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대회 나가려고 읽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어 가지고 강화길 다시 보게 되었다 ㅋㅋㅋ나랑 안 맞아, 했는데 이 소설은 생각보다 흥미진진했어…다른 서재이웃분들은 에밀리브론테, 하는 부분에서 이게 뭐야 코미디야 하고 비웃었댔는데 나는 그 부분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ㅋㅋㅋ일단 소설이 만족스러워서 리뷰대회 까여도 별로 화가 안 날 것 같다…원고지 10매 이내라 그랬는데 인용구 다 빼도 25매 넘어..어쩌지…어쩌겠어. 이런 팔자지. 이런 팔자야. ㅋㅋㅋㅋㅋ

같이 읽던 ‘괜찮은 사람’도 아직 다 보지는 못했는데 단편 속 장면장면이 장편에서 오버랩 되는 부분이 있어서 (그니까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집안에 혹은 주변에 뭔가가 있거나, 막연하지만 사실은 실체가 있지만 외면하고 싶은 불안에 떨거나, 물을 마시거나, 한 방에 두 사람이 함께 지내거나 하는…) 그런 부분을 겹쳐가며 보는 재미도 있었다.


리뷰 분량 넘치는 바람에 어차피 망했지만 밑줄 긋기는 페이퍼로 따로 올리기로 함ㅋㅋㅋㅋ

+밑줄 긋기
-그러나 몇 년 전, ‘니꼴라 유치원’이라는 소설을 쓸 때의 일이다. (9)

-물론 이런 일은 흔하다. 사실 소설을 시작할 때 나는 매우 감정적인 상태다. 엄청난 소재를 발견했다는 착각에 흥분해 있다. 하지만 감정과 소재가 뭉쳐진 덩어리를 자르고 다듬는 과정에서 내가 진짜 다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마주하게 된다. 질문하게 된다. 나는 무엇을 쓰려 했던가. 무엇을 써야 하는가. 그에 답하며 더듬더듬 걸어나가다보면 어떤 실루엣이 조금씩 보인다. 결국 소설은 언제나 의도와 다른 작품이 된다. 그래서 나는 소설을 완성하고 나면 작품이 처음 쥐고 있었던 감정과 소재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졌는지를 확인해보곤 한다. 안심하기 위해서다. 시작할 때의 마음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당시 목도한 어떤 상황에 대한 나의 감정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내가 소설을 썼다는 사실이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완전히 다른 소설을 쓴 건 난생처음이었다.(17)

-한 달? 두 달? 결국 어느 날 나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더는 이렇게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고 말이다. 속으로 중얼거렸다. 한 글자라도 쓰자. 그래, 일단 쓰자. 써야 계속 쓸 수 있어. 하지만 이제 와 돌이켜보면 그런 생각도 든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쓰고자 했을까. 대체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왜 그렇게 끝까지 포기하지 못했을까? 왜?(19)

-그 소식을 듣고 나는 슬펐다. 그 사람을 기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아니, 거짓말이다. 나는 그렇게 착한 아이가 아니었다. 엄마는 거짓말쟁이나 이기적인 사람이 되면 안 된다고 했지만, 나는 이미 그런 애였다. 모르겠다. 그렇게 살지 않는 게 가능하긴 한가. 이렇게 묻는 건 비도덕적인가. 쓰레기 같은 짓인가. 그래? 그때 나는 쓰레기 같은 짓을 했다. 그곳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고독한 여인이 말라죽어간 허름한 집을 말이다. 그 비극의 장소는 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신비로운 분위기로 가득차 있겠지. 보고 싶다. 그걸 느끼고 싶다. 아니, 이것도 진실은 아니다. 솔직히 모르겠다. 대체 그때 나는 왜 그랬을까. 왜 그 집에 들어갔을까. (46)

-선생님은 내게 감정을 떠내려 보내라고 했다.
“그러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그 감정을 쏟아붓게 돼요.”

원한.

