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부터 탄력받은 민군은 요즘 좀 무서운 속도로 책을 읽어내는 것같다.
나는 기껏해야 보름만에 한 두 권을 읽었을뿐인데 녀석은 몇 권을 읽은 것이야?
제대로나 읽고 있는 것인지 심히 의심스럽긴 하나 책을 읽는 것에 의의를 두는지라 따로 독서기록을 하지 않아 돌아서면 자신이 무엇을 읽었는지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 어째 좀~~
녀석의 독서이력은 거의 나와 흡사하다.
잡식으로 마구잡이로 손에 잡히는대로 읽고 읽었으면 그것으로 만족하는 스타일로,
돌아서면 주인공이며 책제목이며 바로 까먹는다는 것!
아주 특별하게 감동적이었던 책만 기억할뿐!

이렇게 방치하면 안되는데..하면서도 저도 바쁘고(?),나도 바쁘다 보니(?) 일단 읽고보자식이다.
올해부터는 이렇게나마 기록이라도 해야되겠단 생각이 든다.
도대체 녀석은 어떤 종류의 책을 읽고 있는 것인지 분석을 할 필요가 있겠다.
그래서 얼마전부터 성민이의 책 읽기 현황 분석표를 작성하여 도서관에서 분류별로 빌려 온 책들의 숫자를 그래프로 색칠해 나가기 시작했다.
0번부터 900번대까지 쭉 나열해서 한 권씩 색칠해나갔더니 녀석은 800번 문학이랑 900번 역사쪽만 편독하고 있었던 것이다.문과체질인가?
남자애치곤 과학이나 수학관련책은 그닥 좋아하지 않는 것같다.
문과계통의 사회부분은 또 재미나게 읽는 것같은데....
그래서 요즘 도서관에서 부러 300,400번대 사회과학쪽 책을 집어오곤 한다.
000번 철학책도 빼놓지 않고....^^
그래서 요즘 300,400번대도 그래프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골고루 그래프를 세우기는 쉽지 않다.
500,600,700번대는 나조차도 쉽게 빌려지지 않는 책들이긴하다.
(나는 재밌는데 녀석은 흥미가 별로~~)

그래도 노력한 덕분에 요즘 일 년전에 사다줬건만 거들떠보지도 않던 CSI형사대 과학동화책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신기했다. 신기한 스쿨버스책도 재미없다라고 하더니 이책은 재밌단다.열심히 읽더니 며칠만에 10권을 다 읽어냈다.11권을 사달라고 조른다.중순까지 좀 기다려보라고 했더니 급기야 스스로 알라딘을 검색해서 들어가더니 11권책을 다시 검색하고 미리보기로 혼자서 읽고 있다.헐~~

갑자기 아이가 많이 큰 느낌을 받는다.
바로 몇 달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한 행동들을 하다니!
여러해동안 알라딘에서 봐왔던 초등0학년 박예진양(지금은 고3이 되었다고 하던데) 초등최상철군(상철군도 지금은 중학생이 되었던데.)처럼 또는 알라딘2세들 아영엄마님의 아영이처럼 스스로 알라딘 블러그를 작성하고 꾸며 나가는 것에 감탄해마지 않았었는데...혹..혹시...
성민군도 초등4학년 심성민이라는 닉넴을 붙이는 것은 아니겠지??
아냐~ 아냐~
성민이는 독후록 쓰는 것을 엄청나게 싫어하는 아이인지라 절대 그럴리는 없을께다.
더군다나 타자실력은 또 얼마나 뒤처지는지~~
그럴리가 없을께다.
하지만...내가 더 겁내하는 것은 만약 녀석이 알라딘에 접속한다면 날 즐찾할까봐 두렵다.

성민아!
엄만 네가 내글을 읽는 다는 것!
절대 원치않아~
여지껏 나를 아는 사람에게 십 년이 넘도록 공개하지 않았는데 
이 비밀스런 공간을 너에게 다 까발리고 싶지 않단다.
그러니 우리 그냥 오프라인 공간에서 얼굴 바라보면서 사이좋게 결코 어색하지 않게 살자꾸나!
요즘 엄마는 지윤이랑 지수는 안아줘도 괜찮은데 널 안아준지가 너무 오랜지라 오늘 아침에 널 안아줬을때 엄마 무척 어색했었거든!
널 보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 또한 실은 속으로 무척 어색하고 뻘쭘하단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네가 엄마 서재를 들락거린다면 아마도 너에게 화를 낼정도로 무척 부끄러울 것같구나!

