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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 - 금융위기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애덤 투즈 지음, 우진하 옮김 / 아카넷 / 2019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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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7 애덤 투즈.

내 맘대로 캐스팅 소개
-주연: 벤 버냉키(전 연방준비제도 의장), 앙겔라 메르켈(현 독일 총리. 아직도?!!)
-조연: 장 클로드 트리셰, 마리오 드라기(둘다 전 유럽중앙은행 총재), 사르코지(전 프랑스 대통령, 부패 혐의로 징역형에 집행유예), 베를루스코니(전 이탈리아 총리, 성범죄자-징역형),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전 IMF총재, 성범죄 피의자-무죄 선고), 이명박(전 대한민국 대통령, 현 죄수), 온갖 미국은행, 유럽은행 경영진(아무도 깜빵 안 감, 보너스 두둑이 챙겨 이직), 오바마, 푸틴, 폴 크루그먼, 트럼프, 시진핑

오래 방치한, 겉으로는 멀쩡해보이는 샌들을 신고 나갔다가 출근길에 신이 다 부서진 게 시작이었다. 무언가가 나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무너지는 건 오랜만이었다. 그래서 무너지는 것에 대한 책을 찾다가 ‘붕괴’를 발견해 빌려 읽었다. 엄청나게 두꺼운 데다가 금융위기 발생 배경과 발생 후 약 10년 간의 국제 경제, 정치 등을 다룬 금융사 책이라 어려웠지만 왠지 모르게 꾸역꾸역 읽었다. 한 달만에 드디어 이 책에서 벗어났다! 그동안 붕괴된 샌들에 대한 보복심리로 크록스를 세 켤레나 사 버렸는데 내 연약한 발의 피부는 360도 뺑뻉 돌려 다 까지고 물집 잡히고 굳은 살도 생겼다. 크록스 신발이 아니라 크록스 주식을 사야 했다. 나같이 편한 여름 신발에 집착하는 미친 종자가 많았는지 크록스 주식이 많이 올랐다. 그동안 주식과 펀드 투자에 발을 담그었는데, 내가 어설픈 독서와 검색질을 통해 결론 내리고 이거저거 정신 없이 사 모은 동안 코스피가 3300을 찍고 갑자기 하락을 거듭하더니 많은 종목이 손실을 보여주고 있다. 과열될 때 진입해서 망한 거죠…앞으로 오래 기다려야 하는 거죠… 문득 긴 생각 없이 저지른 일에 갑자기 유동성이 부족해지고 세금 문제까지 뒤집어 쓸 위기에 놓여 아…나란 새끼 조금만 더 신중하고 급한 성격 좀 고치자…하면서 하여간에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런 상황이라 그런지 세계 종말 급은 아니더라도 가장 최근에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던 경제 위기, 금융 위기에 관한 책에 관심이 갔나 보다. 이 책은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에서 시작된 금융 위기와, 그 이전에 너무나도 촘촘하게 연결되어 버린 세계 금융 경제로 인해 챡챡 퍼져나간 2010년 유로존 위기, 이후 2015년 중국의 위기(주가 폭락), 그리고 가장 최근의 2017년 트럼프 당선과 영국의 브렉시트에 이르기까지 약 10여년의 정신 없는 세계 금융사를 다루고 있다.
그동안은 나 하나 임금 소득 얻고 주거 확보하고 육아와 생계를 꾸리느라 신문의 헤드라인으로 언뜻 스치고 당시에는 잘 모르고 지나갔던 일들인데 책 한 권 통으로 읽어보니 새삼스럽고 아, 이런 일이 있었군 이런 식으로 전개되었군 하는 재미가 있었다. 물론 거시 경제와 환율과 금리와 채권과 양적완화와 유동성 등등 커다란 규모의 경제 상황에 대한 내용은 모두 이해할 만큼 지식을 갖추지도 못했고 어려운 부분도 많았다. 다만 경제라는 게 딱 경제 분야로만 국한된 게 아니라 세계 정세와 각국의 정책과 상호 의존성에 엄청나게 매여 있고, 그것 때문에 위기가 더 심해지거나 그나마 다행스럽게 극복할 여지가 생기는 것도 알았다.
트럼프가 미친 놈인 걸 4년 내내 익히 듣긴 했지만 경제 분야에서 그렇게 오바마가 열심히 개혁한다고 해 놓은 걸 뒤집어 엎는데 공력을 집중한 건 미쳐 몰랐다. 그리고 읽으면 읽을 수록 우리가 선진국이라 배웠던 미국, 영국, 독일 등등 부유한 나라들도 우리가 국제통화기금에 지원 받으면서 찔찔대던 시절처럼, 차라리 우리는 미리 겪어 봐서 개고생하고 이후에는 나름 어떻게 대처라도 했지, 마냥 지들 잘 나갈 줄 알던 나라들이 예상하지 못하게 한 나라가 죽 쑤면, 아니 한 나라의 금융 상품 하나만 개박살나도 전 세계가 요동칠 만큼 취약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선진국도 별 거 아니고 개허접이네…특히나 서양사에 관한 책 몇 권 보면 이새끼들이 진짜 얼마나 미친 짓 하고 삽질하고 다녔는지도 잘 보인다…뭐 그렇다고 우리가 미친 짓하고 다니는 게 상쇄되는 건 아니지… 그냥 탈조선 한다고 답도 없다는 걸 알고 뼈가 아플 뿐이다…

결국 내가 벌어들이는 소득도, 일자리도, 내가 다 늙어 일할 수 없을 때 버텨야 할 자산도, 내 터전도 나만 잘 한다고 지켜지는 게 아니고 중국이나 미국, 유럽에서 어떤 놈들이 조금만 이상한 짓해도 순식간에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 하물며 내가 조금 욕심 내서 더 나아져보겠다고 선택 잘못 하는 순간 다 날려 먹을 수도 있는 것…하아…이런 걸 좀 알고 주식이고 뭐고 하는 건데… 친구 말대로 경제에 관한 책 백 권 쯤 읽고 뭘 해 보는 건데. 전공에 포함된 미시 거시 경제학 만으로는 현실 세계의 많은 부분이 설명되지 않았다. 심지어 내 전공 정치 사회학 법학 문화인류학 다 섞여 있지만 나새끼는 전혀 통찰을 얻지도 현실 이해를 제대로 하지도 못하는 것 같다… 이제 금융이나 경제 책은 좀 쉬고 소설이나 읽어야지…아니 미리 빌려놓은 부의 대이동은 좀 보고…금이랑 환율은 또 내가 모르는 분야잖아…멋도 모르고 금친구니까 은선물 ETF도 사야지 데헷 하고서 마이너스 십퍼센트의 수익률을 자랑하고 있다…여러분 투자는 이렇게 하는 거 아닙니다…저를 보고 실패를 줄이시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언제 어느 때 또 이전처럼 세계 금융위기가 들이닥칠지도 모릅니다…만 그래도 대공황이고 2008년 위기고 우리나라 IMF고 간에 결국 다 회복되고 다시 또 망하고 반복이니까…그런 시기를 잘 노리고 차곡차곡 저축해 두셨다가 다들 망할 때 집이든 주식이든 뭐든 사시면….부자가 되실 수도 있습니다.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재테크의 최고봉은 건강 잘 관리하고 열심히 일해서 노동 수익 얻는 것….연봉 사천만원 벌라면 수익률 4프로 가정했을 때 자본금이 얼마나 있어야 할까요. 10억입니다…여러분들은 다들 10억짜리 몸뚱이 자본재를 가진 것이니….건강이 최고. (천페이지 가까이 읽고 똥망진창 엔딩)


+밑줄 긋기
-1990년대에 금융위기를 학습한 한국의 경우 2008년 국가 재무 상태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세계 최고 수준이었고 무역수지는 흑자 진행 중이었다. 또한 유럽과는 달리 한국의 은행들은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와 크게 엮여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결정적으로 1990년대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금융시스템은 국제화되어 있었고 여기에 수출 주도형 국가로서의 재정적 필요와 특히 대금을 회수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자본재의 거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다시 말해 한국의 은행시스템은 달러화를 조달하기 위한 국제 화폐 시장과 원화와 달러화를 손쉽게 거래할 수 있는 외환시장에 크게 의존했던 것이다. (한국어판 서문의 이런 설명은 본문에서도 또 언급된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서구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포퓰리즘이다. (여기까지는 한국어판 서문)

-세계화가 높은 수준으로 이루어진 현재 상황에서 금융위기의 시작을 분석하려면 기존의 일반적인 거시경제학적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국가 사이의 교역에 대한 논의라면 이제 더는 여러 국가들의 경제 상황만을 중요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세계 교역의 흐름을 이끄는 것은 각 국가경제 사이의 관계가 아니라 여러 다국적기업이 협력해서 만들어내는 훨씬 더 광범위한 개념인 이른바 “가치사슬”이다. 각국의 통화 거래 역시 이와 마찬가지다. 2008년에 붕괴된 글로벌 금융시스템 내부의 긴장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케인스학파의 거시경제학 개념이나 국가경제 관련 통계와 같은 익숙한 내용들을 뛰어넘어야만 한다. 국제결제은행의 수석 경제학자이자 “거시금융론”이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가장 탁월한 사상가들 중 한 사람인 한국 출신의 신현송이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는 세계 경제를 국가경제 대 국가경제, 즉 국제경제의 상호작용이라는 “섬 모형”의 관점이 아니라 은행 대 은행, 즉 기업의 대차대조표들 간의 “서로 맞물리는 매트릭스”를 통해서 이해해야만 한다.
(궁금해서 신현송의 저서들을 찾아보니 번역된 책이 한 권도 없다…)

-1980년대 중반에 이르자 연준 의장 폴 볼커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전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 이런 대안정기 시대에 유일하게 가격 혹은 가치가 상승한 것이 바로 주식과 부동산이었다.

