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 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그날 나는 가족과 함께 무거운 마음으로 약속된 소풍(?)을 갔었고, 그 곳에서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 쓰여진 표지판의 시를 묵묵히 읽었다.
그리고 일주일동안 전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소식을 접하는 동안 내내 떠나지 않았던 것이 바로 이 '귀천'이었다.줄곧 이 시는 천상병 시인의 시가 아니고 노대통령이 말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라고 헛갈릴정도로 일심동체가 되곤했다.

미공개 사진 중 청와대 잔디에서 두 다리 쭉뻗고 휴식을 취하는 장면과 쇼파에서 잠을 청하는 사진을 들여다보면 그의 삶이 참 고단했겠단 생각에 아름다운 세상 즐거운 소풍을 끝낼 수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대통령 임기기간에는 정치불신으로 인해 그다지 깊은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하지만 임기가 끝나고 고향으로 내려와 마을 사람들을 돌봐주는 그의 모습에서 대통령이라면 저정도는 되어야지 않겠나! 뒤늦게 박수를 쳤었다.

어쨌든 이젠 하늘로 돌아가셔야만 하는 분이 되셨는데,
부디 고단한 소풍 끝내신만큼 그곳에서 편히 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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