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순호의 나무>

 

여백

- 도종환 -

언덕 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받아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다
나뭇가지들이 살아온 길과 세세한 잔가지
하나하나의 흔들림까지 다 보여주는
넉넉한 허공 때문이다
빽빽한 숲에서는 보이지 않는
나뭇가지들끼리의 균형
가장 자연스럽게 뻗어 있는 생명의 손가락을
일일이 쓰다듬어주고 있는 빈 하늘 때문이다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비어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여백을 가장 든든한 배경으로 삼을 줄 모르는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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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31 1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 2007-01-31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어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여백이 많은 사람에게 끌리면서도 내여백은 슬쩍 감추고 싶은 아이러니.

은비뫼 2007-01-31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 여백...아름다운 풍경은 가득 찬 것만이 아님을 느끼게 하네요. ^^

내가없는 이 안 2007-02-01 0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많이 비어 있는 사람인데요. ^^

水巖 2007-02-01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도 시도 전부 좋군요. 퍼 갑니다.

춤추는인생. 2007-02-02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들이 만들어 놓은 여백에 등을 기대고 쉬고 싶어지네요..

잉크냄새 2007-02-14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부족하고 빈곳이 많은 것이 어디 님만의 일이겠습니까. 대지에 발디디고 사는 모든 사람이 그러하겠죠. 그것을 부족함이 아닌 여백으로 느끼면 살아가는 삶의 태도가 중요하지 않나 싶군요.
우몽님 / 그 아이러니 충분히 공감이 가네요. 하지만 님의 서재에서 님의 여백이 슬며시 비추어진다는 사실!!
은비뫼님 / 비어있지도 넘치지도 않는 어느 공간의 사이, 그곳이 여백이 아닌가 싶네요.
이안님 / 그거야 뭐,,,저도 마찬가지랍니다.ㅎㅎ
수암님 / 수암님의 서재에서 느끼는 삶의 여유로움과 여백,,,그것에 어울렸으면 좋겠네요.
인생님 / 나무들이 만들어가는 여백,,,그곳에서 님의 안식처를 발견하시길...
 

안부

-김시천-

때로는 안부를 묻고 산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이 어딘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그럴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사람 속에 묻혀 살면서
사람이 목마른 이 팍팍한 세상에
누군가 나의 안부를 물어준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럽고 가슴 떨리는 일인지
사람에게는 사람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걸
깨우치며 산다는 건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는 오늘 내가 아는 사람들의 안부를
일일이 묻고 싶다

------------------------------------------------------------------------------------------------------

한때 이런 노래도 유행했었다.
"너의 안부를 묻는 사람들
나를 어렵게 만드는 얘기들
왜 슬픈 예감은 틀린적이 없나"

나를 떠난 것들과 나를 떠나려는 것들,
내가 떠나보낸 것들과 내가 떠나보내려는 것들.
그들의 안부를 묻는다. 잘 지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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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12-11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오공감...^^ -한사람을 위한 마음-
오히려 반문을 하고 싶어요...잉크냄새님은 잘 지내시는지요...?

프레이야 2006-12-11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전 제주도에 사는 친구가 오랜만에 안부를 묻는 전화를 걸어왔어요. 수다 한참 떨다 이번 겨울에 이곳에 오면 꼭 전화하라고 말하고 끊었네요. ^^
잉크냄새님도 잘 지내시지요?

paviana 2006-12-11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잉크님도 잘 지내시지요?
올 한해도 그럭저럭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네요.
마무리 잘 하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sweetmagic 2006-12-11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기 걸렸어요 흑흑
최근 10년간 한번도 걸린 적이 없었는데 올해는 벌써 세번째예요.
다 나이먹고 기력이 쇠해진거 같아 흑흑흑 슬퍼요. ㅠ.ㅠ 잉크냄새님은 건강하셔야 해요 ㅜ.ㅜ

stella.K 2006-12-11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잉크님은 저에게 안부를 물으시질 않는 걸까요?(아, 아니다. 내가 물어봤어야 했나?) 잘 지내시죠, 잉크님?^^

마노아 2006-12-11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동안 핸드폰에 '한사람을 위한 마음'이라고 문구를 적어놓고 다녔어요. 저도 잉크냄새님에게 안부를 묻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잘 지내요~

마음을데려가는人 2006-12-11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안부를 물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연락에 무관심한 저로선 매번 미안하고 고맙고;;;;-_-b 잉크냄새님은 요즘 바빠보이세요. 잘 지내시는 거죠?

