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의 서재는 둥지이다

 

 

책들을 위한 집

20대부터 자연스럽게 제 방은 나를 위한 방이라기보다 책을 위한 방이었습니다. 서재가 따로 있었던 것이 아니라서 거기서 책과 함께 자고 먹고 놀고 다했죠. 그래서 어떤 공간을 보면 먼저 책을 둘 장소부터 생각하게 됩니다.
이 집을 처음 만났을 때 내부는 텅 빈 채 골조만 올라가 있는 상태였어요. 천정이 높다는 이유로 덜컥 이곳으로 이사를 결정했습니다. 천장이 높으면 책을 많이 넣을 수 있겠다 싶어서였지요. 제가 외부에 작업실을 두고 작품을 쓰는 체질도 아니고 우리 식구는 같이 글을 쓰는 사람들이기에 집안에 서재가 두 개는 필요했어요. 그래서 그냥 집 자체를 서재화, 작업실화 시켰습니다. 그래서 문을 열어놓고 외출해도 걱정이 없을 정도에요. 책 말고는 가져갈 게 없으니까요(웃음). 하지만 이러한 서재를 만들기 위해 일상적인 것들을 많이 포기했고 그것이 나중에 저를 많이 불편하게 하더군요. 책꽂이를 하나 더 만들기 위해 2층 화장실을 포기하는 등 오로지 책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생활적인 면에서는 많이 불편해졌습니다.
하지만 이 많은 책들을 보며 '이것을 내가 가지고 있구나'. '너무나 많은 것을 내가 누리고 있구나' 하는 묘한 안도감과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아직도 빈 책꽂이가 많아서 앞으로도 상당기간 마음 놓고 책을 꽂을 수 있다는 사실이 참 기쁩니다.


다 읽고 나니 봄이 왔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3개월 동안 읽었던 삼성출판사의 한국문학 전집 60권은 저의 자양분이었어요.
낮에도 창에다 검은 도화지를 붙여 방을 어둡게 하고 불을 켜고 읽었죠. 겨울에 읽기 시작했는데 다 읽고 나니 봄이 왔고 뭔가 다른 힘이 생긴 듯이 든든해졌죠. 문학을 하다 보니 여전히 문학신간 위주의 독서가 주가 되긴 하지만 작품을 쓰다 보면 필요에 의해 하게 되는 독서도 상당수 있어요. 이를테면 낚시꾼을 묘사하기 위해서 낚시입문 서적을, 토끼를 등장시키기 위해 토끼 기르는 법에 관한 책을 읽기도 합니다.
30대 지나면서는 저절로 심리학, 정신분석 ,역사, 철학, 미술 ,신화 쪽으로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도스토예프스키는 다 읽기가 벅차서 악령 빼고는 나중에 나이 들면 읽어야지 하고 미뤄놓기도 하고 이방인 같은 작품은 매년 한 번씩 다시 읽어보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전기나 자서전 ,평전을 읽는 재미에 푹 빠졌어요. 스콧니어링 자서전이나 로렌 아이슬리 자서전 ,로맹 가리 전기를 보면서 저는 그렇게 못 살았지만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그 영역이 얼마나 광활한지를 실감하죠.
그때마다 인간에 대한 신뢰가 싹트기도 합니다.

한 권의 책은 곧 한 명의 사람

서재는 제 보금자리이자 둥지여서 따로 분리가 안 되요. 그냥 함께 사는 것이지요. 책도 그래요. 한 권의 책은 곧 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한 권의 책을 읽는 다는 것은 한 사람과 깊이 소통하는 일과 같습니다. 모르고 있던 해박한 지식이나 세상의 수많은 낯선 이야기들을 알 수 있으니 사실 나로서는 득만 보는 소통이 되겠네요. 그들을 통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인간이라는 존재가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 지에 대한 교감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에게 책은 곧 사람이고 저 자신이기도 합니다.

