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대 감기 소설, 향
윤이형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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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형 작가의 책은 처음이다. 

문학평론가 심진경은 "윤이형 소설은 줄곧 약자와 소수자의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한다. 

"기혼 여성들의 정치적 주체 되기의 지난한 과정을 그린 [작은마음동호회], 레즈비언 커플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정상성의 폭력을 고발하는 [승혜와 미오], 성폭력 피해 사실 여부를 중심으로 '성폭력 피해자/가해자' 간의 대립 구도만 앙상하게 남게 되는 성폭력 논쟁을, 피해자에 대한 우리 자신의 고정관념과 통념을 통해 드러낸 [피클]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며 [붕대감기]는 그 연장선상에 있는 소설"이라고 한다. 나는 기꺼이 다른 소설들을 찾아서 읽어볼 생각이다.


하나의 줄기를 따라 이어지는 소설의 형태가 아닌 서로 연결된 다양한 관계 속에서의 여성들의 사연과 에피소드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고 우리 시대의 다양한 연령과 직업군의 여성들을 보여준다. 워킹맘과 전업주부, 젊은 여성과 늙은 여성, 학생과 교수, 기혼여성과 비혼여성 등 각자의 입장과 처지가 다른 다양한 여성들의 이야기는 어느 한편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에서든 페미니스트라고 말하지 못하는 나라는 사람의 이야기도 고스란히 이 소설 속에 담겨 있었다. 같은 여성이지만 서로의 삶이 다른만큼 서로를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가 너무나도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이 소설이 정말 매력적인 것은 이분법적인 사고가 정답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진짜 페미니스트와 가짜 페미니스트, 이런 건 없다고 말이다. 여자로서 살아가기 위해서 선택해야만 하는 것들이 각자의 위치와 형편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게 아닌가하고 생각한다. 


"버스? 이게 버스라면 나 역시 운전자는 아니야. 난 면허도 없고, 그러니 운전대를 잡을 일도 아마 없을 거야. 그건 우리보다 젊은 사람들이 할 일이야. 하지만 우리 이제 어른이잖아. 언제까지나 무임승차만 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나는 최소한의 공부는 하는 걸로 운임을 내고 싶을 뿐이야. 어떻게 운전을 하는 건지, 응급 상황에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정도는 배워둬야 운전자가 지쳤을 때 교대할 수 있잖아. 너는 네가 버스 바깥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우리 모두가 버스 안에 있다고 믿어. 우린 결국 같이 가야 하고 서로를 도와야 해. 그래서 자꾸 하게 되는 것 같아, 남자들에게는 하지 않는 기대를."(p.156)


소설 속 자신의 커리어를 쌓기 위해 학부모들과 정서적 관계를 쌓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던 은정이 미용사에게 자신의 어렵고 힘든 이야기를 꺼내는 것에서 우리가 담고 있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꺼내놓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생각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어디에고 할 수 있어야 공감받고 위로받을 수 있다.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 내 옆에서 나를 위해 기도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든든한 지원군일 수밖에 없다. 소설 속 고등학생때부터 친구인 진경과 세연의 관계와 같지는 않지만, 나에게도 중학교때부터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온 친구에게 문득 전화하여 만나자고 청하고, 만나서 커피 한 잔하며 서로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이야기들이지만 서로가 다른 사람들에게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


"친구가 되는 법"을 아직 모른다는 세연에게 진경은 말한다.

"음....일단 네가 아프거나, 아팠거나, 입원을 했다면 그런 사실을 나한테 알려줘야 해. 그건 친구의 알 권리야. 부담이 될 거라는 생각 같은 건 하지마. 그 정도의 부담은 컨트롤할 능력이 있는 게 친구니까. 너한테 축하라 일이 있을 때도 알려줘. 나는 네 일을 같이 기뻐해주고 싶어. 가서 박수를 쳐주고 맛있는 것을 사주고, 샴페인을 터뜨리고 싶어."(p.157)


친구란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이여야 한다. 또한 다름을 인정해줄 수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반드시 같아질 필요는 없어. 억지로 그러려고 했다간 계속 싸우게 될거야."(p.158)


작가의 말에서 "마음을 끝까지 열어 보이는 일은 사실 그다지 아름답지고 않고 무참하고 누추한 결과를 가져올 때가 더 많지만, 실망 뒤에 더 단단해지는 신뢰를 지켜본 일도, 끝까지 헤아리려 애쓰는 마음을 받아본 일도 있는 나는 다름을 알면서도 이어지는 관계의 꿈을 버릴 수는 없는 것 같다. 꿈에도 서로를 사랑할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 사람들 역시 은밀히 이어져 모르는 사이에 서로를 돕고 있음을, 돕지 않을 수 없음을 이제는 알기 때문에"라는 글을 다시 새겨 읽는다. 우리는 은밀히 이어져 모른 사이에 서로를 돕고 있다는 이 말이 내게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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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2-04-21 1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에 언급하신 작가의 말이 제 마음에 와닿네요. 저도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꿈꾸는섬 2022-04-21 11:34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 오랜만에 반가워요.
작가의 말이 감은빛님께도 가닿아 이 책이 읽고 싶어지셨다니..
읽고 어떤 생각하실지 기대돼요.

