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시즌이 거의 끝났다. 졸업식하면 의례 여러가지 풍경들이 펼쳐진다. 졸업하면 떠오르는 것들 학사모, 부모님과 친구들과의 사진, 졸업식, 상장, 자유 등등. 하지만 최근 졸업식하면 떠오르는 것들은 계란, 밀가루, 교복 찢기 등등. 올해도 어김없이 난 생활지도부 소속이기때문에 졸업식 내내 정문에서 아이들과 실랑이를 벌어야했다. 밀가루와 계란을 사들고 오는 아이들의 무기를 일일이 뺏어야(?) 했다. 나름 작년보다 올해 아이들의 밀가루와 계란의 규모가 적다는 것에 위안을 받으면서...
한동안 뜸했다. 너무 조용했다. 그래서 이상했다. 근데 역시. 정문 구석에서 누군가 밀가루를 뿌렸다. 그게 도화선이었다. 여기저기서 밀가루가 보였다. 그래도 다행히 계란의 거의 없었다. 어찌하다 보니 나도 한번 밀가루 폭탄을 맞았다. 제길...ㅋㅋ 이런 상황에서 언론에서는 연일 삐뚤어져 있는 졸업식 풍경에 대한 날선 보도들이 연이어지고 있다. "막나가는 아이들", "알몸 졸업식" 등등. 특히 올해는 몇몇 중학생들의 과도한 폭행과 알몸 사건으로 졸업식에 대한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물론 현장에서 본 나의 생각으로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단순 해방감에서 나오는 치기어린 행동으로 봐줄수 있는 정도라 생각한다. 물론 또한, 몇몇의 경우는 도를 넘을 경우도 있다. 중요한 건 이런 학생들의 행동에 일정부분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는 데 있다. 하지만 어른들은 무조건 학생들에게만 원인이 있다는 듯 태도를 보인다.
경향신문 2010.2.16 [뉴스분석]졸업식 폭력 되풀이 무엇이 문제인가
ㆍ삐뚤어진 가해자, 당연시한 피해자, 수수방관 교사들
ㆍ“어른들 먼저 자성할 때” 교과부 주내 대책 논의
‘졸업식 뒤풀이’를 빙자해 도를 넘은 학교폭력이 되풀이되고 있다. 경기 고양의 한 중학교에서는 졸업생들이 선배들의 강압으로 알몸 뒤풀이를 한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교육 전문가들은 선·후배 간의 강압적인 지배문화와 과시욕, 어른들의 방치가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분석했다. 치기어린 일부 학생만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자성과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5일 경기 일산경찰서에 따르면 고양 ㅇ중학교 출신 고교생 20명은 지난 11일 오후 2시쯤 졸업식을 마친 이 학교 졸업생 15명을 학교 근처 아파트 뒤로 불러내 밀가루를 뿌리고 옷을 모두 벗도록 해 인간 피라미드를 쌓는 졸업 뒤풀이를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장면을 담은 사진 40여장은 지난 13일 새벽부터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확산됐다. 파문이 커지자 해당 인터넷사이트는 사진을 모두 삭제했으나 사진 파일은 이미 누리꾼들 사이에 퍼져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경찰은 가해 학생들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처벌키로 했다. 이날까지 피해 학생 7명을 조사했고 나머지 피해 학생들을 조사한 뒤 가해 학생 모두를 소환키로 했다.
문제가 된 졸업 뒤풀이 행사는 충동적이고 ‘지배-복종’의 권력관계가 깔려 있는 청소년 문화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사건들은 공통적으로 선배 고교생이 중학교 후배들을 상대로 벌인 일이다. 울산에서는 지난 12일 여고생 등 8명이 중학교 후배 20명에게 이른바 ‘졸업빵’을 거절한다는 이유로 60여만원을 빼앗으려다 경찰에 붙잡혔고, 5일엔 서울 금천구 ㅁ중학교에서는 이 학교 출신 여고생들이 졸업식을 마친 여자 후배들의 교복을 찢고 케첩을 뿌리며 폭행하는 동영상이 유포됐다. 금천경찰서 관계자는 “피해자 쪽에서도 ‘전통·장난일 뿐’이라며 가해자들의 처벌을 원치 않는 학생들이 있었다”면서 “선배들의 비뚤어진 과시욕과 그걸 당연시하는 후배들의 생각에 놀랐다”고 말했다.
