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특권 - 행복하면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숀 아처 지음, 박세연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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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중반을 넘어서고 나니 '人生 의 목표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이제야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 동안 삶을 살면서 입신양명(사회적/경제적으로 우뚝선 위치에 오르는 것으로 변질되었지만요)을 위해서 거의 모든 것을 바쳤다는 생각 그리고 어떻게 보면 지금도 그 목표를 향해서 아무 생각없이 앞만 보고 가고 있다는 생각, 한번쯤은 들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지천명도 이르기 전에 일선에서 물러나야 하는 입장에서 보면 하루 하루의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촉박감마저 밀려오니 이래저래 무리수를 두게 되고 목표는 목표대로 멀어져 가는것만 같이 느껴지게 마련입니다. 우리는 삶을 살면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명제를 생각하게 됩니다. 아니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삶의 전부라고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행복" 이라는 것이겠죠.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태어났고 또 그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린말은 아닐 것입니다. 즉 삶과 행복은 어떻게 보면 동일 선상에 놓여있기 때문이기도 하죠. 또한 행복이라는 개념을 너무 형이상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문제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행복의 특권> 은 독자들에게 행복에 대한 개념을 확실히 체계화시켜 주는 것 같네요.

 

<행복의 특권> 은 흔히들 우리가 입에 올리는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하면 그 댓가로 행복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 라는 공식화된 논리에 대한 생각들을 흔들어놓고 있는 책입니다. 하바드대에서 10년 연속 인기 강좌로 자리매김하면서 행복과 심리학적 문제를 연구한 숀 아처의 행복한 강의를 묶어 행복과 성공이라는 두 잣대와 그 상관관계를 명쾌하게 분석하고 있는 심리학 저서입니다. 어릴적부터 우리는 어른들로 부터 행복할려면 열심히 노력에서 성공해라라는 소리를 무수히 듣고 자라왔고 지금도 우리 자녀들에게 똑같은 말을 반복합니다. 즉 '성공해야지 행복해진다' 라는 명제가 아인슈타인의 열역하학 법칙과 동일시 되는 인생 공식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여기서 약간의 의문점이 생기기 시작한다는게 문제죠. 사회에서 어느정도 앞의 필요충분조건인 성공이라는 팩트가 성립되었다고 보는 사람들에게 그 결과물인 행복의 지수를 측정(물론 정량화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요)해 보면 이 공식은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러한 결과치를 통해서 행복이 성공의 결과물이 아니라 성공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라는 관점에서 행복과 성공의 관계에 주목했고 이를 심리학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이 책은 행복의 특권, 지렛대 원리, 긍정 테트리스 효과, 넘어졌다 일어서기, 조로의 원, 20초 법칙, 사회적 관계 라는 7가지 대원칙을 세부 항목별로 사례와 과학적 검증(방대한 데이타 및 뇌과학등) 그리고 심리학적 접근을 통해서 현실에 적용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원칙들은 그동안 막연하게 감정적인 영역에서 바라보았던 행복을 좀더 