단발머리 2022-04-21 1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글도 좋고 작가의 말도 진짜 좋네요.
전 윤이형 소설 안 읽어봐서 잘 모르지만 ㅠㅠㅠ 은밀히 이어져 모르는 사이에 서로를 돕는다는 말... 너무 근사하네요.


수이 2022-04-21 12:58   좋아요 0 | URL
단발님 좋아하실 걸요.

꿈꾸는섬 2022-04-21 21:34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우리도 은밀히 이어져 모르는 사이에 서로를 돕고 있었을 거라고생각해요.
정말 넘 근사하죠!

수이 2022-04-21 1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윤이형은 이 소설집만 읽어보았지만 단번에 팬 됐어요. 너무 나이브하게 끌고 가는 거 아닌가 이게 가능하겠는가 그런 비판도 있던데 소설 면면 읽는 내내 소중했어요. 언니도 별 다섯개 주셨다! :)

꿈꾸는섬 2022-04-21 21:39   좋아요 0 | URL
저도 이 한권으로 팬이 되었어요.
저는 신선했고, 인물 모두 다르지만 소중하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게 우리들 같기도 하구요.

책읽는나무 2022-04-21 2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윤이형 작가님 이 소설책만 읽었는데..저도 비타님처럼 팬이 되었었죠^^
몇 년 전 작가님 수상하신 후, 절필하셔 안타까웠는데....지금은 어떠신지 모르겠네요?
계속 써 주셔야 하는 작가님이신데....
전 <마음 동호회> 의 한 구절이 적힌 독서대가 있거든요. 그래서 독서대를 늘 사용하면서 윤이형 작가를 자주 생각해 보곤 합니다.^^

꿈꾸는섬 2022-04-21 21:42   좋아요 1 | URL
절필하셨다니...이런 안타까운 얘기가 어딨어요. 이제 막 팬이 되었는데ㅜㅜ
다른 글들이라도 찾아봐야겠어요.
갑자기 윤작가님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네요.
 

선생님들이 진짜 산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며
‘문학을 통해 노동을 공부할 강법은 없을까‘ ˝우리는 왜 이것을 가르치지 않았을까˝하는 고민에서 편집된 소설집이다.

70~80년대의 오래된 노동 문학이 아니라 현재 우리 일상이 담긴 노동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 생겨난 신종 직업, 크리에이터를 다룬 김혜진 [어비] - 내가 그토록 못 마땅해하는 먹방, 가짜 블로거 마케팅 직원을 다룬 김세희 [가만한 나날] - 거짓이 만연한 사회, 리뷰 보고 주로 인터넷 쇼핑하는데 ㅠㅠ, 청년 실업을 다룬 김애란 [기도] - 9급 공무원 고시생, 취준생, 50대 설문조사원, 일하는 여성에게 사회가 요구하는 완벽함을 다룬 서유미[저건 사람도 아니다]- 정체성을 잃게 될까 너무 두려웠다. 감정노동자를 다룬 구병모 [어디까지를 묻다] - 비대면, 여성노동자의 일상의 폭력에 공감하며 일단 책을 덮고 출근 준비를 한다. 나도 감정노동자,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해야 하는 하지만 감정을 억합하고 표현하지 못하기보다 나를 자꾸 들여다보며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해 노력중인데, 그래도 힘든 건 힘든 거다.
이주노동자를 다룬 김재영 [코끼리], 산업재해 은폐를 다룬 윤고은 [P], 알바생 이야기 장강명 [알바생 자르기]도 이 사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소설들이다.

막연한 진로와 직업 선택의 기로에서 특별한, 전문적인 직업을 꿈꾸지만 현실에서 그 꿈을 이루며 사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막상 원하는 직업을 구했다고 해서 만족스러울까? 우리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이 사회의 진짜를 만날 수 있는 소설들이었다. 내 아이들에게도 꼭 읽게 하고 싶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낸 소설들을 선별하여 묶어낸 선생님들의 노고와 출판사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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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 대하여 오늘의 젊은 작가 17
김혜진 지음 / 민음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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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삶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딸로서, 엄마로서, 지금 잘 하고 있는 건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이 책을 내려놓고도 오래 지속되었다.

삶에 정답은 없는데 옳고 그름을 따지기 시작하면 모든 게 다 엉퀴어 버리는 것 같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에 만족하고 싶다. 

너무 먼 미래를 지금부터 책임지려고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젠을 통해 들여다 본 삶의 허무함에 지금부터 무기력해지고 싶지는 않다.