사회구조적 문제라는 분석도 있다. 이계삼 경남 밀성고 교사는 “1990년대 중·후반 태생인 중학생들은 유년기에 외환위기 구제금융과 가정 해체를 겪고 구조조정과 비정규직이란 단어를 들으며 성장한 첫 세대”라며 “인터넷과 TV에 매몰된 아이들에게 남은 욕구와 충동이 비뚤어진 졸업 문화로 나타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련의 충격적인 졸업 뒤풀이는 문제의 한 단면일 뿐이라는 것이다.
장난기마저 섞였던 예전의 교복 훼손 전통이 어른들의 방치로 더욱 비뚤어지고 폭력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은숙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은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되는 동안 교사와 학부모들의 수수방관이 뒤풀이 문화를 더욱 폭력적이고 반인권적으로 흐르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면서 “학생들 스스로 졸업의 의미를 깨닫고 문제를 인식하게 하는 학교·사회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와 관련된 아주 상반된 내용의 글이 있다. 무엇이 옳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의 관점에서 두 글을 본다면,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할까 하는 인과론적 관점에서 본다면 더욱 재미있을 듯 하다.
엽기적 졸업추태 더 엄하게 단속했으면, 엽기적 졸업추태를 구경하고 방치한 경찰
기사입력: 2010/02/15 [14:16] 최종편집: ⓒ 올인코리아
서희식 서울자유교원조합 위원장
미친거라 봅니다. 저런 것들도 다 처벌할 수 있는 강력하고 확실하고 정밀한 법이 세워져야 할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다 보는 공공장소에서 교복을 벗는 것도 아닌 칼로 찢고 집단구타를 한다든지 하는 것은 성희롱 성폭행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것이고, 피해자 학생들은 상처를 입을 수 있습니다. 계란 또는 밀가루를 투척하며 졸업식을 하던 그 때도 너무 하지 않느냐 했지만, 이렇게 까지 나올 줄이야...
‘졸업식추태’ or '졸업식 뒤풀이‘ or '졸업식 꼴불견’ 등의 이름으로 구글 이미지 검색을 해보면 나오는 사진들을 보라. 추태를 당하는 후배 곁에는 머지 않은 곳에 “비닐 우비를 입고-장갑을 끼고-가위를 들고-칼을 들고” 진두지휘를 한다. 이것이 일진이다. 일진의 그룹들이 행하는 집단폭력에 한번 당해본 사람은 절대로 도망도 못 간다. 경찰에 신고는 어림도 없다. 몇시간을 얻어 맞고 정신적 공황상태까지 가서도 보복이 두려워 선처를 호소하며 전학을 가도, 인터넷 사이트로 전학간 학교에 소문을 내어 폭력의 악순환은 마찬가지인 상황인데, 어떻게 신고를 생각하고 고발하여 법정에서 얼굴을 마주대하며 증언을 하겠는가? 더군다나, 경찰도 구경하며 새끼조폭을 키우는 상황인데... 하루 동안 발가벗기고 찟기고 끌려다니다 챙피스런 몰골까지 보여주며 당한 챙피를 무마시킨다는 명목의 ‘술과 담배, 그리고 음주가무’ 장소로까지 강제로 불려나온 꼴사납던 후배들에게 성인식이라는 미명 하에 온갖 '성추행과 성희롱‘이 이어지다, 심하면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이것이 일진 주도 졸업식추태의 실체이다.
이들을 파출소에 신고하여 연행해간 적도 있다. 한마디로 수사는 없고, 이름도 적어 놓거나 하는 일도 없이 방면, 귀가조치이다. 피해자의 고발이 없다는 것이다. 등하교길과 주변 차량에 밀가루와 계란이 깨져 엉망인 사진을 보여주어도, 학생들의 추태 사진을 보여주어도, 슬며시 웃기만 한다. 사전 질서유지에 대한 공문도 소용없었다.
