유목민들이 세계를 정복한 역사를 모두 다루고 있다. 



그동안 공부를 했다지만 동아시아 근처에 제한한 지역의 범위의 역사에는 그나마 익숙해도 중앙아시아를 넘어 서아시아, 중앙아시아 이북 땅까지의 역사는 지역의 명칭도 익숙해지지가 않고 그들의 역사는 더욱 멀게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특히 아랍 세계의 역사와 러시아 세계의 역사까지 흐름을 간략하게 다루고 있어 좋았다. 


또 몽골 제국의 역사도 쿠빌라이 이후의 역사에 대해서는 가볍게 치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분열과 소멸의 과정까지 꽤나 상세히 다루는 것이 인상적이었다(총 3부의 내용 중 2부와 3부가 몽골과 후속 제국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에 분량도 가장 많고 가장 상세하다). 


티무르 제국 중 티무르에 대한 저자의 평가가 칭기스칸에 비해서 유독 박하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과연 다른 역사가들은 어떤 평가를 내릴까 궁금해졌다. 


이 책은 이렇게 기본 입문서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물론 최신 고고학 사료의 발굴로 업데이트된 정보들은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에(2000년대 이후) 공부하고 싶은 제국의 역사는 관련서를 더 읽어 보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물론 아쉬움들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지나친 미사 여구가 읽기 피로도를 증가시킨다고 생각하는데 예를 들어 ‘헤툼 1세만큼이나 분별력 있던 정치가인 모술의 아타벡 바르드 웃 딘 룰루도 자진해서 몽골의 종주권을 인정하였다.’ 모술의 앞 부분은 미사 여구인데 이런 것들이 대부분의 서술에 적용되기 때문에 한 눈에 문장이 들어오지 않고 나아가서는 불필요하게 느껴지기도 하며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또 지금은 잘 쓰지 않는 이름들도 간혹 들어가 있는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어 지금은 옹칸이라고 쓰는데 책에는 왕칸이라고 적혀 있다던지. 문제는 되지 않지만 읽을 때 걸릴 수 있으므로 그런 부분은 감안해서 읽으시라 하는 이야기다.



내용이 양이 워낙 방대하여 리뷰로 정리하기에는 곤란하고 그렇다고 100자평으로 쓰기에는 아쉬워서 이렇게 간단한 소감 위주로 리뷰를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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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3 - 되찾은 시간 2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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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를 구원하는 신호가 온다. 모든 문을 두들기지만 그 문을 어느 것에도 이르지 않고, 그렇지만 우리가 들어갈 수 있는 단 하나의 문, 100년 동안 헛되이 찾았을지도 모르는 문에 알지도 못한 채 부딪치고, 그리하여 문이 열린다. - P28


마지막까지 무척 고민했다. 4점을 주어야 하나 5점을 주어야 하나. 참 잘 쓴다 생각하면서도 중반 이후에는 비슷한 상황과 계속되는 심리 묘사에 ‘이제 그만’ 하는 마음에 지쳐버리는, 이 복잡미묘한 감정을 어찌해야 하는지. 그렇지만 잃시찾 시리즈 마지막 권이고 시리즈를 마무리한다는 의미로 4점은 박하다는 생각이 있어서 결국 5점을 주었다. 


화자는 요양원에서 있으며 외부와 단절하듯 생활하다가 오랜만에 게르망트 대공 부인이 여는 오후 모임에 참석하기로 한다. 그렇게 게르망트 저택에 들어서는 순간 과거의 기억들로 이동하며 오랫동안 회상에 빠진다. 


화자에게 과거의 시간은 콩브레, 발베크, 베네치아라는 공간에서 만난 사람들과 상황에 의해 점철된 기억들이다. 그것은 현재와 양립할 수 없는 과거다. 사실 과거는 과거이고 현재는 현재이며 그는 그저 과거의 기억 속 자신과 주변을 떠올릴 수 있을 뿐이다. 때문에 그는 시간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다양한 문학과 예술 작품을 예로 들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 것 같다.


