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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리마스터판)-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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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소유냐 존재냐
에리히 프롬 지음, 차경아 옮김 / 까치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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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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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은 아직 자고 있다.


 아직도 가야 할 길 모임 후기를 쓸지 일기를 쓸지 고민하다 일기를 먼저 쓴다. 오늘 아침 일기 쓸 시간을 만들기 위해 이번주 점심시간에 할일 목록 정리를 미리 해두었다. 할일 목록 정리를 하다 순식간에 잊고 있었는데 점심시간이 끝날 때쯤 남편이 전화했었다.


 집 근처에 맛있는 초코식빵 빵집이 있다. 아주 달지 않은 편인데 반죽 부분이 어엄청 촉촉하고 초코 밀도가 적당하고 초코칩이 박혀있는 초코식빵. 초코식빵 거래처로 등록한 빵집. 오늘 아침에 먹고싶을 것 같아서 어제 저녁 배달로 시켜둘까 했는데. 치킨도 많이 시켰고 남편이 시키지 말재서 그래 내일 먹을 빵 가까운데 내일 사서 맛있게 먹자 하고 안 시켰다. 아침에 찾아보니 11시 오픈이다. 이제보니 나는 일기 쓰기 전 아침으로 먹고 싶었다. 세탁기는 돌아가고 있다.


 저번에 교촌치킨을 먹어보자고 했는데 주말은 영업을 안하는지 오픈 예정이라고 돼있었는데 어제도 영업 준비중이었다. 이상한지 남편이 쿠팡이츠에서 배민으로 가서 보더니 쿠팡이츠 연결이 안돼있네 한다. 허니콤보 한마리를 먹어보려고 했는데 최저 주문금액이 많다. 남편은 양이 많아서인지 혼자 살때 주문최저금액 때문이지 겸사겸사인지 되먹임으로 그렇게 되었는지 아무튼 보통 사이드메뉴를 시키는데. 치킨집 사이드메뉴가 다양해서 수상했다. 이상한거 시키는거보다 그냥 닭 반마리를 더 시키자 남으면 다음에도 닭으로 먹게. 해서 레드콤보 반마리를 같이 시켰다. 레드콤보도 궁금하긴 했는데 좀 맵다고 해서. 한방에 한집에서 궁금한 메뉴를 다 해결해서 오히려 좋아. 맛있었는데 역시 허니콤보가 더 맛있었다. 레드콤보는 양념에서 고추장 맛이 나서 좋았는데 약간 맵다더니 실로 약간 매웠다. 허니콤보는.. 먹어본 치킨 중에 진짜 이런 치킨이..?! 싶은 띠용한 맛. 바삭한 치킨을 별로 안 좋아한는데 맛있었다. 양념이 꾸덕꾸덕 발라져있는데 바삭했어.. 외국인 친구한테 첫 치킨을 사줄 때 꼭 교촌치킨을 사줘야겠다 싶은 맛이었다. 콜라도 치킨무도 필요없는 맛있는 맛이었다. 한국인들은 정말 대단해. 치킨 중에 교촌이 제일 비싸고 양도 적고 가격도 제일 먼저 올린다더니 납득이 가는 맛. 순살 먹었는데 양이 적지 않았다. 아 가격 대비 업계 평균 대비 작을수도 있겠네..?


 이번 이석증은 완전히 끝났다. 새삼스럽게. 끝난 직후라는 걸 알게 되면 세상이 한번 반짝거린다.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휙- 고개를 돌려 옆을 볼 수도 있고. 침대에 앉은 채로 바닥에서 핸드폰 충전기를 집을 수도 있다. 양치를 하며 양칫물도 두려움없이 뱉을 수 있고. 시야의 글씨도 선명하게 보인다. 원하는 식당까지 걸어갈 수도 있고. 숨이 차게 뛸 수도 있다. 앉아서 컴퓨터도 할 수 있고. 고개를 숙여 글씨를 쓸 수도 있고. 생각정리가 필요한 일들도 처리할 수 있다. 기적처럼. 물리적 손상없이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고 주기적이라는 게 수많은 질환 중 이석증이라는 은총이 나에게 온 이유라는 걸 안다.