조선인 2006-12-11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에서 난생처음 포상휴가를 줬는데 감기몸살로 꼬박 사흘간 자리보전한 거 빼면 잘 지내고 있어요

icaru 2006-12-11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짜고짜... "전, 안 떠날께요. 걱정마셔요!"

잉크냄새님은 늘 많은 시들을 소화시키며~ 사시네요.

잉크냄새 2006-12-12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렇게 많은 분들이 안부를 물어주시다니요. 얼마나 다행스럽고 가슴 떨리는 일인지요. 여러분 모두 안녕하시지요? 에브리바디 안녕하시지요?^^

2006-12-14 2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6-12-15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그런 일이 있었군요. 어쩐지 두분 방명록 릴레이가 알콩달콩하다 했더니....ㅎㅎ
 

의자

- 이정록 -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

흔들의자를 살까 고민중이다.
사는게 뭐 별거냐.
겨울 햇살 따스하게 드는 창가에 앉아 읽던 책 뚝~ 떨아지는 소리에 잠 깨어 기지개 한번 크게 켜보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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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데려가는人 2006-12-04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흔들의자에 앉아서 책 읽으면 정말 좋겠어요 :) 차도 한 잔 마시면서.

플레져 2006-12-04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흔들의자, 상상만해도 편안함이 밀려옵니다.
안녕하셨죠? ^^

paviana 2006-12-04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씨 많이 추운데 감기조심하세요..

chika 2006-12-04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흔들의자의 삐그덕~ 소리도 자장가 처럼 정겨워요.
잘 지내시죠? ^^

icaru 2006-12-04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수한 충청도 늙으신 어머니의 넉넉한 인품이 느껴지는 시.
사는 거 뭐 별거 겠습니까~ 그렇죠?

2006-12-04 16: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6-12-04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경험상..책이 뚝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코 덱덱 골면서 잠만 잘자더라...
였습니다..^^

잉크냄새 2006-12-05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님 / 책 읽는 풍경중 가장 편한 모습이 아닌가 싶군요.
플레져님 / 편안함 -> 졸음 으로 이어지겠죠.ㅎㅎ
파비아나님 / 님도 감기조심하세요. 판피린 에스~~
치카님 / 아이디가 참 길어졌네요. 편안함, 자장가 모두 하나로 귀결되겠네요.^^
이카루님 / 뽀동이 안고 흔들흔들...음, 충청도 분이라서 바로 알아보시는구려.
속삭님 / 참, 그거 행운이군요.
메피님 / 저도 사실 저렇게 써서 그렇지 그냥 계속 잘것 같네요.
 

세 번째 골목 세 번째 집

- 권현형-

문밖에서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환청에 시달리던 시절이 혹 있으신가

십이월에도  자취 집 앞마당에서
시린 발을 닦아야하는
청춘의 윗목 같은 시절

전봇대 주소라도 찾아가는지
먹먹한 얼굴로 그가 찾아왔다

두 사람 앉으면 무릎 맞닿는 골방에서
뜨거운 찻물이 목젓을 지나 겨울밤
얼어붙은 쇠관으로 흘러가는 소리
다만 듣고 있었다

야윈 이마로 방바닥만 쪼아대다
겨울의 긴 골목 끝으로 날아가는
크낙새의 목덜미를 바라보았을 뿐인데
바람이 문짝만 흔들어도 누군가
문밖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아

세 번째 골목 세 번째 집에서
겨우내 혼자 귀를 앓았다

 -----------------------------------------------------------------------------------------------

낙엽을 휘몰아 떠나가는 소리,

시래기단이 바람에 몸살을 앓는 소리가

누군가 문밖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같던 시절이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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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6-10-24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내이름을 불러줄 누군가가 있다면 겨우내 혼자 귀를 앓아도 좋을거 같아요.
잘 계시죠? ㅎㅎ

파란여우 2006-10-24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제 집은 동네 끄트머리에 있어요. 파란 지붕에 연두색 대문^^
그러니까 잉크님을 한 번 불러주면 나온다 뭐 이런 야근가요?
그럼 실컷 불러야지.
잉크야! 노올자.... 노올자! 아니 이게 아닌데. 횽아, 봉달 횽아! 봉달 횽!^^