그때 예술 작품만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기 위한 유일한 방법임을 내게 가르쳐 준 빛보다 찬란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새로운 빛이 내 마음속에 비추었다. 그리하여 나는 문학 작품의 이 모든 소재가 내 지나간 삶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 소재는 하찮은 쾌락이나 게으름, 다정함, 고통의 순간에 내게로 와 그래서 내 몸속에 저장되었으나 마치 식물을 키우는 데 필요한 온갖 양분이 보존된 씨앗보다도 더 나는 그것의 용도나 생존 가능성을 짐작하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 이렇게 해서 그때까지의 내 모든 삶은 ‘소명’이라는 이름으로 요약될 수 있으며, 또는 요약되지 않을 수도 있다. - P79~80


지금이야 프루스트 하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문학 작품이 생겼지만 당시만 해도 자신에게 글쓰기 재능이 있는지 문학적 소양이 있는지 끊임없이 되물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는 이러해야 한다는 소신을 통해 거꾸로 작가는 이런 생각을 담으려 한다는 것을 제시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생전에는 성공하지 못한 작가였지만 그런 의미에서 떡잎을 가진 저자임에 분명하다.


사실 각각의 독자는 책을 읽을 때마다 바로 자기 자신의 독자이다. 작가의 작품은 독자가 어쩌면 그 책이 없다면 스스로 보지 못했을 것을 볼 수 있도록 작가가 독자에게 제공하는 일종의 광학 기구에 지나지 않는다. 책이 말하는 것을 독자가 자신의 마음속에서 알아보는 것이 바로 책의 진실을 증명하며, 적어도 어느 정도는 그 반대도 진실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저자의 텍스트와 독자의 텍스트 사이의 차이는 흔히 저자보다는 독자에 의해 결정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순진한 독자에게 책이 지나치게 현학적이거나 난해하고 불투명한 렌즈만을 제공하여 독자가 책을 읽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특징은 독자에게 책을 바르게 읽기 위해서는 어떤 특별한 방법으로 읽을 필요가 있다는 걸 말해 준다. 저자는 그 일로 모욕을 받았다고 여기지 말아야 하며, 오히려 독자에게 “이 렌즈가 잘 보이는지 아니면 저 렌즈가 잘 보이는지 아니면 다른 것이 더 잘 보이는지 당신 스스로가 찾아보세요.” - P99


12권에 이어 작가는 사실주의 문학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다. 그는 사물의 본질만으로는 그 어떤 소통도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진정한 삶, 마침내 발견되고 밝혀진 삶, 따라서 우리가 진정으로 체험하는 유일한 삶은 바로 문학이다. 이 삶은 어떤 점에서는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모든 인간의 마음속에 매 순간 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이 삶을 밝히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보지 못한다. 이렇게 해서 그들의 과거는 수많은 음화(陰畵)로 가득 채워진 쓸모없는 것이 된다. 우리의 지성이 이런 음화를 ‘현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 그리고 타자의 삶도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작가에게서 문체란 화가에게 색채와 마찬가지로 기법의 문제가 아닌 비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문체는 의식적이고 직접적인 방법을 통해서는 불가능한, 세계가 우리에게 나타나는 방식에서의 질적 차이의 드러남이며, 예술이 없다면 우리 각자에게 영원히 비밀로 남아 있을 그런 차이이다. - P74


하지만 나는 그런 시각에는 앞선 리뷰에도 밝혔듯이 회의적이다. 물론 어떤 사람에게 사물이 스치는 기억과 상황이 존재한다면 더 특별하게 느낄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물, 사람, 공간만으로 아무 가치가 없는가 그것은 다른 이야기라 생각한다. 


13권에서는 ‘시간’의 진리, 세월이 변화함에 따른 인생의 노화와 죽음의 수용을 보여주는데 이 부분이 놀랍도록 좋았다. 


