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대회 나가려고 읽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어 가지고 강화길 다시 보게 되었다 ㅋㅋㅋ나랑 안 맞아, 했는데 이 소설은 생각보다 흥미진진했어…다른 서재이웃분들은 에밀리브론테, 하는 부분에서 이게 뭐야 코미디야 하고 비웃었댔는데 나는 그 부분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ㅋㅋㅋ일단 소설이 만족스러워서 리뷰대회 까여도 별로 화가 안 날 것 같다…원고지 10매 이내라 그랬는데 인용구 다 빼도 25매 넘어..어쩌지…어쩌겠어. 이런 팔자지. 이런 팔자야. ㅋㅋㅋㅋㅋ

같이 읽던 ‘괜찮은 사람’도 아직 다 보지는 못했는데 단편 속 장면장면이 장편에서 오버랩 되는 부분이 있어서 (그니까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집안에 혹은 주변에 뭔가가 있거나, 막연하지만 사실은 실체가 있지만 외면하고 싶은 불안에 떨거나, 물을 마시거나, 한 방에 두 사람이 함께 지내거나 하는…) 그런 부분을 겹쳐가며 보는 재미도 있었다.


리뷰 분량 넘치는 바람에 어차피 망했지만 밑줄 긋기는 페이퍼로 따로 올리기로 함ㅋㅋㅋㅋ

+밑줄 긋기
-그러나 몇 년 전, ‘니꼴라 유치원’이라는 소설을 쓸 때의 일이다. (9)

-물론 이런 일은 흔하다. 사실 소설을 시작할 때 나는 매우 감정적인 상태다. 엄청난 소재를 발견했다는 착각에 흥분해 있다. 하지만 감정과 소재가 뭉쳐진 덩어리를 자르고 다듬는 과정에서 내가 진짜 다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마주하게 된다. 질문하게 된다. 나는 무엇을 쓰려 했던가. 무엇을 써야 하는가. 그에 답하며 더듬더듬 걸어나가다보면 어떤 실루엣이 조금씩 보인다. 결국 소설은 언제나 의도와 다른 작품이 된다. 그래서 나는 소설을 완성하고 나면 작품이 처음 쥐고 있었던 감정과 소재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졌는지를 확인해보곤 한다. 안심하기 위해서다. 시작할 때의 마음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당시 목도한 어떤 상황에 대한 나의 감정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내가 소설을 썼다는 사실이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완전히 다른 소설을 쓴 건 난생처음이었다.(17)

-한 달? 두 달? 결국 어느 날 나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더는 이렇게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고 말이다. 속으로 중얼거렸다. 한 글자라도 쓰자. 그래, 일단 쓰자. 써야 계속 쓸 수 있어. 하지만 이제 와 돌이켜보면 그런 생각도 든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쓰고자 했을까. 대체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왜 그렇게 끝까지 포기하지 못했을까? 왜?(19)

-그 소식을 듣고 나는 슬펐다. 그 사람을 기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아니, 거짓말이다. 나는 그렇게 착한 아이가 아니었다. 엄마는 거짓말쟁이나 이기적인 사람이 되면 안 된다고 했지만, 나는 이미 그런 애였다. 모르겠다. 그렇게 살지 않는 게 가능하긴 한가. 이렇게 묻는 건 비도덕적인가. 쓰레기 같은 짓인가. 그래? 그때 나는 쓰레기 같은 짓을 했다. 그곳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고독한 여인이 말라죽어간 허름한 집을 말이다. 그 비극의 장소는 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신비로운 분위기로 가득차 있겠지. 보고 싶다. 그걸 느끼고 싶다. 아니, 이것도 진실은 아니다. 솔직히 모르겠다. 대체 그때 나는 왜 그랬을까. 왜 그 집에 들어갔을까. (46)

-선생님은 내게 감정을 떠내려 보내라고 했다.
“그러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그 감정을 쏟아붓게 돼요.”

원한.

누군가에게 쏟아붓기 위해 만들어진 마음. (56)

-이제 나는 진실에 관심이 없었다. 애초, 진실에 누가 관심을 갖는가? 중요한 것은 이야기일 뿐이다. 그 이야기가 진실을 말한다고 믿을 뿐이다. 의미를 부여할 뿐이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니까. 읽고 싶은 이야기를 읽을 수 있으니까. 나는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보기로 했다. 나의 소설 속에서 그녀를 되살려내기로 결정했다. 그래, 안진으로 데려오자. 그리하여 그것들에게 똑같이 말해줄 것이다. 너희는 내게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어. 그 무엇도 아니니까. 그런 생각을 하자 희열이 느껴지면서 손끝이 저릿저릿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래. 나도 되갚아주리라.

그렇게 악에 받쳐 분노를 머금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악의가 나를 잡아먹은 것일까, 아니면 원래부터 내가 악의를 품고 있었던 것일까.

나는 첫 줄을 썼다.

“악의만이 전부이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진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58-59)

-거기에는 내가 있어. 길게 옆으로 누워서 눈을 뜨고 있는 내가 있어.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어가는, 죽어가는 내가 있어. 나는 어쩔 줄 몰라하다가 나를 흔들어. 나는 천천히 눈을 깜빡이며 나를 쳐다봐. 아직 죽지 않은 거야. 하지만 너무 고통스러워하고 있어. 몸이 떨리고 입에서는 침과 피가 흐르고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 나는 손을 뻗어 내 눈을 감기는데, 잘 안 돼. 눈꺼풀이 자꾸만 다시 위로 올라가. 내리면 다시 올라가고, 내리면 다시 올라가고. 결국 나는 손으로 내 눈꺼풀 위를 덮고 있어. 아주 오래도록. 그래서 나는 차라리 내가 죽었으면 해. 나는 나의 숨을 막고 울어. 제발 끝내주세요. 이런 마음을 그만 느끼고 싶어요. 너무 지쳤어요. 제발 중단하게 해주세요. 이 삶을, 이 마음을, 이 고통을……하지만 입에서는 계속 진흙맛이 나. 나는 살아 있어. (128-129)

-당신들은 모두 웃고 싶어해요. 행복하기를 원해요. 하지만 서로를 믿지 못해요. 믿을 생각이 없어요. 믿으면 배신당한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래서 자기 자신조차 믿지 못하니까요. 그게 당신들의 삶이었으니까요. 아, 그건 나의 삶이기도 해요. 네, 그래요. 왜 이토록 어려울까요. 불안함으로만 가득할까요. 누군가에게는 쉬운 일이 우리에게는 왜 이토록 고통스러울까요. 우리에게 사랑이란 덧없는 기억이고, 불행은 오래 남는 이야기죠.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나는 이야기를 왜 하는 걸까. 이야기라는 걸 굳이 왜 하고 싶어하는 걸까. 누군가가 들어주기를 바라서? 왜? 잘 모르겠어요. 불가능하다는 걸 알기 때문은 아닐까요? 그러니까 이해받는 거요. 온전히 이해받고, 사랑받고, 그래서 편안한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 아닐까요. 아아, 그래서 옆에 있는 가까운 사람에게 집착하게 되는 건 아닐까요? 내 마음을 알아줄 것 같은, 실체를 가진 사람이니까요. 그 실체를 계속 느끼고 싶으니까요. (207)