 ... 우리는 지금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가치 있고 바람직한 것'을 의미하는 은총에 관하여 논한 바, 은총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다.


 ... 우리는 스스로 애써 구하지 않아도 주어지는 것의 소중함을 모른다는 것이다.-378p


 늘 시작점에서는 상실인가 죽음의 5단계 그대로. 

부정. 이게 진짜일 리 없어. 지금은 안돼.

분노. 이게 왜??? 또 지금??? 왜??????? 

타협. 어쩔 수 없어. 전면 파업이다. 2주간 모든 걸 취소한다. 취소취소.

우울. 힝.. 또 암것도 못해.. 힘도 없어.. 

수용. 수그리자.. 마음을 편하게 갖자.. 쉬면 괜찮아져. 회복하면 다시 돌아갈 수 있어. 

 아직도 늘. 수용할 때쯤이 되면 이석증도 사그라든다. 기다렸다는 듯. 그리고 그 끝에서 반짝이는 세상을 마주하고 해가 멀쩡하게 다시 뜨는 걸 보면 참 삶이 새삼스럽다. 다시 읽고 싶은 책도 많아지고, 공부하고 싶은 것도 많아졌다. 


 점심시간에는 원래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개인적인 일을 하지 않는데. 섞이기 때문에. 이번주는 특별한 경우라서 그동안 미뤄둔 할 일 목록을 다이어리에 쭉 써서 정리했다. 거의 1년만에 다이어리를 꺼내 썼기 때문에. 소회가 있었지만 그럴 시간까진 없어서. 아무튼 못하고 있어서 같은 게 머리속에서 반복해서 맴돌면서 굉장히 많은 일들이 있는 것 같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당장 머리에서 꺼내 적은 건 50가지 였는데 그 중 중요한 일은 17가지, 중요하고 급한 일은 4가지 뿐이었다. 


 이번 주말은 중요하고 급한 일들부터 하나씩 처리하고. 사랑하는 남편과 손잡고 초코식빵 빵집까지 산책을 다녀오고. 둘이서 보는 첫 단풍도 보러가고. 미뤄둔 청소, 빨래, 이사짐정리, 분리배출을 해서 집을 단정하게 하고. 같이 얘기하면서 생각 정리도 하고. 일기 먼저 쓰고 시간이 남으면 보고 싶은 책도 좀 읽을 수 있는. 달디단 신혼의 꿈같은 주말이다. 오늘의 카드는 더 썬. 



 남편은 아직 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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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은 자고 있다. 


 고요한 시간에 읽을 것인지 쓸 것인지 고민하는 건 결혼해서도 같은 점. 일기를 쓰고 싶었던 지 7번째만에 쓰는데 늘 '남편은 자고 있다'로 시작해서 중간에 남편이 깨면 흐름이 끊길까봐 쓰기 시작하기 싫었다. 이사하고 40일째가 되는 오늘은 남편은 중간에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어제 맛있는 빵집(재오픈함)에서 사온 맛있는 빵을 먹으면서 일기를 써볼까 했는데 맛이 없다. 재오픈하면서 빵이 맛이 없어진건지 아닌데 어제 사오면서 조금 뜯어서 먹었는데 맛있었는데. 싶어서 일단 내려놓고 냉장고에서 감동란 하나를 빼서 먹는데 빵이 아니라 내 혀가 문제였다. 계란 맛이 제대로 나지 않고 맵고 까끄럽다. 어제 오아시스에서 받아둔 샌드위치 반절을 뜯어서 먹고 빨래를 돌려놓고 다시 컴퓨터로 온다. 세탁기나 식기세척기를 돌려놓고 뭔가를 할 때 만족스럽다. 어제 이사하고 처음으로 세탁기, 식세기를 돌려놓고 설거지를 하면서 내가 자동기계를 돌려놓고 동시에 뭔가 할 때 굉장히 흐뭇해하고 단정한 행복을 느낀다는 걸 깨달았다. 