이제는 처음으로 사회문제가 된 듯이 떠들고 있다. 작은 지역 범죄조직으로의 입단식이라는 역할을 하는 실체를 깨닫기 바라며,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지나간 졸업식 추태에 대해서도 수사하여 공소시효 전이면, 처벌하기 바란다. 사회봉사라도 시켜야 한다. 그리고, 주동자급 일진세력들은 강력 처벌하여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첨부된 사이트에 들어가 사진을 보라 계란 한 개 던진 것이 아니다. 번질거리는 벽과 벌거벗은 몸 아래 깨진 것만 몇백 개인 듯하잖는가? 또, 도망도 못 가는 공포분위기, 그 자체가 범죄행위임을 경찰은 왜 인정하지 않는가? 막연히 눈 앞에서 해산만하고 귀가조치하였다고 말하면, 끝인가? 경찰은 강압과 폭력을 직접 증명하고, 고발하여야만 수사하는 로봇인가? 치기어린 학생들의 폭력, 또는 일진들의 폭력이라며 온정주의로만 대하지 말라. 가해자들은 동네깡패 수준을 넘어서는 새끼조폭들로 성장하고 있는 범법자들이다.
경찰에 요구한다.
첫째, 알몸추태는 고발이 없어도 ‘성폭행-강간범’ 등과 같은 형사범으로 즉각 수사하라.
둘째, 교복을 칼로 찟고 속살을 드러내는 행위도 ‘성희롱과 성추행’과 준하여 처벌하라.
셋째, 밀가루투척도 적극 만류하고, 조직적 가담자는 경범죄처벌 및 사회봉사 시키라
넷째, ‘바다 or 하천에 빠뜨리기-음주흡연폭행-도심추태’ 등, 엽기적행위도 금지시키라
다섯째, 노래방의 ‘청소년 흡연-음주’단속을 철저히 하고, 청소년문화를 지원하라.
교육청과 학교에 요구한다.
첫째, 졸업 후 입학까지의 문제행동 사실이 확인되면 입학한 학교에서 지도하라.
둘째, 가해학생들의 학생신분에 어긋나는 행동에 대하여는 소속학교에서 지도하라.
셋째, 다양하고 학생들이 동참할 수 있는 건전한 졸업식문화를 교육하고 지도하라.
넷째,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문제학생 자료는 지역별로 공유하고 공동 대응하라.
다섯째, 졸업식추태는 버릇없고 교사를 무시하는 학생을 양성한다. 대책을 마련하라.
여섯째, 교사가 수업뿐 아니라 진로지도(=인생)에서도 존경받도록 심화 연수시키라.
졸업식 추태가 범죄자를 키우는 줄 경찰들은 모르는가?
“밀가루-캐찹-간장-물엿-계란-페인트-칼-가위-비닐우비-막대기(or 종이 막대기)”는 주로 2학년이 마련한다. 돈을 걷던지, 1학년에게 상납 받는다. 가해자는 주로 전년도 졸업한 학생들로 고등학생들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웃학교의 동급생도 있다. 졸업생들은 아예 치마 속에 긴 속바지나 추리닝을 입고 오는 등 사전에 대비하기도 하나, 졸업한 일진 등이 주축인 가해자는 뻔뻔스런 범죄자이다. 교사의 만류에도 꿈적 않는다. 필자가 생활지도부장을 할 때 등교하는 학생들의 소지품을 검사하여 밀가루와 계란 등을 한 자루 압수하여도 소용없었다. 경찰에 공문을 보내며 연락해도 순찰차로 한번 지나치며 구경할 뿐 강력한 제지는 안했다. 학부모님 옷과 주차한 차가 밀가루와 계란 세례를 받아 신고해도 단순한 치기어린 행동으로 온정주의 차원의 해산만 할뿐, 파출소로 데려가도 소용없었다. 청소년 시절의 하루만의 일탈로 볼 뿐, 경찰도 방관자 였다.
문제는 이들이 도망가면 보복을 당할 것을 두려워해서 부모와 함께 멀쩡하게 졸업식을 치르고는 집으로 못가고 조폭수준의 선배에 의해 약속된 장소로 가 기꺼이 수모를 당한다. 어짜피 전학갈 것 아니면 같은 동네, 같은 학원의 일진들이라 도망갈 공간이 없으니 부모님 앞에서까지 추태를 보이고 화장실 등에 숨어있다 친구들이 주는 옷을 입고 집에 갔다가는 다시 노래방등으로 끌려 다닌다.