정량화하고 추구할 수 있는 영역으로 끌어내려 보편화 시켰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저자가 논거하는 다양한 이론과 용어들 그 자체에 대한 정확한 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동안 결과물로만 생각했던 행복이라는 팩트가 실상은 전제조건이고 동기부여조건이라는 점 그리고 나아가 이러한 팩트 그 자체는 어떻게 접근하는냐에 따라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 핵심인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3부에서 바로 행복이라는 감정은 물결효과처럼 상대방에서 전달되고 그러한 긍정적인 에너지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줍니다. 왜 불안하고 짜증만 부리는 사람옆에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되고 항상 미소짓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과 같이 있으면 저도 모르게 힘이 넘쳐나는 경험들이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서는 바로 행복이라는 감정도 바이러스처럼 상대에게 전염될 수 있다는 논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이 책을 읽는 내내 절로 입가에 미소가 드리우면서 '아하' 라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되더라구요. 그 만큼 그 동안 행복과 성공 그리고 인생에 대한 생각에 오류가 많았던 것이고 결과물를 획득하려고만 했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우리는 행복에 대한 생각을 형이하학적으로 구체화시켤 볼 필요성이 있고 그러한 작업에 숀 아처의 <행복의 특권> 분명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네요 당장 실천에 옮겨보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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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와 결혼의 과학 - 지금까지 당신이 몰랐던 사랑의 진짜 얼굴
타라 파커포프 지음, 홍지수 옮김 / 민음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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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델스존의 결혼행진곡이 울려퍼지면서 신랑.신부는 화려한 삶을 꿈꾸는 첫발을 내딛습니다(물론 일가친척, 지인들의 축복을 한몸에 받게 되죠). 누구는 이렇듯 화려한 상상의 날개를 펼 것이고 어떤 누구는 지나간 옛감정에 사로잡힐 것이고 또 다른 어떤이는 정말 한여름밤의 꿈처럼 애잔한 느낌에 사로 잡히게 합니다.  하지만 막상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 이러한 상념들은 정말이지 한여름밤의 꿈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합니다(역시 안그러는 분들도 많겠죠만). 남편과 아내가 팔짱을 끼고 세상밖으로 나오는 순간 세상은 이들 둘 사이를 뜻대로 두지 않는다는 거죠. 뭐 경험해본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결혼 생활이라는게 부부간의 내적인 변수말고도 외적인 변수들(특히 대한민국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한다면요)이 너무나 많이 산재해 있고 이러한 위험요소들이 시시각각 부부사이를 뒤흔들고 있다고 해도 틀린말은 아닐거이라 사료됩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슬기롭게 연애를 통해서 결혼하고 이 결혼생활을 검은머리 팟뿌리될때 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요?(모든 여성과 남성들의 로망이자 현실적인 고민거리이기도 한 양면의 칼입니다) 100% 정답은 아니지만 타라 파커포프의 <연애와 결혼의 과학>을 통해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는 않을까 생각되어지네요.

