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 - 1950년, 받지 못한 편지들
이흥환 엮음 / 삼인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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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민족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트라우마를 던저준 것은 일제감정기와 한국전쟁일 것입니다. 일제감정기가 공적이고 외적인 면에서 지금 남북으로 분단되었지만 그래도 공통적인 분모의 역활을 하고 있다면 한국전쟁은 한민족 자체의 내부적인 문제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관례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남북 분단이 고착화되면서 남북 정치이데올로기에 의해 남과 북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뭐 어떻게 보면 각자의 원하는 방향으로라는 표현이 맞을것 같습니다만) 진행되면서 극복하기 힘든 이질감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것 같습니다. 지금도 만만치 않지만 제가 국민학교 다닐때만 하더라도 붉은색은 그 자체만으로 악의 화신이자 이단, 적이라는 개념과 거의 일맥상통할 정도로 금기시 되었던 이념의 표출이었습니다. 반공을 국시로 삼았던 정권들에 의해서 남쪽의 우리들은 부지불식간에 북쪽사람들을 동일 민족이 아닌 별개의 민족으로 인식하게 되었고 남쪽 발전의 걸림돌 정도로만 받아들였던 것도 사실이죠. 이러한 현상들은 머리속 깊게 각인되어 한국전쟁을 바라보는 시각도 흐리게 하면서 개인적인 정체성이나 인격성에도 많은 왜곡을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국방군은 우리의 아버지, 아들, 동생, 오빠, 삼촌이지만 인민군은 그저 머리에 뿔난 도깨비 내지는 나쁜적으로서만 기억속에 남아 있는 것이도 한것입니다. 물론 지금이야 많은 부분들이 오해와 왜곡의 사슬을 풀었다고 하지만 그 미진함은 말로 다 못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 는 바로 머리에 뿔난 이념 덩어리인 적들(?)의 극히 개인적인 편지를 한데 모은 책입니다. 1950년 미군을 필두로 하는 연합군이 평양을 탈환하면서 미처 수신인들에게 전달되지 못한 편지들이 각종 공문서와 더불어 노획되어 미국문서보관서에 수십년간 잠자고 있다가 정보비밀해제가 되면서 공개된 편지들로써 그야말로 한국전쟁에 관한 1차적인 사료라는 공식적인 점에서도 중요성을 가지고 있지만 무엇보다 전쟁을 바라보는 개인들 그리고 부모,자식,형제,오빠를 전장을 보낸 이들의 속타는 마음과 생사의 기로에선 전장에서 가족들에게 보내는 개인화된 군인들의 편지들을 모아모아 출간한 책이라는 점에서 뜻하는 의미가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전쟁의 트라우마는 지금 현재도 매번 선거철이면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색깔론의 근원적인 형태를 제공했던 우리 민족사에 엄청난 변곡점이 된 사건일 것입니다. 북은 북대로 남은 남대로 자기들 나름의 한국전쟁 트라우마를 각색 확대 재생산하면서 자기들 만의 권력 독점에 이용해왔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지금도 전쟁의 끝은 보이지 않는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다양한 요인들이 체제나 권력에 대한 나름의 판단요소를 쭉 확장하여 일개 구성원인 개개인들의 개인적인 감정까지로 확장함으로써 남과 북의 이질감을 증폭시키는 역활을 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이러한 공적인 영역들로 인해 우리 사인이 가지고 있는 사유 역시 요상하게 염색되면서 개인대 개인관계 정립에 소홀히 하게 되는 근원이 되었던 것을 이번 출간을 계기로 비록 언발에 오줌주기식이라도 조금씩 조금씩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는 모성애, 부성애, 형제애와 부부사랑 그네들 역시 똑 같은 사람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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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삼인 2012-10-09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를 토대로 구성,창작된 연극 <달아나라, 편지야>가 2012년 10월 10일 (수)부터 15일 (월)까지 홍대입구 인근에 위치한 '가톨릭청년회관 다리 CY씨어터'에서 무대에 오릅니다.

공연정보 바로가기 ▶ http://daristory.tistory.com/61

특히 원작을 포스팅해주신 분들을 대상으로 티켓 할인 이벤트(1만5천원 → 1만2천원)를 진행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관람을 원하시면 메일을 통해 제목 [달아나라편지야/포스팅이벤트/관람일/성함/연락처]으로 예약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cycdari@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