딸을 이해할 수 없는 엄마의 마음이 내 마음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딸이라도 충분히 지지해주고 격려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수용해줄 수 있으나 비인간적인 처사는 눈감아주거나 침묵하지 말아야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더 생겨난 듯 하다.

종업원이 뜨거운 우동 두 그릇을 내온다. 수저통을 뒤져 숟가락과 젓가락을 꺼내는 딸애의 얼굴은 조금 지친 것 같기도, 마른 것 같기도, 늙어 버린 것 같기도 하다. - P7

이유 없이 몸이 아프면 무병이라고 하잖아요. 신내림을 받아야 한다고 . 그걸 하지 않으려고 끝까지 버티면 자식에게 대물림될 거라고 말하잖아요. 도대체 누가 그런 걸 제 자식에게 대물림하고 싶겠어요? 그래서 어떻게든 자기가 다 받기로 하는 거겠죠. - P17

제 부모를 요양원에 맡겨 두고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자식은 드물다. 그걸 알면서도 교수 부인은 그만두려 하지 않는다.
그래도 아예 없는 거랑은 틀리지. 정말 몇 년씩 저렇게 혼자 있는 걸 보면 참 딱해. 그러니까 지금 힘들어도 애들 잘 키워. 그게 재산이고 보험이야. - P19

청년들은 젠이 여기 없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하긴 어떤 의미에서 그들이 만나러 온 젠은 이곳에 없다. 그러면 여기 있는 젠은 젠이 아닌가? 이들은 젠에게 벌을 주러 온 것일까? 존경받아 마땅한 젊은 날에 비해 얼마나 초라하고 볼품없어졌는지, 지금 네 꼴이 어떤지 보라는 말을 에둘러 하고 있는 걸까? - P28

언젠가부터 나는 뭔가를 바꿀 수 있다고 여기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천천히 시간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뭐든 무리하게 바꾸려면 너무나 큰 수고로움을 각오해야 한다. 그런 걸 각오하더라도 달라지는 건 거의 없다. 좋든 나쁘든. 모든 게 내 것이라고 인정해야 한다. 내가 선택했으므로 내것이 된 것들. 그것들이 지금의 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닫는다. 과거나 미래 같은 지금 있지도 않은 것들에 고개를 빼고 두리번거리는 동안 허비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늙은이들의 몫일지도 모른다. - P30

문득 삶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해 딸애에게 양해를 구하고 싶다. - P33

딸애는 내 삶 속에서 생겨났다. 내 삶 속에서 태어나서 한동안은 조건 없는 호의와 보살핌 속에서 자라난 존재. 그러나 이제는 나와 아무 상관 없다는 듯 굴고 있다. 저 혼자 태어나서 저 스스로 자라고 어른이 된 것처럼 행동한다. 모든 걸 저 혼자 판단하고 결정하고 언젠가부터 내게는 통보만 한다. 심지어 통보하지 않는 것들도 많다. 딸애가 말하지 않지만 내가 아는 것들. 내가 모른 척하는 것들. 그런 것들이 딸애와 나 사이로 고요히, 시퍼렇게 흐르는 것을 난 매일 본다. - P37

아니. 어쩌면 겁을 먹은 사람. 아무 말도 들으려 하지 않는 사람. 뛰어들려고 하지 않는 사람. 깊이 빠지려 하지 않는 사람. 나는 입은 옷을, 내 몸을 더럽히지 않으려는 사람. 나는 경계에 서 있는 사람. 듣기 좋은 말과 보기 좋은 표정을 하고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뒷걸음질 치는 사람. 여전히 나는 좋은 사람이고 싶은 걸까. 그러나 지금 딸애에게 어떤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 P69

엄마가 세상의 전부라고 알던 아이. 내 말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며 성장한 아이 아니다, 하면 아니라고 이해하고 옳다, 하면 옳은 것으로 받아들이던 아이. 잘못했따고 말하고 금세 내가 원하는 자리로 되돌아오던 아이. 이제 아이는 나를 앞지르고 저만큼 가 버렷따. 이제는 회초리를 들고 아무리 엄한 얼굴을 해 봐도 소용이 없다. 딸애의 세계는 나로부터 너무 멀다. 딸애는 다시는 내 품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 P97

왜 낲면이나 자식만 가족이 되는 건데? 엄마, 레인은 내 가족이야. 친구가 아니고, 지난 7년 동안 우리는 정말 가족처럼 지냈어. 가족이 뭔데? 힘이 되고 곁에 있고 그런 거 아냐? 왜 이건 가족이고 저건 가족이 아닌데? - P105

그냥 있는 그대로 그러려니 봐 주면 안 되는 거야? 내가 뭐 세세하게 다 이해를 해달라는 것도 아니잖아.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며? 각자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다며? 다른 게 나쁜 건 아니라며? 그거 다 엄마가 한 말 아냐? 그런 말이 왜 나한테는 항삳 예외인 건데! - P106