이러한 뒷풀이에서 임신하는 경우도 있으며, 재학생과 졸업생의 동네 일진세력들이 모두 모여 부리는 작은 범죄행위인 추태에 경찰까지 구경만하며 범법자의 길로 어린 학생들을 인도하는 의식의 방관자가 된다. 이러한 집단의식에 참여하지 못한 학생들은 폭력적이며 범죄단체화 되어가는 동네깡패들에게 대항도 못한다. 그리고, ‘졸업식 추태’의 주모자들은 어제든 후배들을 불러모으고 다양한 학교폭력의 잠재적 지원세력이 된다. 이러한 졸업식 추태를 대하는 경찰의 태도는 범죄세력을 비호하고 양육하려는 태도로 뻔뻔한 직무유기라 생각한다. 옷을 찢어 속살을 드러내고 브래지어나 팬티까지 가위로 잘라 외설스런 몰골을 천조각이나 손으로 가린채 도망도 못가고 길가에 서서 야꾸자 입회식을 본딴 신종 일진회 입단식으로 보면 된다.
제주도에서는 집단으로 바다에 뛰어들도록 하고, 청주와 부산에서는 팬티바람으로 거리를 활보하도록 하고, 중앙선에 난장판인 채로 서서 노래부르고 팔굽혀펴기를 하며 교칙적용이 안되는 졸업 후 입학까지의 기간에 통제할 규율을 잃은 채 범죄집단 가입 신고식을 한 폭주-탈선기관차인 것이다. “너무 심하다” 지적하면 어른들에게 눈 부릅뜨고 대드는 작은 범죄집단인 것이다. 범죄집단 신고식을 막 치르는 후배들은 장난감이자 놀이갯감으로 잠시 후 노래방으로 옮겨 음주가무에 공개적으로 성추행할 대상일 뿐이다. 이런, 졸업식 추태를 방관하는 것은 작은 범죄를 키워서 잡겠다는 것인지? 치안수요가 너무 많아 ‘일 바쁘다’며 무시하는 것인지? 경찰청은 직무유기를 멈추고, 학생들의 일탈에 엄정히 대처하기 바란다.
ps : 나 또한 학생들의 이런 폭력적이고 가학적인 졸업식 문화(?)를 긍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위 글을 쓴 사람처럼 교사가 경찰이어서는 안되며, 왜곡된 졸업식 문화는 몇몇 문제학생들의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란 점이 중요하다 생각된다. 솔직히 예전 졸업식 추태까지 조사해서 "공소시효 전이면 처벌하길" 바란다는 건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ㅠ.ㅠ
"무서운" 건 아이들이 아니다. 어른들은 무섭다
만감: 일기장 2010/02/14 01:38 http://blog.hani.co.kr/gategateparagate/25746
요즘 한국 포털 사이트의 뉴스나 "주류" 신문 뉴스, 방송을 볼 때마다 "무서운 중딩"이니 "무서운 초딩"이니 이런 단어들은 거의 난무합니다. 뭐가 무서운 지 자세히 보면 대체로 후배에 대한 선배들의 폭력, 상납 요구, 그리고 "팬티 바람 질주"와 같은 "이색 졸업식" 등등의 이야기들은 나옵니다. 물론 - 기자들이 그걸 과연 어느 정도 아는지 모르지만 - 선생들의 고압적인 태도나 군에서의 위계질서적 관계, 가정 안에서의 "피라미드" 관계를 본딴 학생들 사이에서의 폭력적인 "우리끼리 질서 만들기"는 독재시대 때는 더 심했으면 더 심했던 것이죠. 굳이 그렇게 말하자면, 선생들의 구타가 더욱더 태심했던 일제 시대때부터 이와 같은 학생들 사이의 사건들이 꽤나 일어나고 있었어요.
