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이 내 가슴을 뛰게 하고, 내 피를 끓게 만들기 때문이죠." . . . .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과 재능을 돈 버는 데만 쓰는 건 너무 아깝잖아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일이 내 가슴을 몹시 뛰게 하기 때문이에요." 서슴없이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그 으시가 몹시 부러웠고, 나도 언젠가 저렇게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방금 그 말을 한 것이다.-13쪽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만을 비교하자. 나아감이란 내가 남보다 앞서 가는 것이 아니고,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보다 앞서 나가는 데 있는 거니까. 모르는 건 물어보면 되고 실수하면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면 되는 거야.
사람의 인생을 하루라고 친다면 그 절반인 마흔 살은 겨우 오전 12시, 정오에 해당한다. 그러니 사십대 중반인 나는 이제 점심을 먹은 후 커피 한 잔 마시는 시간에 와 있는 거다. 아직 오후와 저녁과 밤 시간이 창창하게 남았는데 늦기는 뭐가 늦었다는 말인가. 뭐라도 새로 시작할 시간은 충분하다. 하다가 제풀에 지쳐 중단하지만 않으면 되는 거다.-21쪽
저 펄펄 날리는 흙먼지가 모두 밀가루라면 얼마나 좋을까!-37쪽
"내가 뭐 해줄 것 없어요?" "그거 한번 해볼까요?" "와, 참 잘했어요."
어는 때는 과장되게, 어느 때는 잔잔하게 하는 이 세 마디에는 내가 요원으로서 배워야 할 것들이 고스란히 압축되어 있었다. 진심어린 배려, 도전정신, 그리고 칭찬과 격려. 정말 멋있다.-38쪽
의사도 아닌 우리가아이를 살렸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사이드에게 해준 건 복잡한 수술도, 값비싼 중장비 치료도 아니다. 그저 두 시간에 한 번씩 시간 맞추어 영양죽을 먹였을 뿐, 밀가루와 콩가루에 소금, 설탕을 섞은 그 영양죽 이 주일 치 값은 단돈 만원이다.-60쪽
나는 인생이란 산맥을 따라 걷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산맥에는 무수한 산이 있고 각 산마다 정상이 있다. 그런 산 가운데는 넘어가려면 수십 년 걸리는 거대한 산도 있고, 1년이면 오를 수 있는 아담한 산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작은 산이라도 정상에 서는 것은 신나는 일이다. 한 발 한 발 걸어서 열심히 올라온 끝에 밟은 정상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어떤 산의 정상에 올랐다고 그게 끝은 아니다. 산은 또 다른 산으로 이어지는 것. 그렇게 모인 정상들과 그 사이를 잇는 능선들이 바로 인생길인 것이다. 삶을 갈무리할 나이쯤 되었을 때, 그곳에서 여태껏 넘어온 크고 작은 산들을 돌아보는 기분은 어떨까.-2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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