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2010.8.23  상습수해 지류 놔둔채 멀쩡한 본류에 ‘헛돈’
[‘반환점’ 돈 이명박 정부] ① 4대강 사업  

 

» 지난 7월 집중호우로 교량이 무너져 내린 경북 고령군 고령읍 운산1리 일대는 상습 수해지구이지만 예산부족으로 2013년에야 하천개수가 완료된다. 시민환경연구소 제공 
 
낙동강 지류인 조만강이 흐르는 경남 김해시 주촌면 주촌소방서 옆 하천변에는 공업단지의 침수를 막기 위한 마대자루가 기다란 장벽을 이루고 있다. 해마다 하천이 넘칠 때마다 임시로 쌓아놓은 것이다. 몇 년이 지났는지 모를 오래된 마대자루는 모두 해어져 안에 들었던 흙이 둑을 이루기도 한다. 또다른 낙동강 지류인 금성천을 가로지르는 경북 고령군 운수면 운산1리의 교량이 지난 7월 집중호우로 무너져내렸다. 수해 상습지구인 이 일대의 개선사업은 제방 9㎞를 개수하고 다리 2곳을 교체하는 사업비 118억원의 소규모 사업이지만 예산 확보의 어려움으로 지난해 시작한 사업이 마무리되려면 2013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준설로 홍수 대비?
국가하천 97% 제방 등 정비끝
골재채취로 추가 준설 불필요

물그릇 키워 수자원 확보?
‘감소 추세’ 물수요 과다 예측
산간·섬지역 가뭄피해는 뒷전 

홍수 예방과 가뭄 대비를 가장 큰 목적으로 내세운 4대강 사업이 정작 문제가 되는 곳에는 눈을 감고 멀쩡한 강 본류에만 예산을 쏟아붓고 있음이 분명해지고 있다. 지난 7월 낙동강 일대의 수해지역을 조사한 김정수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은 “치수대책이 필요한 곳은 4대강이 아니라 예산부족으로 해마다 수해를 입고 있는 지류와 지방하천”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7월 집중호우 피해는 모두 지천에서 발생했다. 이미경 민주당 의원이 소방방재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7월16~18일에는 지천 34곳과 소하천 67곳, 23~24일 동안에는 지천 29곳과 소하천 112곳이 수해를 입었지만 4대강 본류에서는 전혀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만의 현상도 아니다. 국토해양부가 집계한 1996~2005년 동안의 국토 단위 면적당 침수피해액을 보면, 동해안·남해안 도시와 경기 북부, 영남 내륙지역의 홍수피해가 컸다.(지도 참조) 이들은 태풍경로나 태백산맥 등 지형적 영향을 받는 곳으로 4대강 본류와는 무관한 곳이 대부분이다. 

  
 
» 홍수 피해지역과 단위면적당 피해액·가뭄기간 물부족 지역 제한급수 횟수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은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에 대비하기 위한 사업이라는 정부 해명도 설득력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남한강에선 2006년 500년 이상 빈도의 폭우로 충주댐을 규정 이하로 미리 비워놓지 않았더라면 여주 제방이 무너졌을 뻔한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런 사태를 겪은 정부는 2008년 한강유역종합치수계획을 수립해 홍수방어를 제방에만 내맡기지 말고 홍수조절지, 저류지 등을 활용해 유역에서 분담하도록 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은 홍수의 유역분담량을 없애고 대신 강바닥을 파 홍수위를 낮추는 새로운 전략을 택했다.

