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1984 펭귄클래식 48
조지 오웰 지음, 이기한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1년 12월
평점 :
판매중지


-20210815 조지 오웰.

나이를 묻는 이들에게 조지 오웰의 소설 제목의 해에 태어났다고 소개할 때가 종종 있었다. 내가 고등학생 일 때 1984의 지문 일부를 포함한 논술문제가 대입 시험에 출제되곤 해서, 아니 그렇다면 1984년에 태어난 고딩이 이걸 안 읽으면 안 되겠군, 하고 고등학생 때 이 책을 처음 읽었다.
감시 사회와 빅브라더라는 용어는 지겹게 들었던 터인데, 절반 조금 못 미치게 읽었을 때 급전개되는 연애의 장면과 성애 장면에 충격을 받았다. 그래 이거야. 권장 도서, 고전 명작 타령만 할 뿐 왜 아무도 이렇게 바람직하고 야한 소설이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은 건가!!! 비슷한 이유로 입시 준비를 빙자해 한국 근현대문학의 남녀상열지사를 섭렵하며 김승옥 소설을 가장 좋아하던 내게 1984는 최애 소설이 되었다. 아마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기 전까지는 그랬고… 밀란 쿤데라도 수능이나 논술에 낼 만하지 않나? 그런데 그만큼까지 참신하고 과감한 출제자는 없었나 보다.

그러니까 제대로 이 소설을 완독해 본 사람이면 빅 브라더 타령은 안 할 것 같다. 나에게는 읽은 것 중 손에 꼽히는 슬픈 연애 소설이었다. 고등학생 때 읽은 건 청목사라는 곳에서 나온 책이었는데, 알라딘에서 언젠가 이벤트로 민음사 판 전자책을 공짜로 줘서 쟁여뒀고, 또 펭귄 클래식 세트 10년 대여에도 있어서 이번에는 펭귄판으로 읽었다. 거의 20년 만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20대까지(그러니까 첫애 태교 음악으로 들을 정도로), 그리고 최근 에반 레이첼 우드의 그루밍 폭로가 있기 전까지 마릴린 맨슨의 팬이었다. 내한 공연도 두 번이나 갔다. 역시나 고딩 때 나온 Holy wood앨범에 Disposable teens이라는 노래가 있는데, 거기 가사에 ‘a rebel from the waist down’ 하는 부분이 있다. 혁명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은 줄리아에게 윈스턴이 당신은 허리 아래에서만 반역자로군, 하는 대사가 있는데, 그걸 노래에서 발견하고는 꺄악 맨슨도 1984 읽었어, 나도 저 부분 좋아하는데! 이러고 신나했던 철없는 시절도 있었다. 아아… 얼마전에는 SF소설을 준비하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영화 채피 에 대해 설명하다가, 거기 나온 힙합 듀오 부부 얘기를 하다가 맞다, 걔들 뮤비에 맨슨이 나왔어, 하고 찾아 보니 벌써 7년 전 나온 노래였다. 그 때는 맨슨 덕에 남아프리카공화국 힙합을 다 듣네, 하고 신기해했던 Die antwoord의 Ugly boy 뮤비를 생각난 김에 오랜만에 다시 봤는데…아이고 오글거려…내 취향 무엇…이제 진짜로 늙어버렸다 나는 호호 하고 오글거리는 걸 참으면서 꾸역꾸역 뮤비를 보았다.

그러니까 당신이 대학 입시를 앞둔 청소년이라면, 또는 고전 문학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은 있지만 왠지 재미 없을 거라는 걱정에 시달리고 있다면, 믿으십시오. 참고 읽으면 보석 같은(!!!) 구절을 얻는 소설이 세상에 아주아주아주 많습니다. 1984도 그중 하나입니다. 1984년에 태어난 제가 보증합니다. 솔직히 중간에 몰래 금서 읽는 부분의 책 본문은 안 읽고 건너뛰어도 무방합니다. 신어 사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건 소설 구성에서도 조지 오웰이 애초부터 빼버렸어도 전혀 문제가 안 되었을 것 같다.

그리고 윈스턴이 폭격 현장에서 토막 사체를 발로 걷어차는 부분이 있는데, 앞에서는 석고상 같던 손토막이던게 회상할 때는 양배추 같은 머리통으로 바뀐다. 나는 이것조차 실수일까, 아니아니지 조지 오웰이라면 의도적으로 기억과 과거의 불완전성 따윌 암시하려고 일부러 다르게 썼을 거야, 하는 생각마저 해버렸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다른 친구에게 말하고 또 쓰고 보니 이 내용, 사실 서문에 나왔을지도…아님 다른 어디선가 오래 전에 비평으로 읽은 걸 주워온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이 좀 흐르고 나서는 민음사 판으로도 다시 한 번 읽어 봐야겠다.