 

미셸 투르니에처럼

햇볕이 잘 드는 한낮에 블라인드를 다 올려놓고 책장을 올려다 보며 서재 바닥에 누워볼 때가 있어요. 바닥이 타일이라 차가워요. 그래도 마치 마당에 누워 있는 것처럼 아늑하답니다. 제겐 조카들이 많은데 그들이 몰려와서 서재에서 이 책 저 책 들춰보며 뒹굴기도 하고 책을 읽는 것을 볼 때면 기분이 참 좋아요. 그래서 프랑스의 미셸 투르니에처럼 주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서재를 만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는 오래된 수도원을 구해서 집으로 여기고 사는데 항상 문을 열어두어 온 동네 아이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논다고 해요. 투르니에가 없을 때도 말이죠.
나중에는 소중한 책을 낸 저자들도 초대해서 낭독회를 가져볼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당장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동의도 구해야 하는 일이니 정말 먼 훗날쯤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네이버 홈피 '지식인의 서재'중에서 

네이버 메인화면을 보면
지식인의 서재라는 코너가 눈에 띈다.
현재 13명의 지식인의 서재를 찾아가 인터뷰를 하여 실은 코너인데 꽤 흥미롭다.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지식인들을 찾아갔는데 '지식인'이란 단어가 내내 눈에 거슬리긴하나,
그들의 어릴적부터의 독서생활이나 습관,자신의 가치관에 귀기울여 듣노라면 문득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그중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작가가 두 명 눈에 띈다.
신경숙과 김훈작가의 서재도 실려 있는데 특히나 신경숙작가의 서재 사진을 보고 가히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어쩜~~하다가 그리고 역시~~ 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서재가 많이 부럽고 탐난다.
안그래도 창작블로그에서 올라오는 그녀의 소설 읽는 재미에 흠뻑 빠져 있는지라 서재사진을 보고 나니 그녀의 소설을 읽을적엔 간혹 그녀의 서재 한 켠에 앉아서 그녀의 작품을 읽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한다.
나는 언제쯤 저런 멋진 서재(앞서 책들을 위한 집)를 가질 수 있을까?

그전에 독서가 먼저여야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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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나무님 고구마가 너무 맛나요
    from 잡식성 귀차니스트의 책읽기 2009-10-27 23:51 
    벌써 도착했네요. 정말 빨라요. 아이들이 더 좋아하네요.  친정어머님이 농사지으신 고구마를 이리 덥썩 받아서 어쩌나 싶어요. 따님이랑 손주들 먹이려고 얼마나 힘들게 농사지으셨을까요? 다른 어떤 것보다 이렇게 손수 농사지은 작물을 받을때는 더 고맙고 맘이 짠합니다. 농사야말로 거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지난한 과정인걸요. 아이들 입던 헌옷과 비교할 수 없는 감사한 선물이었습니다.  양이 얼마 안된다고 하시더니
 
 
비연 2009-08-08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신경숙의 서재를 보고는 정말 감탄사가 절로 나왔더랬습니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의 로망이죠..흑

책읽는나무 2009-08-20 08:20   좋아요 0 | URL
맞아요.
멋진 서재를 가져보는 로망은 언제쯤 실현될까요?
항상 책만 가지는 자가 먼저인가?
소장하지 않아도 읽은 자가 먼저인가?
이 두 가지를 놓고 고민을 많이 하는데 그래도 책을 가지고 내서재를 가져보는 게 소원이 되기도 하네요.

프레이야 2009-08-09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식인의 서재, 저도 네이버에서 보고 감탄하고 부러워했어요.
김훈, 이적의 서재와 동영상도 좋더군요.^^

책읽는나무 2009-08-20 08:17   좋아요 0 | URL
저도 기억에 남는 서재인들이 신경숙과 김훈 그리고 이적 만화가 이현세도 기억에 남네요.
어릴적 독서에 관한 기억들을 논할때는 이적과 이현세가 인상적이었어요.
이적은 공부하시는 어머니곁에 같은 거실에서 삼형제가 나란히 독서를 했었던 그시간이 참 행복했었다고 추억할때 참 부러웠어요.
참 여유있고,행복했겠다라는 느낌이 절로 오더라구요.
그리고 이적을 다시 바라보게 되기도 했구요.^^

치유 2009-08-19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며 감탄하며 역시..했더랍니다.저 역시 김훈서재도 좋았어요..
책많은 서재무조건 좋아하는 버릇만은 분명 아니였구요..