그럼에도 불구하고 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나는 간신히 사민다. 내 잘못이 아니지. 너의 잘못이 아니지.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 그렇게 말한다면 세상의 수많은 피해자들은 어디서 어떻게 누구에게 사과를 받아야 할까. 이렇게 생각하는 나도 예외가 아니다. - P162

나는 내 딸이 이렇게 차별받는 게 속이 상해요. 공부도 많이 하고 아는 것도 많은 그 애가 일터에서 쫓겨나고 돈 앞에서 쩔쩔매다가 가난 속에 처박히고 늙어서까지 나처럼 이런 고된 육체노동 속에 내던져질까 봐 두려워요. 그건 내딸이 여자를 좋아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잖아요. 난 이 애들을 이해해 달라고 사정하는 게 아니에요. 다만 이 애들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도록 내버려 두고 그만한 대우를 해주는 것. 내가 바라는 건 그게 전부예요.

누군가를 보살피는 것의 수고로움. 내가 아닌 누군가를 돌보는 것의 지난함. 실은 나는 아름답고 고결해 보이는 이런 일의 끔직함과 가혹함을 딸애와 그 애에게 알려주고 싶은지도 모른다. 그 애들이 다만 책에서 읽거나, 누군가에게 전해 듣는 게 아니라 직접 경험하게 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10년 뒤, 20년 뒤, 나를 이렇게 보살펴 달라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난ㄴ 이 애들이 자신들의 노년을 젊은 날에는 어떻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그때를, 그렇지만 반드시 찾아고야 마는 그 순간을,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하게 하고 싶다. - P184

아직 철이 없어서 그렇죠, 나중엔 부모님 마음을 헤아리게 될 거에요. 교사로서 학부모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말. 나는 정말 그렇게 될 거라고 믿었는지도 모른다. 그만큼 순진하고 어리석었는지도 모른다. 차라리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아이는 점점 더 엇나가고 멀어질 거라고. 어떻게 해도 부모가 원하는 자리로 되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그럼에도 연전히 그 아이는 내 자식이고 나는 그애의 부모이고, 그 사릴만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고 말해줘야 했을까.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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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03-25 1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꿈섬님 오랜만에 리뷰 반가워요 ^^
늙어버린, 아직도 마음은 소녀같은 엄마의 맏딸로서 두 딸들의 엄마로서 인용문장에 공감되네요. 어찌 지내셨나요 와락~

2022-03-25 1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25 1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엄마 교과서 - 아이랑 엄마랑 함께 행복해지는 육아
박경순 지음 / 비룡소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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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11일, 12일, 19일, 20일 19시-21시 대상관계 이론 교육, 강사: 박경순 교수님.


대상관계 이론 강의가 너무 좋아서 교수님이 집필하신 책을 도서관에서 대출하였다. 

‘부모 됨‘이란 ‘성숙하는 과정‘이라고 보았다. 이것이 이 책을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이다. 완전한 부모가 자녀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경험 없는 부모가 자녀와 함께 성숙해가는 과정이며, 그 성숙의 거름이 되는 것을 ‘갈등‘이라고 보았다. 자녀와의 갈등 속에서 비로소 부모로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생기고, 그 갈등을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성숙해간다고 보았다. 그래서 자녀와의 갈등은 자신이 완전한 부모가 아니라는 수치스러운 증거가 아니라, 성숙으로 가는 긴 여정이라는 점을 전달하고자 하였다. - P10

인간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많은 시간과 인내를 필요로 한다. 마음을 깊이 이해하는 한 가지 방법은 나선형, 즉 나사를 돌리듯 들여다보는 것이다. 같은 자리를 맴도는 것 같지만 보는 깊이가 달라진다. 입체적이고 복잡한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느 ㄴ정신분석적 방법이기도 하다. - P15

‘나르시시즘‘이란 한마디로 나 스스로 ‘내가 잘났다‘고 여기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것은 유아 발달과정에 꼭 필요한 영양소이다. - P18

자녀 문제가 부모 잘못이라고 질책한다면, 그것은 참 억울한 일이다.(중략) 자녀 문제가 절대 부모의 잘못은 아니다.(중략) 아이들은 불편함을 표현할 뿐 해결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스스로 풀 능력이 없고, 그 숙제는 고스란히 부모의 몫으로 남게 된다. 그 다른 대인관계에서의 갈등은 한번 참으면 그만이고, 안 보면 그만이다. 그러나 자녀와의 갈등은 피할 수 없다. 외면할수록 눈앞에 서있고, 피할수록 파고든다. 이것이 부모가 갖는 딜레마이다. - P23

형제자매는 필연적으로 파이를 나누어 먹는 사이일 수밖에 없다. 부모가 자녀들에게 헌신하고 사랑을 많이 준다면, 그 파이 조각의 사이즈가 다른 가정보다 좀 클 뿐, 나누어 먹는다는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파이 나누기에서는 묘한 심리가 작용한다. 다른 사람이 가진 조각이 더 커 보인다는 것이다. - P26