1920년대의 <동아일보>를 읽어보면, "운동회에 같이 안나갔다고 급우를 마구 때렸다"는 소학교 학생들의 이야기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회의 폭력성을 맨먼저 배우는 게 아이들이 아닙니까? 기자들이 보통 잘 언급하려 하지 않는 또 하나의 측면은, 아직도 미시적 (가족적) 차원에서 유교적 분위기가 약간 남은데다 사회로부터의 "낙오"가 두려운 한국 사회에서 학생들에 의한 교사폭행 사건 등이 구미권에 비해서 대단히 드물다는 점이기도 합니다. "왕따" 피해율 (약 20-25%)은 대체로 영국이나 노르웨이와 같은 수준이고요. 이런 부분들을 다 빼놓고 "무서운 초딩/중딩"을 맹비난하니 꼭 "법질서"에 대한 한국 정권의 반복적인 주문을 뒷받침해주려는 의도가 아닌가, 라는 의심은 아주 쉽게 생깁니다. "법질서" 이데올로기를 확산시키고 주입시키려면 "당신의 아이가 무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을 학부모에게 하는 만큼 더 좋은 수법도 없지요, 뭐. 관변 언론의 일종의 "대민 협박", "겁주기"라고나 할까요?
물론 제가 학생들의 폭력을 정당화할 하등의 의도는 없습니다. 일제 때부터 있어왔다 해도, 독재 정권 때에 고질화됐다 해도, 일부 선생들의 매질이나 고압성을 그대로 모방한다 해도, 어쨌든 폭력은 폭력입니다. 피해자를 생각해서라도 폭력을 절대로 허용할 수는 없죠. 그런데 피해자도 생각해야 하지만, 가해자 역시 학생이고 우리 "배려"의 대상이 돼야 하는데, 이들이 하필이면 왜 가해자가 되는지 우리 자신들에게 한 번 물어봐야 할 것 같아요. 제 학교 시절을 생각해보면, 일단 한국과 같은 고질화된 선배들의 폭력이나 상납 요구 등은 당연히 없었어요. 선생들이 체벌을 사용하지 않았고 이념적으로나마 "다 같이 좋은 동무가 돼야 한다, 보다 어리거나 약한 이를 동지적으로 돌봐주어야 한다"는 사회주의적 이상이 존재했기에 그래도 한국이나 일본같이 선배, 급우들의 괴롭힘에 못이겨 자살하는 현상까지는 목격되지 않았어요. 물론 "튀는" (남보다 월등히 더 똑똑하거나 반대로 더 지능이 떨어져 보이거나, 혹은 행동거취가 "이상해" 보이거나) 아이에 대한 급우들의 배제를 가끔 볼 수 있었지만, 선생들이나 소년공산당 등이 나름의 조절 노력을 해서 행정적 처벌 없이 상황을 정상화시키는 경우도 있었어요. 즉, 사회 자체가 더 평등하고 덜 폭력적일 때에 "무서운 아이"들이 생길 확률은 절로 떨어지는 법이죠.
물론 꼭 바람직한 급우 관계만이 존재했던 것도 아니었지요. 국가 폭력의 작용은, 학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우들은 종종 있었어요. 스탈린의 폭정으로 중앙아시아로 추방당한 고려인들의 자녀들은 가끔가다 현지 학교에서 "눈이 찢어진 놈"과 같은 종족적 모욕을 들을 때도 있었어요. "국가"에 의해서 집단 처벌을 받은 사람이니 그렇게 대해도 무방하단 심산이었겠지만, 제 스승님이신 임수 선생님은 고등 학교 때에는 아예 권투선수가 되어서 가장 못된 모욕자들을 응징하신 적도 있었어요. 그리고 1980년대 같으면, 몰락해가는 소련 사회의 각종의 "문제"들은 학교 현장에서 그대로 반영되기도 했어요. 대표적으로 술꾼 아버지가 가정 내에서 폭력을 자주 행사했을 때에는 그 아들이 학교 성적이 나빠지고, 상한 자존심을 "주먹질"해서 "주먹왕"의 명예를 얻음으로써 회복시키는 경우들을 볼 수 있었어요. 마찬가지로, 아버지 없고 어머니가 일하느라 아이를 많이 돌봐주지 못하는 가정들의 아이들은 애정 결핍 때문인지 다소 폭력적이었어요. 전체적으로는 학력이 높은 가정의 자녀들은 거의 폭력성을 보이지 않았지만, 학력이 비교적으로 낮아 "콤플렉스"에 시달릴 만한 부분이 있었던 부모들의 아이들은 그 상처들을 "주먹"으로 달래는 건 흔히 보였어요. 그들이 그렇게 하면서 "미래 준비를 한다"고 스스로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니네처럼 부모들이 유식하고 성적이 좋아 대학에 들어갈 아이들이 군대에 안가도 되지만, 우리는 졸업하고 1년 지나면 바로 입대니까 주먹을 단련하지 아니면 안된다, 그게 부대에서의 생존법이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군대의 폭력성을 중, 고등생들이 미리 인식해서 "주먹남"으로서의 풍모를 갖추느라 바빴지요. 저 같으면, 그 당시에 그 이들을 두려워하기도 하고 싫어하기도 했지만, 지금 같으면 그 당시의 제 자신의 시선은 부끄럽기만 하죠. 제 (고학력 중산층)으로서의 계급적 배경이 그대로 반영된 시선이었기에.