책읽는나무 2009-08-20 08:14   좋아요 0 | URL
맞아요.김훈 서재도 인상적이었어요.
막장에 비교한 것도 인상적이었구요.김훈작가는 글쓰는 작업들이 정말 막장에서 일한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서재를 막장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글쓰는 것도 광부가 일하 듯이 하는가봐요.^^
모두들 자신의 서재를 나에게 어떤 무엇이다라고 대답하는 모든 장면들이 참 괜찮더군요.

2009-08-27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영엄마 2009-08-28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나무님~ 막내는 이번 여름에 옷 한 벌 안 사고-절대 엄마가 짠순이라서 그런 거 아녀요~-, 님이 보내주신 옷들로 여름 한 철 잘 입고 보냈답니다. 늘 고마운 마음으로 아이에게 옷을 입히고 있어요.
아래 글보니 쌍둥이도 이제 많이 컸군요. 아이들이랑 여행도 다니시고, 부럽네요.

책읽는나무 2009-08-30 10:10   좋아요 0 | URL
헌 옷을 제대로 부쳐드렸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여름 한 철을 보내셨다니 민망하기도 하고 기분 좋기도 하고 그렇네요.^^
사실 저도 바람돌이님께 해아와 예린이 옷을 몇 년전에 물려받아(사실 엊그제 또 한 박스를 받았더랬어요.^^) 그 옷들 잘 입히고 몇 벌은 님의 따님께 간 것도 있어요.이집 저집 옷을 물려받다보면 그 옷들 입히기 바쁘게 계절은 금방 지나가더이다.그래서 요즘 전 한 계절에 외출복 한 벌씩 또는 내복이나 속옷만 사도 무던하게 보낼 수 있더라구요.
내년에 유치원을 가게 되면 또 어떨지 모르겠지만요.

이젠 애들이 좀 커서 자주는 아니지만 여행도 다닐 수 있고 그렇네요.
애들이 참 많이 컸다는 걸 느껴요.^^
님도 내년 한 해만 더 고생하신다면?
그리고 위에 언니들이 둘 이나 있어 내년쯤엔 많은 도움이 되시지 싶어요.
힘 내세요.^^

2009-10-26 0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26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09-10-28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신경숙작가의 저 서재를 보고 혀를 내둘렀는데,,,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제일 부러운 곳은 서재가 아닐까 해요~.
저도 제 서재를 갖는게 로망인데,,,어느 세월에~.ㅎㅎㅎ

그전에 독서가 먼저라는 일침은 따끔합니다~.ㅎㅎ
잘 지내시지요?
 

올여름휴가 숙박은 강원도 평창에서 2박을 했다.
이틀째는 팬션에서 가까운 곳 계곡을 찾아 아이들 물놀이를 시켜줬다.
나는 수영을 못한다.그래서 물놀이를 그닥 즐기지 않는 편이라 여지껏 아이들에게 수영장이나 해수욕장을 제대로 데리고 가보질 못했다.올해는 큰맘먹고 계곡에 담궈 주리라 작정하고 계곡물에 발을 담궜더니 물이 어찌나 차가운지 깜짝 놀랐다.
아이들은 입술이 새파래져선 덜덜 떨면서도 재밌어한다.그모습에 아이들이 이리 물놀이를 좋아하나? 싶어 더 놀랐다.아둔하고도 아둔한 재발견이지만.....

계곡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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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놀이를 한 후 팬션으로 돌아와 아이들 씻기고 사발면을 끓여 먹고 있노라니 소나기가 확 쏟아졌다.타이밍을 적절하게 맞춰 집으로 돌아온 것에 감탄하면서 빗소리 들어감서 사발면을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그때 코로 스며드는 비냄새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난 비냄새가 왜 그리도 좋은지.....