-그때, 셜리가 내게 무슨 말을 했다. 나는 알아듣지 못했다. 그러자 마음이 한없이 바닥으로 꺼지는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의 말을 알아듣는 것이 왜 이토록 힘든 일인가. 어려운 일인가. 그리고 나는 왜 나의 이야기를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걸까.
안심.
나는 다시 한번 그 단어를 떠올렸다. 내가 원하는 건 오직 그것 뿐이었다. 왜 그 마음을 갖는 게 이토록 어려울까. 뢰이한은 계획을 세우라고 했지만……내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모아둔 돈도, 나를 환영할 친척도, 그 무엇도 없었다. 이제는 연주도 나를 미워했다. 나는 무엇을 기대하며 살아야 할까. 목소리? 이 건물의 악의? 하. 그래. 그것만이라도 나를 찾아와준다면.
에밀리 브론테, 대체,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222)

-“맞아. 이건 우리 이야기야. 나한테 아주 소중하고, 너한테도 소중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294)

-계속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러자 누군가 대답한다.

응,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또 누군가 대답한다.

아마 그렇게 될 거야.

영원히. (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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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인지도 모르겠지만, 서재 분들 포스팅을 보다가 이런 게 있는 걸 알고 해 봤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에서
나와 닮은 캐릭터 찾기!

https://munhakdongne.netlify.app

딱 봐도 책을 팔고 싶읍니다…이지만 그래도 저런 책이 있구나, 하고 재미있었다. 이웃님은 어떤 책과 매칭되셨나요? (나는 유디트랑 매칭되면 더 좋았을 거 같아…목 자르고 막… ㅋㅋㅋㅋ아직 다 안 읽은 책이 너무 많은데 언제 다 읽죠…)

문학동네에서 리뷰대회 하는 강화길의 장편소설을 오늘 아침 받았다! 열심히 읽어보자!!! 읽고 쓰든가 말든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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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8-20 15: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카산드라 유형도 멋지군요. 지적 욕구가 강한 점, 이 제일 맘에 드네요.

강화길 작가의 단편을 읽었었는데 좋았던 걸로 기억해요. 단편 제목을 모르겠네염.ㅋ
즐거운 독서가 되시길 바랍니다. ^^**

반유행열반인 2021-08-20 15:38   좋아요 5 | URL
넵 저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단편집도 읽는 중이에요 ㅎㅎㅎ 페크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

새파랑 2021-08-20 15:3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전 두번해도 앨리자베스 세번해도 똑같을 듯합니다 ^^

반유행열반인 2021-08-20 15:41   좋아요 4 | URL
으아닛 전부 인물 이름인데 다 제가 모르는 소설이에요 ㅠㅠ캡쳐로 함 올려주시죠!!!(설마…올리신 걸 제가 놓쳤으면 죄송합니다ㅠㅠ)

새파랑 2021-08-20 15:46   좋아요 4 | URL
저 <오만과 편견> 베넷가의 딸 ˝엘리자베스˝요 ㅋ 댓글에 첨부파일이 들어가면 좋을텐데 ㅜㅜ (알라딘 개선 바람~!!)

scott 2021-08-20 15:46   좋아요 4 | URL
혹쉬 제인오스틴의 엘리자베스?

반유행열반인 2021-08-20 15:49   좋아요 5 | URL
이렇게 제가 오만과 편견 포함 제인 오스틴을 전혀 읽지 않은 게 들통나고 맙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파랑 2021-08-20 15:53   좋아요 4 | URL
맞습니다~!!!! 제인오스틴 완전 💕

공쟝쟝 2021-08-20 15: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개츠비!!! 뚜둥!! (그래도 읽은 거 나와서 다행)

반유행열반인 2021-08-20 15:56   좋아요 5 | URL
오오 더 그레이트 공쟝쟝!!!!!!!

잠자냥 2021-08-20 16:37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ㅠㅠ 전 계속 해봐도 <동물농장>의 그 돼지새끼... ㅠㅠ 나폴레옹 나왔어요. ㅠㅠㅠㅠ

반유행열반인 2021-08-20 16:39   좋아요 5 | URL
으아니 야심차고 실제로 권력까지 누린 그 실세!!!! 돼지라서 유감이지만 뭔가 강려크한 느낌이 파장이 맞는다고 하면…실례인 거쥬? ㅠㅠ 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8-20 16:41   좋아요 5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탈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8-20 16:53   좋아요 5 | URL
역시나 실례가 많았습니다 ㅠㅠ ㅠㅠㅠㅠ

공쟝쟝 2021-08-20 18:14   좋아요 4 | URL
공자냥!!!의 본색이 드러나는 순간🤭

잠자냥 2021-08-20 18:27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눈 밖에 나면 안된답니다. 공자는 무슨 나는 스탈린이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8-20 18:32   좋아요 3 | URL
공산당 붙이신 거 같은데요…그쵸 눈 밖에 나면 저 시베리아에서 귤까러 유형 가는 거쥬…

잠자냥 2021-08-20 18:43   좋아요 4 | URL
ㅋㅋㅋ 전에 무슨 테스트에서 저랑 공쟝쟝님이 둘 다 “공자”가 나온 적이 있거든요. 그때부터 서로 공자쟝 공자냥 뭐 일케 불렀는데 공자는 무슨 알고 보니 스탈린인겁니다.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08-20 18:43   좋아요 3 | URL
반님 시베리아에서 귤을 왜까? 나 진짜 몰라서 그러는데 그런 형벌이 있어? 시베리아에 귤이 나? ㅋㅋㅋ 아 심각해졌네? 제 말은 시베리아에서 귤까는 거 재밌어요 (개그코드 저격)

반유행열반인 2021-08-20 19:05   좋아요 3 | URL
시*** *까 여기에 별표에 들어가는 말 유사답안이 시베리아 귤까 라서 그런 거로 알고 있는데…젊은이라 다 알 줄 알았지요 재미있다니 심각하게 기쁘네요 ㅋㅋ

미미 2021-08-20 17: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 보자마자 눌러 했어요~♡ 이런 테스트 너무 재밌음😆

반유행열반인 2021-08-20 17:07   좋아요 5 | URL
선장님!!!!! 오마이 캡틴!!!!!!

scott 2021-08-20 17: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테스트 재밌지만
제가 문동 테스트 3년전 부터 해봤는데
잘 안팔리지는 작품 목록을 뽑아 놓은담에
질문 사항을 교묘하게 구성하는 것 같습니다 ㅎㅎ

하지만 이런 테스트는 항상 솔깃 해서 클릭을 👆👆

반유행열반인 2021-08-20 18:26   좋아요 5 | URL
그래서 뭔지 알려주고 가셔야죠 scott님!!!! 문동이 무슨 재고를 떠맡기려 했는지요!!!!! ㅋㅋㅋ

scott 2021-08-20 22:12   좋아요 4 | URL
열반인님 별다방 주식 매입 할까여? ㅎㅎ
모비딕
스타벅! 입니다 ^0^

반유행열반인 2021-08-20 22:19   좋아요 3 | URL
우아 scott님도 스타벅 선장님이시군요 ㅋㅋ 저 오늘 주식 물탄다고 더 사고 그거 다 제가 산 거보다 더 떨어져서 망했어요 ㅋㅋㅋ이제 주식 얘기 안 하기로 해요 책 얘기해요 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dollC 2021-08-20 20:4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지적 욕구가 강한...!‘ 시작부터 열반인님과 너무 찰떡아닌가요^^
저는 개츠비가 나왔어요. 와우, 치얼스~🍸

