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일시품절


"이 일이 내 가슴을 뛰게 하고, 내 피를 끓게 만들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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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과 재능을 돈 버는 데만 쓰는 건 너무 아깝잖아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일이 내 가슴을 몹시 뛰게 하기 때문이에요."
서슴없이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그 으시가 몹시 부러웠고, 나도 언젠가 저렇게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방금 그 말을 한 것이다.-13쪽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만을 비교하자. 나아감이란 내가 남보다 앞서 가는 것이 아니고,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보다 앞서 나가는 데 있는 거니까. 모르는 건 물어보면 되고 실수하면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면 되는 거야.


사람의 인생을 하루라고 친다면 그 절반인 마흔 살은 겨우 오전 12시, 정오에 해당한다. 그러니 사십대 중반인 나는 이제 점심을 먹은 후 커피 한 잔 마시는 시간에 와 있는 거다. 아직 오후와 저녁과 밤 시간이 창창하게 남았는데 늦기는 뭐가 늦었다는 말인가. 뭐라도 새로 시작할 시간은 충분하다. 하다가 제풀에 지쳐 중단하지만 않으면 되는 거다.-21쪽

저 펄펄 날리는 흙먼지가 모두 밀가루라면 얼마나 좋을까!-37쪽

"내가 뭐 해줄 것 없어요?"
"그거 한번 해볼까요?"
"와, 참 잘했어요."

어는 때는 과장되게, 어느 때는 잔잔하게 하는 이 세 마디에는 내가 요원으로서 배워야 할 것들이 고스란히 압축되어 있었다. 진심어린 배려, 도전정신, 그리고 칭찬과 격려. 정말 멋있다.-38쪽

의사도 아닌 우리가아이를 살렸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사이드에게 해준 건 복잡한 수술도, 값비싼 중장비 치료도 아니다. 그저 두 시간에 한 번씩 시간 맞추어 영양죽을 먹였을 뿐, 밀가루와 콩가루에 소금, 설탕을 섞은 그 영양죽 이 주일 치 값은 단돈 만원이다.-60쪽

나는 인생이란 산맥을 따라 걷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산맥에는 무수한 산이 있고 각 산마다 정상이 있다. 그런 산 가운데는 넘어가려면 수십 년 걸리는 거대한 산도 있고, 1년이면 오를 수 있는 아담한 산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작은 산이라도 정상에 서는 것은 신나는 일이다.
한 발 한 발 걸어서 열심히 올라온 끝에 밟은 정상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어떤 산의 정상에 올랐다고 그게 끝은 아니다. 산은 또 다른 산으로 이어지는 것. 그렇게 모인 정상들과 그 사이를 잇는 능선들이 바로 인생길인 것이다. 삶을 갈무리할 나이쯤 되었을 때, 그곳에서 여태껏 넘어온 크고 작은 산들을 돌아보는 기분은 어떨까.-2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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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
김형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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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김형경님과의 첫만남은 미풍이 불듯 그렇게 잔잔했다.

외출...  엄청난 배우가 선택한 작품였기에 더욱 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텔레비전을 통해 잠시 지나치듯 나오는 몇몇의 장면이 이상하리 만치 계속 머릿속에 남아 맴돈다.

그게 이 작품의 매력 이려나?  잔잔하게 일렁이는 파도처럼.... 누군가 뒤에서 떠미는 힘이 없는데도 배가 앞으로 나가 듯 이 작품은 그렇게 앞으로 향해 나간다.

사랑한다고 믿었던 배우자의 외도로 인해 한없이 무너져 내리는 남녀가 만나.. 사랑하게 된다는게 어찌보면 참 어의 없는 상황인데도 마치 그 둘은 그렇게 만나 사랑하는게 옳았다고까지 여겨지니..

하지만 현실이라면 있을 수 없어 라고 단호히 말하고 있는 내가 있다.