-유로존 위기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공통점은 역시 단기시장을 중심으로 한 자금조달에 과도하게 의존함으로써 금융시스템을 통한 차입금이 과도하게 늘어나고 그 때문에 재정구조가 위험할 정도로 취약해진 것이다.

-어찌 보면 막대한 규모의 무역수지 흑자와 충분한 외환보유고를 갖추고 강력한 국력을 회복한 러시아가 국가주도형 경제 강국의 모델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러시아에도 역설적인 부분이 있으니 바로 새롭게 쌓아 올린 국부가 세계 경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복잡한 관계에는 원유나 천연가스 수출 이상의 문제가 포함되어 있다. 이제 러시아의 화폐 유동성은 제고되었으며 역외 은행시스템과 러시아 국내는 이미 여러 가지 방식을 통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로 벌어들이는 수익 중 수백억 달러 이상이 러시아로 들어오지 않고 사라졌다. 러시아의 신흥 소수재벌 집단인 이른바 올리가르히는 마치 1970년대 아라비아 석유 수출국들의 왕족처럼 행동했다. 자기 재산을 키프로스 같은 역외 조세 피난처에 쌓아두었고 그 돈은 다시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런던의 유로달러 계좌로 입금되었다.
(소련 붕괴 어언 20년…이제 완전 미제 앞잡이 자본주의의 개들마냥 페어링 되었다 이거냐…이미 진작부터 마음만은 준비되어 있었는지도…)

-거리에 뿌려지는 유인물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2660루블을 미국 경제에 투자하라. 그러면 그 돈으로 이라크 전쟁도 일으키고 미국 핵잠수함도 만들 수 있다. 전문가들의 추정에 따르면 미국 달러는 액면가의 15-20퍼센트 가치밖에는 안 된다고 한다. 그런 달러가 안정세를 유지하는 비결은 달러 사용 지역이 계속 확장되기 때문이다. …그저 어리석은 자들이 맹목적으로 달러를 믿고 따르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 민족주의의 패기)

-금융위기가 이렇게 격렬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왜 이런 일들에 신경을 써야만 하는가? 그건 금융위기와 맞선 미국 측 해결사들이 오직 금융시스템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내린 결정들이 이후 벌어진 모든 상황들의 원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놀랍고도 씁쓸할 정도로 얄궂은 본말전도의 무대가 만들어졌다. 1970년대 이후로 금융업계 대변인들의 한결같은 주장은 자유시장경제와 규제 완화였지만 이제 와서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국가가 가진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시스템 붕괴라는 위협으로부터 이 사회의 금융 인프라 구조를 구해달라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마치 전쟁이라는 비상사태가 닥친 것 같은 표현을 쓰면서 말이다.

-몇 개월 동안 재무부는 리먼브라더스가 구매자를 찾고 있는 과정을 걱정스럽게 지켜보았다. 9월 둘째 주가 되자 선택의 여지는 남아 있지 않았다. 한국 측에서 리먼브라더스 인수에 관심을 보였지만(뭐??????????!!!!!!!!) 그마저도 중단되었다.(휴..만수야…명박아…이썍끼들아…) 팀 가이트너가 이끄는 뉴욕 연준이 앞장서서 치열한 협상을 벌였고 헨리 폴슨도 개인적으로 관심을 기울였지만 민간업체 중에는 아무도 인수에 나서지 않았다. (이딴 걸 살려고 했다고?…)

-뱅크오브아메리카도 메릴린치를 인수했는데 리먼브라더스가 문제가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헨리 폴슨이 들은 대답은 “영국은 미국의 암덩어리를 들여오고 싶지 않았다”였다.

-“유럽연합 내 규모가 작은 국가들이 금융위기에 직면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 같나?” 라가르드 장관은 조금 흥분한 듯 이렇게 되물었다. “아마도 그런 정부에게는 문제가 되는 기관이나 업체를 구해낼 방도가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 차원의 공동대응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연준의 조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건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주역들, 즉 각국 중앙은행과 다국적 대형은행 모두에 민간 부문의 자금조달이 예상치 못하게 어려워져도 달러를 무제한으로 공급함으로써 각 은행의 대차대조표상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최후의 해결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안심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글로벌 최종대부자의 역할이었다.

-가오시칭은 이렇게 언급했다.
“최근 수개월 동안 세계는 미국이 자신만의 이념, 자부심, 독선으로 투쟁을 이어온 후 마침내 미국인의 위대한 재능 중 하나인 실용주의를 적용시켰음을 목도했다.” 미연준과 재무부는 금융경제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엄청난 규모로 개입했고 그 때문에 중국은 미국을 자본주의 민주국가가 아니라 “아메리카식 사회주의”로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지금 세대의 미국 사람들은 자신의 우월적인 지위에 지나치게 익숙해져 있다. 세계 어디를 가든 모든 사람들로부터 대접을 받는 이들에게 다른 사람들과 똑같아지라는 건 어쩌면 자존심에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사실 ‘똑같아지라’는 건 때로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겸손한 모습을 보이라는 뜻인데 말이다. …한가지 간단한 사실을 명심하자. 미국 경제는 세계 경제 위에 서 있으며 수많은 국가의 희생에 가까운 도움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니 겸손한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하하, 나는 지급 납작 엎드리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최소한 서로 거래관계에 있는 국가들에는 예의 바른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중국과 대화하라! 중동과 대화하라! 그리고 모든 군대를 철수시켜라!”
(중국 국부펀드 관리자 가오시칭 아재 패기 개쩐다…)

-중국이 수출대국으로서 세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가치의 상당 부분은 원자재와 특정 부품들을 또 그만큼 수입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 결과 2008년 전까지 중국의 GDP성장에서 순수하게 수출이 기여하는 몫은 사람들의 상상과는 달리 그리 크지 않았다. 실제로 1990년대부터 중국의 성장을 견인해온 원동력은 국내 수요였으며 수출은 그 영향력이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2008년과 2014년 사이 시속 250킬로미터 이상으로 달릴 수 있는 철로가 기존의 1000킬로미터에서 1만1000킬로미터로 확장되었다. 베이징에서 상하이까지 1318킬로미터를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4.5시간으로 줄었다. 미국이 자랑하는 고속 틸팅열차인 아셀라 익스프레스가 보스턴에서 워싱턴 디씨까지 730킬로미터를 7시간 걸려 연결하는 것과 비교하면 그 차이를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중국의 선구자들은 시속 360킬로미터 이상의 속도로 달릴 수 있는 초고속 열차만 개발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엄청난 규모의 건설계획을 통해 확장되고 있는 규모의 경제는 중국을 고가도로와 철로 건설의 기술 선도자로 만들고 있었다. 예컨대 중국에서는 철로를 건설할 때 엄청나게 큰 달팽이 모양의 기계장치가 미리 만들어둔 일정 크기의 콘크리트 버팀목 위로 끝없이 철로를 깔면서 앞으로 전진한다. 세계은행의 추산에 따르면 중국의 낮은 임금과 토지가격을 감안하더라도 이런 각종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은 유럽이나 미국과는 비교할 수 없이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중국의 초초초고속성장과 패기…ㅋㅋㅋ이 덕인가 나중에 중국 신용평가기관이 미국 신용등급 강등시키고 개까는 부분 웃겼음…그런데 그걸 또 미국 신용등급기관도 받아들여서 같이 등급 내려버림…중국 개무서움…그러더니 코로나로 미국 포함 전 세계 아예 멕여버림…진짜 무서운 나라…)

-만일 경기부양의 목적이 침체된 경제를 빠르게 다시 살려내는 것이라면 신용창조야말로 경기부양지출에 필요한 자금을 만들어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중국 당국의 경기부양책이 특별히 효과가 있었던 건 엄청난 규모의 정부 지출과 대규모 통화완화 정책이 합쳐졌기 때문이다.