반유행열반인 2021-08-20 20:54   좋아요 5 | URL
제가 그래 보이는 군요 사실 식욕 수면욕 빼고 다 강한 욕구입니다 ㅋㅋㅋㅋ지적 욕구 이상 노는 욕구… 데이지 나오는 사람도 있을까 문득 궁금해집니다. (거의 욕 수준일 거 같아서…)

붕붕툐툐 2021-08-21 00:05   좋아요 1 | URL
으악!!! 데이지 여기 있습니다.. 완전 욕 맞습니다...ㅠㅠ
아니 데이지는 돈이나 많고 백치미라도 미가 뛰어나기라도 하지.. 저는 돈도 없고 미도 없어서 백치만 남음.. 흐엉흐엉

반유행열반인 2021-08-21 06:09   좋아요 1 | URL
그렇지만 누군가 멀리서 마냥 바라는 불빛 같은 아름다운 존재이기도 합니다! 어쩜 데이지 피츠제럴드가 그따위로 그려서 그렇지 의외로 생명력 강하고 흔들리지 않는 인간일지도!!! 개츠비 부자되서 왔는데도 바로 환승 안 하는 거 보면욧 ㅋㅋㅋ

Yeagene 2021-08-20 22: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도 이거 했었는데,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전쟁과 평화의 로스토프 백작이 나오네요..위랑 미미님 글도 봤는데 로스토프 백작 나오신 다른 분은 없는 것 같아요^^;;;;

scott 2021-08-20 22:51   좋아요 5 | URL
예진님 저, 작년 로스토프 백작 .🖐 올해는 별다방 스타벅 ^ㅅ^

반유행열반인 2021-08-20 22:56   좋아요 5 | URL
읽은 게 너무 없어서 다 초면인 분들이네요…안녕하세요 백작님 선장님 ㅋㅋㅋㅋㅋㅋ

Yeagene 2021-08-20 22:5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앗 스콧님 반갑습니다.전 저만 나온 줄 알고;;;
(위에 댓글이 안달려요;;;;)

붕붕툐툐 2021-08-21 00: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카산드라 반님과 매우 잘 어울리는 느낌? 지적 욕구 강하다가 눈에 꽂히네요~ 이런말 하긴 싫었지만.. 쫌 멋진데?ㅎㅎ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8-21 06:10   좋아요 2 | URL
아니 그런데 비참하게 죽습니다 카산드라....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08-21 09:41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개츠비두 ㅋㅋㅋㅋ 죽네..!.?

반유행열반인 2021-08-21 11:49   좋아요 2 | URL
나 보부아르 책 딱 한 권 사 놨는데 제목이…’모든 인간은 죽는다’ 더라구요…보부아르 언니가 그렇대 ㅋㅋㅋㅋ죽기 전에 읽어보려고요 ㅋㅋㅋ

link123q34 2021-08-21 07: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충격..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나올줄은 몰랐어요ㅋㅋㅋㅋㅋ 잘맞긴 잘맞네요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8-21 11:50   좋아요 2 | URL
되게 다양하네요 ㅋㅋ그래도 프랭켄슈타인 박사 나온 거보다는 크리에이쳐 나온 게 덜 억울한 기분인데요 ㅋㅋㅋㅋ저만 그럴까요 ㅋㅋㅋ죄송합니다. 잘맞는다 하시니 (그렇게 말씀하시다니!!!)또 생각보다 정확도가 높은 테스트인가 싶습니다 ㅋ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8-21 11:58   좋아요 2 | URL
악!!! 프랑텐슈타인 괴물이라닛!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설명이 매우 궁금합니다!!ㅋㅋㅋㅋㅋㅋ

link123q34 2021-08-21 14: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확해요! 박사가 나왔다면 정말 억울했을듯요ㅋㅋㅋ
이런 내용이네요?ㅋㅋ 결과가 진짜 다양해서 신기하고 재밌어요ㅋㅋㅋㅋㅋ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자신의 성격과 태도에 대해 끊임 없는 고찰 하는 당신은 그 어떤 유형보다도 내면의 세계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돈과 권력같은 세속적인 부귀영화에는 큰 관심이 없는 편이고, 인간 세상에 환멸을 자주 느끼곤 합니다. 다른 유형에 비해 인간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 당신. 이런 당신에게 어울리는 캐릭터는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입니다. 물리학자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여러 번의 실험을 통해 탄생시킨 괴물은 인간 세상에 환멸을 느끼지만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철저히 고민하거든요.

반유행열반인 2021-08-21 14:25   좋아요 2 | URL
멋있는데 칭찬으로도 욕으로도 들을 말이 마구 섞여 있네요 ㅋㅋㅋㅋ저도 한끗 차이면 이 피조물이 나왔을 수도 있겠어요!

붕붕툐툐 2021-08-21 18:37   좋아요 2 | URL
오~ 내용 좋은데요? 자기 자신에 대해 철저히 고민하는 인간상이시군요!ㅎㅎ
 
[eBook] 1984 펭귄클래식 48
조지 오웰 지음, 이기한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1년 12월
평점 :
판매중지


-20210815 조지 오웰.

나이를 묻는 이들에게 조지 오웰의 소설 제목의 해에 태어났다고 소개할 때가 종종 있었다. 내가 고등학생 일 때 1984의 지문 일부를 포함한 논술문제가 대입 시험에 출제되곤 해서, 아니 그렇다면 1984년에 태어난 고딩이 이걸 안 읽으면 안 되겠군, 하고 고등학생 때 이 책을 처음 읽었다.
감시 사회와 빅브라더라는 용어는 지겹게 들었던 터인데, 절반 조금 못 미치게 읽었을 때 급전개되는 연애의 장면과 성애 장면에 충격을 받았다. 그래 이거야. 권장 도서, 고전 명작 타령만 할 뿐 왜 아무도 이렇게 바람직하고 야한 소설이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은 건가!!! 비슷한 이유로 입시 준비를 빙자해 한국 근현대문학의 남녀상열지사를 섭렵하며 김승옥 소설을 가장 좋아하던 내게 1984는 최애 소설이 되었다. 아마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기 전까지는 그랬고… 밀란 쿤데라도 수능이나 논술에 낼 만하지 않나? 그런데 그만큼까지 참신하고 과감한 출제자는 없었나 보다.