사교계도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과거의 세대는 물러나고 세대는 교체되었다. 새로운 세대는 자기들의 문화로 사교계를 변화시키지만 과거의 사람들은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새로운 세대는 과거의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면 이것은 자연의 순리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세월은 흘러가며, 젊음은 늙음에 자리를 내주며, 가장 단단했던 재산이나 왕좌도 무너지며, 명성이 순간적이라는 걸 알아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왜냐하면 그 모든 것을 인식하는 방식이, 말하자면 ‘시간’에 휩쓸린 그 유동적인 세계의 사진을 찍는 방식이 모순되게도 그 세계를 고정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젊었을 때 알았던 사람들을 언제나 젊다고 생각하며, 반면 나이가 들어서 안 사람들은 과거를 회상하면서 그들을 노년의 미덕으로 장식하며, 억만장자의 명성과 군주의 영향력에 아낌없는 신뢰를 보내고 그들이 내일이면 권력을 빼앗긴 채 사라질 것임을 이성적으로는 알면서도 실제로는 믿지 않는다. - P189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이야기할 때도, 우리는 삶의 가장 다양한 풍경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각각의 개인은-나 자신도 그런 개인들 중의 하나이지만-그의 주위뿐만 아니라 타인의 주위에서 그가 이룬 대변화를 통해, 특히 그가 나와 관계하여 연속적으로 차지했던 자리를 통해 내게 시간의 지속을 가늠하게 했다. 그리고 아마도 내가 이 연회에서 지금 막 포착한 ‘시간’이 그 모든 상이한 면들에 따라 삶을 배열하면서 삶의 이야기를 쓰고 싶은 책에서는 보통 사람들이 사용하는 평면 심리학과 대립되는 공간 심리학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했는지. - P303


멀리 지평선에 보이는 것은 신비스러운 위대함의 양상을 띠며, 그리하여 다시는 보지 못할 세계로 닫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고, 바로 다음에 올 세대에게는 우리 자신이 지평선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동안 지평선은 물러가고 끝이 난 것 같은 세계가 다시 시작된다. - P130



영원한 지속은 인간에게나 작품에게나 약속된 것이 아니다. - 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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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12-10 21: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잃.시.찾, 완독 축하드리고 읽으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이 소설이 좋은 부분도 많은데 또 한편으로 공감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 완전하지는 않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도 생루의 죽음과 샤를뤼스의 또 다른 모습, 화자의 글쓰기를 보면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더라고요.

거리의화가 2023-12-11 09:13   좋아요 2 | URL
맞아요 페넬로페님 딱 제 마음이 그렇습니다. 프루스트의 차별적 언사나 행동은 이해도 안 가고 왜 그렇게 묘사해야만 했을까 하는 순간들도 있었어요. 그러나 빛나는 문장들이 많았고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작가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에서는 배울 점이 있었어요. 나와 다른 성향의 작가란 어떤 걸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미미 2023-12-10 23: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13권은 별 4개를 줘야 하나 고민했어요. 게르망트 공작이나 샤를뤼스에 비해 사교계 여성들의 나이든 외모를 너무 나쁘게만 비하하는 듯해서요. 그래도 좋은 문장이 너무 많아서...ㅜ.ㅜ 그리고 프루스트는 일반적인 남성이 아니니까ㅋㅋㅋㅋ
화가님과 약속 지키려고 부랴부랴 읽었어요. 폭풍 속도로 읽으셔서 따라잡느라 조금 힘들었지만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거리의화가 2023-12-11 09:13   좋아요 1 | URL
미미님 저는 원래 별점 짜기로 유명합니다!ㅋㅋ 5점 정말 잘 안 주는데 마지막까지도 그냥 4점 줘야겠다 싶었습니다만 13권은 마음에 박히는 문장들이 많아 저를 또 사로잡더라구요!ㅎㅎㅎ 저도 그런 부분에서는 기분이 불쾌했어요. 주름을 비하한다던지 뚱뚱한 여인을 경멸하는 시선에서는 차별적으로 느껴져서 싫었습니다ㅠㅠ 프루스트의 대표작이지만 유일작이기도 하니까 완전하기보다는 불완전함에서 오는 미도 존재하지 않나 싶어요.
저와의 약속을 지키느라 무리하신 것은 아닌지ㅠㅠ 얼른 털어버리고 싶어서 주말 내내 붙잡고 있었습니다. 미미님 함께 읽느라 고생하셨어요^^

새파랑 2023-12-11 00: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으악 별4개냐? 5개냐 저도 고민했었는데 ㅋ 왠지 이렇게 끝? 전 이런 느낌이 있었습니다...