그래서 답은 하나!
어제 얼른 11권이랑 12권 주문해줬다.
애들 시리즈물 권 수 많은 책들은 절대 사면 안되는 것이었는데~~ㅠ
생각지도 않게 앗~ 시리즈도 손을 대기 시작했는데 나는 이시리즈가 100권이나 넘게 있다는 것을 뒤늦게야 알았다.작년에 무슨맘으로 주문을 한 겐지??

요즘 내책은 별로 산 것도 없는 것같은데 작년여름부터 플래티넘에서 절대 내려오지 않고 잘 버티고 있다.여름에 책장을 하나 샀는데 지금 꽉 차서 하나 더 주문해야될판이다.
집은 좁고,책은 자꾸 늘어나고....
책때문에 집을 넓혀야 될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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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2-02-08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저도 우리 큰애가 좀더 커서 블로그 만들고, 혹 알라딘 서점 알게 되서 제 서재를 알게 된다면,- 저도 님처럼요. 아이에게 알려주기 싫거든요. ㅎ - 큰아이는 저에게 "엄마, 저에 대해 까칠함과 짧은 인내심을 강조해 적어 놓으셨네요. 참 감사합니다."
이럴까봐...

책읽는나무 2012-02-09 07:13   좋아요 0 | URL
ㅋㅋ
아마도 더한 말로 엄마를 뒤로 발라당 넘어가게 할 지도 몰라요.
요즘 아이들 얼마나 말빨들이 쎈지....
학교 들어가기 전의 알라딘2세때가 가장 좋았던 것같아요.
모든 것을 좋게,예쁘게만 보여 모든 것이 용서가 되던 그때 말이에요.
이제 님도 일 년이 지나면 입학시키네요.
아마도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에요.ㅋ

 

 

 

 

 

 

 

 

 

 

 

 

 


만두님의 책을 받아들고 읽기 시작했다.
책의 앞부분에서는 글들이 눈에 좀 익었다.
그러니까 한참 사생활은(?) 팽게치고 서재질에만 매진했던 일명 서재폐인들속에 합류한 그때였던 것같다.그래서 모든 글들이 눈에 익었고,그때 느꼈던 만두님의 쾌활하고 당찬 성격들이 글 속에 묻어 있었다.
 
특히나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노랫말까지 실려 있는 글에선 나의 영향이 아니었나? 의심이 될 정도였다.그시절에 내가 서른을 맞이하고 있었고,나는 그것이 무슨 세상이 끝날 것같은 아쉬움에 푸념을 하염없이 늘어놓았었다.만두언니는 아무말없이 다독여 주셨다.
얼마나 철 없는 사람이라고 여기셨을까?
지금 내나이가 그시절 그렇게 철 없는 나를 다독여준 만두님의 그나이가 되었단 것을 뒤늦게 알았다.몇 년전의 그시절을 생각하니 참으로 낯 뜨겁고 민망하다.
힘든 내색없이 철딱서니 없는 동생을 다독이 듯 그렇게 대해줄 수 있었다니 만두언니는 그렇게 맏이의 행동을 알라딘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하시고 계셨구나! 뒤늦게 깨닫는다.
나라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가소롭다라고 여기지 않았을까!

그래서 뒤늦게 좀 많이 그립다.
지금 이순간도 님 앞에서 마흔이 될 적에 마흔 하기 싫다고 또 투정 부리고 싶으나,
이젠 그녀가 없다.
(그렇다고 만순님께 투정 부릴 수도 없는 일!)

아마도 만두성님은 이렇게 댓글을 달고 싶으셨을 것이다.
"이젠 니가 다른 이들에게 다독여라~"
아마도 그러고도 남으실 분이다.
하지만 난 성님을 따라갈 경지가 아닌데....ㅠ

중반부 들어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글들이 눈에 익지 않는다.
내가 서재질에 뜸해질 무렵이라 그런 것같은데...
글들이 참으로 아프다.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읽어내기가 참 힘겹다.
그리고 가족을 생각하는 님의 모습이 애틋하기도 하고,마음 아프기도 하고...