그러니까 제대로 이 소설을 완독해 본 사람이면 빅 브라더 타령은 안 할 것 같다. 나에게는 읽은 것 중 손에 꼽히는 슬픈 연애 소설이었다. 고등학생 때 읽은 건 청목사라는 곳에서 나온 책이었는데, 알라딘에서 언젠가 이벤트로 민음사 판 전자책을 공짜로 줘서 쟁여뒀고, 또 펭귄 클래식 세트 10년 대여에도 있어서 이번에는 펭귄판으로 읽었다. 거의 20년 만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20대까지(그러니까 첫애 태교 음악으로 들을 정도로), 그리고 최근 에반 레이첼 우드의 그루밍 폭로가 있기 전까지 마릴린 맨슨의 팬이었다. 내한 공연도 두 번이나 갔다. 역시나 고딩 때 나온 Holy wood앨범에 Disposable teens이라는 노래가 있는데, 거기 가사에 ‘a rebel from the waist down’ 하는 부분이 있다. 혁명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은 줄리아에게 윈스턴이 당신은 허리 아래에서만 반역자로군, 하는 대사가 있는데, 그걸 노래에서 발견하고는 꺄악 맨슨도 1984 읽었어, 나도 저 부분 좋아하는데! 이러고 신나했던 철없는 시절도 있었다. 아아… 얼마전에는 SF소설을 준비하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영화 채피 에 대해 설명하다가, 거기 나온 힙합 듀오 부부 얘기를 하다가 맞다, 걔들 뮤비에 맨슨이 나왔어, 하고 찾아 보니 벌써 7년 전 나온 노래였다. 그 때는 맨슨 덕에 남아프리카공화국 힙합을 다 듣네, 하고 신기해했던 Die antwoord의 Ugly boy 뮤비를 생각난 김에 오랜만에 다시 봤는데…아이고 오글거려…내 취향 무엇…이제 진짜로 늙어버렸다 나는 호호 하고 오글거리는 걸 참으면서 꾸역꾸역 뮤비를 보았다.

그러니까 당신이 대학 입시를 앞둔 청소년이라면, 또는 고전 문학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은 있지만 왠지 재미 없을 거라는 걱정에 시달리고 있다면, 믿으십시오. 참고 읽으면 보석 같은(!!!) 구절을 얻는 소설이 세상에 아주아주아주 많습니다. 1984도 그중 하나입니다. 1984년에 태어난 제가 보증합니다. 솔직히 중간에 몰래 금서 읽는 부분의 책 본문은 안 읽고 건너뛰어도 무방합니다. 신어 사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건 소설 구성에서도 조지 오웰이 애초부터 빼버렸어도 전혀 문제가 안 되었을 것 같다.

그리고 윈스턴이 폭격 현장에서 토막 사체를 발로 걷어차는 부분이 있는데, 앞에서는 석고상 같던 손토막이던게 회상할 때는 양배추 같은 머리통으로 바뀐다. 나는 이것조차 실수일까, 아니아니지 조지 오웰이라면 의도적으로 기억과 과거의 불완전성 따윌 암시하려고 일부러 다르게 썼을 거야, 하는 생각마저 해버렸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다른 친구에게 말하고 또 쓰고 보니 이 내용, 사실 서문에 나왔을지도…아님 다른 어디선가 오래 전에 비평으로 읽은 걸 주워온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이 좀 흐르고 나서는 민음사 판으로도 다시 한 번 읽어 봐야겠다.

Marilyn Manson-Disposable Teens(혐주의…맨슨, 난 당신을 배신했어요.)
https://youtu.be/GKkiCFOE-Ic

DIE ANTWOORD - UGLY BOY(역시나 약혐주의…)
https://youtu.be/uMK0prafzw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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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1-08-15 17: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1984>읽었는데...왜 야한 부분같은 거 전혀 생각이 안나죠?
고딩때 읽어서 그런가...;;;;아무래도 다시 읽어야겠어요! _

반유행열반인 2021-08-15 17:11   좋아요 5 | URL
음…제가 원래 그런 거만 잘 찾아내서(자체 음란필터 장착…걸러내기용 아니고 집중 탐색형)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1-08-15 22:07   좋아요 1 | URL
ㅋㅋ 저도 1984 연극보다 깜놀했었던 기억이^^ 이런 장면이 있었던가 하고 다시 책 봤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8-16 02:25   좋아요 0 | URL
햇살님 1984가 연극도 있었군요 ㅋㅋ안 그래도 이거 영화도 있지 않을까 있더라도 안 유명한 거 보면 잘 못 만들었네 싶고 ㅋㅋㅋ

얄라알라 2021-08-15 18: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서재에 자주 오르는 이름 중 한 큰 이름이 조지 오웰인데, 저는 여태 <동물 농장> 재독, 삼독에 머무를 뿐 <1984>는 차일피일했습니다용. 특수필터 장착하신(? 열반인님께서 맨슨과 연결해 옮기신 대사를 보니, 급땡기는 마음. ^^

<조지오웰> 그래픽노블은 도서관 퇴짜 여러번 맞고, 아직 내돈내산 안하고 안 읽었는데 <1984> 읽기 전 <조지 오웰>부터 볼까 행복한 고민이 되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8-15 18:06   좋아요 4 | URL
소설 먼저 읽고 조지 오웰 에세이 넘어가면 거기도 막 연표 실려 있어서 사실 마음 가는대로 읽으셔도 관계 없겠어요 ㅋㅋㅋ동물농장은 중딩 때 읽었는데 그것도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ㅎㅎㅎㅎ

새파랑 2021-08-15 21: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984년에 태어나신 분들 부럽더라구요. 그럼 자연스럽게 이책과 1Q84 까지 1984년생을 대표하는 책이 될거 같아서요. 저는 동물농장보다 1984가 더 좋음 ^^
오랜만에 보는 마릴린 맨슨은 역시 좋으나 Ugly boy는 좀....😅 넓은 스팩트럼의 음악 취항 이시군요~!!

반유행열반인 2021-08-16 02:21   좋아요 1 | URL
ugly boy 뮤비 비쥬얼이 1984 3부 애정부 장면(감금 고문 등등..)과 생각보다 씽크가 맞습니다ㅎㅎ 그 뮤비에 맨슨 전부인 디타 본티즈 (옷 많이 안 입으신 분) 나오는 거 보고 크 양놈들 쿨한 거 보소 하고 감탄했네요 ㅋㅋㅋ맨슨은 너무 좋아했던 나머지 방구석에서 앨범(테이프) 틀어놓고 you say you wanna revolution!!! 하고 전부 큰소리로 따라 부르던 흑과거도 떠오르네요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8-16 02:22   좋아요 2 | URL
그리고 하루키는 안 좋아해서 그1984는 아직 안 읽어봤지만 말씀 들으니 언젠가는 읽을 거 같아요 ㅋㅋㅋ

scott 2021-08-15 21: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84년생 2021년 대박 운세!!