-2008년에 가장 위기에 몰린 나라는 한국이다. 지금의 한국을 일으켜 세운 유명한 수출전문 기업 집단, 즉 대우나 현대, 삼성 같은 “재벌”들과 거대한 규모의 제철소, 조선소, 자동차 공장들은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커다란 고통을 겪었다. “우리는 우리와 상관없는 금융위기의 유탄을 맞은 셈이다.” 한 고려대학교 교수의 지적이다. “우리는 불공정한 세상에 살고 있다.” 그렇지만 죄 없는 희생자를 자처하는 이 정도의 분석으로는 한국의 복잡한 현실을 제대로 짚어낼 수 없다.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만 유별나게 동유럽이나 러시아처럼 취약한 모습을 보였던 건 한국의 금융시스템이 전 세계와 하나로 엮여 있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의 혹독했던 시련 이후 한국은행은 충분한 외화를 축적하는 데 집중했고 2008년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2400억 달러에 달했다. 그렇지만 이 정도로는 한국 금융시스템이 가진 약점을 극복할 수 없었다 .유럽과 달리 서브프라임 대출 상품이 문제가 된 것은 아니다. 당시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불량 미국 모기지 증권은 8500만 달러어치에 불과했다. 문제는 보유 자산이 아니라 대차대조표상의 자금조달 방식이었다. 2000년대 초반 이후 한국은 동북아시아 지역의 금융 중심지로 발돋움하려 했고 그런 과정 속에서 통화와 자본의 흐름을 자유롭게 풀어주었다. 한국 금융업의 상당 부분을 해외 투자자들이 소유했으며 한국의 은행들은 도매금융 자금조달 방식이라는 새롭지만 불안정한 방식으로 전 세계 달러시장에서 단기로 자금을 빌려와 한국 내에서 고금리로 장기간 투자를 했다. 한국의 수출은 호황이었고 달러 대비 원화 가치도 꾸준히 오르자 이런 투자방식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었다.

-2008년 가을 한국이 보여준 위기 탈출 동원력은 정부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철강업체 포스코나 현대 자동차, 그리고 삼성전자 같은 주요 수출제조업체들은 수천만 달러를 외환시장에 쏟아부어 원화에 대한 압력을 늦추려고 했다. 한국 정부의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자발적으로 은행 채권을 매입해 자금조달 문제에 도움을 주었다. 한편 현대건설 회장 출신으로 대통령이 된 이명박은 수입할 수 밖에 없는 석유 사용을 줄이고 개인들의 달러 저축을 원화 방어에 활용하자고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나섰다. 환전소 앞에 길게 늘어선 국민들의 호응은 애국심의 발로인 동시에 현재 처한 상황의 급박성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한편 한국은행은 외환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원화의 붕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렇지만 이런 어려움들을 해결하는 데 가장 중요했던 도움은 역시 밖으로부터 왔다. 한국은행은 미연준과 300억 달러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었다고 발표한다. 이를 통해 한국은행은 필요한 만큼의 달러를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외환시장은 공황상태에서 벗어났고 그동안 타격을 입었던 금융 부문도 복구될 수 있을 것 같았다. 2009년 초 한국 정부는 은행간 대출을 위해 550억 달러를 추가로 지원하고 나섰으며 부실채권발생에 대비하기 위해 230억 달러를 따로 책정해두었다. 또한 여기에 채권시장안정화기금 78억 달러와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313억 달러가 더해졌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불도저”라는 별명에 걸맞게 향후 4년 동안 940억 달러가 투입되는 엄청난 규모의 건설 계획도 아울러 발표한다. 여기에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과 철도 재정비에 대한 투자, 그리고 특히 대통령의 숙원 사업인 150억 달러 규모의 이른바 4대강사업 계획이 포함되어 있었다. 4대강사업은 노후 제방 보강과 중소 규모 댐 및 홍수 조절지 건설 등이 포함된 대규모 하천 정비 사업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이 7퍼센트의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1인당 국민소득은 4만 달러를 달성하여 세계7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선다는 747 공약을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며 동시에 “녹색성장’의 선구자가 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ㅋㅋㅋㅋㅋㅋㅋ한국 왜 이렇게 자세해…저자 한국 사람인가 했네…신기해서 긴데도 특별히 다 베껴옴 ㅋㅋㅋㅋ애덤 투즈 검색해보니 영국 출신으로 지금은 콜롬비아대학에 있음…ㅋㅋㅋ 10년 지난 아직도 747은 택도 없습니다… 우파나 좌파나 경제 다 조져먹음…)

-실제로 교도소까지 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월스트리트에서도 가장 높은 지위에 있던 사람들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그리고 뻔뻔스럽게 다시 제자리로 복귀했다. 2009년에도 특별수당이, 그것도 어느 때보다도 많이 지급되었다.

-2010-2016년에 노인들을 위한 복지 시설에서 대중교통, 공립공원과 도서관까지 지방정부가 진행하는 모든 공공사업 분야의 예산이 3분의 1로 삭감되었다. 영국은 이제 점점 더 더럽고 지저분하며 위험하면서 또 미개한 국가가 되어갔다. 실업수당과 장애수당으로 간신히 연명하던 수십 만 명의 국민들은 이제 진정한 절망 속에 빠져들었다.

-사설의 서두는 고풍스러운 아일랜드 민족주의에 바치는 예이츠의 시 한 구절로 시작된다. “1913년 9월이여, 모두가 이것을 위해서였던가?” 결국 모두가 이렇게 되기 위해서였던가. 사설은 이렇게 되묻고 있었다. 아일랜드의 애국자들이 수백 년 동안 피 흘리며 싸워온 대가가 결국 “영국의 싸구려 동정과 독일의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서였던가. 이런 굴욕이 또 있을까. 영국으로부터 정치적 독립을 이루어내 우리의 주권을 되찾았건만 이제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 IMF에 우리의 주권을 다시 넘기자는 것인가.” 그렇지만 계쏙해서 자기 연민에 빠져 있는 대신 <<아이리시타임스>>의 사설은 이렇게 이어진다. “작금의 상황에 대한 진정한 굴욕은 우리의 주권을 빼앗긴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주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것에 있다. 유럽의 강대국들이 공모하여 우리의 주인 노릇을 하려는 이때, 그저 안락한 환상에만 젖어 부끄러움을 잊어버리려 하지 말자. 결국 우리는 어느 누구에게도 달가운 상대는 아니다. 어떤 유럽 국가도 우리가 저질러놓은 난장판을 맡아 기꺼이 대신 정리해줄 마음은 없는 것이다. 우리 손으로 직접 뽑은 정부의 무능력으로 인해 우리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역량은 크게 손상을 입고 말았다.”

-양적완화가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는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다. 주로 단기 채권을 대상으로 한 대량 매입은 채권 가격을 끌어올리며 따라서 채권 시장금리는 떨어진다. 단기 이자율의 하락은 장기 이자율을 떨어트려 투자를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모든 것은 결국 기업이 정말로 투자를 하려는 의지에 달려 있으며 위기 상황에서는 이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양적완화의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금융시장을 통해서 전해진다. 중앙은행이 채권을 다량 매입하면 채권 시장금리가 떨어지고 자산관리자들은 어쩔 수 없이 수익률 높은 다른 자산을 찾는다. 그렇게 채권에서 주식으로 관심을 돌리면 주식시장이 호황을 누리며 포트폴리오의 자산가치가 증가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좀 더 적극적으로 투자와 소비에 나선다. 최소한 이렇게 하면 경제를 자극하는 불확실하고 간접적인 방법은 되는 것이다. 기존 부유층의 재산이 늘어나면 필연적으로 불평등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저소득층으로서는 자본이득을 올리는 일에 참여할 방법이 전혀 없다.
(그래서 코로나19 이후 미국 연준이 양적완화 하니까 기업들은 생산을 늘렸느냐? … 저금리로 돈 빌려다 자사주 매입해서 주식 가격 끌어 올려 주식부자가 되었다고 합니다…다큐멘터리에서 본 겁니다…
대한민국은 저소득층조차 저금리시대에 대출 받아 영끌 주식 코인 투기하다가 많이들 망하고…정부는 기준금리는 냅두고 은행들을 쳐패가지고 가산금리 올리고 우대금리 없애서 금리를 야금야금 올리기 시작했습니다…주식은 코스피 3300찍고서 다시 막 떨어져서 다 망했다…나를 포함해서…)

-미국의 채무 규모는 2021년에는 카르멘 라인하트와 케네스 로고프가 정해놓은 악명 높은 상한선인 GDP의90퍼센트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었다.(응 틀렸어…100퍼센트 넘음…) 그렇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의 결정에는 아주 기본적인 실수가 있었음이 미국 재무부에 의해 드러났다. 잘못된 비교기준에 따라 채무 누적 속도를 대입한 결과 향후 10년 동안 예상되는 재정 적자 규모가 크게 부풀려진 것이다. 더 놀라웠던 건 이런 실수를 재무부 측에서 지적했는데도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틀리긴 틀렸는데 어쩌다보니 소뒷발로 코로나 터치 부채 규모 근사치로 맞춤…)
-재정 적자가 GDP의 3퍼센트를 초과하는 유럽 국가는 관련 권한을 가진 주요 국가들의 반대가 없는 한 자동적으로 제재의 대상이 된다. 채무 규모가 GDP의 60퍼센트를 초과하는 국가는 채무 규모를 줄이는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찾아본 2021년 기사…영국 재정적자 GDP의 -14.4%, 프랑스 -9.2%, 독일 -4.5%, 한국 -3.7%, 일본은 GDP대비250% 넘는 공적 부채 누적-1000조엔 빚, 미국은 부채 21조9천억달러로 GDP의 104.4% 부채 예상…코로나19 덕에 다 빚쟁이 됨.)