그때 힘 내시라는 말 한 마디 던져드리지 못한 것이 못내 죄송스러울따름이다.
그리고 눈을 감으신 것도 몇 년이나 지나서 알게 되었으니 더욱더 송구스럽다.
이렇게 매번 뒤늦게 후회한다.

책을 읽으면서 책 속에 올라온 알라디너들의 닉네임을 접할때마다
아~ 그분이 있었지~
뒤늦게 반가워했다.
지나간 모든 것은 추억으로 남게 된다지만,
한 번씩 그시절 함께 한 서재인들이 알라딘에 접속하지 않아도 문득 문득 생각나곤 한다.
이래서 연을 맺는다는 것은 참으로 무섭다.
근황이 어떠한가 부러 찾아다녀보길 며칠째 계속 진행중이다.
상처를 받아 서재를 굳게 닫아버린 님도 계시고,바빠서 서재가 잠시 보류중인 분도 계시고,
드문드문 근황을 알려주시는 분도 계시고,
아직도 건재하신 님들도 계시다.^^

나 또한 주기적으로 책을 주문하느라 서재에 들어오긴 하였으나 글을 자주 올리진 못했다.
작년 달력을 보니 한 해 중 페이퍼 하나만 올렸더라는~~
요 몇 년은 그렇게 잠깐 잠깐 페이퍼 한,두 개로만 '살아 있다'는 소식만 잠깐 비춘 것이 다였다.
그몇 년 사이 알라딘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같아 사실은 조금 낯설기도 하다.
그래도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주신 분들이 있기에 힘을 내고 살을 부벼본다.
또한 새로운(?) 님들과도 서먹하지만 조금씩 안면을 터 나갈 생각이다.
낯가림이 심하여 알라딘에서도 아는 사람만 댓글을 남기곤 하였으나
몇 년동안 읽을거리,볼거리 하나 없는 서재임에도 불구하고 즐찾등록수는 줄어들지 않고
눈에 띄지 않게 계속 늘고 있었고,방문수도 저렇게 많이 늘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리고 이책이 그동안 게으르고 나태했던 나를 다잡아준다.
만두님은 이렇게 저세상에서도 나를 다독여주는 무서운 힘을 가지신 분이다.
만두님의 서재에 들락거리면 아직도 계신 듯해 편안하다.
어서 빨리 책의 마지막부분을 읽어야겠다.

오늘은 도저히 커피를 안마실 수가 없어서 한 잔 했다.
서재질을 할땐 항상 커피를 앞에 놓고 하던 버릇이 있어 어쩔 수가 없다.
속은 좀 쓰리겠지만 마음은 편안하다.
오랜만에 서재질을 하면서 님들의 근황을 읽으니.....


모두들 건강하시고 즐거운 하루 되시길^^
만두언니도 건강하고 좋은 하루 되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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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7 2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08 1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08 1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08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린이 동문선 고전을 만나는 기쁨 1
심후섭 엮음, 권문희 그림 / 처음주니어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오래전부터 고전의 중요성을 여러사람들이 강조하고 또 강조하곤 하였으나 사실 어른들도 딱딱한 고전을 접한다는 것이 지레 겁을 먹기 일쑤인데 어린 아이들에겐 더더욱 고리타분한 책으로 여겨질 것이 뻔하기에 꼭 읽어야하는 것인줄은 알겠으나 쉽게 권해지지 않는 책이 바로 고전에 관련된 책들이다.