반유행열반인 2021-08-16 02:22   좋아요 2 | URL
본의 아니게 조지오웰만 보면 열반이 생년!!!하고 연관지어 버린 거 같아 송구하네요 ㅋㅋㅋㅋ

페크pek0501 2021-08-16 16: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주 인상적으로 읽은 명작입니다. 끝에 펼쳐지는 반전도 멋지고... 조지 오웰의 저력을 봤다고 할 수 있죠.
이렇게 내가 읽은 책을 만나면 괜히 반갑다는... 그래서 댓글을 쓰지 않을 수 없다는... ^^**

반유행열반인 2021-08-16 17:02   좋아요 1 | URL
같은 책 읽으신 이웃 분을 보면 저도 정말 반갑습니다 ㅎㅎㅎ

공쟝쟝 2021-08-20 15: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리 추천 하시오면… (꾸역꾸역) 저의 뇌회로는 1984 1Q84 아큐정전 (물론 세권 다 안읽었다) 그 리 고 이젠 누군가의 해 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8-20 16:06   좋아요 1 | URL
나의 해 ㅋㅋㅋ 아큐정전은 중딩 때 읽었다!!!! 이상하게 하루키 안 끌려요…제가 좀 핵인싸 보면 나까지 좋아할 필요 없잖아? 하고 피하는 경향이 있는 반골이어서….

공쟝쟝 2021-08-20 16:12   좋아요 1 | URL
반골 반반 치킨 반반 저도 하루키 놀숲 한권 봄… (전 반골아니고 그냥 소설 못읽러..?)

반유행열반인 2021-08-20 16:17   좋아요 1 | URL
난 반딧불이도 봤다!!! 버닝 보려고요. 그런데 결국 아직도 버닝 안 봄 ㅋㅋㅋㅋ
 
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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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4 최은영.

브로콜리너마저-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https://youtu.be/mSd3dbU9RWg

방금 전까지 눈앞에 펼쳐진 장면이, 내 귀로 들어온 말이, 순식간에 휘발되고 정신이 아득할 만큼 충격을 받는 일이 있다. 그 시간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좋을 때도 그랬고 안 좋을 때도 그랬다. 좋았지만 사라진 기억에 대해서는 남아 있는 느낌만을 겨우 떠올리며 왜 아무 것도 남지 않을까, 하고 짙은 안개 속을 휘저어 파편으로 남은 장면 장면을 건져내려 애를 썼다. 나쁜 장면은, 잠시 잊혀졌다 이내 튀어올라 당장은 무얼 하고 어디 있어야 할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 나는 안절부절 나를 놓을 자리를 찾다가 울부짖다가 소리지르다가 내가 이렇게 미쳐가는구나 싶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눈물을 꾹꾹 찍어 가며 그 순간을 담담하게 복기해 보았다. 그러면 조금은 남의 일이 된 것 같아서 잊어버리고 사는 데 도움이 되었다.
가장 최근의 안 좋은 상황에서는, 잠시 휘발되고 다시 떠오른 고통에 어찌할 줄 모르는 시점과 복기할 수 있는 때까지 너무도 긴 간격이 남아 있었다. 나는 그 시간과 공간을 벗어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없다고 판단했고, 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 순간 나는 나를 탓했다. 이 장면에 이르기까지 결국 네가 자처한 것이고, 그 결과 벌을 받는 중이고, 당장은 그걸 피할 수 없다. 내가 선택한 건 체념이었다. 나는 드디어 자기 기만의 기술을 획득하였다. 참는 법을 배웠다. 분노와 고통을 지연시키는(그리고 지속시키는) 법을 배웠다.
나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눈앞에서 화를 내고 모든 말을 다 쏟아 놓고 갈가리 찢고 부숴 회복할 수 없을 만큼 망쳐버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는 길을 주로 택해왔다. 분노는 순식간에 모든 걸 다 태워버리고 아무 것도 남기지 않았다.
어느 쪽이든 극단인 건 마찬가지이지만 나는 퇴보한 듯 보인다.

그러니까, 이 책도 그렇고, 최근의 서사는 억누르고 참고 지내며 상처 주느니 상처 받길 택하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각성한 듯 이제 더는 그러지 않겠어요, 하는 전개가 많다. 그것이 치유와 위로와 공감의 계기가 되고 주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끝없이 돌아보고 생각하고 아니라고 말하고 떠나는 법을 배우는 과정, 성장과 회복, 해방.

나는 상처의 목록을 만들고 그걸 다시 뒤적이며 돌아본 뒤에 그래도, 어쩔 수 없지. 하고 덮어버렸다. 나의 망상과 오해와 과장일지 몰라. 맞다고 해도 어쩌겠어. 되게 병리적인 마음인데 그냥 일시적이길 바랄 수 밖에 없다. 나는 나를 모르겠다. 나 자신도 내가 놓인 상태도 이 세상도 도무지 모르겠다. 지금은 그냥 그런 상태이다.

내가 쓸 수 없고 내가 누릴 수 없는 고조모, 증조모, 할머니, 어머니, 자신, 주변의 좋은 여자들에게로 이어지는 세대를 넘나드는 위로와 기댐의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많이 울고 싶었다. 밝은 밤이라는 제목은 모순된 형용 같지만 도시의 빛공해를 떠올리며 밤이 밝으면 잠이 잘 안 온다구…하고 그런 의미가 아닌 걸 알면서도 괜히 투덜거리고.
제목의 밝은, 이란 말과 달리 남편의 외도로 이혼하고 그걸 탓하는 부모, 특히 어머니와 불화하는 지연의 정서는 소설 내내 밝지 않다. 어둡다. 그 시간을 견뎌내는 사람을 내내 지켜보는 일은 참 슬펐다. 결국 그녀를 치유하는 건 경청의 힘, 오래 전 이후로 만나지 못했던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따뜻한 관계를 맺어 가며 할머니와 할머니의 어머니를 지켜주던 소중한 인연에 대해 아는 일인데, 그런 벼락 같은 위로란 참 동화 같았다. 직접 겪을 수 없으면 뭐 글로라도 읽으면서 간접 위로 받아야지. 착하게 살지는 못하더라도 착하게 사는 사람들을 아프게 하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 싶었다. 위로를 받은 건지, 위로가 되지 않는 일인지.


+밑줄 긋기
-그렇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사람이 사람을 기억하는 일, 이 세상에 머물다 사라진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기억되고 싶을까. 나 자신에게 물어보면 언제나 답은 기억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내가 기원하든 그러지 않든 그것이 인간의 최종 결말이기도 했다. 지구가 수명을 다하고, 그보다 더 긴 시간이 지나 엔트로피가 최대가 되는 순간이 오면 시간마저도 사라지게 된다. 그때 인간은 그들이 잠시 우주에 머물렀다는 사실조차도 기억되지 못하는 종족이 된다. 우주는 그들을 기억할 수 있는 마음이 없는 곳이 된다. 그것이 우리의 최종 결말이다. (82)

-삼천아, 새비에는 지금 진달래가 한창이야. 개성도 그렇니. 너랑 같이 꽃을 뽑아다가 꿀을 먹던 게 생각나. 그걸 따다가 전을 부쳐 먹던 것두, 같이 쑥을 캐다가 떡을 만들어 먹던 것도. 인제 나는 꽃을 봐도 풀을 봐도 네 생각을 하는 사람이 됐어. 별을 봐도 달을 봐도 그걸 올려다보던 삼천이 네 얼굴만 떠올라. 새비야, 참 희한하지 않아? 밤하늘을 보면서 그리 말하던 네가 떠올라. 이것도 희한하구 저것도 희한한 우리 삼천이가 생각나누나. (120-121)