역시 독서 천재화가님~!! 완독 축하드립니다~!! 전 10년후에나 다시 읽어보겠습니다 ㅡㅡ

거리의화가 2023-12-11 09:16   좋아요 2 | URL
저는 이렇게 끝날것이라고는 예상했는데 저는 프루스트가 아무래도 가까이 하기에는 거리가 먼 당신이라는 생각을 접을 수가 없더군요^^;
ㅋㅋㅋ 10년 후! 시간이 훌쩍 지나서 재독하면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희선 2023-12-11 1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거리의화가 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다 읽으신 거 축하합니다 2023년 가기 전에 다 보셨군요 프루스트가 저세상에서 기뻐할 듯합니다 여전히 자기 책을 읽는 사람이 있다니 하면서... 프루스트는 건강이 아주 안 좋고 걱정도 많이 했던 사람이었던 것 같던데, 이 책 쓰느라 힘을 다 썼을 것 같습니다 다 쓰고 뿌듯하게 여겼겠지요 그런 건 생각해줘야 하겠습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3-12-11 12:55   좋아요 0 | URL
네. 가능하면 올해가 끝나기 전에 반드시 읽고 넘어가자 싶었거든요. 질질 끌면 마무리를 못할 것 같았어요. 프루스트의 작품이 독자들에게 여전히 사랑받고 읽히는 것을 보면 지하에서 분명 웃고 있을 듯합니다.
프루스트가 신체적으로도 약했지만 정신적으로도 건강한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심리 묘사에 능한가 싶기도 합니다. 비록 작품의 흥행을 보고 가지는 못했지만 이런 작품을 남겼기에 프루스트라는 이름과 잃시찾이 남게 된 것 같네요^^

그레이스 2023-12-14 07: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 읽으셨네요
저는 12권!
올해 안에 읽는 건 포기했습니다.
1월까지 갈듯요 ㅠㅠ

거리의화가 2023-12-14 09:45   좋아요 1 | URL
시리즈를 완독한다는 것은 쉽지는 않은 일이죠. 하지만 언제라도 마치기만 한다면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레이스님 남은 여정 화이팅!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2 - 되찾은 시간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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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찾은 시간 1⌟에 해당하는 12권은 잃시찾 시리즈 중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마음이 가장 편안했다. 그동안은 문장들을 붙잡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들이 없어 무기력했던 내게 그나마도 내용의 재미(!)도 알려준 권이었기 때문이다. 


1차 세계 대전이 발발했다. 독일의 통일은 19세기 말에 비로소 이루어졌고 프랑스는 비록 궁정으로 다시 돌아오기는 했지만 1세기 이전 시민 혁명을 경험한 국가였다. ‘귀족’이라는 특권 계층이 내려오고 ‘개인’, 다시 말해 ‘시민’이란 존재가 부각되고 그런 구성원들’의 국가’라는 개념이 부상한 것은 ‘근대’라는 개념과 뗄레야 뗄 수 없다. 주로 책에서는 프랑스 대 독일이라는 대립적 관계로 표현하고 있기는 하지만 1차 대전은 자칭 민족국가 삼국 vs 연합군들 사이의 전쟁이었다. 이 전쟁으로 수면 아래 잠자고 있던 사회적 가치들이 충돌한다.  