가시장미 2006-10-26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이나 먹자, 꽃아 라는 같은 시인의 시가 문득 떠올라. 인터넷으로 찾았드래요. ^-^
피곤하고 눈은 감기는데 잠을 이룰 수 없는 밤입니다. 으흣

icaru 2006-10-31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고3때 지독한 환청에 시달렸었더랬어요....
잘려고 불끄고 누우면 울엄니가 **아! **아! 하고 제 이름을 부르는데... 그 시각 분명 울엄니는 안방에서 곤히 주무시고 계시는 중이랍지요~
써놓고 보니.. 이거 영 남의 허벅다리 긁는 딴소리 같네요... 풋

잉크냄새 2006-11-03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아나님 / 겨우내 혼자 귀를 앓던 경험, 이제는 그런 경험도 그리워지는 시절이랍니다.
여우님 / 봉달 횽! 이라 부르던 복돌님이 문득 생각나네요.
장미님 / 음, 저도 그 시를 한번 찾아보아야겠어요. 아, 그리고 이 분이 제 고향분이서더군요.
이카루님/ 오랫만이네요. 그건 환청이 아니라 무언가 공명하는 소리가 아닐까 싶군요. ㅎㅎ

가시장미 2006-11-04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들렸어요. :) 그냥, 아침부터 잉크냄새가 나서요.. 으흐흐
좋은 글 많이 올려주시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잉크냄새 2006-11-07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미님 / 하하, 아침부터 글을 쓰셨나보네요. 상상력이 빈곤하니 글을 끄적일 꺼리가 없어요.^^
 

쨍한 사랑 노래

- 황동규 -

게처럼 꽉 물고 놓지 않으려는 마음을
게 발처럼 뚝뚝 끊어버리고
마음 없이 살고 싶다.
조용히, 방금 스쳐간 구름보다도 조용히,
마음 비우고가 아니라
그냥 마음 없이 살고 싶다.
저물녘, 마음속 흐르던 강물들 서로 얽혀
온 길 갈 길 잃고 헤맬때
어떤 강물은 가슴 답답해 둔치에 기어올랐다가
할 수 없이 흘러 내린다.
그 흘러내린 자리를
마음 사라진 자리로 삼고 싶다.
내림 줄 쳐진 시간 본 적이 있는가?

--------------------------------------------------------------------------------------------------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을 게 발처럼 뚝뚝 끊어버리고 싶다.
그 끊어진 자리 새 살이 돋을까,

상처의 속없는 치유력이 때론 가장 치명적인 독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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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10-12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 난 또 ' 내 사랑하리 시월의 강물을. 석양이 지는 푸른 모래톱'어쩌고 하는
황동규님의 시라도 올리시려나 했더니....시월이잖우.
독은 버리고 파란 하늘 속으로 눈동자를 적셔봅시다.
아, 바다 가고 싶어요.
어달동 시멘트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물오징어회에 쐬주를 한 잔..
처얼썩, 처얼썩. 쏴아아...

플레져 2006-10-12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 살아 돋지마라~ 돋지마라~ 해도 그대로 있을 것 같은데요? ㅠ.~
오랜만에 행차하셔서 반가워요 ^^

Laika 2006-10-12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인 상처에 아직 새살이 안 돋아났어요...ㅠ.ㅠ
오랫만에 놀러와서 황동규님 시 읽고 가니 기분이 좋네요.. 잘 계시죠? ^^

paviana 2006-10-12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음 비우고가 아니라 그냥 마음없이 살고 싶어요'.
나이가 들면서 몸이 늙는것처럼 마음도 늙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잉크냄새 2006-10-19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 흐미, 그런 낯간지러운 시를....
플레져님 / 오랫만이죠. 새살은 엉뚱한 곳에 돋아나고 있다우~
라이카님 / 님도 잘 계시죠. 데인 상처는 오래 갑니다. 데인 곳의 조직이 죽고 조직부터 새로 살아나야하기 때문인가 봅니다. 또 놀러오세요.
파비아나님 / 마음없이 산다는 것,,, 어떤 것일까요,,,궁금...

가시장미 2006-10-19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돋아나죠. 당연히.. 돋아나야죠. ^-^ 마음대로 안 되는 일이긴 하지만 꼭 그렇지 않은 일이기도...한 것 같아요. 으흐 제가 쓰고도 뭔말인지. 참... -_-;

kleinsusun 2006-10-20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처의 속없는 치유력이 때론 가장 치명적인 독일 수도 있다."
- 어려워요. 설명해주세요, BB선배님!^^

잉크냄새 2006-10-24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시장미님 / 그렇죠. 당연히 돋아나야죠.
수선님 / 아시면서....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