-투자의 귀재이자 억만장자로 유명한 워런 버핏은 이런 말을 남겼다. “사실 지난 20년 동안 사회 계층들 사이에 전쟁이 있었고 내가 속한 계층이 승리를 거두었다.”

-미연준의 저금리 정책은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뜨거운 투자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채권 가격은 올라가고 수익률은 떨어지는 채권 매입 조치를 통해 연준은 사실상 투자자들이 채권이 아닌 고위험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주식시장이 호황을 누린 이유가 실제로 이런 영향 때문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씨티 그룹의 어느 전략 분석가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이렇게 말했다. “모든 것이 통화정책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 원동력은 근본적인 경제적 조건이 아니라 바로 중앙은행의 유동성이다.” 2008년 연준은 시장이 붕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개입했다. 그리고 수조달러를 지원했다. 이제 시장은 연준의 일거수일투족에 좌우되었다.
투자자들은 미국 채권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자산을 찾기 시작했다. 달러는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었다. 환율에 따라 도박을 걸고 싶은 투자자가 있다면 값싼 달러를 빌려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신흥시작국가에 투자하면 되었다. 빌려온 달러를 갚기 전에 달러화 가치가 급상승하지만 않는다면 캐리트레이드가 가능했다…수익을 중시하는 투자자들의 관점에서는 낯선 국가들의 새로운 채권이나 증권이 더 구미가 당기는 투자처였다.

-이런 과열된 투자 양상은 투자를 받는 당사자들에게도 위험한 일이었지만 투자자들 역시 불안 요소일 수밖에 없었다. 만일 갑작스럽게 투자금 회수가 이루어진다면 규모가 작은 신흥시장국가들의 금융시장은 연쇄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받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 만일 미연준이 정책을 바꿔서 돈이 다시 미국으로 흘러 들어간다면 누가 가장 먼저 피해를 입고 또 누가 치명적 손실 없이 살아남을 것인가?

-새로운 세계화 시대에 상호의존성의 중요성은 모두 다 인정하고 있지만 서로 균등하게 영향력을 주고받고 있지는 않았다. 누군가는 충격을 고스란히 받기도 했고 또 누군가는 충격을 분산시켰다.

-폴란드와 영국의 인구를 합치면 1억 명에 달하며 유럽연합 전체 인구의 20퍼센트를 이끄는 두 정부는 공교롭게도 가장 회의적인 유럽 혐오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 유럽연합 본부는 물론 이런 상황을 곤란하게 여겼지만 그 영향력은 더 광범위하게 퍼져나갔따. 역사적으로 볼 때 영국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유럽 및 나토 동맹국이며 북미-유럽의 유로달러 시스템의 중심축이었다. 또한 폴란드는 이천년대 초반 이후 미국의 국방부 장관 도널드 럼스펠드가 주장한 “새로운 유럽”의 선봉장 역할을 했다. 미국의 지정학적 작전에 가장 충실하게 동조한 동유럽국가였던 셈이다. 2015년 초 그리스의 시리자 정부는 자신의 곤란한 처지를 내세우며 강대국의 관심을 끌어 뭔가 도움을 얻으려 했지만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는 모두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고 독일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영역에 침범하려 들지 않았따. 폴란드와 영국은 그렇지 않아도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오 있는 유럽연합에 또 다른 문제를 안겨준 것이다.

-사업가는 계속해서 거침없이 브렉시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나라를 되찾고 싶어 한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완전한 독립을 바라는 것이다. 유럽을 보면…유럽 전체를 봐도 그런 사실을 알 수 있지 않는가. 이번 경우 말고도 계속해서 이렇게 자신의 영토를 되찾고 자신의 통화를 되찾으며 그 밖에 많은 것을 되찾으려는 모습을 볼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조국을 되찾을 역량을 갖기를 원한다…지금 사람들은, 전 세계 사람들은 화가 나 있다…자신의 나라 안으로 다른 누군가가 밀고 들어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에 분노하고 있다. 더군다나 누군지도 알 수 없는 사람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전 세계 사람들은 지금 자기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일들에 분노하고 있다.”
사업가가 하는 말은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는 자기 앞에 모인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대부분 브렉시트를 반대했다는 사실조차 잘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실시된 다음 날부터 유럽연합에는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긴 건 분명했다. 그런데 지금 주목해야 하는 건, 그리고 기자들이 이렇게 한적한 골프장에 모여들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문제의 저 미국인 사업가가 바로 오바마 대통령 이후를 놓고 다툴 미국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는 공화당 후보로 결정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는 사실이었다.(딱 중간쯤까지만 읽어도 우리는 그를 떠올리게 되지 트…트…)

-“이제부터는 미국이 제일 우선이다. 글로벌리즘이 아니라 아메리카니즘이 바로 우리의 신조다.”
만일 누군가 경제위기와 민주주의의 부패가 미국에서 어떻게 민족주의적 반동을 불러일으켰는지 그 상황을 그려보려 한다면 이런 결말은 사실 어쩌면 현실과는 다른 만화에 가까운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만화가 아니라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당대의 미국 정치계층이 경험했던 가장 혼란스러운 사건임에 틀림없었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금융위기 사태를 통해 알게된 것처럼 시장의 힘이 지배하는 정부란 고작해야 아주 위태로운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었고 글로벌 금융시스템이 무너져갈 때 국가의 개입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누가 누구를 지배하며 정치적인 지원을 어디에서 얻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 결국 모든 문제의 핵심이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앨런 그린스펀과 동료들이 그렇게 노력해 일종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제도화했던 금융의 세계화는 단지 부와 권력의 분배라는 냉정한 결과와 함께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정치적, 법적 인공 구조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2016년 초 국내 수요를 되살리기 위해 중국 정부는 민간 부문에서 재정부양 조치를 통해 또 다른 신용 호황이 일어나도록 유도하고 동시에 과잉 설비가 가장 문제가 되는 중공업 부문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서방측 언론들은 겉으로는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옹호해왔지만 중국의 이런 국가적 개입에 대해 안도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정부가 자본을 통제하면서 상당 부분이 각 지역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갔고 먼저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치솟기 시작했다. 소형 자동차에 대한 판매세는 반으로 줄었다. 어쨌든 이런 정부의 개입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었다. 이에 반응이라도 하듯 아시아 전역에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과 제조업이 늘어났으며 중국의 막대한 제조업 분야도 위기에서 벗어났다. 글로벌 디플레이션의 위협도 수그러들었다.

-이른바 “정치경제”의 시대에서 정말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정치 부분이다.
2007년 이후 벌어진 금융위기의 규모는 민주적 정치와 자본주의식 통치에 대한 요구 사이의 관계를 엄청나게 부담스럽고 긴장된 관계로 몰아넣는다. 무엇보다도 이런 긴장상태는 일반 대중의 정치 참여나 혹은 선출된 지도자들의 절대적인 정책 통제 안에서 일어나는 위기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그런 둘 사이를 중재하는 역할을 해온 정당들의 위기 안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이런 긴장상태는 정당들의 계획과 일관성, 어려움을 해겨할 수 있는 역량을 시험하며 동시에 정말로 필요한 존재들인가도 확인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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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8-07 23: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마지막 짤들 왤케 웃겨요?ㅎㅎㅎㅎㅎ
연봉을 번다는 계산으로 제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 거 너무 감동~ 나에게 더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이 팍팍 드네요!!
선진국이라 생각했던 나라들이 진짜 생각보다 더 허접한 거 같아요. 경제책 10권은 넘게 읽으신 거 같은데요? 곧 주식으로 흥하실 날이 오실 거 같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8-08 06:07   좋아요 2 | URL
허접하다고 했는데 자다가 생각해보니 저자는 그래도 이 정도로 열심히 머리 돌려서 세상 폭망하는 거 막아놓은 영웅들일세- 하고 소개한 거 같아서 어 내가 너무 너그럽지 못한가 했어요 ㅎㅎㅎ내내 건강하세요 ㅎㅎㅎㅎ 주식으로 흥할 생각은 없고연 4퍼센트만 다오 옛날 예금만큼만 다오 하는데 현실은 ㅋㅋㅋㅋㅋ

파이버 2021-08-08 00:1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결국 내가 벌어들이는 소득도, 일자리도, 내가 다 늙어 일할 수 없을 때 버텨야 할 자산도, 내 터전도 나만 잘 한다고 지켜지는 게 아니고˝ 지금 <노마드랜드> 읽고 있는데, 반님 페이퍼를 읽으니 정말 공감가네요... 저는 소심한 소시민이라 잃을 돈도 없고, 적금만 넣는데도 가끔 불안해요...

