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인가?
Taipei에서 대한항공이 파업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순간....짜증이 났다.
그래...."짜증이 났다"는 말 외에는 다른 표현이 없다.
대한항공에 전화를 해 비행일정을 확인하니
Taipei 노선은 차질 없이 비행을 한다고 했다.
그래도 불안해서 아시아나도 예약을 했다.
게이트 앞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다
뒤에 앉은 사람들 말을 들으니 다 마찬가지였나 보다.
"불안해서 EVA도 예약했었어."
"엉, 나도 아시아나도 예약했었어."
이런 대화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면
늘, 나도 모르게,무의식적으로,기계적으로 신문을 집어든다.
외국에 얼마 있지 않아도 한국신문을 보면 약간은 반갑고 궁금한 그런 기분.
신문을 2~3개 들고 와서 읽다 보면
늘 그렇듯이.....나도 모르게 한숨이 난다. 휴~우.....
이번에는 정말로 갑갑했다.
1면을 장식하고 있는 대한항공 파업,
목 비틀기, 팔 비틀기, 밀고 당기고 종이 날리고 아수라장이 된 국회 사진,
대체 그 끝은 어디일지 알 수가 없는 황우석,PD 수첩 기사들....
Bangkok에 도착했을 때,
또 Taipei에 도착했을 때,
핸드폰 전원을 켜면 이런 문자 메시지가 들어왔다.
[외교부]위급한 사건사고 발생시 대사관 또는 영사 콜센터로
전화하시기 바랍니다.
[외교부]라고 찍힌 문자를 봤을 때,
살고 싶다고 외치던 김선일이 떠올라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무섭기도 하고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즐겁지 않은 기사들로 도배가 된 신문들을 보면서
갑갑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했다.
바로 그 신문 속의 난장판이
내가 사는 나라, 내 생활의 장이기에....
이런 갑갑함, 서글픈 감상은
아마도 또....내일이면 잊혀지겠지.
항상 그렇듯이 월요일 아침은 정신 없을테고,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송년회, 연말 모임으로 분주할테고,
길거리는 온통 크리스마스 츄리와 캐롤로 도배가 될 테고,
또 놀랄만한 새로운 사건들이 신문 지면을 채울테니까....
한번쯤은...
비행기에서 신문을 읽으며 큰소리로 웃어보고 싶다.
<무대리> 같은 만화 말고,
1면 기사를 읽으면서...
기가 막혀서 피식 웃는 그런 허무한 웃음이 아니라
정말 기분 좋게 음하하하, 깔깔거리며 웃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