동물의 몸이나 인간의 몸, 다시 말해 그 각각이 단 하나의 세포에 비해 몽블랑처럼 거대한 세포의 집합체가 존재하듯이, 개인으로 조직된 거대한 집합체인 국가가 존재한다. 국가의 삶도 개인으로 조직된 집합체를 확대하면서 그 구성 요소인 세포들의 삶을 반복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세포의 신비와 반응과 법칙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국가 간의 갈등을 얘기할 때에도 의미 없는 말밖에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가 개인 심리의 대가라면 그의 눈에는 서로 대립하는 개인들의 응집된 거대한 덩어리가 단지 두 성격의 갈등에서 비롯된 분쟁보다 훨씬 강력한 아름다움으로 비칠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 거대한 덩어리를 키 큰 남자의 몸이 적충류에게 보이는 것과 같은 비율로, 다시 말해 1밀리미터의 입방체를 채우는 데 1만 마리 이상을 요구하는 비율로 볼 것이다. 이처럼 얼마 전부터 다양한 형태의 수많은 작은 다각형들로 그 주변까지 채워진 프랑스라는 거대한 형상과, 최근에 통합되어 예전보다 더 많은 다각형들로 채워진 독일이라는 형상이 서로 싸우고 있었다. - P160


화자는 공쿠르의 미발표 일기를 읽으며 글쓰기에 대한 생각, 자신의 작가로서의 문학적 재능에 대해 돌아본다. 


어떻게 기록 문학이 가치를 가질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이 관찰하는 작은 사물들 아래 그 실재가(멀리서 들리는 비행기 소리나 생틸레르 성당 종탑이 그리는 선 안에 담긴 위대함, 마들렌의 맛에 담긴 과거 등) 들어 있으며, 또 사물들로부터 실재를 끌어내기 전까지 그 자체로는 아무 의미가 없는데 말이다. (…)

삶처럼 단순하며 어떤 아름다움도 찾아볼 수 없는 이런 예술은 우리 눈이 보고 우리 지성이 확인한 것의 권태롭고 무의미한 이중 사용에 불과하므로, 우리는 그런 예술에 전념하는 자가 어디서 자신의 일을 추진할 수 있는 원동력인 기쁨의 불꽃을 발견하는지 자문하게 된다. - P73


나는 기록 문학이 가치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기록 문학, 일명 르포 문학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 분명 있다. 문학이 반드시 개인의 내면을 묘사하는 것만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상황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는 것이 오히려 기록 문학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문학의 상황 자체가 개인과 관련 없다고 해서 그것이 가치가 없는 것일까. 프루스트가 생각하는 기록 문학과 내가 생각하는 기록 문학의 차이가 크구나 생각했다.


12권은 전쟁이 발생하면서 생기는 개인과 사회적 변화가 주제라고 할 수 있는데 프루스트다운 그림 같은 묘사의 기법이 들어가 있을 뿐이지 사실적 상황에 기반한 것은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나는 게으름 때문에 할 일을 매일 다음 날로 미루는 습관이 있는데 어쩌면 죽음도 같을 거라고 상상했는지 모른다. 바로 그날 내가 맞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는 대포를 어떻게 무서워한단 말인가? 게다가 이렇게 따로 형성된 폭탄 투하와 가능한 죽음의 관념은 독일 비행체의 횡단에 대해 내가 그려보던 이미지에, 흔들리는 하늘의 안개 물결로 내 시선에 조각난 모양으로 대롱거리는 그 비행체 중 하나에서, 비록 그것이 살상 무기임을 알았지만 별과 같은 천상의 존재로만 상상하던 비행기에서 어느 날 저녁 우리를 향해 폭탄이 떨어지는 움직임을 목격할 때까지는 어떤 비극적인 것도 덧붙이지 않았다. - P218


전쟁은 개인에게는 벼락과도 같은 일이 아닐까. 갑작스런 전쟁에 개인들은 당황하기 마련이고 내 앞에서 폭탄이 날아올 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내가 1950년에 살아 있었다면 전쟁을 겪었을테지만 지금은 기록으로 알 수 있을 뿐이지 당시의 나였다면 전쟁은 불행한 벼락 같은, 청천벽력 같은 상황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상상의 이미지(또는 기록으로 그리던 이미지)가 실제가 되는 일은 그렇게 찰나일지 모른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이 명철한 의식은 우리 시대에만 존재하지 않고 시대마다 존재했네. 베수비오 화산 근처 도시들의 운명을 우리도 내일 겪게 되리라고 생각하네만, 그 도시의 주민들은 성경에 나오는 저주받은 도시와 같은 운명의 위협을 받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네. 누군가가 폼페이의 집 벽에서 ‘소도마, 고모라’라고 쓰인 계시적인 비문을 발견했으니까.” - P226~227


전쟁은 개인을 변화시키고 사회를 변화시킨다. 애국심과 충성을 불러일으키기도, 공포를 조장하기도 하며 나아가 광기로 발현되기도 한다. 샤를뤼스 씨가 보여준 병적인 공포는 마치 어떤 죽음의 선고 같은 느낌이기도 했다. 