오래전부터 아이에게 고전을 읽히고 싶은 욕심은 늘 있었다.
고전을 접하다보면 생활의 길잡이가 되어 고단한 마음을 기댈 수도 있고,살아가는 동안 좋은 본보기가 되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수히 많은 고전속에서 또 딱딱한 한문체로 씌어져 뜻을 이해하기 어려운 구절들이 많은 책들중 어떤 책을 선뜻 잡아야할지 선별하기가 어려웠다.그래서 자꾸만 차일피일 미루게된다.
혹자는 아이들에게 고전을 꼭 읽히라 강요하되, 어떤 책이 어떤 내용으로 명시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제목의 책을 읽혔으면 좋겠다고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으니 실천키 어렵다.
이왕이면 고전책들의 리스트라도 있었으면..싶었는데 '초등고전 읽기 혁명'이란 책을 읽고서 눈이 번쩍 트였다.책 뒷편엔 목록 리스트가 학년별로 잘 구분해주고 있었다.
꼭 같은 제목의 같은 출판사 책이 아니어도 가지치기식으로 다른 책들을 검색해볼 수 있으니 좋은 길라잡이가 될 수 있는 책이다.

그중 이책은 추천목록에 명시되어 있는 책은 아니고,가지치기식으로 골라든 책인데 제법 읽는 재미가 쏠쏠하면서 구절구절마다 큰울림으로 다가오는 책이었다.
이책은 논어나 명심보감처럼 착하고 선한 행동을 하라는 큰가름침이 문장으로 명시된책은 아니다.
옛선비들의 문집이다.그러니까 지금으로 해석하자면 에세이집이나 수필집같은 느낌이다.
東文選(동문선)의 한자가 '동국(東國)의 사람들이 남긴 글 중에서 뛰어난 것을 가려 뽑아 모은 문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한다.여기서 동국은 우리나라를 가리킨다.
중국에서도 '문선'이라는 문집이 있다고 하는데 이책은 135명의 작가가 쓴 7백여 편의 작품이 실려있는 반면 우리네 '동문선'에는 500여명의 선비들의 4천 3백여 편이 실려있다고 하니 실로 어마어마하다고 할 수 있다.그만큼 우리네 사람들은 예로부터 책을 읽고 글쓰기가 생활화되어 있다는 셈이다.어디서 읽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옛시절 우리나라를 둘러보고 간 외국인은(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ㅠ) 기행문에 우리네 사람들은 집이 아무리 가난하여도 집집마다 책이 꼭 들어차 있어 책을 읽는 모습이 무엇보다 질투심이 날정도로 부러웠다라고 기록했다 한다.
다른이들이 우리네 조상들을 투기할정도의 능력을 지금 현재 우리네들이 그능력을 이어받아 나가야할터인데 너무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사는 우리들을 얼만큼 책을 읽게 만들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옛선인들의 글들은 범접하기 어려울만큼 고고하다.그래서 어린아이들이 다가가기엔 쉽진 않을 것이다.자연을 바라보며 신선의 경지까지 오른 선비들이 자연과 더불어 욕심 없이 살아가는 것,자연에 순응하면서 사는 삶이 최선이라는 주제를 문장을 통해서 얼만큼의 감동으로 가슴에 와닿을지는 의구심이 든다.아마도 초등고학년정도는 되어야 그뜻을 미약하나마 삼분의 일,이정도는 감동받지 않을까,싶다.물론 독서의 내공이 있는 아이라면 받아들이는 양은 또 다를 것이 분명하다.

동문선에 실린 글들은 그종류가 다양하다.
격문,제문,시,기록문,일기,기행문,상소문,외교문서,재판 판결문,비문등이 실려 있는데 이책에는 주로 격문,기록문,일기문,기행문,상소문,제문,시등이 실려있다.
또한 삼국 및 고려시대별 선비들의 글과 조선시대 선비들의 글을 따로 실어 시대별로 변화된 사회상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글 한 편마다 마지막엔 지은이의 약력과 함께 그글을 왜 쓰게 되었는지 그글이 내포하는 뜻이 무엇인지 간략하게나마 풀이를 달아 한페이지를 장식해놓아 약간의 도움은 될 것이다.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면 더 다양한 글들이 많았으면 하는 욕심이 일지만 초등생들이 읽기 편하도록 풀어썼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런대로 동문선의 입문서로는 적당한 책인 것도 같다.
동문선을 읽어보지 못했기에 얼마만큼 쉽게 풀어쓰고 글을 다듬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초등고학년 아이들이라면 무리없이 읽혀지리라 생각된다.