소나기가 그치길 기다리면서 신랑은 야구 중계를 보다가 한 숨 자고....
성민이는 닌텐도 게임하고,둥이들은 나랑 침대에서 뛰놀고.....
그렇게 한 시간여 시간을 보내고 나니 비가 그쳐 그길로 근처 이효석 문학관으로 향했다.

이효석문학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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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을 하고서 삼일째는 대관령의 양떼 목장을 찾아갔다.
전날 물놀이를 하고 양떼 목장을 가려고 했으나 벌써 문닫을 시간이었던지라 넘 늦어
못갔는데 둥이들이 양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래서 아침부터 그렇게 바라던 양을 보러간다고 신나서 갔는데 워낙 겁이 많은 아이들인지라 막상 눈앞에 있는 양을 보니 상상했던 것과 많이 달라서 그런지 표정이 영 떨떠름했다.
억지로 만져보게 하니 둥이들 기겁을 하고 고함을 질러댄다.
되려 별흥미가 없어 보이던 성민이가 양을 보니 신나서 난리였다.
양을 만지고 사진찍기 싫어하는 녀석이 매번 사진 찍어달라고 난리였다.

양떼 목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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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내려오는 길은 삼척쪽으로 둘러 내려왔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한 윗층언니네가 삼척에서 같은날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같은 강원도로 휴가 날짜가 딱 맞아 떨어져 같이 동행하려고 했으나 우리네는 이미 평창쪽으로 팬션을 예약완료한 상태고 언니네는 바닷가 물놀이를 겸한 삼척에서의 숙박을 예약을 마친 상태라 어찌 어찌 상의를 하다 복잡하여 그냥 따로 놀다 내려오는 날 같이 만나 식사라도 하자고 약속을 했었더랬다.헌데 언니네는 시누이식구와 함께 동행을 하고 있었던지라 약간 부담스러웠다.
또한 그날따라 아침부터 핸드폰 배터리가 나가버려 연락이 안되어 안그래도 심리적 부담감이 있었던터에 그냥 편하게 놀다 내려오는 것이 안낫겠나 싶어 부러 연락을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래도 약간 스토커 증세가 있는 울부부는 끝내 삼척을 끼고 내려왔다.
만날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해서 바닷가를 낀 도로를 내리달렸다.
내려오다 중간에 용화해수욕장에 잠깐 차를 멈추고 아이들 바닷가에 발이라도 담가줄 요량으로 파도를 만나러 갔는데 애들 첨엔 파도를 보고 겁먹더니 나중엔 결국 우려했던대로 옷을 홀랑 젖어버렸다.그래도 아이들은 재밌어하더니 잠깐 바다구경만 한다는 것이 한 시간을 뛰어댕김서 놀았다.

용화해수욕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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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8-08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머리 자르셨네요. 더 어려보이는구만요. ^^
아이들 표정이 살아있는게 정말 예쁘네요. 지윤이 지수는 클수록 엄마를 닮아가는 것 같고요. 쌍둥이이면서도 미묘하게 다른게 눈에 보이네요. ^^
해수욕장 빼고는 저희도 몇년전에 다녀온 곳이라 요번 페이퍼에서는 염장이 좀 덜하네요. 아 영월은 정말.... ㅠ.ㅠ 해아랑 예린이는 저 수영복 입었을때 정말 배가 뽈록(특히 해아요)했는데 지윤이랑 지수는 날씬하구만요. ㅎㅎ

책읽는나무 2009-08-08 02:46   좋아요 0 | URL
올초에 컷트머리로 확 잘랐다가 지금 열심히 기르고 있는중이랍니다.짧은 머리 도대체 감당키가 어려워서 말이죠.짧은 머리 정말 부지런해야 관리가능한 머리란걸 매번 느끼면서도 한 번씩 마음이 동하면 저지르곤해요.