반유행열반인 2021-08-08 06:09   좋아요 3 | URL
심지어 그 나만 잘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망칠 때도 있어서 문제에요 ㅋㅋㅋ그러니 사실 적금만 넣는게 완전 망할 일 불안할 일 없는 길 같기도 한데...

바람돌이 2021-08-08 01: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10억에다가 앞으로 계속 직장을 다녀서 월급 받을걸 미리 계산하면 더더더 내 몸과 건강의 가치가 쭉쭉!!
갑자기 부자가 된 느낌입니다. ㅎㅎ 아 그리고 메르켈 총리는 드디어 18년간의 정치에서 9월에 퇴직한다고 합니다. ^^

반유행열반인 2021-08-08 06:11   좋아요 2 | URL
이 책에서 메르켈이 자꾸 유럽 부진국들 돕는 일마다 안 돼!! 하고 독일 이익만 챙기는 단호박 노릇해서 너희까지 망하면 안 되는 거 알지만 진짜 매정하다....싶더라구요. 건강한 부자 바람돌이님!!! 늘 건강하시길 빕니다!!!!!

공쟝쟝 2021-08-08 11: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반님 페이퍼 보고 있으면 금융이나 경제책도 개미지옥인거 같아요ㅋㅋㅋㅋ 이게 한번 관심 가지게 되면 세계 경제 굴러가는 거 궁금하고 막 그래지는 거 맞죠? 저는 코인 책 읽다가 메타버스 들렀다가 이제 미국주식으로 넘어가는 중입니다. (누구랑 다르게 투자 말고 책‘만‘이요..) 그나저나 반님 제발 가치투자해요. 단타하지마요ㅋㅋㅋㅋㅋ 단타할거면 투자하지마요 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8-08 11:58   좋아요 2 | URL
단타 아닌데 ㅋㅋㅋㅋ여지껏 팔아본 게 한 종목이고 나머지는 강제 장투중인데 돈이 필요한데 묶여서 근심인 거에요 ㅋㅋㅋ

공쟝쟝 2021-08-08 12:17   좋아요 3 | URL
단타 아니고 전격 투자였어? ㅋㅋㅋ 강제 장투 ㅠㅠ 저도요.. 생각해보니 맞아요… 의도치않은 장투 ㅋㅋㅋㅋ

syo 2021-08-08 12: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마어마하네요. 인용부분은 괄호만 읽게 되었다....!

반유행열반인 2021-08-08 13:23   좋아요 2 | URL
뭣하러 다 베껴놨나 한 달 지나고 나니 기억이 나질 않네요… ㅎㅎㅎ

Yeagene 2021-08-08 15: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읽느라 고생하셨네요.밑줄긋기만 읽는데도 꽤 어려워요..ㅠㅠ 고개가 저절로 절레절레 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8-08 16:04   좋아요 2 | URL
그냥 역사책 같아요 굳이 이렇게 자세한 이유가…후대에 남기기 위함인가!!!
 
먹고 기도하고 먹어라 - 미친 듯이 웃긴 인도 요리 탐방기
마이클 부스 지음, 김현수 옮김 / 글항아리 / 2020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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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5 마이클부스.

이 책을 만난 건 작년 알라딘에서 우연히 참여하게 된 댓글 이벤트 덕이었다. (첨부 이미지 참조)
마이클 부스의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을 읽은 뒤였고, 나는 블랙유머나 시니컬한 농담을 좋아하는 편인데다 잘 모르던 북유럽에 대해 알게 해주는게 좋아서 그 책도 제법 잘 봤다. 나중에 리뷰를 보니 불만이 더 많았다. 아무래도 ‘미친 듯이 웃긴’ 이라는 수식어가 담긴 부제 때문에 다들 속았다고 느낀 모양이었다.
출판사는 이번 인도 여행기에도 ‘미친 듯이 웃긴’이라는 말을 끝내 포기하지 못했는데 이게 또 패착이 아닐까 싶었다..게다가 인도 요리 탐방기, 라는 부제와 달리 뒤의 절반은 요가와 명상으로 흘러가고 마무리된다. 식도락 여행기를 바라고 읽던 사람에게 깊은 깨달음을 주기보다는 개빡침을 안길 우려도 있다. 카레라이스 달라는 사람한테 카레는 당신 마음 안에 있습니다 하면 진짜 살인 나는 것이다…
아무튼 그러한 유머 코드를 가진 출판사 관계자 분 덕에 제가 황송하게도 글항아리 책을 삼십만원어치나 소장하고 이제 막 두 권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별 다섯 개는 어른의 사정으로 알고 넘어갑시다. ㅋㅋㅋ

인도는 신화와 역사와 종교와 문화와 예술과 관련해서는 궁금한 점이 많은 나라였지만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동아리 선배 중에 홀로 인도에 다녀온 언니랑, 또 나중에 배우자를 따라 인도에 잠시 살다온 언니랑, 본인이 주재원이 되어 인도에 오래 체류하게 된 오빠를 보며 신기해하긴 했다. 낯설고 한국보다 편리하지 않은 곳에 그렇게 오래 머무는 게 대단하다 난 못해...하고…
관악구의 오랜 맛집 인도음식점 옷살에 친한 사람들을 데려가 여기 맛있지, 아저씨가 자꾸 물 따라주네, 하는 정도가 내가 인도에 대해 품은 호의의 최대치인 것 같다.

그리고 자꾸만 단체로 춤을 추는 인도영화의 작위성이나…친구가 리뷰대회 같이 나가자 해놓고 쏙 빠져 혼자 꾸역꾸역 읽고 썼지만 강화길 소설가에게 까여 삐짐 지수만 잔뜩 상승한 아룬다티 로이의 지복의 성자…(구글 저서 번역에 행복한 성직자로 되어 있어서 웃김 ㅋㅋ) 그 정도가 인도 문화를 맛보기로 조금 손가락만 담근 정도…

코로나19는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만 더 세게 때려서 그 나라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걸리고 죽고 한다는 소식을 들으며 인도는 더더욱 먼 곳이 되어 버렸구나, 원래도 갈 생각이 없었는데 거기 뿐 아니라 국경을 넘는 일은 당분간 어렵겠구나 하는 날들이다. 그래서 그런가 작년에 조금 읽다 덮은 여행기도 다시 펼쳐 읽으니 흥미로웠다.

마이클 부스는 서른 아홉에 중년의 위기 운운하는데 사실은 알코올 중독 문제로 배우자를 걱정하게 했다. 그때문인가, 배우자와 아이 둘과 함께 장기 인도 여행을 떠난다. 처음에는 식도락 여행을 즐기며 인도의 여러 지방을 누비고 다닌다. 대항해시대하면서 염료 향신료 향료 모은다고 간간히 들리던 항구 이름이 나올 땐 오 나 저기 잘은 모르지만 들어봄 ㅋㅋㅋ하고 반가웠다. 그런데 갑자기 배우자 리센이 이제 처먹는 여행 그만하고 내가 요기 섭외해 놨으니 거기서 몇 주 동안 수련하고 술 끊어, 안 그러면 너랑 안 살아, 하고 강력한 처방을 내려서 마이클 부스는 강제로 요가와 명상 수업을 받게 된다. 그게 의외로 좋아서 스스로 초월 명상 워크숍까지 찾아가고 영국에 돌아와서도 계속 명상과 요가를 하며 절제를 찾게 되었다-는 해피엔딩.

나도 모르게 요가 이야기가 나오면 책을 읽다 말고 유튜브에 초보 요가 쳐가지고 몇 동작을 따라하고 있었다 ㅋㅋㅋ 제대로 요가 해 본 적은 없고 위핏으로 스트레칭이나 하던 건데 휴가 동안 집에 처박혀서 걷지도 않고 백신 맞고 진통제나 삼키며 골골대다가 누워서 영상에서 시키는대로 요렇게 조렇게 몸을 조금 움직이니 기분이 좀 나아지는 것도 같았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도중 샤워를 하다가 나는 이미 다 가지고 있고 이제 잃을 일만 남았네, 그걸 너무 슬퍼하지 말아야지, 그런데 마이클 부스는 굳이 인도까지 가야했을까? 원효대사 봐라, 뼈에 고인 썩은 물 먹고 득도하는데, 뭐 이런 생각하고 후반부를 보니 거의 똑같은 이야기가 써 있어서 아 사람의 생각이란 생각보다 다 비슷하고 특별할 게 없나 보다…아닌가 원체 걱정쟁이에 불안쟁이인 나랑 비슷한 성격의 마이클 부스라 코드가 맞는건가 나도 술주정뱅이가 될 위험은 있지 이번에 카브루에서 한정판 맥주 나왔다고 그걸 이만원 넘게 주고 앱에다 시켜서 곰탕집 가서 픽업까지 받았지 엣헴 주사 맞아서 아직 못 먹었는데… 이런 뻘 생각도 하다가 옷살에 가고 싶은데 나갈 일도 나가기도 귀찮으니, 하고 그냥 전지현이 광고하는 즉석 카레를 네 봉다리 시켰다.