이에 대해 ‘준설을 통한 홍수 방어’라는 수문학계에 전례가 없는 대책의 효과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4대강 본류를 포함한 국가하천의 97%가 이미 제방을 쌓는 등 하천을 정비한데다 골재채취 등으로 하상이 낮아진 상태여서 준설을 하지 않더라도 홍수 위험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남한강은 그런 사례이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학과 교수는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작성한 한강살리기사업 환경영향평가서를 바탕으로 100년 빈도의 홍수가 났을 때 남한강 제방높이에 어느 정도의 여유가 있는지 계산했다. 그 결과 전체 사업구간 가운데 98.2%가 홍수위와 제방 높이의 차이를 가리키는 여유고가 법정 기준인 2m를 넘어섰다. 여유가 부족한 곳은 강 양쪽에서 각각 1.5㎞와 2.7㎞ 구간에 지나지 않았다. 게다가 남한강사업을 마치더라도 이포보 하류와 충주댐 하류의 여유고는 여전히 법정기준에 모자란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남한강 사업은 지나친 토목공사이자 예산낭비임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대규모 준설과 보 건설이 물그릇을 키워 부족한 수자원을 확보한다는 4대강 사업의 핵심 목표도 흔들리고 있다. 물 수요를 과다 예측한데다 정작 물이 부족한 곳에 확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은 2006년에 작성한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을 근거로 2011년 8억㎥, 2016년에는 10억㎥의 물부족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2008년의 생활용수는 78억7700만㎥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환경부의 상수도통계를 보면, 2008년 급수량은 57억5500만㎥로 수요예측치의 73.1%에 지나지 않는다. 물 수요량은 약 21억㎥가 과다 예측됐고 그만큼 물이 남아돈다는 것을 보여준다.

2011년부터 물사용량이 줄어들 것으로 본 수자원장기종합계획과 달리 실제 1인당 하루 급수량은 2004년 365에서 차츰 줄어 2007년 340, 2008년 337를 기록했다. 물 절약 정책, 물 다소비 산업의 감소, 누수 억제 등에 따른 현상이다. 이런 추세라면 2011년 실제 급수량은 330로 예측되는데(민주당 4대강 사업 대안보고서), 수자원장기계획이 예상한 363와는 국민 1인당 하루 33의 차이가 난다. 전국적으로 생활용수로만 연간 약 6억㎥가 과다계산된 셈이다.

물 과다 확보와 함께 공급지와 수요지의 괴리도 문제다.(지도 참조) 4대강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지역에서 물이 부족해 제한급수를 한 사례는 지난 30년 동안 없었고 낙동강에서 수질오염으로 공급이 차질을 빚은 일이 있었을 뿐이다. 박 교수는 “문제는 수량확보가 아니라 수질개선이며, 상습적으로 가뭄피해를 겪는 산간 농촌과 도서해안지역에 대한 배려”라고 말했다.

가뭄 때 강 바닥을 드러내는 곳이 강 본류가 아닌 지류인데도 본류에 ‘물그릇’을 키운다는 것도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4대강 마스터플랜은 그냥 흘려보내는 하천유지용수로만 2016년 7억㎥를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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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과 관련한 기사이다. 보가 건설되어 강물의 양(물그릇이 커진다)이 늘어나 강의 오염이 줄어든다는 논리는 정말 어처구니 없다. 강처럼 동적인 존재에 이와같이 단순한 잣대를 가져다 대는 것은 그 어떤 '의도'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짓 같다. 최근에 4대강 관련 책도 몇권 나왔다. <나는 반대한다>, <한강의 기적>, <재앙의 물길, 한반도 대운하>는 '운하', '4대강 사업'과 반대되는 내용의 책이며, <왜, 한반도 대운하인가>, <한반도 대운하는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물길이다>는 '운하'사업을 찬양(?)하는 글이다. 뭐 제목만 봐도 알 수 있지만...관련 기사는 나중에 스크랩하기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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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2010.8.23  수량확대→수질개선? 물 가두면 되레 악화  