비록 아이들이 읽는 동문선이라지만 어른이 읽어도 너무나도 좋은 글들이 많아 내가 읽을만한 동문선을 따로 주문하기도 했다.
사실 아이에게 읽어라 강요하기전에 내가 먼저 읽어야할 책이 바로 고전이 아닌가 싶다.
그중 동문선은 훈계가 아닌 잔잔한 호수를 연상케 하는 주옥같은 글들이 많아 생각을 많이 품게 하는 책이라 나도 함께 읽어야만 될 보석같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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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님의 암에 대한 글이 적힌 페이퍼를 읽어내려가면서 조금 뜨끔했다.
나도 오늘 오전에 내과를 다녀왔었다.
작년 가을쯤부터 계속 속이 쓰리고 아픈 증상이 계속 되어 위내시경을 찍었었다.
조금 붓고 빨갛다라고 하며 큰 이상은 없는 소견을 들으면서 크게 한시름 놓았었다.

병원이란 곳은 나이먹어갈수록 가기가 참 꺼려지게 되고,
문턱을 넘는 순간 의사입에서 내가 상상하는 그소리가 나올까봐 약간의 두려움과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그리고 정말 듣고 싶었던 그소리를 듣게 되면 비로소 생명이 연장되는 듯한 안도감이 들어 긴장이 풀리게 되는데 지금 이나이에 이러하다면 나중에 나이를 더 먹게 된다면 이긴장감을 어찌 감당할지 가늠할 수가 없다.

이긴장감을 오늘 또 경험하게 되었다.
일주일전 몸살을 심하게 앓으면서 위가 탈이 났는지 일주일 동안 밤에 잠을 자는 것이 힘들었다.
아이들이 그동안 보름여의 기간동안 셋이 돌아가면서 열이 났다가,하나는 구토를 했다가 좀 아팠었다.그리고 아이 세 명을 일주일동안 치과를 데리고 다녔었다.
그동안의 피로가 누적된 탓이었는지 마지막엔 결국 내가 감기몸살을 옮았는데 몸살은 하루정도 누워있다가 털고 일어나졌는데 이놈의 위장이 말을 듣지 않았다.

최근 일주일동안 먹는 것이 두려울정도로 속이 따가워서 뭘 제대로 먹질 못했다.이틀은 죽만 먹고,나머지는 양배추 삶은 것과 구운김만 반찬으로 연명했다.물론 위장약도 달고 먹었는데 그래도 조금만 일찍 잠자리에 들게 되면 새벽 한 두 시엔 일어나야 할 정도로 속이 따가웠다.
가슴에 찌르르한 느낌이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온몸에 퍼지기도 하고,
가슴속에 뜨거운 불덩이를 안고 있는 것같기도 했다.
한 번씩 그불덩이는 딱딱하게 굳는 것같은 느낌도 있었다.
그래서 심.상.치 않다는 느낌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특히나 몇 달전에 친했던 친구를 위암으로 잃었고,
아는 언니 한 분도 연락하느라 전화를 했더니 위암 초기로 수술하고 그날 퇴원했다는 소식에 뜨악했었던지라 혹시 나도?? 했었다.
혼자서 끙끙거리고 있으니 곁에서 걱정됐던 신랑이 억지로 나를 끌고 내과로 향하는지라
애들 학교 보내놓고 에라~ 모르겠다 싶어 따라나섰다.

그래서 넉 달만에 다시 위내시경을 찍고 초음파 사진을 찍었다.
결과는 의사선생님에게서 내가 듣고 싶었던 소리를 듣게 되어 생명이 연장된 듯한 안도감을 가지게 되면서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신랑 얼굴을 보니 계면쩍으면서 무척 민망했다.
그동안의 내증상들이 모두 다 엄살이 되어버린 결과다.
난 분명 아주 많이 아팠는데 말이다.
의사선생님은 날더러 뭐 신경많이 쓰는게 있었느냐고 묻는데 딱히 기억나는게 없어 없다라고 대답했다.그래서 그게 더 의구심이 든다.
도대체 왜, 무엇이, 그리 신경 쓰이게 만들어 위라는 놈은 나에게 그런 이상한 신호를 보낸 것일까?
아이들이 아팠던 기간이 길어서? 그건 예전에도 그리 간병을 해왔던 일이었는데??