내세와 업과 개인의 내면으로 침잠하는 방식의 해결책은 진보의 적이고 그래서 좌파들이 인도문화를 별로 안 좋아할 것 같긴 한데. 세상을 바꾸겠다는 인간들이 몇 번을 뒤집어놓고 혁명을 일으키고 누굴 죽이고 권력자가 바뀌어도 개인의 삶은 평온해지기는 커녕 죽거나 아프거나 더 가난해지거나 불행해지는 걸 보면, 인도식으로라도 먹을 것으로 위안 받고, 요가든 명상이든 아편이든 위안 거리가 있어야 버티는 게 삶이 아닌가 싶었다.


+밑줄 긋기
-아시아에서 가장 큰 시장(과일과 야채를 파는 부분만 10평방킬로미터)이라 알려진 이곳을 관광객들이 찾지 않는 이유가 있다. 소풍 갈 때 가져갈 맛난 것들로 예쁜 바구니를 채우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둘러볼 만한 그림 같은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자드푸르는 매일 5억이란 인구를 먹이기 위해 돌아가는 곳이고, 그런 광경은 절대 예쁘장할 수 없다. 썩어가는 농산물이 바닥에 흥건하게 깔려 있다. 특히 이곳의 정육점을 한번 보고 나면 웬만한 사람은 인도에서는 절대로 다시 고기를 입에 대지 못할 것이다.(71)

-나는 하루 전에 사우리시가 한 말을 떠올렸다. “델리에서 자란 사람이면 누구나 이 세상 어디서든 아무 거나 다 먹을 수 있어요.” (75)

-그날의 깨달음은 애스거의 입에서 나왔다. “우리가 이걸 머리에 하긴 했지만, 우린 원래 우리랑 똑같은 사람이에요.” (88, 암리차르 시장에서 터번을 두른 뒤.)

-프랑스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인도를 이렇게 묘사했다. “오래 사용해서 올이 다 드러나고 수없이 다시 꿰맨 아주 오래된 태피스트리.” 이보다 더 자이푸르를 완벽하게 표현할 순 없다. 내 눈에는 마치 16세기의 도시 하나를 통째로 발굴한 뒤, 상업이 아직도 활발하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군데군데 시멘틀르 조금씩 바르고, 싸구려 아크릴 간판 조각들을 여기저기 걸고, 비닐봉지와 돌들을 쫙 깔아놓은 것 같았다. (117)

-자식이란 크게 벌어진 상처 같은 존재다. 운명은 언제라도 그 안으로 손가락을 넣고 찔러댈 수 있다. 그리고 나처럼 가뜩이나 이런저런 일로 죄책감에 영원히 절뚝거려야 하는 사람에게, 나의 잘못된 결정으로 내 아들이 이런 식으로 고통을 당해야 한다는 사실은 정말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 (142)

-링의 말이 암시하는 바는 나를 개선함으로써 더 나아가 세상을 개선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비록 지극히 작디작은 요인이라 해도, 제네바호에 던진 조약돌 하나가 호수의 수위를 높일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적어도 내가 식욕과 중독 증세를 완화할 수 있다면 다른 이들에게 더 많은 조니 워커와 초콜릿 케이크가 돌아가게 될 테니 그것도 하나의 작은 시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337)

-“제가 들은 얘기인데요, 달라이 라마의 오른팔인 어떤 남자는 공중으로 몸이 떠오르는 걸 막기 위해 무거운 모자를 쓴대요.”
킴이 말했고, 그 순간 우리가 탄 오토릭샤가 도로의 움푹 팬 곳에 부딪히며 우리 셋을 공중으로 붕 띄웠다. (383)

-힌두교는 액체와 같아요. 흑백이 아니고 회색입니다. 힌두교도가 아닌 사람들은 혼란스러울 수도 있어요. 모든 개개인에게 각자의 종교를 주고자 하기 때문이죠. 아무도 소외시키지 않습니다. 그러나 바로 아무도 소외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다소 애매모호해야만 해요. 확실한 형태를 규정지을 수 없어요.
…”뭐, 동양에서는 홀로코스트 같은 재앙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제가 여기 인도에서 주변을 둘러보면 지구상에 여기만큼 우울한 곳도 없는 것 같은데요.”
“네, 우리는 모든 걸 신에게 맡겨버렸으니까요! 그 점은 잘못됐죠. 반면에 서양에서는 모든 걸 개인에게 떠넘기죠. 오늘날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하는 이유가 바로 그겁니다. 당신 같은 이성주의자들은 사회의 실패가 곧 개인의 실패라고 생각합니다. 의무와 책임이 개인에게 꼭 붙어다니는 이윱니다. 인도에서는 모든 책임을 신에게 돌립니다…” (415)

-행복은 일시적이고, 덧없고, 손에 잡히지 않는다. 자기계발서에서 뭐라고 떠들어대든 간에 행복은 의지가 있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것도, 포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기도로 불러낼 수도 없다. 그리고 당연한 이치이지만, 때로 불행한 시간을 겪지 않고는 행복할 수도 없다. 그게 자명한 이치다. (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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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8-05 22: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매일 5억이란 인구를 먹이기 위해 돌아가는 곳/ 델리에서 자라는 사람은 아무거나 먹고 탈나지 않는 ㅋㅋㅋ 길버트 보다 더욱 현실적인 인도,먹방 인문 탐방기 인것 같습니다 ^ㅅ^

반유행열반인 2021-08-05 22:49   좋아요 3 | URL
직접 가 본 분들 덕에 방구석에 앉아서 간접 체험했네요 ㅎㅎㅎ사람 사이에 대면과 접촉과 교류가 사라지고 각자 움츠러드는 게 이놈으 감염병의 제일 치명타 같습니다…

붕붕툐툐 2021-08-05 23: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서 인도에 그렇게 베지테리안이 많았나봐요~ 저 인도여행 할 때 채식했었는데, 모든 곳에 채식 메뉴가 있어서 엄청 편하고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저는 인도에 크게 환상이 없었던 만큼 잘 먹고 잘 놀고 왔어요~ㅎㅎ
스토리 잇기 댓글이 넘 재밌네용~👍

반유행열반인 2021-08-06 07:16   좋아요 0 | URL
인도에 다녀오셨군요!!! 심지어 채식까지...진짜가 나타났다!!!!! ㅋㅋㅋ 생각해보니 요가와 명상 부분 읽을 때 음 붕붕툐툐님의 영역이다 했었어요ㅋㅋ

얄라알라 2021-08-06 00: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러니..어른의 사정으로 알고 넘어갑시다.˝ ^^ 열반인님만 구사할 수 있는 쿨한 고품격 유머^^ 좋아요좋아요!

반유행열반인 2021-08-06 07:17   좋아요 0 | URL
출판사에 보은을 해야 하는데 별이라도 후해야지 드릴 게 없더라구요 ㅋㅋㅋㅋ

새파랑 2021-08-06 0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의 저 댓글이 삼십만원짜리 댓글이군요~!!

개인적으로 왜 책 표지를 저렇게 디자인 한건지 이해가 안가네요 ㅡㅡ

반유행열반인 2021-08-06 07:1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약간 삐끕 표방한 느낌이져 저도 다 읽고서 표지 그림 누구야 하고 겉표지 뒷면 보니 한국에서 저런 짓(?)을 한 거 같아요 ㅋㅋㅋ그런데 저도 동아리 공연 포스터 같은 거 만들 때 그림판으로 더 한 거도 그려봐서 차마 욕은 못하겠고 ㅋㅋㅋㅋㅋ

라로 2021-08-06 0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또 반열샘 글에 넘어가 저 책을 질러야 한단 말입니깍??ㅠㅠ (책 안 사고 싶다고요오~~~!! 절규)

반유행열반인 2021-08-06 07:19   좋아요 0 | URL
아니 이 글을 보고 대체 왜 구매를 하신다는 겁니까 ㅋㅋㅋㅋ별 다섯 개는 예의상이고 실제로는 4.5개입니다 ㅋㅋㅋ 다 본 제 책 드리고 싶네요...(왜 멀죠 ㅠㅠ)

Yeagene 2021-08-06 11: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 리뷰도 재밌고 댓글도 재미져요 ㅎㅎ 삼십만원 값어치하는 댓글인데요 ㅎㅎㅎ 열반인님 덕에 이 책 읽고 싶어졌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8-06 11:39   좋아요 2 | URL
으아니 출판사에 보은하는 방향(=책 판매 촉진)이긴 한데 진짜 이웃 분께는 그냥 제 책 드리고 싶어요 ㅋㅋㅋㅋㅋ빌려보거나 저 처럼 얻어보면 쏘쏘한데 사 보면 화내는 분도(전작 보니) 생각보다 많아서요 ㅋㅋㅋㅋ

2021-08-06 1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06 1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06 1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1-08-06 13: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당연한 이치이지만, 때로 불행한 시간을 겪지 않고는 행복할 수도 없다. 그게 자명한 이치다. (435)
- 저의 경우, 건강검진을 하기 위해 물도 못 마시는 금식을 하고 나니 시원하게 마신 물 한 잔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더군요.

