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알랭 드 보통을 만난 건 두번째, 참 묘한 매력이 있다.

어떤 이야기로 나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역시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여행에 관한 탁월한 에세이다.

출발-동기-풍경-예술-귀환, 다섯가지 테마를 각각의 장소와 안내자를 두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처음엔 이게 뭐지 했는데, 저자의 여행의 안내자는 J.K. 위스망스, 샤를 보들레르, 에드워드 호피, 귀스타브 플로베르, 알렉산더 폰 훔볼트, 윌리엄 워즈워스, 에드먼드 버크 욥, 빈센트 반 고흐, 존 러스킨, 사비에르 드 메스트르다.

책과 함께 한 저자의 여행은 대학시절의 답사 여행을 생각나게 한다. 많은 자료와 정보를 수집해 답사를 가고 저자의 생가를 찾아가기도 하고 문학 속 장소를 찾아가기도 했었던 그런 여행,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꼼꼼이 챙겨가며 여행을 즐기지 않는다. 어떤 장소를 찾아가든 그 장소의 경치에 흠뻑 취하기도 하고 막상 찾아간 장소에서 예기치 않은 볼거리를 찾기도 하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여하튼 여행을 떠나고 싶다. 아이들에게도 집 밖의 다른 세계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 떠나고나서 다시 집으로 돌아올때의 그 따뜻한 기분을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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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일 유치원 원서 접수를 시작한다고 했는데 비도 오고 애들 데리고 나가기 귀찮아 우선 인터넷 뱅킹으로 입금만 시켜 놓았었다. 그리고 오늘 유치원에 들러 원복 치수재고, 영수증에 취원 승낙서를 받았다. 그리고 지로용지, 수업료와 재료비, 급식비를 각각 12월 25일, 1월 25일까지 납부하고 영어는 따로 지사로 1년분을 입금하면 된단다.

설명을 듣는 동안에는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는데 집에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3월에 입학하는데 거의 두달전에 원비에 재료비, 급식비를 미리 낸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리 미리 미리 준비를 하는 거라고 해도 두달전에 거의 150여만원을 유치원에 내야한다니 우리집 기둥뿌리가 뽑힐 것 같다. 현준이 유치원비로 쓰려고 들어 두었던 적금은 2월이 만기인데 게다가 카드결제는 절대 안된다니, 뭔가 구린 것도 같은데......그래도 아이를 안 보낼 수도 없고, 모든 유치원이 다 그런 건가? 처음 보내는 거고, 다른 곳은 너무 멀어서 아예 알아 보지도 않았는데 다른 곳도 다 그렇다면 손해보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유치원 생리가 이렇다면 정말 별로라는 생각이다.

얼마전 일본에서는 아이만 낳아라, 정부에서 다 키우겠다며 보육료며 정규 교육과정이 아닌 것도 보조해준다는 기사를 봤었는데, 우리나라는 아이를 낳으라고 말만하지 실제적인 도움은 하나 없고, 기초생활수급자나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좀 주는 것 같지만 실제적으론 별 도움이 안된다는 얘기도 있고, 정말 나라도 마음에 안들고, 그렇다고 애를 바보 만들 수도 없고, 한숨만 나온다. 보육료 감면도 기본 원비를 기준으로 한다고 하니 정말 큰 돈은 개인이 알아서 해야할 형편, 그러니 우리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은 보육시설에 보낼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언제쯤 유럽의 제대로된 교육지원을 배워서 국민들에게 도움을 주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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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12-04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치원비를 몇달치를 한꺼번에 내나요? 액수가 너무 어마어마..
보통 유치원들이 저렇게 미리 내라고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빨리는 아니었던듯..
우리 애들 다니던 곳은 2월달에 냈던것같은데요. 그리고 처음에 내는 돈은 한달 원비랑 6개월치 급식비, 그외 준비물 입학금 해서 한 50만원 정도? 그것만 해도 허리가 휘청하던데... 하여튼 대한민국에서 애 키우기 정말 힘들죠? ㅠ.ㅠ

꿈꾸는섬 2008-12-05 01:41   좋아요 0 | URL
유치원비는 한달치를 내는 건데, 급식비랑 재료비, 견학비, 입학금, 영어교육비가 비싸네요. 정말 대한민국에서 애키우는 건 넘 힘든거 같아요. 클수록 더 많은 교육비가 든다는데 정말 그런가요?

조선인 2008-12-04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경쟁율이 높은 유치원인가봐요? 좀 심하네요. 마로 유치원 보낼 때도 비슷한 요구가 있긴 했는데, 카드결제가 안 되는데 일시불은 못 하겠다고 버티니까 월별로 내게 조치해주긴 하시더라구요.

꿈꾸는섬 2008-12-05 01:43   좋아요 0 | URL
아, 조금은 위안이 되네요. 분납도 가능하다고는 하는데 그걸로 아이에게 차별을 가하진 않겠죠?

무해한모리군 2008-12-04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에서 아이 키우는 친구가 한국 들어오기 무섭다고 하더라구요. 방과후 교실이나 육아시설 수준이 우리보다 월등히 높다고 하더라구요.. 에휴.. 남의 얘기죠..