죽은 경호나 살아남은 수진의 입을 통해 왜 그래야만 했었나 하는 변명아닌 변명을 듣지 못한게 아쉽다..   사랑한다고 믿는 사람에게 등을 돌렸을때 그들은 왜 그런 길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들은 왜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그래야만 했었나 묻고 싶기도 했다.

만약 내가 이런 상황을 겪게 된다면....내가 느끼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어느날 눈떠 보니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생각될 때 느껴질 그 지독한 상처는 어떻게 할까?

나 없는 동안 바람피지 마.... 혹시 피우려면 절대로 내가 모르게 해 라고 말했던 수진의 말은 내가 가끔 남편에게 농담삼아 던지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이 왜 그렇게 싫어지는지 모르겠다.    웃는 낯빛으로 던졌던 말이 현실이 되어 돌아 와 내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면 나는 아마도 인수나 서영이처럼 새로운 사랑을 받아 들이지 못할 것 같다.

참 섬뜩해 지는 말이다.. 이제 내 머리속에선 그 말들을 지우고 입밖으로 내 놓지 않으련다.

그들이 다시 만나 지난 상처를 다 지워내고 행복해 질 수 있을까?   행복한 하루를 L.J.Y

 

.....표지도 마음에 들고.. 김형경님과의 첫만남은 성공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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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09-15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개봉된 영화때문에 책 읽으며 주인공의 이미지를 나름대로 상상해보는 재미가 없을것 같아요.(배용준과 손예진의 얼굴만 떠올리며 볼 것 같은...) 오히려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런데...
또 L.J.Y가 무슨 글자일까 느무느무 궁금. -_-;;

이주연?
이재연?
이자야?
임자야?
이자연? (이건 가수이름이던가...)
나지요?

인터라겐 2005-09-15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알라딘 유행을 주도하시는군요...ㅎㅎㅎ 이자요.... 누가 달달이 이자요 하면서 돈봉투 내밀면 얼마나 좋아요.. ㅎㅎ

읽는 내내 인수는 배용준을 서영은 손예진을 그리면서 봤답니다.. 생각 안하려고 해도 자연스럽게 떠올라서 어쩔 수는 없었지만 그냥 막연하게 안어울릴 것 같은 생각은 들었어요... 나름대로 괜찮던데요.... ㅎㅎ 한껏 멋진 남자 여자로 상상하다가 영 아닌 배우가 캐스팅 되어서 혼란을 가져 오는것 보다는 편하게 봤어요...

비로그인 2005-09-21 0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언니! 결혼 하셨어요? 컥. 놀래라. 나는 아가씨라고 생각했는데... -_-a 으흐흐
내가 아무래도 요즘 알라딘에 제대로 적응을 하고 있나봐요. 듣기 좋은 말만 하죠?
하하 ^-^; 사실 원래 좀 애교가 많아요. 언니들한테는.. 으흐흐흐흐
안타까워요. 자꾸 배용준과 손예진이떠오른다고 하니깐.... 그 이미지에 너무 묶이는 것 같아서.. 하기야. 나중에..영화보고 혼란스러운 것 보다 나을수도 있겠지만..
나도 책을 먼저 볼껄 그랬나봐요 흠... 이제서 책을 보려니 좀 두렵네요. 괜시리 실망할까봐. 그래도 언니가 추전해준 공중그네 읽고 즐거웠으니 추전해주면 볼께요. ^-^

인터라겐 2005-09-22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장미... 내 기쁘라고 하는 소리쥐?
잔잔하니 나름 좋았는데...배용준을 떠올리는것 까진 참을만 한데 손예진은 영....ㅎㅎㅎ 영화는 어떨런지 모르지만서도... 읽어보는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 고정희 유고시집 창비시선 104
고정희 지음 / 창비 / 199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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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동안 읽어 온 시집은 하나같이 서정을 노래한다.

사랑을 노래하고 이별을 노래하고..계절을 노래하는...