참 이해할수 없다라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약국에 약을 타러 갔는데 나만 보면 잔소리를 해대는 약사 아주머니께서 약을 또 타러 온 내얼굴을 기억해서 자세히 보셨는지는 모르겠는데 이번엔 얼굴을 요리 조리 보시더니 빈혈약을 한 번 먹어보라고 권유하신다.순간 혹~ 해서 모든 원인은 빈혈인가? 싶어 안그래도 좀 어지러워 빈혈약 한 달치를 아무 생각없이 같이 계산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약사 아주머니의 꾐에 빠져 괜히 샀다라는 느낌이다.분명 하루,이틀 먹다 제때 안먹고 유통기한이 지나버려 버리게 될 것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더욱 이해되지 않는 내증상은 병원을 다녀온후로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는 것이다.약처방이 바뀌어서인지 생각보다 이것 저것 먹어도 속이 쓰린 증상이 많이 사라졌다.(물론 커피는 아직 무리인 것같다.커피는 좀 쓰리다.요즘 커피를 못마셔 금단증상이 일어 죽을 맛이다.ㅠ)

사람의 심리상태가 이렇게 몸의 리듬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신경성'이라는 병명은 참으로 희한한 병이다.
분명 병에 걸린 것은 아닌데 증상은 똑같이 나타나니 말이다.
아직도 조금은 속이 아픈데 의사샘은 이상없다라고 하니 이거 원~~

실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으니~~

내가 신경이 좀 예민하긴 많이 예민하단 것을 확실하게 인정하겠는게 
수면내시경을 찍기전에 시계를 딱 보고 누웠었다.
옆으로 누웠는데 마침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10시쯤 되었었던 것 같았는데 눈을 떠보니 다른 침대로 옮겨져 있어 벌떡 일어나 시계를 보니까 10시 10분이 지나고 있었다.그럼 내가 10분동안 수면중이었단 말씀인데 옆에 있는 아줌마는 곤하게 주무시고 있고,또 다른 옆에 있는 아저씨는 코를 심하게 골고 주무시고 있는데 나는 잠이 전혀 오지 않더란 말씀! 그래서 벌떡 일어나 신발을 신고 혼자 걸어나니까 간호사가 침대에 자꾸 누워있으란다.도로 가서 누웠지만 옆에 코고는 아저씨때문에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ㅠ
그래도 지난번 내시경 받을땐 30분정도 잠을 잤었던 것같은데 이번엔 10분이라니??
내시경 찍긴 찍었는지 조금씩 의심이 들더란 말씀!
걱정하던 신랑도 이상 없단 소리에 한시름 놓았는지 결국 나에게 쓴소릴 했다.
수면 내시경 받고 10분만에 깨어난 내가 결국 까칠한 성격을 그대로 나타내는 것이란다.끙~

그럼 난 결국 무언가로부터 급격한 신경을 무리하게 쓰게 되면서 위장을 아프게 했고,

그위장은 못견뎌 나에게 찌르르~~ 신호를 보낸셈이다.
참 웃지 못할 헤프닝이다.
하지만 그래도 난 여전히 속이 쓰려 먹고 싶은 칼국수도 못먹고, 커피도 못마시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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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2-02-05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속이 쓰리세요? 이런....커피를 많이 드시나요?
따뜻한 차를 드셔 보세요.
아마도 주변분들의 아픔이 충격이라는 스트레스로 다가왔을수도...
이젠 건강을 챙기며 살아야 할때라는 사실도 참 서글퍼요.

책읽는나무 2012-02-06 10:02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줄곧 친구생각을 계속 하곤 하는데 그것이 스트레스의 원인이 될 수도 있겠군요.오늘 아침에도 받지도 못할 그친구에게 문자를 넣기까지 했는데...털었다 싶지만 그게 쉽게 잘털어지지 않네요.
더군다나 요즘 만두님의 에세이집을 읽고 있는데 마음이 더 심란한 것이~~
이럴때 맛난 커피를 마시면서 마음을 달래고 싶은데..쩝~

여적 먹던 가닥이 있어 맛난 것을 보면 마구 먹고 싶고,
커피 냄새가 코에 계속 맴도는 것같아
바로 눈앞에서 굴뚝에서 올라가는 흰연기처럼 두 줄기 김이 올라가는 커피 이미지가 자꾸 아른거려서 미치겠네요.
녹차도 마셔보고,옥수수수염차도 마셔보곤 있는데
커피가~~~~ㅠ.ㅠ
지금 금단증상을 앓고 있나봐요.