울애들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좀 빈티나게 많이 말라서 말입니다.수영복이 아직은 헐렁해서 내년까지도 충분히 입겠더라구요.살이 안찌다보니 옷은 참 오래 입힐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그래도 좀 쪘음 좋겠어요.특히 성민이는 너무 말라서 참 서글픈 몸매에요.

2009-08-08 0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울보 2009-08-08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점 어려지시는거 아니예요,
저 어제 님 페이퍼 보고 내일 영월에 가려고요,
고씨동굴 우리는 류 학원때문에 일박은 못해도 그냥 이곳저곳 보고 싶은곳 보고 오려구요,,
저기 보이는 양때목장은 작년에 류랑 대관령이랑 같던곳,,
즐거운 시간을 많이 보내신것 같네요,,
 

아이가 첫방학을 한지가 벌써 삼주가 다되어간다.
입학을 하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것이 익숙치 않아 노심초사했었는데 한 달정도 지나니 차차 몸에 배이기 시작하였다.
오전 10시에 등원하던 유치원 시절과 달리 8시 넘어 등교하는 시간이
아침에 눈을 뜨기가 힘들어 그렇지 막상 학교에 보내고 나니,
나는 오전시간이 이렇게나 길고 긴 시간이란 걸,
생전처음 느낀 사람처럼 서너 달을 아주 달콤하게 보냈었다.
(대신 고즈넉한 심야시간이 없어져 무척 아쉽긴 하지만....아침형 인간으로 바뀌니 애들 재운다고 이불위에 누워있음 매일같이 애들보다 내가 먼저 잠들어버리기 일쑤~~)

그런데 첫여름방학을 맞이하고서 정말 정신없는..그래서 지옥같은(?) 방학시간이라고 하는 엄마들의 원성이 조금씩 피부에 느껴져 순간 많이 당황했었다.
애들 셋이서 하루종일 먹고 싶다고 아우성을 쳐대니 삼시 세 끼에 중간 중간 간식 세 끼에...셋을 번갈아 가면서 샤워시키고...방학한 첫 주는 너무 힘들어서 지쳐 쓰러지는줄 알았다.
더군다나 성민이 학교에서 방과후 수업을 하나 하는 것이 있는데 이수업이 월,수요일 아침 9시부터 수업이 짜여져 있어 이날만큼은 학교 보낼때랑 비슷하게 일어나 밥 먹여서 학교를 보내야하니 이것도 보통일이 아니다.

암튼...그래도 사람은 환경에 다 적응하기 마련인지라 지금은 좀 많이 적응되었다.이시간에 컴앞에 앉아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지난주 신랑의 여름휴가 일정이 짜져 있어 그일정에 맞춰 가족여행겸 휴가를 다녀왔었다.
올해는 강원도를 둘러보고픈 충동이 일어 강원도로 결정하게 되었다.
평창쪽 팬션이 예약이 되어 일단 예약부터 하고보고 서서히 그둘레를 살펴보면서 여행 계획을 짰었다.맨처음 이효석 문학관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그래서 그곳을 구경하고 오랜염원이었던 메밀꽃밭을 거닐어보겠다 싶어 내심 기대만발이었다.(하지만 이튿날 그곳에 가보니 문학관은 그런대로 소박하나마 구경은 잘 했다만 메밀밭이 다 갈아엎어져 있어 메밀꽃을 하나 구경못했다.문학관 입구에 이효석 이름을 새겨놓은 비석 뒤에 조그맣게 심어놓은 그꽃밭이 다였다.거기라도 사진을 찍고 왔어야 했는데 무척 아쉬웠다.그나마 애들을 메밀꽃을 심어놓은 큰화분앞에 사진찍은 것이라도 있어 그걸로 위안을 삼고 있다만......내내 아쉽고 허전했다.)