-하지만 할머니는 그날 그 자리에서 불안을 느꼈다. 경계하지 않을 때, 긴장하지 않을 때, 아무 일도 없으이라고 생각할 때, 비관적인 생각에서 자유로울 때, 어떤 순간을 즐길 때 다시 어려운 일이 닥치리라는 불안이었다.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터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전전긍긍할 때는 별다른 일이 없다가도 조금이라도 안심하면 뒤통수를 치는 것이 삶이라고 할머니는 생각했다. 불행은 그런 환경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겨우 한숨 돌렸을 때, 이제는 좀 살아볼 만한가보다 생각할 때. (199)

-남선은 평판이 좋은 사람이었다. 시장에서도, 동네에서도 마음씨 좋고 예의바른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새댁은 좋겠어, 저런 신랑 얻어서.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까. 그래요, 저희 신랑이 사람 좋지요, 대답하고서 할머니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술자리에서 앞장서 술값을 내는 사람. 그리고 그는 그런 사람이기도 했다. 그 모든 지출을 아내의 돈으로 하는 사람. 나중에는 아예 액수를 정해서 그만큼을 미리 마련해달라고 했다. 그는 할머니에게 무엇 하나 주는 법이 없었다. 감정적인 부분에서도 단 한 순간도 할머니를 채워주지 않았다. 그 목마른 느낌은 할머니가 증조부와의 관계에서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것이었다. 증조모의 말이 맞았다. 그는 여러모로 증조부를 닮은 사람이었다. (219)

-그날 아침에도 나는 쌀을 씻어 밥을 안치고 쌀뜨물로 찌개를 끓이고 돌문어를 손질해서 삶은 뒤 남편과 나눠먹었다. 그가 그걸 먹고 나가서 애인과 밤을 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나는 요리하는 일에 정이 떨어졌다. 식재료를 다듬고 씻고 양념하고 굽고 찌고 끓이고……애써서 그 모든 과정에 몰두했던 일이 우습게 느껴졌다. 그따위 짓이나 하고 다닐 그를 위해 왜 정성을 들여 음식을 만들었지. 마음을 다해 한 일을 경멸하게 되는 게 어떤 것인지 그전에는 몰랐었다. (244-245)

-아바이, 죽어버려요. 우리 눈에 띄지 말고 죽어버리란 말입니다.
그말에 증조부가 들고 있던 책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증조모도 할머니를 가만히 바라봤다. 할머니는 물집이 잡힌 것처럼 부은 눈으로 증조부를 쳐다봤다.
당신 돌아가셔도 내레 흘릴 눈물은 없습니다. 아바이 산소에도 걸음하지 않을 거고, 내는 아바이를 잊을 겁니다. 기러니 돌아가세요. 돌아가서 우리 없는 곳에서 죽으란 말입니다.
그 말은 그 순간의 진심이었다. 그런 말은 속으로라도 해본 적이 없었지만, 어버이를 귀하게 대해야 한다는 건 할머니에게 살인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같은 절대적인 법이었지만, 할머니는 그 순간 그 법을 깨뜨렸다. 증조부에게 화가 나서도 아니었고, 증조부를 공격하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할머니는 절망 때문에 증조부에게 그렇게 말했다.
증조부는 그로부터 몇 달 뒤에 속초의 한 대로변에서 버스에 치여 죽었다.

나는 아바이에게 죽어버리라고 했고 그는 그 말대로 죽었다.

“할머니가 한 말 때문이 아니에요……”
내 말에 할머니가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 엄마도 너처럼 말했었어. 행여나 그런 생각하지 말라고. 그래도……그냥 그러고 싶을 때가 있잖아. 내가 나한테 벌주고 싶을 때. 괜히 못되게 대하고 싶을 때. 그럴 때 그런 생각 자주 했지. 내가 무슨 짓을 한 건가 싶어서. 그게 아버지에게 한 마지막 말이었다는 게, 사람이 아무리 미워도 마지막 말이 그거였다는 게……그게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여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이미 다른 여자와 결혼한 남자를 자기 딸이랑 맺어준 사람이에요. 그것도 모자라 남편이 떠난 게 할머니 탓이라고 했고요. 다른 누구도 아니고 할머니 친아버지가.”
“그래.”
“너무 상처받아서, 아파서 소리를 지른게 죄가 될 수는 없어요.”
“알아. 잘 알고 있어. 그냥, 그럴 때가 있었다는 거야. 마음이 나에게 박하게 기울 때가 있었어. 그래도 지연이 너한테 고마워.”
“제가 뭘요……”
“내 얘기 들어줘서, 들어줘서 정말로 고마워.”
할머니는 그렇게 말하고 입가에 힘을 줘서 애써 웃어 보였다. (250)

-새비야.
응.
내레 아까워.
뭐가.
새비 너랑 있는 이 시간이 아깝다.
새비 아주머니는 한동안 아무 대답이 없었다.
아깝다고 생각하면 마음 아프게 되지 않갔어. 기냥 충분하다구, 충분하다구 생각하구 살면 안 되갔어? 기냥 너랑 내가 서로 동무가 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주면 안 되갔어?
……
난 삼천이 너레 아깝다 아쉽다 생각하며 마음 아프기를 바라디 않아.
그 말에 증조모는 가타부타 대답하지 않았다. (258)

-나는 정말 견딜 수 없을 지경이 되었을 때만 114를 눌렀다. 혹시나 엄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잠시라도, 아주 잠시만이라도 엄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았다. 나는 나와 같은 마음으로 114를 누를 아이들을 상상했다. 실패할 것이 분명한 전화를 거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런 상상을 할 때만큼은 나는 온전한 혼자가 아니었다.
114입니다. 어느 번호를 찾아드릴까요?
엄마, 나 지연이야!
어린 내 몸안에는 외로움이 전기처럼 흐르고 있어서 누구라도 나를 건드린다면 덩달아 외로워질 것이었다. 어쩌면 그래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나를 더는 안아주지 않고 만져주지 않고 내 손길을 그저 피하는 것은. 그런 상상을 하면 슬픈 마음이 조금은 줄어드는 것 같았다. (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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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8-14 19:2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전 최은영 신작 아끼는 중이에요.

반유행열반인 2021-08-15 16:48   좋아요 2 | URL
차분한 위로가 필요한 슬픈 날 꺼내드셔요 ㅎㅎㅎ

새파랑 2021-08-14 19: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브로콜리는 사랑입니다^^
어떠한 말로도 위로가 안되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내 탓이라고 참기만 하면 결국 자신만 더 불쌍해지고.. 차라리 안참는게 정신건강에 좋을거 같아요 🙄 열반님 리뷰 읽으니 최은영 작가님 신작 완전 좋을거 같아요 ~!!