누군가에게 쏟아붓기 위해 만들어진 마음. (56)

-이제 나는 진실에 관심이 없었다. 애초, 진실에 누가 관심을 갖는가? 중요한 것은 이야기일 뿐이다. 그 이야기가 진실을 말한다고 믿을 뿐이다. 의미를 부여할 뿐이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니까. 읽고 싶은 이야기를 읽을 수 있으니까. 나는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보기로 했다. 나의 소설 속에서 그녀를 되살려내기로 결정했다. 그래, 안진으로 데려오자. 그리하여 그것들에게 똑같이 말해줄 것이다. 너희는 내게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어. 그 무엇도 아니니까. 그런 생각을 하자 희열이 느껴지면서 손끝이 저릿저릿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래. 나도 되갚아주리라.

그렇게 악에 받쳐 분노를 머금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악의가 나를 잡아먹은 것일까, 아니면 원래부터 내가 악의를 품고 있었던 것일까.

나는 첫 줄을 썼다.

“악의만이 전부이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진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58-59)

-거기에는 내가 있어. 길게 옆으로 누워서 눈을 뜨고 있는 내가 있어.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어가는, 죽어가는 내가 있어. 나는 어쩔 줄 몰라하다가 나를 흔들어. 나는 천천히 눈을 깜빡이며 나를 쳐다봐. 아직 죽지 않은 거야. 하지만 너무 고통스러워하고 있어. 몸이 떨리고 입에서는 침과 피가 흐르고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 나는 손을 뻗어 내 눈을 감기는데, 잘 안 돼. 눈꺼풀이 자꾸만 다시 위로 올라가. 내리면 다시 올라가고, 내리면 다시 올라가고. 결국 나는 손으로 내 눈꺼풀 위를 덮고 있어. 아주 오래도록. 그래서 나는 차라리 내가 죽었으면 해. 나는 나의 숨을 막고 울어. 제발 끝내주세요. 이런 마음을 그만 느끼고 싶어요. 너무 지쳤어요. 제발 중단하게 해주세요. 이 삶을, 이 마음을, 이 고통을……하지만 입에서는 계속 진흙맛이 나. 나는 살아 있어. (128-129)

-당신들은 모두 웃고 싶어해요. 행복하기를 원해요. 하지만 서로를 믿지 못해요. 믿을 생각이 없어요. 믿으면 배신당한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래서 자기 자신조차 믿지 못하니까요. 그게 당신들의 삶이었으니까요. 아, 그건 나의 삶이기도 해요. 네, 그래요. 왜 이토록 어려울까요. 불안함으로만 가득할까요. 누군가에게는 쉬운 일이 우리에게는 왜 이토록 고통스러울까요. 우리에게 사랑이란 덧없는 기억이고, 불행은 오래 남는 이야기죠.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나는 이야기를 왜 하는 걸까. 이야기라는 걸 굳이 왜 하고 싶어하는 걸까. 누군가가 들어주기를 바라서? 왜? 잘 모르겠어요. 불가능하다는 걸 알기 때문은 아닐까요? 그러니까 이해받는 거요. 온전히 이해받고, 사랑받고, 그래서 편안한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 아닐까요. 아아, 그래서 옆에 있는 가까운 사람에게 집착하게 되는 건 아닐까요? 내 마음을 알아줄 것 같은, 실체를 가진 사람이니까요. 그 실체를 계속 느끼고 싶으니까요. (207)

-그때, 셜리가 내게 무슨 말을 했다. 나는 알아듣지 못했다. 그러자 마음이 한없이 바닥으로 꺼지는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의 말을 알아듣는 것이 왜 이토록 힘든 일인가. 어려운 일인가. 그리고 나는 왜 나의 이야기를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걸까.
안심.
나는 다시 한번 그 단어를 떠올렸다. 내가 원하는 건 오직 그것 뿐이었다. 왜 그 마음을 갖는 게 이토록 어려울까. 뢰이한은 계획을 세우라고 했지만……내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모아둔 돈도, 나를 환영할 친척도, 그 무엇도 없었다. 이제는 연주도 나를 미워했다. 나는 무엇을 기대하며 살아야 할까. 목소리? 이 건물의 악의? 하. 그래. 그것만이라도 나를 찾아와준다면.
에밀리 브론테, 대체,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222)

-“맞아. 이건 우리 이야기야. 나한테 아주 소중하고, 너한테도 소중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294)

-계속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러자 누군가 대답한다.

응,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또 누군가 대답한다.

아마 그렇게 될 거야.

영원히. (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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