 

<연애와 결혼의 과학> 라는 신간은 연애와 결혼 특히 결혼생활에 대한 생물학적 및 사회심리학적으로 접근하여 왜 결혼생활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게 만만치 않으며 그리고 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게 더 이로운 점이 많은가에 대해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흥미있게 다가오는 내용들입니다. 수많은 표본자료와 인터뷰를 통한 객관적인 통계자료를 근거로 갈수록 결혼생활이 힘든 이유와 그리고 힘들더라도 결혼생활을 유지해야 하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 독특한 내용들이 수록되어 있는 사회심리학적 저서라고 볼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주요 조직 적합 유전자 복합체(MHC ; 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을 도입하여 아내와 남편의 생물학적 심리와 '이혼의 위험을 낮추고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교훈' 1) 25세 이후에 결혼한다. 2) 대학 중퇴자와 결혼하지 않는다. 3)적어도 10년은 버틴다. 4) 관심사와 성장 배경이 비슷한 사람과 결혼한다. 5) 부모가 이혼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한다 는 어드바이스(물론 우리와는 사회문화적인 차이도 있는것이 사실입니다)을 통해서 독자들과 상당부분 공감을 이루는 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결혼에 대한 생각을 한번 더 재정립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습니다.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분이든 향후 결혼계획을 잡고 있는 분이든 행여나 재혼을 준비하고 있는 분들에게 정답은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결혼'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좀더 구체화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특히 생물학적, 사회심리학적으로 상이할 수 밖에 없는 남녀관계를 좀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보너스로 책에 수록된 많은 설문자료들 심심풀이로 읽어보게 되지만 이 또한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갈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 단지 저자의 목적이 결혼생활의 유지에 무게감이 실리다 보니 생물학적인 평가부분(일편단심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한 일부일처제에 대한 맹목적인 도덕적 평가부분을 과대 평가하고 있습니다. 물론 일부일처제를 반대한다는 소리는 결코 아닙니다. 단지 생물학적인 접근에서 곡해될 수 있는 부분이 있는것 같다는 생각이죠)에서 다소 억측스러운 부분이 눈에 거슬리기는 하지만 뭐 이정도야 크게 문제시 되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참으로 결혼생활은 힘든 과정의 연속임에 틀림없습니다(그냥 단순하게 B.O.P.라는 블랙포인트라도 있으면 그럭저럭 견ㄷ뎌 나가겠지만 결혼 생활엔 손익분기점이나 변곡점자체가 없는 그야말로 항상 리스크를 테이킹해야 하는 롤러코스터 같은 생활의 연속이죠 뭐 동의하시는 분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요) . 오죽하면 결혼은 미친짓이라는 노래까지 나올까요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러니까 수많은 리스크를 테이킹하고 살아가야 하는 환경은 그야말로 미치지 않은면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남편과 아내가 서로 상대방에게 미쳐서 같이 사는 것이 바로 결혼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서로에게 미치기 위해서는 우리에 무엇이 필요할까요? 너무 추상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아마도 상대방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그 이해를 바탕으로한 배려가 있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네요. 이런면에서 <연애와 결혼의 과학>은 작으나마 상대방에게 미칠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것 같아 미혼,기혼자들에게 결혼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다가올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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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꾸는 책 읽기 - 세상 모든 책을 삶의 재료로 쓰는 법
정혜윤 지음 / 민음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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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월 9일자 신문지상에 이런 기사가 떳습니다 "성인 35%가 작년 한해(2010년)동안 책 한권도 않 읽어...독서 안하는 '대한민국'" 라는 제하에 대한민국 국민들의 독서량을 주제로 기사가 났더랬습니다. 그러면서 여가시간을 가장 많이 보는 친구는 단연 TV시청과 인터넷서핑이 압도적인 순위다툼을 했다는 기사였습니다. 아마도 지금 이 리뷰를 보시는 분이라면 다소 의아해 하리라 여겨 집니다. 특히 포탈사이트나 인터넷서점 블로그를 통해서 블로깅하시는 독자들은 이러한 통계에 갸웅뚱 하리라 생각되네요 저 역시 믿기지 않느니까요. 그런데 이게 현실속의 이야기인것은 맞는것 같습니다. 저는 대중교통 특히 지하철을 이용해서 출퇴근을 합니다. 비단 짧은 시간이지만 그래도 토막시간을 이용해서 소설류 같은 책을 읽는데 저를 제외한 지하철 풍경을 잠시 엿보면 정말 스마트폰이지 뭔지에 푹빠져 있는 남녀노소를 보게 됩니다. 그래도 스마트폰 등장전에는 활자 매체인 신문 쪼가리라도 보는 이용객들이 종종 눈에 들어왔지만 지금은 그야말로 활자화 되고 물리적 질량을 지닌 정보매체를 보고 있으면 그저 시대의 낙오자 내지는 아웃사이더로 전락한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하는 것이 현실이지 않을까 싶네요.

 

오죽했으면 의도적으로 책읽기를 조장(?)하기 위하여 별별 이벤트를 벌여 보지만 언발에 오줌누기식 밖에 되지 않고 언제 그랬냐 듯이 책이라는 존재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전락해버렸습니다.(그나마 인테리어 소품으로라도 활용하고 있는 분들은 좀 나은 편이지만 눈을 씻고 봐도 책한권 없는 집도 허다하니까요) 뭐 e-book이라는 신개념으로 독서를 한다고 하지만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그런 분 열에 하나 보기 힘든게 주변의 현실이기도 하죠.

 