꿈꾸는섬 2008-12-05 01:4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우리나라는 언제쯤 그렇게 되려나 모르겠어요. 현실에 맞는 교육 여건을 만들어주면 좋겠는데 우리가 내는 세금은 다들 어디에 쓰는지 모르겠어요.
 
개념어 사전
남경태 지음 / 들녘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를 따지며 읽을 필요가 없다. 별개의 개념어를 가나다순으로 배열해 놓았을 뿐 어떤 유기적 연계성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를 지키며 읽어 나갔다. 좀 미련스러운 행동이었을지 모르지만 나름대로 읽어 나가는 재미가 있었다.

이 책은 사전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객관적인 글이라고 할 수 없다. 저자의 주관적인 생각이 서로 연계성을 갖고 있다면 '고삐 풀린 망아지가 좋횡무진 초원을 누비듯이 한 개인이 지적 세계 속에서 좌충우돌하면서 겪고 부딪힌 개념들을 자신의 목소리로 들려'주고 있다. 그래서 어떤 부분에서 그래 그렇지 하다가도 어떤 부분에서는 왜 이렇게 생각할까 하기도 했다.

그래도 이 책을 읽는내내 저자의 지적 수준이 상당하다는 것에 감탄했고 마지막 참고문헌을 펼쳐본 순간 이 많은 책을 다 읽고 소화시켜 다른 사람들에게 인문학적 개념어를 어렵지 않게 말랑말랑하게 들이 밀었다는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철학과 역사를 비롯한 인문학 공부를 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으로 한참 공부하는 학생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대학 1학년때 이진경 <철학과 굴뚝 청소부>를 읽으며 데카르트에서 포스트 모더니즘, 구조주의까지 철학의 전반을 쉽게 이해했었는데 <개념어 사전> 이 책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주의할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쓰여진 글들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만 유독 장학금은 주로 가난한 집안의 학생들에게 배당된다. 특히 학교 외에서 제공되는 장학금, 이를테면 이따금 신문에 미담으로 보도되는 ......10억원을 대학교에 기탁했을 때......가난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초등학교라면 이상할 게 없다. 그러나 대학교 같은 고등교육기관이라면 집안 형편을 기준삼기 보다는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을 지원하는 게 정상이다.......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주는 장학금은 학문의 발전에 기여하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배워 출세하라는 격려금이나 마찬가지다. 권력이나 재력을 물려받지 못한 사람에게 신분 상승의 가능성은 학력을 높이는 길 외에는 없다......아비튀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교육이다. 아비튀스는 복잡한 교육 체계를 통해 이루어지는 무의식적 사회화의 산물이다. 김 교수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의 영향으로 서양 고전 음악에 묻혀 살았을 테고, 무의식적으로 그 취향에 대한 아비튀스를 키워왔을 터다. 반면 박 씨는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나 자칭 '공돌이', 타칭 산업역군으로 젊은 시절 공장에서 일하던 짬짬이 라디오에서 나오는 '흘러간 가요'를 들으며 무의식적으로 나름의 아비튀스를 키워왔을 것이다. 이처럼 아비튀스는 교육을 통해 '상속'된다.

너무도 주관적인 저자의 글에 마음이 아팠다. 가난한 집안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건 학문 발전에 기여하는 게 아니라는 것, 왜 그들에게 기회를 주면 안되는가? 반문하고 싶다. 그리고 아비튀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교육이라며 김교수와 박씨를 비교하는데 결국 박씨도 자신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삶을 산 건 가난했고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 아닌가.

그래도 이 책의 저자를 무시할 수 없는 건 방대한 지식을 자유자재로 사람들이 먹기 좋게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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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매일이 비슷한 생활을 하다보니 날짜에 대한 감각이 무뎌졌다. 그래도 어느새 2008년의 마지막 달인 12월이다. 나는 늘 그대로인 것 같은데 시간은 늘 저만치 앞서간다. 또 이 한달이 지나면 나이를 먹겠구나 생각하면 한숨도 나오지만 이 한달이 지나면 아이들은 또 자라겠구나 생각하면 대견하고 기특하고 그런 가슴 벅찬 감동도 밀려 온다. 그래도 어김없이 1월, 2월, 또 금새 몇 달 후딱 지나고 10월, 11월, 12월이 또 오겠지 생각하면 사는 게 참 재미없는 것도 같고, 어찌 생각하면 또 재미있는 것도 같고, 어리버리 시간만 보내는 것 같아 한심한 것도 같고, 참 형편없이 살고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냥 그렇다.

그래도 12월은 또 금새 지나간다.

연말이라고 여기저기서 모이자는데 아이들 데리고 외출하면 남편은 술 마시고, 난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애들 뒤치닥거리하고, 좋아하는 술 한잔도 제대로 못하고 남편 대신 운전하고 집에 돌아오면 애들 씻기고, 술에 취해 쓰러진 남편은 나몰라라 할거고, 애들 재우고 또 그렇게 반복되는 일을 몇번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니 12월이 좋기도 싫기도 하다. 매일 집에 있으니 나가서 사람들 만나는 것이 반갑긴한데 12월은 추우니 아이들이 감기라도 달고 들어오면 또 며칠을 고생해야하고, 그래도 가족동반 모임이라고 끼워주는 건 그나마 다행이고, 남편 혼자 술 마시러 가는 날은 아예 기다리지 않는 게 상책이고 가끔 만취에 추태를 부리기도 하니 12월이 얼른 지나갔으면 좋겠다.