이렇게 일찍부터 내몸은 40을 준비하고 있나보군요.
많이 슬프네요.흑흑

순오기 2012-02-06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가 안 좋을 때, 음식양을 줄이고 끼니를 너댓번에 나눠 먹는 게 도움이 되던데요.
신경성이라는 말은 원인을 모르면 어디다 붙여도 맞는 말이 되니까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닐듯해요. 그래도 살살 달래가며 건강을 회복하시길...

책읽는나무 2012-02-06 09:56   좋아요 0 | URL
신경성이란 단어가 참 애매모호하면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란 단어인 것을 첨 알았네요.ㅋ

안그래도 요즘 음식양을 많이 줄였습니다.
아무래도 위가 늘어나 위산이 과다하게 분비되지 않았나 싶어요.
제평소 음식량이 남들보다 많은 것같더라구요.
자주 만나는 언니들 셋이 있는데 제가 가장 많이 먹거든요.
헌데 요근래 평소보다 더 많이 먹어댔으니~~쩝~

음식양 줄이고,커피도 당분간 끊고,저녁을 일찍 먹고
오랫동안 소화시키고 밤잠을 자니 요며칠은 잠자는게 많이 나아졌어요.^^
감사합니다.

2012-02-06 0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06 0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07 08: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07 0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우맘 2012-02-06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꼭 몇 년에 한 번 위내시경을 받아요. 만성 위염이긴 한데, 슬슬 증상이 심해지면 혹시나...싶어 내시경 받고, 내시경 결과 '위염입니다~' 그러고 2주치 약 받으면, 신기하게도 삼일도 안 가 아프던게 싹 가셔요.^^
건강하세요, 건강!!!

책읽는나무 2012-02-07 09:44   좋아요 0 | URL
진우맘~ 부비부비~
요즘 만두언니 책 읽으면서 그때 그사람들이 참 그립던차에요.
왕림해주셔서 감사해요.^^
님도 만성위염이에요?
아~ 같이 나이먹어가면서 같은 증상이라 이걸 반가워하면 안되는데 왜 반가울까요?ㅋ
저위에 속닥님의 댓글을 보여드려 평소에 관리해야하는 법을 보여드리고 싶긴한데..비밀인지라~~ㅋ
여튼...몸은 벌써 알고 있나봐요.40이 곧 머지않았음을..ㅠ
님도 건강 잘 챙기세요.
저도 이상하게 이번약은 참 잘받네요.
그동안 처방해준약은 잘 안듣던데 위염진단을 받고 먹는 약은 신기하게도 잘 받네요.

예진양이랑 연우 많이 컸더이다.^^

icaru 2012-02-08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몇달 전에, 심상치 않은 위통에 시달렸더랬죠. 하루종일 은근한 통증, 당장 병원 가면 될 것을 인터넷으로 ***의 초기 증상 따위나 검색하고요~ 결론은 입맛이 없어도(저는 저녁에 과식하는 스타일이라..) 아침으로 뭘 좀 먹자, 하는 걸 지키니까 증상이 완화되었어요~

책읽는나무 2012-02-09 07:23   좋아요 0 | URL
알라디너 십년지기분들 모두 같은 증상을 겪고 있군요.
그동안의 서재활동때문에??ㅋ
정말 기분나쁠정도로 은근하게 통증이 느껴져 겁을 많이 먹었는데요.
몸은 생각보다 깨끗하다고 해서 좀 많이 놀랬죠.
그래도 혹시 모르니 내시경 한 번 받아보세요.일단 마음이 좀 안심이 되더이다.그러면서 통증도 싹~~ㅋ