칭찬이 독이 되는 순간이다. 내가 원하는 것보다 남이 원하는 것이 더 중요해지는 순간이자, 나보다 다른 사람이 더 중요해지는 순간이다. 칭찬과 인정에 목말라하게 될 때, 우리는 칭찬이 독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전문적 용어로 ‘참자기(true self)‘가 아닌 ‘거짓자기(false self)로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고 말한다 자크 라캉은 이것을 ‘타자의 욕망‘을 살아가는 삶이라고 표현했고, 프로이트는 이 과정을 ‘2차적 나르시시즘‘이라고 불렀다. 1차적 나르시시즘과 2차적 나르시시즘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는데, 전자는 누구나 당연히 거쳐가는 과정이고, 후자는 좌절을 겪은 후에 나타나는 것이다. 그 좌절을 이론가들은 ‘심리적 대상상실‘이라고 부른다. - P34

엄마가 아이에게 민감하지 못하면, 아이가 엄마에게 민감해진다. - P35

진정한 성숙이란 아주 어린 아이의 모습부터 현재 나이까지의 모습을 고루 갖추고 있으면서 이들을 적재적소에 표현할 수 있는 융통성을 말한다. - P38

"부모는 유아로 하여금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 없이 공격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도널드 W. 위니콧 - P41

아직 말뜻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어린아이의 무례함이나 공격성을 다룰 때 부모가 먼저 이해해야 할 것들이 있다. 첫째, 꾸지람을 들을 때 아이는 부모가 나를 미워한다고 느낀다. 둘째, 아이는 부모가 화내는 감정과 체벌하는 행동을 배운다는 것이다. - P42

유아에게 엄마의 ‘공감‘은 심리적 생존에 필수적이다. 공감의 상실은 모든 올바른 행동의 상실을 가져오며, 아이를 무능력하게 만든다. -하이즈 코헛- - P48

사람은 누군가가 자신을 보아주고, 예쁘다고 사랑스럽다고 말해주기를 바란다. 그러면서 자기 자신을 하나의 파트너, 즉 대상으로 삼게 된다고 한다. 아이들이 손가락을 빨거나 자기 신체의 일부를 만지작거리며 놀며 외로움을 달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나르시시즘이란 ‘심리적으로 공갈젖꼭지를 빠는 것‘과 같은 상태로 표현될 수 있다. 심리적 허기 때문에 무언가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지만 실제로 채워지는 것은 없는 것, 그저 당장에만 무엇낙 허기가 채워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 공갈젖꼭지를 빼면 금세 다시 배가 고파지는 그런 것이다. - P53

유아동기 전체를 하나의 산에 비유한다면 이 남근기적 나르시시즘은 그 산의 정상이라고 할 수 있따. 이후부터 내려가는 길만 남았다.(중략) 그 희열의 경험이 있어야 아니꼬운 세상도 참아낼 수 있고, 나보다 잘난 친구가 있어도 크게 좌절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 P57

아이의 나르시시즘은 정상발달 과정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부모의 나르시시즘이다. 부모의 심리적 허기를 자녀를 통해 채우고자 할 때 자녀는 허덕이게 된다. - P59

아이가 어릴 때부터 언어 이전의 메시지 읽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것을 위니콧은 ‘모성 본능‘이라고 하였고, 코헛은 ‘공감‘이라고 하였다. - P63

칭찬하면 자만해질까봐 일부러 인색해야 한다고 생각된다면, 부모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먼저 갖는 것이 필요하다. - P65

유아들은 마음을 둘로 나눈다. 좋은 것과 나쁜 것. 감당할 수 없는 나쁜 마음은 밖으로 투사한다. 엄마는 아이가 투사한 나쁜 마음을 담아주어야 한다. 엄마가 그것을 소화시키지 못하고 다시 유아에게 되돌아올 때, 유아는 커다란 불안을 경험하게 된다. -멜라니 클라인- - P70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양분해놓는 이유가 있다. 간단하다. 좋은 감정 상태는 내 것으로 갖고 있기 편한 반면, 나쁜 감정 상태는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신체적 균형 상태를 깨트리는 상황을 견디기가 어렵다. - P73

어린아이들이 마음을 둘로 나누어 갖고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기분 나쁜 감정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마음의 방에 칸막이를 나누어 따로 둔다. 좋은 감정도 보호하기 위해, 감당할 수 없는 나쁜 감정을 밖으로 내보내게 된다. 대부분 그 감정의 배설물을 내놓는 곳은 엄마이다. - P78

영유아기가 아이의 ‘감정의 회로‘가 만들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다. 이것을 통해서 아이의 희로애락의 길들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슬픔의 길이 많이 만들어진 아이들은 웬만한 일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다. 만족감을 많이 경험하지 못하고 자란 아이는 작은 좌절에도 쉽게 회복하지 못하는, 탄력성 없는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다. - P81