고정희님의 시집을 접하면서 처음엔 당황스럽기까지 한 직설적인 외침은 시가 아니라 세상을 향해 외치는 절규에 가까운 외침같았다.

본질을 잃어가는 교회에 대해,, 자본가에 대해, 세상에 대해..

행방불명 되신 하느님께 보내는 출소장에선 잘못되어 가고 있는 교회에 대한 따끔한 비판은 속 시원함을 느끼게 했고 몸바쳐 밥을 사는 사람 내력 한마당에선 우리 인간의 허튼 양심이 부끄러워 진다.  행복한 하루를 L.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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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팥빵 1
한수영 지음 / 현대문화센터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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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벌써 시간이 이렇게 갔나.. 오늘은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던중 군복을 입은 박광현을 보았다.

그러자 갑자기 가란이가 그립고 남준이가 그립고... 선희도 그립고... 모두가 그리워 책을 꺼내 들었다.

드라마를 먼저 보고 난 후라 책의 느낌이 덜 했었지만 다시 꺼내 읽는 내내 작년 여름 아침이면 단팥빵을 보기 위해 눈을 비비며 일어 났던 즐거운 기억이 떠올랐다.

원작을 먼저 읽고 드라마나 영화를 본다면 그래도 어차피 영상이니깐 이럴 수 밖에 없지 하면서 이해를 하게 되는데 드라마나 영화를 먼저 보고 난 후에 책을 보면 그 만큼 느낌이 떨어진다... 어떻게 보면 반대로 극중인물을 생각하면서 더 재밌게 볼 수도 있지만 어라 이건 이게 아닌데 하는 마음이 더 들어 재밌는 책도 때로는 재미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이 책도 만약 드라마 보다 먼저 만났으면 아마도 더 재밌게 읽었을텐데 내 머리속은 이미 드라마속의 가란과 남준과 선희를 기억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소 지으면서 읽을 수 있는 책중의 하나다.. 단 읽기로 마음 먹었다면 머리속에 있는 드라마 단팥빵의 이미지는 다 지우고 새로 입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좋겠다. 행복한 하루를 L.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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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로망 백서
박사.이명석 지음 / 북하우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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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계지도에 동그라미 그리는 로망

사회과부도를 펼치면 맨 앞장에던가 세계나라의 국기가 그려져 있었던게 생각난다.. 아마도 나의 여행에 대한 로망은 그때부터 시작된것은 아닐까.... 각국의 국기와 수도를 외우면서 그래 내 꿈은 언젠가 세계 곳곳으로 떠나 보는 거야!!!    세계지도에 동그라미 그리는 로망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스튜어디스가 되어 공짜로 세계를 누비는 로망

어렸을때 너의 꿈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선생님이 압도적으로 많던 그 시절 내 꿈은 스튜어디스가 되어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것이었다.

아빠가 외국에 돈벌러 가실 때 내가 바라 본 김포공항은 정말 별천지 였다.. 아무것도 없는 을씨년 스러웠던 모습으로 기억되기는 하지만  출국장으로 들어가는 아빠의 뒷모습은 어린 내 눈에 선망의 대상이었고.... 그때 내 눈에 들어온 스튜어디스의 모습은 세상에서 제일 예쁜언니들이었고 그런 언니가 되면 비행기도 공짜로 타고 영어로 샬라샬라대는 그런 곳으로 떠날 수 있는 선망의 직업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줄 곳 스튜어디스가 되어 세계를 누비는 여행의 로망을 꿈꿨었다.  비록 지금은 그 꿈이 날개를 잃었지만 지금도 공항버스에서 작은 카트를 끌고 내리는 스튜어디스를 보자면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동경이 스멀거리면서 올라온다.

★독특한 그 나라색을 느낄 수 있는 옷들의 로망

옷을 바리 바리 싸들고 가는 것 보다 그 나라에 가서 그들이 입는 옷을 구경하고 입어 보는 그런 옷들의 로망을 꿈꾼다.