저도 저녁에 과식하는 편이거든요.아침은 매일 꼬박 챙겨먹는데도 때론 아침을 먹고 나면 속이 마구 쓰리더라구요.배 고픈 것을 못참는 성격인지라 매일 삼시 세끼 다 챙겨먹어도 먹는 양의 조절이 문제인지? 위염이 생기네요.쩝~
아침은 쬐끔,점심은 좀 많이,저녁은 아주 많이..그리고 야식..흠~
위염이 생길만해요.ㅠ 젊었을적엔 그리 먹어도 아픈 걸 모르겠더니 작년부텀 서서히 신호가 오네요.40전후로 몸은 이제 쉴 필요가 있다고 모두에게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다더라구요.이말이 참 슬프게 다가오지만...정말 뭔가의 조절이 필요할 시점인 것같긴해요.

요즘 저녁을 아주 일찍 먹고 8시 이후로 안먹으려 노력중이에요.또한 기름진 것,밀가루 음식을 자제하려고도 노력하구요.(어제 부침개가 넘 먹고 싶어 두 어 장 구워 먹었더니 밤에 잘때 또 통증이~~ 저녁 일찍 먹어도 과식이나 기름기는 금물이란 것을 매번 느끼면서도 그게 잘 조절이 안되어요.ㅠ)
과식,야식,폭식만 줄여도 위염은 좀 줄일 수 있을 것같아요.
때맞춰 밥먹는 것도 참 중요하구요.커피도 줄이니 좀 나아지긴한데....
먹던 가닥이 있다보니 이것 참 조절하기 힘드네요.

님도 힘내서 조절 하세요.훗날 더 많이 먹을 수 있는 그날을 위하여.^^
 

오즈마님의 서재를 다녀오다 오늘에서야 알았다.
남들 서재에는 다 있지만 내겐 없는 것!
바로 달인 황금딱지!..ㅠ
(그래서 서재가 썰렁했었군)

그래~
올 한 해는 열심히 해서 딱지 한 번 달아보자.

근데 뭐부터 해야하는건지?^^
아마 올해도 초반에 끼적끼적하다 말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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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12-02-02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에 그런 황금딱지를 줬다면 우리가 다 받았을거예요 그쵸? ㅋㅋ
저는 이제 그런거 봐도 그닥 신기하지도 않고, 나무님처럼 한번 달아보자-하는 각오도
생기질 않아요. 심드렁해진 것도 세월이 주는 연륜이라 우겨봅니다 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12-02-02 17:58   좋아요 0 | URL
맞아요.옳아요.그래요.^^
우리가 다 받았을꺼에요.왜 그땐 이런 딱지를 주지 않으신겐지?ㅋㅋ
딱지를 받고 싶어도 이거 뭐 몸이 굼떠서 말입니다.
이팔청춘일때라면 나도 뭐 싹쓸이를 했을 것이라는~~ㅋ

달아보자라는 각오라도 있어야지 좀 부지런히 서재를 드나들게 되지 않을까?싶어서 말입니다.요즘 의욕충천입니다.

아니 그런데 저 대문사진....이건 또 누구랑 손잡으신거에욧??
님의 아름다운 뒷태에 누가 벌써 반한거에요?
벌써 손까지~~~~
내손도 살포시 얹고 싶네요.
아~ 갑자기 손을 잡았던 첫사랑이 생각날만큼 대문사진이 무척 설레네요.^^

꼬마요정 2012-02-02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달고 싶긴 한데 안 주네요..홍홍
아니에요, 사실 제가 안 받는거에요~~^^;;

명절 잘 보내셨나요??^^

책읽는나무 2012-02-02 17:53   좋아요 0 | URL
어머 오랜만이에요^^
요즘 정든님들의 이름을 보는 재미로 사네요.
새록새록 님들의 그간 많이 변한 상황들도 신기하구요.
(아직 시간이 허락치 않아 많이 둘러보진 못했는데 결혼하신 분들도 보이더라구요.혹시 요정님은??^^)

그래요.
우린 절대 황금딱지 받지 말아요.
우린 그런 것에 현혹되지 않는 고고한 사람들이라고 자칭하자구요.쿨럭~
황금딱지를 장수 가입자에게도 좀 주시면 어떨까? 뭐 그런 생각도 해보네요.ㅋ

암튼..건강하게 잘 지내시고 있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