아이가 견디기 힘든 감정을 감당해주는 여과기가 없을 때, 아이의 마음은 통합되지 못하고 한쪽만 가지고 살아간다. 동그라미만 가지고 살거나, 가위표만 가지고 살거나, 순둥이가 되든가, 제 고집대로 하든가. 착한 아이로 살거나, 망나니 같은 아이가 되거나, 이렇게 행동이 전혀 다른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다. ‘결핍‘ 즉, 감정의 여과기가 없었따는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있다. - P83

아이의 모든 행동에는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 아이가 부모에게 보내는 중요한 감정이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아이의 행동에는 부모가 자신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한 메시지의 결과일 때도 있다. - P86

공격성은 본능에서 시작해서, 외부로 한 바퀴 돌아 두려움으로 되돌아오는 순환 고리를 갖게 된다.
(중략) 공격성의 역동은 두려움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된다. - P88

생후 2년이면 공격성이 본격적으로 올라오는 시기이다.
(중략) ‘무례함‘에서 나오는 행동들을 다루는 방법은 이것을 놀이로 순화시키는 것이다. - P89

세 살 이후에 보이는 공격성은 좀 더 경쟁구조를 띤다. 누구보다 더 잘하고 싶고, 누구보다 더 사랑받고 싶고, 그것이 좌절되어 나타나는 것일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때의 공격성은 우울감과 관련될 경우가 많다. - P90

‘철들지 않은 모습‘은 아이만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일생에 어느 순간에도 다시 되돌아오지 않는다. - P105

아이를 잘 이해하고, 잘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어떤 아이였고 우리 부모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 P107

역동적인 가족 치료사인 보웬이 말하기를 ‘부부는 정신적 성숙도가 같은 사람들끼리 만나게 되고, 이것이 자녀에게 대물림 된다‘고 하였따. - P112

성숙이란 흔히 ‘어른스러운 행동‘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으로 성숙을 설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오히려 그 어른스러움이 미성숙을 방어하기 위한 것일 때도 있다. 무엇이든 지나친 것은 무언가를 방어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지나치게 엄격하다든가, 지나치게 금욕주의적이라든가.
심리학에서 성숙한 사람이란 유연한 사람이다. 어린아이부터 자신의 나이까지 유연하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 P113

‘자존감이 높다‘는 것은 말 그대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는 뜻이며 따라서 누가 뭐라고 해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자존심이 세다‘는 말은 낮은 자존감을 감추기 위해서 단단히 무엇으로 감싸려는 태도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상처받는 상황에 민감하고 쉽게 타협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고집이 세고, 남의 말에 잘 귀 기울이지 않으려고 한다. 약한 자존감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성숙하지 못하다는 의미이다. - P114

반성할 줄을 모른다거나,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거나, 혹은 욕심이 없고 하고 싶은 게 없다고 부모들이 설명하는 아이들이 있다. 처음부터 그런 아이는 없다. 인간이 가장 감정적이고 예민한 시기는 다름 아닌 어린 시절이다.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하지 않는 아이는 없다. 무언가 내가 최고가 되고 싶다는 의지가 처음부터 없었던 아이는 없다. - P115

무의식에 갇혀 있는 것들은 주로 가장 가까운 사람들, 내가 사랑해야 할 가족 속에서 흐르게 된다. 그러한 부모들의 마음속 방에 아이들은 알게 모르게 배치된다. 이것이 가족의 역동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 P117

사춘기에 부모와 각을 세우는 것은 정상발달이다. 부모를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부모와 자녀가 수직관계에서 수평관계로 자리 이동을 한다는 의미이며, 청소년 대상 정신분석학자들은 이 시기를 ‘두 번째 분리-개별화 시기‘라고 한다. 부모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부모를 한 인간으로 평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성인이 되어갈 준비를 한다는 뜻이다. - P121

살가움에 대한 경험이 없는 내가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살가움이 무엇인지를 배우고 느껴보는 일이다. 부모교육이나 이론은 그 다음이다.
살가움이 양육에서 가장 중요한 이유가 있다. 엄마와 아이 사이에 일차적인 의사소통은 피부접촉이다. 아이가 예뻐서 어쩔 줄 몰라 바라보고, 안아주는 느낌을 유아는 피부를 통해서 받아들인다. 그것이 사랑의 경험이며, 건강한 자아, 자존감으로 발전해가는 마음의 핵이 된다. - P122

아이를 키울 때는 삽을 깊게 파는 것이 좋다. 그래야 뿌리가 상하지 않는다. 마음을 크게 가지라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로서 내 마음이 깊어야 한다.
마음이 깊으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 P125