두려움의 기준이 그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위험의 기준에 상응한다고 믿는 것은 부정확하다. (…)

몇 명의 고객들은 정신적 자유를 되찾는 것 이상으로 갑자기 어둠이 덮친 거리에서 뭔가를 하고 싶은 유혹에 이끌렸다. 하늘의 불길이 쏟아지는 이들 폼페이 주민들 중 이미 몇몇은 지하 묘지처럼 컴컴한 지하철 복도 속으로 내려갔다. 사실 거기에는 그들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새로운 원소처럼 모든 것을 적시는 어둠이 그 효과로서 몇몇 사람들에 대한 억누를 수 없는 유혹을 자아내어 평소에는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이르게 되는 그런 애무의 영역으로, 쾌락의 처음 단계를 생략하고 곧바로 들어가게 한다. - P274


100여 년 전 배경의 전쟁을 떠올리며 지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떠올랐다. 누가 그런 고통을 마주하고 싶겠는가.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일상의 소중함을 피부로 느끼지 못했을 우리처럼 그들에게도 아픔과 고통이 사라지고 평범한 일상을 찾을 수 있기를 기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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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3-12-10 23: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프루스트 완독 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
이 경험은 결코 그냥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그래야만 함! 흐흑)

거리의화가 2023-12-11 09:07   좋아요 1 | URL
ㅋㅋㅋ 미미님 마지막 문장 저도 동감합니다. 13권을 읽는데 걸린 시간만 해도 얼마인데 남는 게 뭐라도 있겠지 하는 마음을 갖게 하죠^^ 프루스트가 관념론자라 저는 특히 읽는데 고단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만 그럼에도 값진 경험이었어요.

자목련 2023-12-11 09: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멋진 화가 님. 완독 축하드려요!

거리의화가 2023-12-11 09:27   좋아요 1 | URL
자목련님의 축하 인사가 어느 때보다 기쁩니다^^ 감사드려요!ㅎㅎ

희선 2023-12-11 10: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앞에 열한권을 읽어서 이번 12권이 재미있게 느껴진 거겠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게 쉽지 않았겠지만, 거의 다 와서 좋았을 듯합니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면 좋을 텐데, 여전히 전쟁이 일어나고 그것 때문에 죽고 힘든 사람이 많군요 전쟁이 끝나도 사는 게 쉽지 않겠지만, 전쟁이 없는 게 더 낫겠지요 세계가 평화로워지면 좋겠네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3-12-11 12:51   좋아요 0 | URL
막판으로 올수록 드문드문 읽기는 했지만 그래도 오래 지나지 않고 읽어서 인물이나 사건 등이 기억이 나는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12권은 역사적 배경에 따른 인물과 상황 묘사들이어서 그나마 읽기가 편했어요. 앞 권들에서도 드레퓌스 사건처럼 역사적 배경이 있기는 하지만 19세기이기도 하고 사교회 장면들이 넘쳐나서 힘들었거든요ㅎㅎㅎ
말씀하신대로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어봅니다. 희망이라도 가져야겠죠^^
 
[eBook] 여행하는 여성, 나혜석과 후미코
나혜석.하야시 후미코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신라애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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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 세계 여행을 떠난 두 여성의 이야기다. 여성이어서 겪는 차별, 실존에 대한 고민은 공통적이지만 그 외에는 사뭇 다른 시선이여서 흥미로웠다. 조선인-일본인으로 위치성이 달랐고 계급적으로도 달라 중점을 두는 문제가 달랐기 때문이다. 여행기로도, 에세이로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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