정혜윤의 <삶을 바꾸는 책 읽기> 라는 신간을 접하면서 이런 잡념들이 갑자기 생각이 나서 주절거리게 되었네요. 정혜윤씨야 독서 마이나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인물이고 책 읽기 저변 확대에 많은 노력을 기울리고 있다는 점, 독서 강국 대한민국을 위해서 책 읽기의 영역을 의무적이고 공적인 영역(우리나라에서는 마치 독서를 국민교육헌장에 버금가는 무게감과 압박감을 부여하고 있기도 하니까요)에서 뭔가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에세이로 많은 독자층을 가지고 있는 베스터셀러 작가입니다. 이번 신간 역시 삶속에서 절실하고 당연히 막딱 뜨려지는 소재를 바탕으로 책 읽기에 대한 작가의 상념들을 풀어놓고 있습니다. 매 챕터의 주제마다 공감 120%할 정도로 실감나고 현실적인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고 가슴 한켠을 움직일 수 있는 많은 책 들이 소개되어 있어 책을 꾸준히 읽어 온 분들이나 혹은 이제라도 작심하고 책과 친해져야 겠다고 마음먹고 있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안겨다 주는 길라잡이 역활을 충실히 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작가의 사유가 전적으로 옳다는 말은 아니지만 한번 쯤 방향타를 재수정하는데 많은 참고가 될 것임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책은 언제 읽냐요? 로 시작되는 8가지 문제가 주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작가 나름의 논리와 이와 함께 등장하는 책들을 리스트업 해서 읽어보는 재미도 상당할 것 같고, 독자 나름의 생각과 비교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8가지 주제자체가 책과 현실의 삶이 교차하고 충돌하는 솔직 담백한 주제이기도 합니다) 책 읽기 전도사 정혜윤의 <삶을 바꾸는 책 읽기>를 통해서 책과 내 삶이 별개의 존재가 아닌 삶속에 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고 책을 통해서 삶의 질을 보다 윤택하게 향유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는 내용들로 가득하다는 점에서 두고 두고 읽고 보게 하는 책인 것 같습니다. 비록 파토소적인 울림은 조금 떨어지지만 그래도 마음속 호수가에 잔잔한 울림을 주는 점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단지 오죽하면 이러한 책들을 보게 될까라는 씁쓸한 마음을 누를 수 없게 하는 점이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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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취하다 - 쌤의 앵글에 잡힌 부산의 진짜 매력 99 매드 포 여행서 시리즈
조현주 지음 / 조선앤북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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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흔히들 격세지감이라는 표현을 많이들 사용합니다. 특히나 대한민국의 도시발달사에선 이 표현이 적확하게 들어 맞는 사자성어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네요(물론 제 위 세대분들에게는 시건방진 말이지만요). 근대라는 개념이 모호한 우리의 현대사를 유추해 보더라도 도시발달사는 유독 그 경계점을 찾기가 힘들 것이라고 생각되어 지네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부산에 취하다> 라는 책은 다시 한번 우리의 도시발전사를 되새겨 보게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1968년 부산시 동래구 연산동 온천천 근방에서 출생했습니다.(아 지금은 행정구역이 변경되어 동래구가 아니라 연제구로 명칭이 변경되었습니다) 그리고 유년시절을 거쳐 고등학교 졸업까지 부산에서 살았습니다. 비록 부산을 떠나온지 2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부산이라는 상징성이 가져다 주는 의미는 상당하게 뇌리에 남아 있습니다. 그것이 고향이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겠지만 그보다는 부산하면 왠지 떠오르는 아련한 추억들이 더 크게 작용하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그게 그거라고 하면 대응할 말은 없지만요. 인간은 자신에게 가장 왕성한 가치관이 형성될 당시의 기억이나 추억에 대한 회기본능이 강하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런지 제게 부산에 대한 추억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가기 전까지 들락거렸던 당시의 기억들이 지금까지도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번 책은 저와 같은 세대 특히 가치관 형성 이후 부산을 떠난 수십년이 지난 분들에게는 색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책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부산에 취하다>는 뭐 시쳇말로 한 도시의 라이프 스타일과 관광명소를 들먹이는 수준의 책이지만 서두에서 말했듯이 특별한 의미를 간직하고 있는 이들에겐 소중한 추억을 되새김질 할 수 있게 하는 더할나위 없이 반가운 책이라고 보여집니다. 