신생아의 행복감은 온저히 신체적 만족을 통해서 얻어진다. - P131

신생아의 수면주기도 타고난다.
(중략) 어떻게 하면 아이를 잘 재울 수 잇을 까. 가장 중요한 것은 유아마다 다른 수면 주기를 잘 관찰하면서, 나름대로 규칙적인 생활리듬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아이들은 생후 1년동안 기억력이 발달한다고 한다. 어떤 생활 패턴이 반복되면 아이들은 그것을 기억하고 조건을 형성하게 된다. - P137

원인이 무엇이든 수면 문제로 아이와 부모가 힘들어지면 복잡한 역동에 얽히게 된다. 밤에 아이가 자지 않으면 말할 수 없이 밉다. 난감한 것은 이때 미워진 아이에 대한 마음이 잘 회복되지 않는 것이다. - P138

우리가 자주 말하는 ‘자아‘는 거대한 비밀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영유아의 사소한 일상적 경험을 통해서 축적된다.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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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지음, 크리스토퍼 코어 그림 / 연금술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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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22년 2월 22일 오후 8시30분~ 독서모임.

나는 여행이 좋았다.
삶이 좋았다.
여행 도중에 만나는 기차와 별과 모래사막이 좋았다.
생은 어디에나 있었다. 사람들이 켜 놓은 불빛이 보기 좋았다.
내 정신은 여행 길 위에서 망고 열매처럼 익어갔다.
그것이 내 생의 황금빛 시절이었따.
여행은 내게 진정한 행복의 척도를 가르쳐 주었다.
그것은 철학이나 종교적인 신념 같은 것이 아니었다.
신반을 신고 나서면 언제나 그 순간에, 그리고 그 장소에 존재할 수가 있었다.
과거와 미래, 그것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 여기 살아 숨 쉬는 것을 가슴 아프도록 받아들여야만 했다.
매 순간을 춤추라.
그것이 여행이 내게 가르쳐 준 생의 방식이었다.
바람을 춤추라, 온 존재로 매 순간을 느끼며 생을 춤추라.
자신이 내딛는 발걸음마다 춤을 추며 신에게로 가라.
학교는 내게 너무 작은 것들을 가르쳤다.
내가 다녀야 할 학교는 세상의 다른 곳에 있었다. - P4

"당신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이것이오. 좌절하지 말고 즐거운 마음으로, 원숭이가 골프공을 떨어뜨린 바로 그 자리에서부터 여행을 계속하라는 것이오." - P40

"숙박비를 깍는다고 해서 방이 새것이 되는 건 아니잖소. 당신이 지금의 이 방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방 값을 깍는다해도 완벽하게 만족하진 못할 것이오." - P43

"신이 준 성스러운 아침을 불평으로 시작하지 마시오. 그 대신 기도와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하시오.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불평을 한다고 해서 무얼 얻을 수 있겠고? 당신이 할 일은 그것으로부터 뭔가를 배우는 일이오." - P45

"행복의 비밀은 당신이 무엇을 잃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얻었는가를 기억하는 데 있소. 당신이 얻은 것이 잃은 것보다 훨씬 많다는 걸 기억하는 일이오." - P47

"그대가 바꿀 수 있는 일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바꾸면 되기 때문이다. 또한 그대가 바꿀 수 없는 일에 대해서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걱정한다고 해서 그것이 바뀌진 않을 테니까!" - P48

"이것을 잊지 말게. 삶에서 만나는 중요한 사람들은 모두 영혼끼리 약속을 한 상태에서 만나게 되는 것야. 서로에게 어떤 역할을 하기로 약속을 하고 태어나는 것이지. 모든 사람은 잠시 또는 오래 그대의 삶에 나타나 그대에게 배움을 주고, 그대를 목적지로 안내하는 안내자들이지." - P63

"걱정하지 말아요. 난 원래 아무것도 없던 사람이에요. 그러니 본전보다 밑지진 않은 거에요. 지금까지도 그랫뜻이 앞으로도 신이 모든 걸 보살펴 줄 거예요." - P72

"진리는 단순한 것이오. 마살라 도사(야채를 다져 넣은 인도식 팬케이크)를 먹을 때는 마살라 도사만 생각하고, 탄두리 치킨(닭고기에 향료와 요구르트 등을 발라 진흙 화덕에 구운 요리)을 생각하지 말것!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당신은 어디서 무엇을 하든 행복할 것이오." - P101

삶의 중요한 것들은 직접 경험해야만 자신의 것이 되는 법 - P103

"음식에 소금을 집어넣으면 간이 맞아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소금에 음식을 넣으면 짜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소. 인간의 욕망도 마찬가지요. 삶 속에 욕망을 넣어야지. 욕망 속에 삶을 집어 넣으면 안 되는 법이오!" - P105

신은 그 거지 여인을 통해 내게 말하고 있었다. 인간은 서로 만져 주어야 한다는 것을. 시인이든 문둥병 여인이든 누구나 만져주기를 원한다는 것을. 아무도 만져 주지 않는다면 길에 버려진 망고 열매처럼 영혼이 쪼그라들어 버린다는 것을...... - P125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는 아무리 가벼운 것도 무거운 법이다. - P129