반유행열반인 2021-08-06 14:39   좋아요 1 | URL
그러니 아프고나서 누리는 건강은 더 소중하겠지요 ㅎㅎㅎ항상 건강하시길 페크님!!
 
[eBook]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 비극적인 참사에서 살아남은 자의 사회적 기록
산만언니 지음 / 푸른숲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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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2 산만언니.

그 여름의 백화점 붕괴 사고 소식은 텔레비전 뉴스와 신문 기사를 통해 끝없이 그곳과 떨어져 있던 내게도 전해졌다. 사고 후 잔해 밑에 갇혀 있다 구조된 언니 오빠들 소식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제목만 보고 막연한 궁금함에 이 책을 사서 읽었다. 저자가 겪은 힘든 삶과 고통과 이후로도 끊이지 않은 참사 희생자와 생존자들에게도 애도와 안타까운 마음을 느낀다. 모두가 그간 겪은 힘든 감정들 신체적 정신적 고통 조금이나마 덜어지고 앞으로는 나은 삶을 살길 진심 기원한다.
그렇지만 책으로 읽는 기분은 복잡했다. 딴지일보 연재분이나 블로그 연재로 이 글들을 마주했다면 그 허심탄회함이나 구어체 같은 표현이나 ‘사실, 참고로’, 하는 군더더기에 조금 더 관대했을 것 같은데, 간간히 직접 겪은 사람 아니면 쓸 수 없을 참신한 표현이나 비유가 와닿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문장이나 책 구성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이건 책을 처음 내는 저자 보다는 출판사가 더 다듬어 줬더라면 하는 마음이다. 힘든 일 겪은 사람의 토로를 보면서도 문장 타령하는 나새끼가 싫기도 하고.
이런 책을 읽기 전에 내가 충분히 공감할 준비가 되었는지 돌아본 뒤 읽는 게 우선일 것 같다. 지금의 마음은 그게 아니었던 것 같고 그래서 읽는 내내 나는 이 글을 왜 읽는가, 자주 묻게 되었다. 나의 부족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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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1-08-02 12: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힘든 책 읽으셨네요..ㅠㅠ
전 이런 책 읽을 준비도 안되어 있는데요..읽었다는 것 자체도 대단하십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8-02 18:07   좋아요 1 | URL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것 같아요 ㅎㅎㅎ

syo 2021-08-03 0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장병 1기를 앓고 계신 것 같은데 감염원이 어디일까요? 🤔

반유행열반인 2021-08-03 10:02   좋아요 0 | URL
밀접접촉글이 주원인인 걸로 추정됩니다...(애독자 올림)

반유행열반인 2021-08-03 10:03   좋아요 0 | URL
정작 문장 후지다고 깐 제 문장이 더 후져서 문제입니다. ㅎㅎㅎ

syo 2021-08-03 10:04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별로 후지지도 않지만, 설령 내가 후지다고 해서 못 깔 것도 없습니다! 보는 눈과 쓰는 손은 다른 법

강나루 2021-08-06 20: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반유행열반인 2021-08-06 20:11   좋아요 1 | URL
강나루님 축하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Book] 내 안의 차별주의자 - 보통 사람들의 욕망에 숨어든 차별적 시선
라우라 비스뵈크 지음, 장혜경 옮김 / 심플라이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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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1 라우라 비스뵈크.

원제 IN BESSERER GESELLSCHAFT. 더 나은 이익사회에서. 와, 나 사회학 배울 때 게젤샤프트 들어봤어. 게마인샤프트도 알아! 그런데 말만 알고 퇴니스가 왜 그렇게 공동사회 이익사회 구분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오스트리아 사회학자인 저자가 현대 사회의 여러 분야에 걸쳐 일어나는 독단과 구분 짓기, 일상적 차별에 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유럽 사례가 많은데도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충돌, 담론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혐오와 연결지어도 크게 다른 부분이 없어서 흥미롭게 읽혔다.

원래는 자신과 입장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악으로 몰고 혐오하고 역겹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너무 미워서 이 책을 골랐다. 그러면서도 나도 모르게 저 사람들을 싫어하면서 저런 태도나 마음을 닮아가고 있을지도 몰라, 그게 걱정이 되어서 더 열심히 읽었다. 너희의 자유와 권리가 중요하다면, 나에게도 너를 혐오하고 욕할 자유가 있다, 라는 사람들은 남을 짓밟고 존재 자체를 없애려 드는 걸 권리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건 그냥 우월의식이고 열등감이고 남을 덜어 나를 채우려는 폭력일 뿐이에요. 에효 말해 무엇합니까. 정작 들어야 할 사람, 읽어야 할 사람들은 귀를 막고 눈을 감고 있을 것을.

내가 틀릴 수 있다, 내가 던지는 이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고 존재를 부정하는 혐오가 될 수 있다, 끝없이 되뇌고 반성하면서 살아야겠다. 더 나빠지지 않으려면 꼭 필요한 일이지. 더 나아가 그런 짓을 하는 사람한테도 네가 하는 말과 행동이 무슨 일인지 지적하는 용기도 필요하겠다. 진지충 예민충 소리를 듣더라도 해야 할 일이다.

젠더 문제, SNS의 관심 경제, 노동 시장과 빈곤과 계층 문제, 문화 자본, 골고루 다룬 점은 좋은데 각 장 마지막 마다 뭔가 미완의 느낌으로 마무리될 때가 많았다. 모든 사회학책이 대안을 제시할 필요는 없지만, 진단과 지적에 머무르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아, 어느새 모범답안이나 비전 중독자가 되어버렸나, 그래서 문제인 건 알겠는데 어쩌라는 겁니까 선생님… 더 큰 가르침을 주십시오… 하는 독자에게 그건 알아서 생각해! 하는 듯한(실제로 그러지 않았습니다…) 불친절함은 조금 아쉽기도 했다. (덕분에 책이 두꺼워지지 않았겠지만…)

뼈 때리는 가르침에 밑줄을 너무나 많이 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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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8-01 18:4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뼈 때리는거 좋아해요~♡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8-01 18:58   좋아요 5 | URL
때리는 거요? 맞는 거요? ㅋㅋㅋㅋ 저는 둘다요 ㅋㅋㅋㅋㅋㅋㅋ

미미 2021-08-01 19:24   좋아요 4 | URL
으앗ㅋㅋㅋㅋㅋㅋㅋ저도요!ㅋㅋ

Yeagene 2021-08-01 21: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장바구니에 담아놨는데,이 책을 읽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8-01 21:32   좋아요 3 | URL
저도 그 책 제목에 관심 가지다가 이 책 읽었네요. 인권도 차별이 되나요? 라는 책도 잘 읽었던 기억이 나요 ㅎㅎ

새파랑 2021-08-01 21: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밑줄만 읽어도 거의 책 읽는 급이네요~!! 답은 니가 찾아라 군요 ^^ 근데 밑줄 보니까 고개가 끄덕여 지고 공감이 가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8-01 22:05   좋아요 3 | URL
네 그래서 너무 많이 그어서 출판사한테 혼날지도…(홍보입니다, 홍보!)

붕붕툐툐 2021-08-02 00: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더 큰 가르침은 다음 책에서 주시는 거 아닐까요?
저 맨 마지막 문장을 제 멋대로 ‘뼈 때리는 가르침에 너무나 많이 지쳐버렸다.‘로 읽음요.. 누가 우리 반열님 지치게 했어! 막 이럴 뻔 했네요~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8-02 06:27   좋아요 0 | URL
지치기 전에 책 끝내주시더라구요 ㅋㅋㅋㅋ나만 맞을 수 없다...널리 읽혀라...

공쟝쟝 2021-08-03 18: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정도 캡처라면... 출판사에서 안쫓아와? ㅋㅋㅋㅋ 😳 ㅋㅋㅋㅋ (나는 좋은데...) 출판사님?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8-03 18:43   좋아요 1 | URL
안 유명한 블로그라서 다행이다…쫄리니까 이웃공개할까… ㅋㅋㅋ 내가 나중에 볼라고 캡쳐한 건데 올리면 안 되는 건가…과했나…(소심소심)

공쟝쟝 2021-08-03 18:5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과한지는 모르겠는데 캡처 읽으면서 내려오다가 지쳐서 ㅋㅋㅋㅋㅋ 아 내리자 하고 스크롤을 내렸는 데 한없이 내려갔엌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뭐 어때요 ㅋㅋㅋㅋㅋㅋㅋ 그럴 수 있짘ㅋㅋㅋㅋ
 
자두 소설Q
이주혜 지음 / 창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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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31 이주혜.