반유행열반인 2021-08-15 16:49   좋아요 2 | URL
그렇지만 저는 김금희파…(이면서 최은영님도 그에 못 미치지만 좋아합니다 ㅋㅋㅋㅋ) 저는 너무 안 참아서 이젠 좀 참아도 될 거 같아요 ㅋㅋㅋ

2021-08-14 1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15 16: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미 2021-08-14 19: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음..저도 다음에 노래 제목으루 제목 쓸래요!ㅋㅋㅋㅋ 어떨땐 자고 일어나 다 없던 일이었음 싶을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어쩜 이렇게 저렇게 살아가는 일들이 다 착각이고 다 꿈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반유행열반인 2021-08-15 16:50   좋아요 3 | URL
노래 제목으로 제목 썼나 찾아보러 가야겠습니다 ㅋㅋㅋ자고 일어나니까 진짜 다 없던 일 같기도 한데…그게 다 착각이고 꿈이었네 없던 게 어딨어 싶어요 ㅋㅋㅋㅋㅋ

scott 2021-08-14 21: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브로콜리! 라이브 ,진정 코로나가 사라져야 가능 하겠죠 열반인 상처 목록이 이젠 기쁨의 목록으로 플러스 투자 종목 주식, 알짜 효자들로 서서히 채워질 겁니다. ^ㅅ^

반유행열반인 2021-08-15 16:51   좋아요 3 | URL
브로콜리 올 여름에도 장기공연 오늘까지 했더라구요 이와중에도 초소규모로 라이브 진행하는게 대단하지만 미처 못 찾아가는 미안함…늘 축복의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scott님!!!!(그런데 주식은 전부다 개떡락이라 그냥 다 묻어두고 잊어버리고 있대요 ㅋㅋㅋㅋㅋㅋㅋㅋ)

scott 2021-09-10 15: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이달의 당선 추카~
대불 호텔 가지 말고
밝은밤, 밝은 밤, 망원경을 들고 강원도 로~~

반유행열반인 2021-09-10 17:46   좋아요 2 | URL
항상 좋은 소식 먼저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scott님!!!!

새파랑 2021-09-10 16: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브로콜리 친구분이신 열반인님 오늘은 그런 밤이 되시길 ~! 축하드려요~!!

반유행열반인 2021-09-10 17:46   좋아요 2 | URL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파랑님!!!!!!

초딩 2021-09-11 14: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이달의 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좋은 날 되세요~

반유행열반인 2021-09-11 14:1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초딩님. 초딩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빕니다!

모나리자 2021-09-11 16: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요.^^

반유행열반인 2021-09-11 16:46   좋아요 1 | URL
모나리자님, 축하 감사드립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얄라알라 2021-09-11 18: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호! 늦게 인사드립니다. 열반인님, 9월도 당선 소식과 함께 순항 하시길~~축하드립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9-11 20:27   좋아요 1 | URL
얄님, 늘 찾아주시고 축하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얄님도 즐거운 독서 잔뜩 하시는 구월 되시길 기원합니다.
 
세로토닌
미셸 우엘벡 지음, 장소미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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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0 미셸 우엘벡.

작년 이맘쯤 ’소립자’를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꽤나 재미있어서 이미 읽었다는 친구들한테 왜 이 재미있는 걸 니들만 읽었어…했더니 한 친구가 자기가 가지고 있던 소립자 책을 줬다. 나는 신이 나서 친구가 플래그 붙여둔 페이지들을 이리저리 넘기다가 다시 볼 지 어쩔지 모를 책을 책꽂이에 잘 꽂아 뒀다. 그리고 신간으로 나온 ’세로토닌’도 샀다. 일 년 푹 묵혔다가 이번 여름 가기 전에 읽었다.

중년의 플로랑클로드, 플로드클로랑, 이름 자꾸 헷갈리는 주인공 남자가 몇 달, 몇 년, 시간이 잘 가늠되지 않는 동안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옛 연인을 회상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나온다. 서서히 죽어간다는 생각이 절로 들도록 심심하고 외롭게 지낸다. 비슷한 느낌이었는지 왠지 모르게 필립 로스의 ’전락’도 생각나고 ’죽어가는 짐승’도 읽고 싶어졌다.
읽을 수록 드는 생각은, 책에 등장하는 기간 동안은 내내 섹스 한 번 못하는 주인공이 끝나버린 성생활이 인생의 끝이고 세계 종말인 듯 허무와 목적상실의 소용돌이로 빨려들어가는 모습, 그래도 목숨을 이어가겠다고 세로토닌 흡수 억제제 열심히 먹으면서 결국 자살을 생각하는 이 남자에게 나는 아무런 동정심이 들지도, 공감하지도 못하겠구나, 였다. 이런 나새끼가 잔인한 건지, 작가가 그러라고 의도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하찮은 삶이란 없는데 또 한없이 하찮게 보이고 어쩌면 흔하고 평범하고 또 조금은 나쁜 놈 같은데 완전 나쁜 놈도 아닌 이 남자 이야기를 따라가는 게 나한테 무슨 의미인지 회의도 약간 느꼈다. 행복해지고 싶지만 행복할 수 없어, 행복할 뻔 했는데, 그 여자와 함께 였다면, 그 전과 후의 여자는 아니야, 다 환멸이야, 심지어 남들이 행복하겠다고 이런저런 열정 다하는 모습조차 다 쓸모없는 짓으로 심드렁하며 내내 그러고 있는게 그냥 좀 답답했다.
오래전 연인 카미유의 집까지 뒤쫓아가 그녀의 아이에게 총구를 겨눌 때는 진짜 이새끼가, 하고 역겹기도 했다. 그 장면에 빡쳐하다가 식사 시간이 되어 꼬물거리는 곁의 네 살 꼬마에게 김에 밥을 싸서 먹이는데, 밥을 입에 넣어주고 뽀얀 볼을 만지고 입도 맞추면서 아, 저런 장면에서 빡치는 거 보니 나 생각보다 아이들에게 기대는 삶이구나, 했다.
조금만 어렸어도 삶이란 뭐냐, 행복이란 뭐냐, 죽어가는 거냐, 살아가는 거냐, 하면서 몰입해서 읽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지금 느끼기로는 이런 게 소설이라면, 문학이라면, 소설도 문학도 예술도 이 남자처럼 노쇠하고 소멸되어 가는 중이 아닐까 싶었다. 반으로 쪼개지는 작고 하얀 알약에만 기대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달라지려고, 나아지려고 시도하지 않는다면. 그냥 죽을 날만 세고 있는 거지 뭐.

향정신성 물질이 몸에 작용할 때의 느낌을 안다. 죽고 싶고, 그러다 살고 싶고, 무기력하고, 그러다 또 조증으로 날뛰고, 그런 기분을 안다. 리비도가 삶의 원동력이 될 때가 많았고, 많고, 주위에 함께 밥 먹고 무엇이든 함께 할 사람이 있는 게 축복이고 행복의 원천인 것도 안다. 지금 누리는 모든 게 사라지면 나도 저렇게 무감각하고 애쓰지 않는 인간이 될까. 행복해지려는 어떤 시도도 포기한 채 그저 과거만 돌아보는 인간이 되는 날이 올까. 아직은 덜 늙었는지 나는 최대한 무엇이든 붙들려고 애쓸 것도 같다. 아니면 그냥 조용히 책 읽으며 홀로 늙어가는 삶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플로랑이 책 읽는 모습도 제법 나오고(심지어 세 든 집에서 사드 전집도 찾아 내고), 이런 저런 시구 인용도 하는 거 보면 이 인간이 독서에서 즐거움 찾지 못하고 저렇게 공허해하고 나중에는 텔레비전에서 푸드 포르노나 쳐 보고 있는게 이해가 안 되기도 했다. 어이어이 살 만 한 거냐. 벌써 우울증과 무기력감을 잊어버린 거냐. 휴가 내내 집안에 처박혀 있었더니 잊었던 짜증과 화가 기억나려고 하는 것도 같은데, 다시 열심히 걷고 열심히 몸을 써야겠다.