하여간, 제가 직접 본 아이들끼리의 폭력은 사회의 각종 폭력성 (가정내 폭력, 군내 폭력 등)과 불평등 (학력, 성적에 따르는 각종 차별들)으로 인한 것이었지, 아이들이 "나빠서" 한 것은 절대 아니었어요. 무서운 건 아이가 아니고 "사회주의" 간판임에도 끝내 만족할 만한 비폭력성과 평등의 수준을 달성하지 못한 쇠락기의 소련 사회이었어요. 혁명 이후로 체벌을 폐지한 나라임에도, 고학력 학부모와 저학력 학부모의 임금차가 커봐야 60-70% 정도 밖에 보통 되지 않았던 (극소수 중간, 고위간부를 제외하고서) 나라임에도 학교에서 '주먹남'들이 등장했다면, 체벌이 존속되고 있는데다 같은 동네에서의 여러 가정들의 소득 격차가 5배일 수도 10배일 수도 있다는 대한민국은 과연 어떻겠습니까? "격차 사회"라는 부분도 그렇지만, 우리의 상업적 "문화"의 기절할만한 저수준과 폭력성도 한 몫을 할 것입니다. 온 나라가 안방에서 서로 박살내려는 두 "짐승남"의 "초콜릿 복근"에 매료되고, 표도르니 뭐니 이미 인간의 모습을 거의 잃은 "인간 병기"가 상대방을 박살낸 게 "뉴스"가 되는 수준의 사회에서는 어린 마음에 "주먹남"에 대한 흠모가 어찌 안생기겠어요? 아무리 열심히 매달려봐야 강남족이라는 현대판 성골, 진골의 대열에 이미 합류할 수 없는 신판 "신분 대물림" 사회에서는 이게 인생의 돌파구로 보일 수도 있단 말에요. 더군다나 "근육질남"이 군복까지 입으면 그 "주먹질"은 국가의 신성한 승인까지 받는 게 아닙니까? 특전사의 무시무시한 특공무술을 자랑스럽게 한국방송공사의 뉴스에서 보여주는 게 대한민국 아닙니까? 그러니까 그런 수준의 사회에서는 아이들을 탓할 리도 없죠.
1969년, 한 영화에서 혁명 즉후 내전 시대의 청소년 공산주의 의용대 대원이 백군 군인을 사살한 장면이 클로즈업돼 지나치게 강조됐다고 유명한 영화감독이자 가수 알렉산드르 갈리치가 공산당 중앙위원회에 항의서한을 송부했습니다. "이렇게 폭력을 미화하는 것은 사회주의 이상에 배치되고 청소년 교육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이유이었습니다. 살인 장명 정도면 안방 극장의 "기본"이 된 지 오래된 이 위대한 문화수출국 대한민국에서 그런 걸 생각해보면, 거의 고대사나 중세사처럼 머나먼 과거를 생각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ps : 아마도 두번째 글을 읽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럼 어쩌라는 거야"라는 식의 반문을 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글에 문제에 대한 완벽한 해결책이 꼭 제시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럴 수도 없고... 중요한 건 어떤 문제를 모든 '인식점'이라 생각된다. 첫번째 글은 포인트는 졸업식에서 추태를 부리는 학생들은 모조리 형사적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며, 두번재 글의 포인트는 사회적 배려의 대상자인 약자인 학생이 왜 가해자, 피해자가 될까? 왜 이런 폭력성을 가졌을까?라는 의문일 것이다. 이 '인식점'의 차이는 결국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향성과 해결책에서도 여실히 그 차이점을 드러낼 것이기 때문에 더욱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