작년 연작소설 ‘연년세세’를 펴낸 황정은 작가의 인터뷰를 우연히 인터넷에서 찾아보면서 이 책을 알게 되었다. 그해 읽은 가장 인상 깊은 두 권으로 작가는 ‘도어’와 ‘자두’를 꼽았다. 도어는 올해 일월에 읽었다. 그게 아직 올해인 게 놀랍다. 자두는 마련해두고 오래 꽂아두다 여름이 되고부터 가까이 쌓아 놓았다.
인터넷 슈퍼에 자두를 주문했는데, 나는 아직 읽기도 먹기도 전인데 이웃의 자두 이야기에 눈물을 쏟다가, 그래도 결국 자두를 먹긴 먹었는데 그 며칠 사이 비 그치고 쨍한 햇볕에 더 익은 자두, 딱딱한 복숭아, 수박 모두 다 달았다. 살아있는 사람은 그렇게 단맛을 가끔 누린다. 그 모든 단맛을 비롯한 즐거움은 삶을 추동하는 힘, 살아있으려면 그걸 계속 먹으라고, 유전자를 전달하려면 그걸 계속 하라고, 그런 뭔가의 부름이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왔다는, 책 몇 권 보며 알게된 건 겨우 그 단순한 사실인데 가끔은 그런 오래전에 새겨진 명령어가 있다는 걸 다 잊고 아 달다, 아 좋다, 하면서 온전히 즐겁고 싶다.

첫머리를 보다가 각주에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의 인용구 일부와 역자 이름을 보고, 어어, 정말? 하고 예전 이웃 독서목록에서 스쳐지났던 책을 검색해보니 이 소설을 쓴 이주혜 작가가 그 책의 번역가였다. 이러면 제가 안 읽을 수가 없잖아요…보관함에 담아 놓음…
94년 무덥던 여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또 어어, 72-1 버스라고? 그 없어진 노선, 서울대에서 여의도 가던 그 버스 맞나? 나는 김일성이 죽었을 때 피아노학원에서 수안보온천으로 여름캠프를 갔었어. 나라이름 대기 할 때 오스트리아와 오스트레일리아를 댔더니 애들이 내가 같은 나라를 두 번 말해서 졌다고 해서 울었어. 큰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빠는 조금씩 미쳐갔어. 그때 아빠 나이가 지금 내 나이고, 그때 내 나이가 큰아이 나이네. (나는 아직 미치지 않아서 다행이야.)

은아와 세진은 부부이고, 은아의 시아버지, 세진의 아버지가 담도암으로 입원한 동안 간병을 하다 지쳐 간병인 영옥씨를 고용한다. 갑자기 심해진 병세에 섬망까지 와서 이전과 달라진 모습으로 은아에게 상처를 주는 시아버지와 그런 상황에서 아무런 힘이 되지 못하는 세진에게 은아는 실망하고, 간간히 영옥씨로부터 힘을 얻는다. 그러나 시아버지는 자꾸만 영옥씨에게 욕을 하고, 세진은 영옥씨를 해고하고 불성실한 남자 간병인을 다시 고용한다.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은아와 세진은 헤어진다.
영옥의 존재는 도어의 에메렌츠와도 약간 겹쳐 보였다. 중간에 영옥의 목소리나 시아버지 병일의 목소리로 전개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렇지만 세진의 목소리만은 흉내내지 않는다.
이 책은 번역자인 은아가 자신의 번역한 책 뒤로 길게 붙인 역자 후기이다. 이렇게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로 초대하는 소설을 읽고나니 읽지 않을 수가 없잖아요…당장은 아니라도 조만간…

막 서른이 된 해에 이곳저곳이 아팠다. 충수염 수술을 하고 석달 만에 성대폴립 수술도 했다.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었고 젊어서 그런가 많이 아프지 않고 회복도 빨랐다. 짧은 입원 기간마다 당연하다는 듯 곁을 지키고 돌봐준 사람이 있다. 아직 취업 전의 대학원생이라 가능했겠지만. 반대로 나는 아직 누군가의 간병을 해 본 경험이 없다. 감사한 일이지만 언젠가는 내 곁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약해지고 아파하다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볼 일이 있을 것이다. 그때 나는 그 사람에게 지치지 않고 미워하지 않고 잘 돌볼 수 있을지, 나를 미워하지 않고 회복되거나 떠나가도록 할 수 있을지, 이 소설을 읽고 나니 더 자신이 없어졌다.
수술이나 출산을 앞두고 유서 비슷한 걸 미리 써둘만큼 걱정이 많은 나였다. 오늘 화이자 백신 맞으러 가기 전에도 아, 뭐라도 써둘까, 했는데 그만 두었다. 나는 사실, 나야. 했는데 내곁을 죽음으로 떠나버리는 사랑했던 이들을 지켜보는 마음은 어떤 걸까. 직접 겪고 싶지는 않다. 책으로 충분해. 오래오래 건강하게 내내 사랑하며 삽시다.

+밑줄
-리치가 말한 ‘레즈비언 연속체’는 정확히 무슨 뜻일까. ‘mothering’은 ‘어머니 되기’일까 ‘어머니 하기’일까? 그렇다면 어머니는 자격인가, 상태인가, 아니면 행위인가? 적당한 한국어를 고르기 전에 그의 생각을 이해하는 게 우선이었습니다만, 작업 내내 저는 이해에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렸습니다. 애초에 타인의 생각을 정확히 이해하는 게 가능한가 하는 철학적인 질문까지 떠올랐습니다. (14-15)

-“사람한테 충이 뭐예요, 충이? 농담이라도 사람을 벌레라고 부르는 사람이 무슨 의사가 되겠다고 그래요? 사람이 웃겨요? 목숨이 우스워요?”
제일 심하게 놀려대던 젊은이는 입까지 쩍 벌리면서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일행은 떨떠름한 얼굴로 입을 다물더군요. 카페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던 게 기억납니다. 그들의 떨떠름한 표정이 바로 벌레 씹은 얼굴이었다는 건 6 층까지 올라와서야 깨달았습니다. 시럽충 운운했던 그 젊은이는 재수 없게 별 이상한 진지충을 만났다고 아마 그날 내내 떠들고 다녔을 겁니다. (44)

-죽어요…...죽어요……
환청이 아니었습니다. 착각도 아니었습니다. 두 사람이 서 있는 나무 그늘 쪽으로 다가가는 길에 분명히 영옥씨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저도 모르게 발소리를 죽이며 그쪽으로 다가갔습니다. 영옥씨의 목소리는 저주에 어울리지 않게 나직하고 평온했습니다.
“어르신, 죽으려거든 날 좋을 때 죽어요. 이런 염천에는 죽지 말아요. 이런 날 죽으면 자식들 고생합니다. 부디 볕도 좋고 바람도 좋은 날 죽어요. 그래야 자식들이 덜 서럽습니다. 알았지요? 꼭 좋은 날에 죽어요. 우리 어머니처럼 염천에 죽어 자식 가슴에 한을 심지 말아요.” (77)

-지금 생각하면 시아버지의 방식은 좀 치사한 데가 있었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아기 이야기를 꺼내놓고 갑자기 제 눈치를 보며 입을 다물어 버리거나 어색하게 화제를 돌렸습니다. 그러면 저는 죄도 짓지 않았는데 용서를 받는 더러운 기분이 들고 말았습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세진에게 이런 찝찝하고 억울한 기분을 털어놓았습니다. 처음 몇번은 세진이 대신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자 세진도 시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부모의 반응에 비하면 시아버지의 반응은 굉장히 너그러운 거라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너도 결국 아이를 가져보려고 더 노력하지 않는 게 잘못이라는 말이지? 왜 이야기가 그리 튀어? 어른의 입장도 헤아려야 한다는 말이잖아. 그럼 나는?죄도 없이 맨날 용서받는 내 심정은 누가 이해해주니? 팔은 안으로 굽는다더니 네 팔은 늘 아버님 쪽으로만 굽지?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나는 너랑 아버지를 저울질하지 않아. 둘 다 내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인데 왜 꼭 편을 갈라야 해? 너야말로 늘 편을 가르려고 들지. 가장 소중한 사람이 어떻게 둘이 될 수 있니? 너는 언제나 뒤로 밀리는 내 마음을 절대로 이해 못해. 싸움은 계절성 기후처럼 반복되었습니다. (91-92)

-안타깝기 짝이 없지만, 암이 더 진행되어 고통이 커진 후 죽는 것보다 낫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장례식장이란 원래 말이 되지 않는 말들이 향 연기처럼 제멋대로 피어올라 허공을 떠다니는 곳임을 이때 배웠습니다. 그중 어떤 말들은 옷과 머리칼에 깊이 배어 쉽게 빠지지 않는 향냄새처럼 뇌리에 진득하게 들러붙어버린다는 것도요. (116)

-싸락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바닥에 하얀 눈가루가 쌓이지 못하고 바람에 이리저리 날렸습니다. 잠시 가만히 서서 눈을 보았습니다. 저들은 왜 나의 애도를 방해하는가. 왜 내 마음을 슬픔 대신 분노로 채우는가. 무슨 의도인가.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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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31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01 0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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