아, 그리고 번역. 이전에 뒤라스 책 읽으면서 문장이 너무 마음에 안 들어서 같은 역자가 우엘벡 책 번역했다니 걱정이네, 했는데 역시나 이번 책 읽을 때도 으 왜 이렇게 썼대 하는 부분이 종종 있었다. 프랑스어는 하나도 모르지만 대명사 처리, 조사 같은 디테일한 부분에서 거슬렸다. 원문 느낌을 살리는 건지 어쩐 건지 몰라도, 적어도 한국어 문장을 쓸 때 나라면 저렇게 불분명하고 불명료하게 옮겨 오지는 않을 거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건 뭐 1개국어 구사 독서인의 한계 ㅋㅋㅋㅋㅋ

+밑줄 긋기
-자고로 자유란 주체성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상부에서 하달된 수칙에 대한 하급자의 반감이나 일종의 불복종, 또는 제이차세계대전 직후에 등장한 다양한 실존주의 연극에서 이미 묘사된 개인의 도덕심에 의한 반항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72)

-마지막으로 찍은 케이트의 사진이 아마 내 컴퓨터 안 어딘가에 있을 테지만, 그녀의 모습을 되새기기 위해 굳이 컴퓨터를 켤 필요는 없다. 그저 두 눈을 감는 것으로 충분하다. 당시 우리는 그녀의 집에서, 그러니까 그녀의 부모 집에서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낸 참이었다. 코펜하겐은 아니었는데, 도시명이 가물가물하다. 어쨌든 나는 기차 여행을 하면서 파리로 천천히 돌아오고 싶었다. 여행의 초기는 묘했다. 기차가 발트해 위를 달렸고, 잿빛 바다 표면과 우리의 거리는 불과 2미터 남짓이었다. 이따금 거센 파도가 더러 우리 객실의 현창을 철썩 때리고 갔다. 우리는 하늘과 바다라는 두 추상적인 광활함 사이에서 단둘뿐이었고, 나는 인생에서 그토록 행복했던 적이 없었다. 어쩌면 내 삶은 거기서 멈췄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철썩거리는 거대한 파도와 발트해와 영원히 합체된 우리의 육신.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기차는 목적지(로스토크였나, 아니면 슈트랄준트였던가?)에 도착했다. (113-114)

-결과적으로 그녀의 부친은 공증증서 작성과 담보 등기라는 단순한 부동산 행위 하나로, 내가 근 사십 년의 세월 동안 힘겹게 모은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번 셈이었다. 노동은 결코 돈으로 보상된 적이 없었다. 그 둘은 엄밀히 말해 아무 상관이 없었다. 어떤 인간사회도 노동에 대한 보상을 토대로 건설된 적이 없었다. 심지어 미래의 공산 사회도 그 원칙에 기반을 두는 것 같지는 않았다. 마르크스는 부의 분배원칙을 다음의 공허한 말로 요약했다. “각자의 필요에 따라.” 혹여 우리가 그의 말을 실행에 옮기는 불행이 일어났더라면 끊임없는 억지와 궤변의 원천이 되었을 것이나, 다행스럽게도 나머지 국가들은 말할 것도 없고 공산국가에서도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돈이 돈을 부르고, 돈에 권력도 따른다. 그것이 사회조직의 최종 결론이었다. (157-158)

-사랑을 일종의 둘이 꾸는 꿈에 비유하는 건 틀린 생각이 아닐 것이다. 물론 만남과 엇갈림을 반복하는 게임 같은 시간들과 각자 꿈을 꾸는 소소한 순간들이 있겠지만, 사랑은 어쨌든 우리가 지상에 존재하는 시간들을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들어준다. 어쩌면 세상을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유일무이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194)

-정말이지 우리가 다른 이들의 삶에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정도 연민도 정신분석도 이성적인 상황판단도 전혀 유용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스스로 불행의 메커니즘을 만들어낸 뒤 의미를 최대로 부풀리고, 그렇게 메커니즘은 하릴없이 계속해서 돌아간다. 질병이 개입하면 작동 오류나 결함이 생기지만 계속해서 돌아간다. 끝까지, 마지막 순간까지. (260)

-심장이 고통스러운 경련으로 옥죄어들었고, 추억들이 쉬지 않고 속속 되살아났다. 우리를 죽이는 것은 미래가 아니라 과거다. 자꾸만 되살아나서 우리의 가슴을 에고 우리를 좀먹고 결국 우리를 죽음으로 몰아간다. (327)

-그는 그래도 조금은 머뭇거리며 입술을 살짝 떨더니 말했다. “선생은 현재 깊은 슬픔으로 죽어가고 있는 듯합니다.” (368)

-어쨌든 이 세상은 이미 죽었다. 나에겐 죽은 세상이었고, 비단 나에게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세상은 그냥 죽었다. (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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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8-10 21: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아 로스트에서 저 배우의 한국어 발음에 한 번 놀라고 자막에 두 번 놀란 기억납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8-10 21:05   좋아요 4 | URL
저 정작 짤만 실컷 보고 드라마는 본 적이 없어요. 요태까지 날 미행한고야? ㅋㅋㅋㅋ

미미 2021-08-10 21:08   좋아요 4 | URL
그럼 다 보신거예요ㅋ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8-10 21:10   좋아요 4 | URL
왜 난 햄보칼수업서!!!

scott 2021-08-10 21: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분 말 알아듣는 1인 🖐 이렇게 자막으로 읽으니 한국어 받침이 을마나 어려운건지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8-10 21:10   좋아요 4 | URL
꽈찌쭈처럼 여기 주인공이 저렇게 포효라도 했다면, 남의 불행가지고 웃는 거 나쁘지만 하여간에 실소라도 했을 텐데 우엘벡 할배 진짜 웃음 한 톨도 허용 안 하더라구요…..

붕붕툐툐 2021-08-10 21: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요즘 열반인님 페이퍼는 맨 마지막 짤 보는 재미!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8-10 22:05   좋아요 4 | URL
소설 내내 온몸으로 주인공이 저렇게 쥐어짜는 거 같은데 도무지 웃기지를 않아서 오랜만에 추억짤 소환했네요 ㅎㅎㅎ

2021-08-11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11 1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21-08-11 1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립자때 내가 쪼렙이어서 그랬던건지 아니면 진짜 소립자가 짱이었던건지 그걸 모르겠단 말이지요... 🤔 아무래도 소립자 재독이 필요하겠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8-11 13:52   좋아요 0 | URL
이 책보다는 역시 소립자가 짱이에요 야한 거든 뭐든 더 젊어서 쓴 거라 아직 에너지도 느껴지고 ㅋㅋ이 책은 너무 희망이 안 보여서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