휴가 첫날 우리는 영월을 들렀다.
지나가는 길목이기도 했고,얼마전 조선인님의 영월에 대한 답사문을 읽으면서 나도 그땅을 밟아보고 싶다라는 욕구가 불끈~~
그래서 우리도 영월 장릉과 청령포에 들러보았다.
강원도를 다녀오면서 제일 기억에 많이 남았던 곳이 바로 영월이었다.
다녀오길 제일 잘했던 곳이었다.(이참에 조선인님께 감사!^^)

(영월 장릉과 청령포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조선인님의 페이퍼에 잘 소개되어있다.
그래서 나는 대략 생략키로~~~쿨럭!
대충 사진으로 때우기로~~~~~쿠..쿨럭!!) 

장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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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령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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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9-08-07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풍경 사진들이 참 예쁩니다.
저도 휴가때 이곳에 들렀습니다.
단종의 깊은 한이 서려있어서 그런지 아름다움과 슬픔이 공존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쌍둥이들 많이 컸네요.

책읽는나무 2009-08-07 23:47   좋아요 0 | URL
금방 님의 페이퍼에 댓글 달았어요.
작년쯤엔가 님은 이곳 통도사를 들렀다 가셨죠?
그때도 참 아쉬웠는데 매번 님과는 아슬아슬하게 비켜가네요.
이것도 인연이 아닐까? 싶어요.
훗날을 기약하기 위한~~~~
그날을 기대하겠슴돠.

조선인 2009-08-07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망향탑의 소회가 저와 같다니 괜히 아릿해집니다. 비켜간 시간이 아쉽네요.

책읽는나무 2009-08-07 23:46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곳곳 다니면서 님과 같은 생각,
님도 나와 같은 눈으로 바라보았겠지?란 상념으로 둘러보았던 것같아요.
세실님과는 하루 상간으로 청령포를 들러 더 놀랍고 아쉽더라구요.
나중에 아예 알라디너들만 모아서 답사를 같이 가는 것이 어떨까? 싶네요.^^

프레이야 2009-08-07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여름 영월 다녀오신분들이 벌써 여러명 눈에 띄네요.
위에 세실님도^^
둥이들이 요렇게나 많이 컸군요. 넘 귀여워요.^^
민이도 의젓해보이구요.
청령포 맑은 물에 눈이 맑아집니다.

책읽는나무 2009-08-07 23:43   좋아요 0 | URL
전요.님의 알라디너명이 바뀐줄 몰랐어요.
언젠가 님과 순오기님등 몇 분의 만남이 이루어진 페이퍼에서 열심히 읽다가 뒤늦게 아차~ 하면서 이름이 바뀐줄 알았다니깐요.
참 무심했네요.언제 바꾸셨어요?

영월~
참 좋은 곳이었어요.
청령포엔 또 가고프네요.^^

순오기 2009-08-08 09:50   좋아요 0 | URL
순오기가 등장해서 깜놀~~ ^^
강원도쪽은 많이 가보질 못해서 사진으로 잘 보고 갑니다.
이번 주말엔 토지문학관에 갈 듯하지만요.

울보 2009-08-07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휴가를 보내고 오셨군요,
우리도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데,,ㅎㅎ

책읽는나무 2009-08-07 23:41   좋아요 0 | URL
아직 휴가전이시군요.
멋진 계획 세우셔서 멋진 휴가 보내시길 바랄께요.
한적한 곳에서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것이 가장 멋진 휴가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그런지 그렇게 생각되어지네요.

바람돌이 2009-08-08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어쩌다보니 저 영월을 못가서 이렇게 애가 탑니다. ㅎㅎ
풀밭에서 숨바꼭질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그림입니다. 너무 예쁘네요. 역시 놀기에는 셋은 되어야 딱 놀기 좋아지는군요. 둘도 좀 심심.... ^^
저야말로 요즘 방학이 무지하게 힘겹습니다. 이건 무슨 내가 운전수도 아니고 아이들이 스케이트 배우러 다니는 바람에 실어나른다고 힘들어죽겠네요. ㅎㅎ