무엇보다 극히 현대화된 부분과 아직도 근대화의 단계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는 면을 동시에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관광안내서라고 보기엔 그 격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또한 부산에서 살거나 부산을 잘 알거나 부산을 한번 이상 경험했던 이들도 몰랐던 부분까지 소개되어 있어 남다른 구도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특히 내용들과 동반하여 수록되어 있는 화보들이 전문가의 연출에 의한 면보다는 그냥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순간 순간을 앵글에 그대도 담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오히려 현실감과 현장성을 돋보이게 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대한민국 토목의 힘을 보여주는 광안대교와 부산판 맨하탄이라는 해운대등의 화려한 모습 보다는 보수동의 헌책방 골목, 깡통시장내 자판등의 풍광이 더 시선을 잡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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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 - 1950년, 받지 못한 편지들
이흥환 엮음 / 삼인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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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민족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트라우마를 던저준 것은 일제감정기와 한국전쟁일 것입니다. 일제감정기가 공적이고 외적인 면에서 지금 남북으로 분단되었지만 그래도 공통적인 분모의 역활을 하고 있다면 한국전쟁은 한민족 자체의 내부적인 문제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관례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남북 분단이 고착화되면서 남북 정치이데올로기에 의해 남과 북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뭐 어떻게 보면 각자의 원하는 방향으로라는 표현이 맞을것 같습니다만) 진행되면서 극복하기 힘든 이질감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것 같습니다. 지금도 만만치 않지만 제가 국민학교 다닐때만 하더라도 붉은색은 그 자체만으로 악의 화신이자 이단, 적이라는 개념과 거의 일맥상통할 정도로 금기시 되었던 이념의 표출이었습니다. 반공을 국시로 삼았던 정권들에 의해서 남쪽의 우리들은 부지불식간에 북쪽사람들을 동일 민족이 아닌 별개의 민족으로 인식하게 되었고 남쪽 발전의 걸림돌 정도로만 받아들였던 것도 사실이죠. 이러한 현상들은 머리속 깊게 각인되어 한국전쟁을 바라보는 시각도 흐리게 하면서 개인적인 정체성이나 인격성에도 많은 왜곡을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국방군은 우리의 아버지, 아들, 동생, 오빠, 삼촌이지만 인민군은 그저 머리에 뿔난 도깨비 내지는 나쁜적으로서만 기억속에 남아 있는 것이도 한것입니다. 물론 지금이야 많은 부분들이 오해와 왜곡의 사슬을 풀었다고 하지만 그 미진함은 말로 다 못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 는 바로 머리에 뿔난 이념 덩어리인 적들(?)의 극히 개인적인 편지를 한데 모은 책입니다. 1950년 미군을 필두로 하는 연합군이 평양을 탈환하면서 미처 수신인들에게 전달되지 못한 편지들이 각종 공문서와 더불어 노획되어 미국문서보관서에 수십년간 잠자고 있다가 정보비밀해제가 되면서 공개된 편지들로써 그야말로 한국전쟁에 관한 1차적인 사료라는 공식적인 점에서도 중요성을 가지고 있지만 무엇보다 전쟁을 바라보는 개인들 그리고 부모,자식,형제,오빠를 전장을 보낸 이들의 속타는 마음과 생사의 기로에선 전장에서 가족들에게 보내는 개인화된 군인들의 편지들을 모아모아 출간한 책이라는 점에서 뜻하는 의미가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전쟁의 트라우마는 지금 현재도 매번 선거철이면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색깔론의 근원적인 형태를 제공했던 우리 민족사에 엄청난 변곡점이 된 사건일 것입니다. 북은 북대로 남은 남대로 자기들 나름의 한국전쟁 트라우마를 각색 확대 재생산하면서 자기들 만의 권력 독점에 이용해왔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지금도 전쟁의 끝은 보이지 않는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다양한 요인들이 체제나 권력에 대한 나름의 판단요소를 쭉 확장하여 일개 구성원인 개개인들의 개인적인 감정까지로 확장함으로써 남과 북의 이질감을 증폭시키는 역활을 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이러한 공적인 영역들로 인해 우리 사인이 가지고 있는 사유 역시 요상하게 염색되면서 개인대 개인관계 정립에 소홀히 하게 되는 근원이 되었던 것을 이번 출간을 계기로 비록 언발에 오줌주기식이라도 조금씩 조금씩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는 모성애, 부성애, 형제애와 부부사랑 그네들 역시 똑 같은 사람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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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삼인 2012-10-09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를 토대로 구성,창작된 연극 <달아나라, 편지야>가 2012년 10월 10일 (수)부터 15일 (월)까지 홍대입구 인근에 위치한 '가톨릭청년회관 다리 CY씨어터'에서 무대에 오릅니다.

공연정보 바로가기 ▶ http://daristory.tistory.com/61

특히 원작을 포스팅해주신 분들을 대상으로 티켓 할인 이벤트(1만5천원 → 1만2천원)를 진행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관람을 원하시면 메일을 통해 제목 [달아나라편지야/포스팅이벤트/관람일/성함/연락처]으로 예약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cycdari@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