남자들끼리 만나면 적당히 술마시고 헤어지는 분위기는 전혀 없는 듯, 1차는 밥 먹으며 간단히 한잔, 2차는 가볍게 맥주, 3차는 노래방 혹은 가요주점, 4차는 헤어지기 아쉬우니 딱 한잔만 더......기본 4차까지 하려면 겨울 긴 밤도 짧게 느껴지겠지......다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가 안되는 건 다음날 몸 상해서 고생하는 건 왜 생각 못하는지......이 놈의 12월이 뭐라고......아, 지겹다.

어찌되었든 12월이 얼른 지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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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12-03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월은 너무 바빠서 싫은 달... 새로 해가 바뀌는게 뭐 그리 의미있는 일이라고 그냥 또다른 어제일뿐싶네요. 그냥 빨리 확 지나고 좀 한가해질 1월이 빨리 왔으면 해요. ^^

꿈꾸는섬 2008-12-04 01:09   좋아요 0 | URL
ㅎㅎ그러게요. 바람돌이님도 12월이 무지 바쁘시고 힘드신 것 같아요. 얼른 1월이 왔으면 좋겠어요.
 
내 동생 싸게 팔아요 콩깍지 문고 3
임정자 지음, 김영수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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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는 엄마가 작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모습을 보는 게 마치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걸 보는 아내의 심정과 같다고 한다. 자기 자신에게 쏟아야할 애정을 동생이 가로채고 있는 것처럼 느끼기도 하는 것이다. 부모도 큰 아이보다는 작은 아이의 행동에 관심을 기울이는 경우가 많은 게 큰 아이는 어느 정도 커서 혼자서도 잘하는 일들을 작은 아이는 여전히 서툰 몸짓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큰 아이에게는 자기보다 동생을 더 예뻐하는 걸로 느끼고 그러니 자연히 동생이 미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의 누나 짱짱이는 뭐든지 다 파는 길 건너 시장에 말 안 듣고 귀찮고 더럽고 얄밉고 징징 울보에다 욕심쟁이 먹보 고자질쟁이 바보 동생을 자전거에 태우고 팔러 간다. 짱짱이는 동생이 없다면 엄마, 아빠의 사랑도 독차지할 거고, 엄마한테 야단맞을 일도 없을 거고, 먹을 것도 빼앗기지 않을 거고, 뭐든 좋을 것만 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형 가게의 인형 하나와 바꿀까, 꽃 가게의 꽃 한 송이와 바꿀까, 빵 가게의 빵 하나와 바꿀까, 아니 그냥 친구에게 거저 줘 버릴까도 생각한다. 하지만 동생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니 잠 잘 때 이쁘고, 엄마놀이할 때 아기 시키면 아주 잘 하고, 공주놀이할 때 하녀 시켜도 잘 하고, 왕장님도 할 줄 알고, 심부름도 잘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거저 주긴 아깝고 빵 하나, 꽃 한 송이, 인형 하나와 바꾸는 것도 아깝다는 생각을 한다. '어휴, 산다고 할까 봐 조마조마했네.'하고 짱짱이는 비로소 자기의 마음을 알게 된다.

누나와 동생의 관계에 대해서 누군가가 나서서 누나니까, 동생이니까, 예뻐하고 사랑해야지라고 가르쳐주는 사람은 없지만 짱짱이는 스스로가 누나와 동생의 사이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것 같다. 아무리 얄밉고 귀찮아 팔아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누군가가 산다고 할까봐 걱정하고 안도하는 짱짱이의 마음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 책이다.

우리집은 오빠와 동생인데 늘 동생은 책꽂이에서 책 꺼내 늘어 놓고, 장난감 어지르고 다니면 오빠가 돌아다니며  뒷수습을 하고 다닌다. 그때마다 '현수때문에 내가 못 살아.'라고 말하면서도 오빠를 좋아하는 동생이 자기도 좋다고 한다. 그런 걸 보면 누군가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형제나 남매, 자매의 관계는 자연히 돈독해지는 그런 관계인 것 같다. 사실 이 책을 살 무렵에 아들이 동생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엄마는 왜 현수를 낳았냐고 그랬었다. 그런데 지금은 둘이 너무 좋다고 부둥켜 안기도 하고 뽀뽀도 하고 그런 걸 보면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애정이 생겨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었다.

맨 마지막 동생을 자전거에 태우고 신나게 집으로 돌아오는데 동생이 누나의 머리를 잡아당기는 그림, 너무 인상적이다. 또 다시 누나는 동생의 장난에 시달리겠지만 그래도 누나와 동생은 서로를 아끼며 사랑하는 그런 관계로 자라날 것이라는 걸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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