책읽는나무 2009-08-08 01:47   좋아요 0 | URL
요즘 둥이들이 오빠랑 노는 것에 장단이 좀 맞는 것같아요.작년까지만해도 셋이서 따로 따로 놀거나 둘이서 오빠를 방해하는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오빠가 시키는대로 고분고분 잘 따라하기도 하고(가끔은 예민한 오빠가 화를 자주 내는지라 오빠가 화내면 오빠 무섭다고 하기도 하고,요즘은 간 크게 마구 대들기도 하지만요.) 숨바꼭질 같은 놀이도 줄곧 하기도 하고 그러네요.
물론 다 보이는 곳에 숨거나 술래가 열을 세기도 전에 미리 숨은 곳을 가르쳐주면서 달려나오기가 다반사지만요.^^

안그래도 그때 영월을 예약했다가 취소하셨단 댓글을 읽은 기억이 나네요.그래도 다른곳에서 좋은 구경 많이 하셨겠죠?

스케이트라함은 신세계의 아이스링크 그곳 말씀이신가요?
힘드시겠는데요!
애들 방학하니까....정말 정말 엄마로서 많이 힘드네요.
전 운전 못해도 집에서 힘들어요.개학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죠.ㅎㅎ
 

그동안 극히 무심했었고 소심한 자로선
하루종일 텔레비젼을 지켜보면서 고인의 마지막 가는길을 지켜보는 것으로 대신했는데...
유가족들의 모습을 바라볼적엔 그저 가슴이 먹먹해질 수밖에 없었다.

정치적인 이념을 넘어서
아버지를 잃은 아들과 딸..그리고 슬퍼도 해야하고 또 가족을 챙겨야하는 며느리.
할아버지는 잠시 여행을 다녀오시는 것뿐인데 왜 사람들이 이렇게 모여서 절을 하고 울고 있나?
의아해하는 손녀의 눈빛.
남편을 잃은 아내의 소리없는 눈물. 
그들의 슬픔은 그어떤 말로도 비교할 수 없는 깊은 슬픔들이다.

이젠 좀 남아있는 그들에게 더이상의 상처와 아픔을 주지 않았음 좋겠다.

큰아이가 자꾸 내게 묻는다.
"대통령할아버지가 왜 죽었어요?"
대통령이 죽을 수밖에 없는 우리네 현실을 어떻게 아이에게 설명할까?
참 암담하다.
작은 쌍둥이들은 자꾸 영결식 채널을 내게 고정시켜준다.
그리고 묻는다.
"엄마! 슬퍼요?"
그래~
참 많이 슬프다.
너희들이 컸을땐 이렇게 슬프고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나지 않는 세상이 오면 좋으련만.

남은자들이 힘을 내서 세상을 바꾸려면 이렇게 넋을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내아이에게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설명해주려면 우선 나부터 공부를 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그래서 갑자기 마음이 바빠진다.

시간이 많이 지나면 아이손을 붙잡고 봉하마을을 한 번 다녀오자고 신랑과 다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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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쪼록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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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 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그날 나는 가족과 함께 무거운 마음으로 약속된 소풍(?)을 갔었고, 그 곳에서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 쓰여진 표지판의 시를 묵묵히 읽었다.
그리고 일주일동안 전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소식을 접하는 동안 내내 떠나지 않았던 것이 바로 이 '귀천'이었다.줄곧 이 시는 천상병 시인의 시가 아니고 노대통령이 말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라고 헛갈릴정도로 일심동체가 되곤했다.

미공개 사진 중 청와대 잔디에서 두 다리 쭉뻗고 휴식을 취하는 장면과 쇼파에서 잠을 청하는 사진을 들여다보면 그의 삶이 참 고단했겠단 생각에 아름다운 세상 즐거운 소풍을 끝낼 수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대통령 임기기간에는 정치불신으로 인해 그다지 깊은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하지만 임기가 끝나고 고향으로 내려와 마을 사람들을 돌봐주는 그의 모습에서 대통령이라면 저정도는 되어야지 않겠나! 뒤늦게 박수를 쳤었다.

어쨌든 이젠 하늘로 돌아가셔야만 하는 분이 되셨는데,
부디 고단한 소풍 끝내신만큼 그곳에서 편히 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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