Marilyn Manson-Disposable Teens(혐주의…맨슨, 난 당신을 배신했어요.)
https://youtu.be/GKkiCFOE-Ic

DIE ANTWOORD - UGLY BOY(역시나 약혐주의…)
https://youtu.be/uMK0prafzw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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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1-08-15 17: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1984>읽었는데...왜 야한 부분같은 거 전혀 생각이 안나죠?
고딩때 읽어서 그런가...;;;;아무래도 다시 읽어야겠어요! _

반유행열반인 2021-08-15 17:11   좋아요 5 | URL
음…제가 원래 그런 거만 잘 찾아내서(자체 음란필터 장착…걸러내기용 아니고 집중 탐색형)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1-08-15 22:07   좋아요 1 | URL
ㅋㅋ 저도 1984 연극보다 깜놀했었던 기억이^^ 이런 장면이 있었던가 하고 다시 책 봤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8-16 02:25   좋아요 0 | URL
햇살님 1984가 연극도 있었군요 ㅋㅋ안 그래도 이거 영화도 있지 않을까 있더라도 안 유명한 거 보면 잘 못 만들었네 싶고 ㅋㅋㅋ

얄라알라 2021-08-15 18: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서재에 자주 오르는 이름 중 한 큰 이름이 조지 오웰인데, 저는 여태 <동물 농장> 재독, 삼독에 머무를 뿐 <1984>는 차일피일했습니다용. 특수필터 장착하신(? 열반인님께서 맨슨과 연결해 옮기신 대사를 보니, 급땡기는 마음. ^^

<조지오웰> 그래픽노블은 도서관 퇴짜 여러번 맞고, 아직 내돈내산 안하고 안 읽었는데 <1984> 읽기 전 <조지 오웰>부터 볼까 행복한 고민이 되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8-15 18:06   좋아요 4 | URL
소설 먼저 읽고 조지 오웰 에세이 넘어가면 거기도 막 연표 실려 있어서 사실 마음 가는대로 읽으셔도 관계 없겠어요 ㅋㅋㅋ동물농장은 중딩 때 읽었는데 그것도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ㅎㅎㅎㅎ

새파랑 2021-08-15 21: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984년에 태어나신 분들 부럽더라구요. 그럼 자연스럽게 이책과 1Q84 까지 1984년생을 대표하는 책이 될거 같아서요. 저는 동물농장보다 1984가 더 좋음 ^^
오랜만에 보는 마릴린 맨슨은 역시 좋으나 Ugly boy는 좀....😅 넓은 스팩트럼의 음악 취항 이시군요~!!

반유행열반인 2021-08-16 02:21   좋아요 1 | URL
ugly boy 뮤비 비쥬얼이 1984 3부 애정부 장면(감금 고문 등등..)과 생각보다 씽크가 맞습니다ㅎㅎ 그 뮤비에 맨슨 전부인 디타 본티즈 (옷 많이 안 입으신 분) 나오는 거 보고 크 양놈들 쿨한 거 보소 하고 감탄했네요 ㅋㅋㅋ맨슨은 너무 좋아했던 나머지 방구석에서 앨범(테이프) 틀어놓고 you say you wanna revolution!!! 하고 전부 큰소리로 따라 부르던 흑과거도 떠오르네요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8-16 02:22   좋아요 2 | URL
그리고 하루키는 안 좋아해서 그1984는 아직 안 읽어봤지만 말씀 들으니 언젠가는 읽을 거 같아요 ㅋㅋㅋ

scott 2021-08-15 21: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84년생 2021년 대박 운세!!

반유행열반인 2021-08-16 02:22   좋아요 2 | URL
본의 아니게 조지오웰만 보면 열반이 생년!!!하고 연관지어 버린 거 같아 송구하네요 ㅋㅋㅋㅋ

페크pek0501 2021-08-16 16: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주 인상적으로 읽은 명작입니다. 끝에 펼쳐지는 반전도 멋지고... 조지 오웰의 저력을 봤다고 할 수 있죠.
이렇게 내가 읽은 책을 만나면 괜히 반갑다는... 그래서 댓글을 쓰지 않을 수 없다는... ^^**

반유행열반인 2021-08-16 17:02   좋아요 1 | URL
같은 책 읽으신 이웃 분을 보면 저도 정말 반갑습니다 ㅎㅎㅎ

공쟝쟝 2021-08-20 15: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리 추천 하시오면… (꾸역꾸역) 저의 뇌회로는 1984 1Q84 아큐정전 (물론 세권 다 안읽었다) 그 리 고 이젠 누군가의 해 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8-20 16:06   좋아요 1 | URL
나의 해 ㅋㅋㅋ 아큐정전은 중딩 때 읽었다!!!! 이상하게 하루키 안 끌려요…제가 좀 핵인싸 보면 나까지 좋아할 필요 없잖아? 하고 피하는 경향이 있는 반골이어서….

공쟝쟝 2021-08-20 16:12   좋아요 1 | URL
반골 반반 치킨 반반 저도 하루키 놀숲 한권 봄… (전 반골아니고 그냥 소설 못읽러..?)

반유행열반인 2021-08-20 16:17   좋아요 1 | URL
난 반딧불이도 봤다!!! 버닝 보려고요. 그런데 결국 아직도 버닝 안 봄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