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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동문선 ㅣ 고전을 만나는 기쁨 1
심후섭 엮음, 권문희 그림 / 처음주니어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오래전부터 고전의 중요성을 여러사람들이 강조하고 또 강조하곤 하였으나 사실 어른들도 딱딱한 고전을 접한다는 것이 지레 겁을 먹기 일쑤인데 어린 아이들에겐 더더욱 고리타분한 책으로 여겨질 것이 뻔하기에 꼭 읽어야하는 것인줄은 알겠으나 쉽게 권해지지 않는 책이 바로 고전에 관련된 책들이다.
오래전부터 아이에게 고전을 읽히고 싶은 욕심은 늘 있었다.
고전을 접하다보면 생활의 길잡이가 되어 고단한 마음을 기댈 수도 있고,살아가는 동안 좋은 본보기가 되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수히 많은 고전속에서 또 딱딱한 한문체로 씌어져 뜻을 이해하기 어려운 구절들이 많은 책들중 어떤 책을 선뜻 잡아야할지 선별하기가 어려웠다.그래서 자꾸만 차일피일 미루게된다.
혹자는 아이들에게 고전을 꼭 읽히라 강요하되, 어떤 책이 어떤 내용으로 명시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제목의 책을 읽혔으면 좋겠다고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으니 실천키 어렵다.
이왕이면 고전책들의 리스트라도 있었으면..싶었는데 '초등고전 읽기 혁명'이란 책을 읽고서 눈이 번쩍 트였다.책 뒷편엔 목록 리스트가 학년별로 잘 구분해주고 있었다.
꼭 같은 제목의 같은 출판사 책이 아니어도 가지치기식으로 다른 책들을 검색해볼 수 있으니 좋은 길라잡이가 될 수 있는 책이다.
그중 이책은 추천목록에 명시되어 있는 책은 아니고,가지치기식으로 골라든 책인데 제법 읽는 재미가 쏠쏠하면서 구절구절마다 큰울림으로 다가오는 책이었다.
이책은 논어나 명심보감처럼 착하고 선한 행동을 하라는 큰가름침이 문장으로 명시된책은 아니다.
옛선비들의 문집이다.그러니까 지금으로 해석하자면 에세이집이나 수필집같은 느낌이다.
東文選(동문선)의 한자가 '동국(東國)의 사람들이 남긴 글 중에서 뛰어난 것을 가려 뽑아 모은 문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한다.여기서 동국은 우리나라를 가리킨다.
중국에서도 '문선'이라는 문집이 있다고 하는데 이책은 135명의 작가가 쓴 7백여 편의 작품이 실려있는 반면 우리네 '동문선'에는 500여명의 선비들의 4천 3백여 편이 실려있다고 하니 실로 어마어마하다고 할 수 있다.그만큼 우리네 사람들은 예로부터 책을 읽고 글쓰기가 생활화되어 있다는 셈이다.어디서 읽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옛시절 우리나라를 둘러보고 간 외국인은(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ㅠ) 기행문에 우리네 사람들은 집이 아무리 가난하여도 집집마다 책이 꼭 들어차 있어 책을 읽는 모습이 무엇보다 질투심이 날정도로 부러웠다라고 기록했다 한다.
다른이들이 우리네 조상들을 투기할정도의 능력을 지금 현재 우리네들이 그능력을 이어받아 나가야할터인데 너무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사는 우리들을 얼만큼 책을 읽게 만들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옛선인들의 글들은 범접하기 어려울만큼 고고하다.그래서 어린아이들이 다가가기엔 쉽진 않을 것이다.자연을 바라보며 신선의 경지까지 오른 선비들이 자연과 더불어 욕심 없이 살아가는 것,자연에 순응하면서 사는 삶이 최선이라는 주제를 문장을 통해서 얼만큼의 감동으로 가슴에 와닿을지는 의구심이 든다.아마도 초등고학년정도는 되어야 그뜻을 미약하나마 삼분의 일,이정도는 감동받지 않을까,싶다.물론 독서의 내공이 있는 아이라면 받아들이는 양은 또 다를 것이 분명하다.
동문선에 실린 글들은 그종류가 다양하다.
격문,제문,시,기록문,일기,기행문,상소문,외교문서,재판 판결문,비문등이 실려 있는데 이책에는 주로 격문,기록문,일기문,기행문,상소문,제문,시등이 실려있다.
또한 삼국 및 고려시대별 선비들의 글과 조선시대 선비들의 글을 따로 실어 시대별로 변화된 사회상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글 한 편마다 마지막엔 지은이의 약력과 함께 그글을 왜 쓰게 되었는지 그글이 내포하는 뜻이 무엇인지 간략하게나마 풀이를 달아 한페이지를 장식해놓아 약간의 도움은 될 것이다.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면 더 다양한 글들이 많았으면 하는 욕심이 일지만 초등생들이 읽기 편하도록 풀어썼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런대로 동문선의 입문서로는 적당한 책인 것도 같다.
동문선을 읽어보지 못했기에 얼마만큼 쉽게 풀어쓰고 글을 다듬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초등고학년 아이들이라면 무리없이 읽혀지리라 생각된다.
비록 아이들이 읽는 동문선이라지만 어른이 읽어도 너무나도 좋은 글들이 많아 내가 읽을만한 동문선을 따로 주문하기도 했다.
사실 아이에게 읽어라 강요하기전에 내가 먼저 읽어야할 책이 바로 고전이 아닌가 싶다.
그중 동문선은 훈계가 아닌 잔잔한 호수를 연상케 하는 주옥같은 글들이 많아 생각을 많이 품게 하는 책이라 나도 함께 읽어야만 될 보석같은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