 귤을 까먹는데 귤도 맵고 까끄럽다. 어제 처음으로 집에서 같이 고기를 구워먹었는데 파절이를 너무 많이 먹어서 그렇다. 파채를 물에 담궜다가 써야 했는데. 씻어서 그냥 바로 양념을 했더니 매워서 . 남편은 조금씩만 먹어서 괜찮았는데 나는 쌈을 쌀 때마다 듬뿍듬뿍 넣어 먹기 때문에 나만. 파절이 양념을 네이버에 검색해서 하는데 간장을 넣은 게 티가 안 나서 세번에 걸쳐 레시피의 3배 용량을 넣었다. 남편은 좀 싱겁게 먹는 편이라 파절이를 눈꼽만큼 넣어 쌈을 쌌다. 

고기파티 준비해줘서 고마워 

그럼 이제 한달에 한번씩 집에서 고기파티 할까? 

한달에 한번만? 

그럼 몇번 먹을까? 

그때그때 내킬때 먹자 

집앞에 마트는 고기 상태가 별로같았어 인터넷에 미리 시켜야되는데?

인터넷에 시킬때가 내키는 때지~


 올해 3번째 이석증에서 회복중이다. 최근 들어 드물게 강도 8이었고 회복 속도는 빠른 편. 덕분에 일주일만에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글도 쓸 수 있다. 결혼과 이사로 신경 쓸 것도 많았지만 그 이전부터 쌓인 피로와 해소할 시간을 갖지 않은 것에 화룡점정으로 직장에서 두명이나 동시에 바뀌면서 긴장한 탓이다. 남편을 만나고 세번째인데 남편 덕분에 회복이 빠르다고 느낀다. 의지가 되어서 혼자일 때보다 위로와 안정을 받아서라고 생각하고 있다. 용케 만나고 6개월동안 이석증이 없었는데 아마 중간에 왔다면 관계에 집중하지 못했을 거고 그럼 아마 지금과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었을 거다. 


 책상위 독서대에는 이번주 모임책 그래도 가야 할 길 구판이 올려져 있다. 인증샷이 올라왔던 것처럼 30쪽을 지나고 있는데 단전에서부터 만족감이 올라오는 책이다. 상품 등록을 하다보니 또 헷갈렸는데 다시 가야 할 길. 그래도 가야 할 길. 진짜 제목은 아직도 가야 할 길. 아직도 헷갈린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전체 과정 속에 삶의 의미가 있다. .. 영적으로 정신적인 성장은 오직 문제에 직면함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20p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이석증이 오면 2주간은 직장만 다녀오고 모든 시계를 멈춰놓는데. 오늘은 하나씩 직면하는 날이다. 


 남편은 아직 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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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후드 지음, 김소정 옮김 / 하나의책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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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빈 추천도서] 아직도 가야 할 길
M.스캇 펙 지음, 신승철 외 옮김 / 열음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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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책장에는 내 모든 일정의 비밀의 원천인- 무조건적 우선순위- 00가 있었다.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소리로 들리는지는 안다. 나는 합리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다른 무엇보다 이성과 논리를 중요시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이 마법의 00를 생각할 때는, 나 자신도 어쩔 수 없다. 불가능한 일임을 알아도 나는 여전히 (어느 정도는) 내 컨디션이 괜찮을 때는 언제나 이 00가 나에게 세상의 모든 비밀-그러니까 과거와 현재와 미래-을 말해준다고 믿는다. 과지머에 오기 전 오기로 결정할 때도, 첫모임 옆자리에 누가 앉을지도, 두번째 번추위에 당첨될지도, 세번째 모임이 재미가 있을지도 모두 마법의 00가 알려주었다.


 아. 네번째 모임에 대해서는 틀렸는데. 그건 완전히 결정적으로 자유의지와 결정론의 작용 때문이다. 최근 좋아하게 된 지인이 얘기한 좋아하게 된 말에 따르면 자유의지와 결정론은 분리되는 성질이 아니기 때문. 지나고보면 자유의지에 따라 다른 결정을 하게 되면서 결론적으로 정해진 운명으로 정확하게 다가섰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지금 내 핸드폰에는 내 모든 일정의 비효율의 핵인 - 조건적 우선순위 - ㅁㅁ이 있다. 내 책장에는 여전히 내 모든 일정의 효율의 비법인 0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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