우리나라 한복을 입고 입이 함지박만큼 벌어지는 외국인들 처럼 나 또한 그나라에 가서 전통의상을 입어보며 입이 찢어 져라 웃어 보고픈 로망이 있다.

한번도 그 꿈을 이루지 못했고 그져 그나라 특징을 잡아 넣은 티셔츠나 사서 입고 입이 째져라 ... 지금도 그 색바랜 티셔츠를 보면 다시 그곳이 생각나는 그림움에 젖어 든다.

★엽서와 우표의 로망

외국에서 날아오는 편지를 보면서 우표가 어찌나 예쁘던지 스템프가 찍혀 있는 우표지만 곱게 모아두던 시절이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여행을 떠나면 꼭 내게든 친구에게든 엽서를 보내리라 마음 먹었다. 여행지의 특징이 나타나 있는 엽서에 그 나라의 예쁜 우표를 붙여....

지금도 가끔 우표를 사게 되면 일부러 우체국에 가서 예쁜 우표를 골라 산다... 우표대신 스티커로 발부되는 요즘의 우편제도를 보면 운치가 사라져 버려 안타깝고 슬프다.. 내 엽서와 우표의 로망이 이뤄지려면 안돼는데.. 기다려줘....

지금도 시골길을 가다가 작은가게 앞에 올려 붙은듯 매달려 있는 작은 빨간 우체통을 보면 뭐라도 끄적여 보내야 할 것 같은 기분에 사로 잡히곤 한다..

★입국장의 로망

첫 관문.. 말은 통하지 않아도 그저 웃음 한 번 지으면 모든게 다 허용되는 빡빡하지 않는 입국심사는 행복하다고나 할까..

얼어 붙은 입이 떨어지지 않아 visit라는 단어만 나오면  그져 sightseeing이라고 대답을 하고.. 살짝  웃음짓기만 하면 통과되는 그런 수월한 입국심사는 미지의 세계로 첫발을 내 딛는 마음을 설레게 하는 로망이 있다.

 

여행자의 로망 백서를 읽는 내내 그래 이게 바로 내가 꿈꾸던 여행의 로망이었어 때로는 이건 아니지 하면서도  까마득히 오래전에 다녀온 곳에 대한 그림들이 파노라마 처럼 펼쳐 진다.

여행객과 호텔로비에서 만나 손짓 발짓.. 아는 단어 총 동원해서 당신의 직업이 뭐냐를 맞추던 그때가 생각나고 내 이름을 한자로 적어 주며 이거 어떻게 발음하냐고 물어서 소리나는 데로 받아 적어 와선 난 리 쯔 ?이야 라고 뻐기던 일...(지금 생각하니 그 발음이 맞는거나 한지 모르겠다)

가이드와 편지를 주고 받던 일도 생각나고..

여행은 다녀온지 오래 되어도 그렇게 그렇게 내 머리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켜켜이 옷을 덧입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다.

내 여행에 대한 로망은 한도 끝도 없이 이어지려나 보다...

 

뭐니 뭐니 해도 나의 로망은 스위스의 인터라켄에 가서 산악열차를 타고 융프라우에 올라 얼음궁전에서 컵라면을 먹는것이다..... 행복한 하루를 L.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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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선생 2005-09-23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님 안녕.
저는 융프라우에서 5000원 짜리 컵라면 먹었지롱요~
근데요, 알프스, 두 배로 높은 강원도의 산악이 연상되지만 계곡사이로 흐르는 희부연 초록색 물을 보며 설악산이 훨씬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높기만 해서 답답했기도 했구요. 물론 깨끗하더이다.

인터라겐 2005-09-24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풀꽃선생님.. 너무 오랫만이예요.. 명절은 잘 보내셨지요? 융프라우에서 맛보는 컵라면의 맛이 최고라면서요... 아 좋으셨겠다...내년엔 정말 꼭 가고 싶은데...가야겠죠? 불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