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골목 세 번째 집
- 권현형-
문밖에서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환청에 시달리던 시절이 혹 있으신가
십이월에도 자취 집 앞마당에서
시린 발을 닦아야하는
청춘의 윗목 같은 시절
전봇대 주소라도 찾아가는지
먹먹한 얼굴로 그가 찾아왔다
두 사람 앉으면 무릎 맞닿는 골방에서
뜨거운 찻물이 목젓을 지나 겨울밤
얼어붙은 쇠관으로 흘러가는 소리
다만 듣고 있었다
야윈 이마로 방바닥만 쪼아대다
겨울의 긴 골목 끝으로 날아가는
크낙새의 목덜미를 바라보았을 뿐인데
바람이 문짝만 흔들어도 누군가
문밖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아
세 번째 골목 세 번째 집에서
겨우내 혼자 귀를 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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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을 휘몰아 떠나가는 소리,
시래기단이 바람에 몸살을 앓는 소리가
누군가 문밖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같던 시절이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