"신이 창조한 날은 단지 오늘뿐이란 말이오. 어제와 내일을 만드는 건 바로 우리 자신들이오. 안 그렇소?" - P143

잔티는 대답 대신 다른 얘기를 했다.
"이곳 바라나시에서의 생활을 그리워하게 될 거에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이곳에서 내 삶에 대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거든요."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세상을 떠나와 하릴없이 여러 날을 보냈지만, 나 역시 그 어느 시간보다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 그 무렵 나는 아픔이 있었고, 그 아픔은 유일하게 시간만이 치유해줄 수 있는 것이었다. 인간의 삶은 어린 시절에 잃어버린 한두 개의 꿈을 되찾으려는 긴 여행이라는 생각이 든 것도 그 무렵의 일이었다. - P165

"당신은 어떤가요? 당신의 삶에는 봄이 왔나요?" - P167

"그대는 왜 부처가 아닌 체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언제까지 그렇게 부처가 아닌 것처럼 가장하며 살 것인가? - P196

"당신들은 언제나 다음을 이야기하죠. 하지만 다음이란 없어요. 내 말을 잘 들어요. 우리도 항상 다음으로 미루며 살아왔지만, 어느 날 갑자기 나라를 빼앗기고는 모든 것이 달라졌어요. 집을 잃고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우리가 뒤로 미루기만 하던 일들을 하나도 할 수 없게 되었어요.(중략) "우리의 삶에 다음이란 없어요. 지금 하거나, 하지 않거나 둘중 하나일 뿐이에요. 늦기 전에 그걸 깨달아야 해요." - P203

"당신들 여행자들은 왜 그렇게 맨날 바쁘게 돌아다니죠? 무거운 배낭을 메고 하루는 여기 하루는 저기. 그렇게 빨리 다녀서 얻는 게 무너가요? 다람살라를 3일 만에 떠난다면 당신은 아무것도 못 본 거나 마찬가지예요." - P204

"나는 내 고장어인 마르와리어와 내가 기르는 낙타들의 언어, 그리고 신과 대화를 나누는 영혼의 언어를 이해할 줄 안다오. 뒤의 두 가지는 아마도 당신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외국어일지도 모르겠소."
"당신들이 아무리 외국어 실력이 유창하다 해도, 신과 대화를 나눌 줄 모른다면 그 모든 것은 쓸모없는 일일 것이오." - P217

인도는 내게 무엇보다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했다. 세상을 사람들을, 태양과 열기에 들뜬 날씨를, 신발에 쌓이는 먼지와 거리에 널린 신성한 소똥들을, 때로는 견디기 힘든 더위와, 숙소를 구하지 못해 적막한 기차역에서 잠들어야 하는 어두운 밤까지도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서은 나 같은 여행자에게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내가 누구이든지, 그리고 내가 어디에 서 있든지,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축복하는 것, 그것이 내게는 여행자로서 가장 중요한 통과의례였다. - P246

‘인도를 눈으로 보지 말고 마음으로 보라.‘
(중략) 인도에서든 삶 속에서든 나는 신비를 발견하는 눈을 잃지 않고자 노력했다. 나는 별을 바라보는 사람이고자 했다. 따라서 나는 신비주의자라고 나무랄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나는 정말로 신비를 찾아가는 자이고, 세상에는 나 같은 사람도 있는 법이니까.
당신의 삶이 외로울 때, 그 외로움을 소란스러움과 친교로 채우기보다는 평화로움과 인상적인 대화, 진리에 근접하는 경험들로 채우려 한다면 마따히 인도로 갈 일이다. 그래서 길을 잃어버릴 일이다. 진정한 자신의 길을 발견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세워 놓은 질서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질서를 발견하는 것, 그것을 나는 자유라 부른다.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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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2-02-23 1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가운 분 :)

꿈꾸는섬 2022-02-23 10:21   좋아요 1 | URL
vita님 안녕하세요. 반겨주셔서 감사해요. 근데 닉네임이 바뀌셨나요, 누구실까요?

수이 2022-02-23 10:22   좋아요 0 | URL
언니 저 수연이요 ㅋㅋㅋㅋㅋㅋㅋ

꿈꾸는섬 2022-02-23 10:23   좋아요 1 | URL
ㅎㅎㅎ알라딘은 넘 오랜만이라...ㅎㅎㅎ

수이 2022-02-23 10:24   좋아요 0 | URL
이제 자주 와요 언니 ❤️

꿈꾸는섬 2022-02-23 10:24   좋아요 0 | URL
네~♡

단발머리 2022-02-23 14: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꿈섬님!!! 저 달려왔어요!!
너무 오랜만이세요~ 잘 지내시죠?
이제 자주 오시는거죠? 😍😍😍

꿈꾸는섬 2022-02-23 14:45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반겨주셔서 감사해요.
자주 올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