보가 물흐름 막아 유속 느려지고 부영양화 현상
수문 열어 관리해도 희석보다 썩는 속도 빨라 
 
4대강 사업으로 물이 깨끗해질까? 정부는 이른바 ‘물그릇 확대론’으로 수질 개선 효과를 강조한다. 환경부가 지난 3월16일자로 제작해 홍보중인 슬라이드 자료를 보면 ‘보, 준설로 수량확대→수질이 개선됩니다’라고 돼 있다.(그림 참조) 오염물질이 2t이 녹아 있는 물 100만t의 오염농도는 2/100만t로, 0.0002% 즉 2ppm이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을 통해 수량을 200만t으로 늘리면, 오염농도는 2/200만t인 1ppm으로 절반으로 준다는 것이다. 박석휘 서울시립대 교수(환경공학)는 “수질을 개선하려면 오염물질 유입량을 줄이거나, 수량을 늘려야 한다”며 “오염원을 차단했는데도 수질개선이 안 됐다면 물을 늘려야 하고, 이는 홍수나 가뭄통제까지도 가능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 광주광역시 서구 치평동 제1하수처리장에서 정화처리됐지만 거품이 이는 검은색 물이 지난 3월 초 영산강으로 흘러들고 있다. 하수종말처리장 시설이 미비한 상태에서 4대강에 보까지 설치되면 물의 체류시간이 늘어 수질 오염이 심각해질 수 있다. 광주/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하지만 수질 개선을 위해 물 그릇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은 큰 허점이 있다. 이상훈 수원대 교수(환경에너지공학)는 “정부 쪽 설명 중 4대강 사업 이후 물 그릇이 커진 뒤에도 오염 물질이 2t만 유입된다는 전제 자체가 틀렸다”고 지적했다. 4대강 사업으로 하천에 보를 막은 뒤에도 저수지에 흘러드는 물은 이전과 똑같은 오염농도를 가진 하천수가 흘러들어 오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물 그릇에 담긴 수량이 200만t으로 2배 늘어났다면 오염물질의 양도 2배로 늘어나서 4t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정부 쪽 학자들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내놓은 논리가 ‘희석론’이다. “상류에서 맑고 깨끗한 물을 흘려 보내면 수질이 좋아진다”는 주장이다. 한강 상류를 예로 들면, 12개의 농업용 저수지의 둑을 높여 1000만t의 수량을 늘려 희석수로 흘려 보내면 하류의 보에 저장된 물이 깨끗해질 것이라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솔깃하게 다가오는 논리다. 하지만 이 교수는 “농업용 저수지에 흘러드는 물도 결국 논밭·산림과 마을을 지나 모이는 물로, 4대강 사업 이전의 저수지 물과 수질이 다르다고 볼 수 없다”며 “보를 막아 악화된 수질을 희석시킬 수 있는 깨끗한 물은 어디에서도 구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보 건설로 흐르는 물이 정체되면 수질은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다. 물 흐름(유속)이 느려지기 때문이다. 경기개발연구원 팔당물연구센터 송미영 박사팀이 2009년 7월에 발표한 ‘4대강 살리기 사업과 후속 사업 대응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남한강에서 3개의 보가 건설되면 유속이 초당 0.84m에서 0.24m로 4분의 1가량 줄어들고 확산계수(단위 시간에 한 물질이 다른 물질 속에 섞여 들어가는 정도를 수치화한 것)는 초당 1934㎡에서 327㎡로 떨어져 수질이 33% 나빠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정부 쪽 전문가들은 “보 수문을 열고 닫을 수 있기 때문에 댐 조절을 통해 수질을 관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이 흘러갈 수 있는 가동보를 설치하면 오히려 퇴적토에 의한 오염문제 등이 최소화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서울시립대 박 교수는 “가동보의 매뉴얼을 만들어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을 하기 때문에 수질 관리에 별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반대론 쪽에선 수질 희석 효과보다 부영양화가 더 큰 문제를 불러온다고 반박한다. 보로 인해 강이 사실상 호수로 바뀌면 물속에서 질소·인 등이 쌓여 조류(식물성 플랑크톤)가 증식되면서 부영양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부산가톨릭대 김좌관 교수는 2009년 7월 낙동강 본류에 보 10개가 설치되면 유속이 보 설치 이전보다 10배 이상 느려지고, 보에 물이 11~39일 동안 머물면서 녹조류 성장을 촉진한다는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김 교수는 “정부 주장대로 보 설치에 따른 유량 증가로 ‘수질 오염물질의 희석 효과’가 나타나지만, 물의 체류시간 증가로 ‘조류 성장률 증대 효과’가 더욱 강력해져 수질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희석 효과를 나타내는 1일 희석률 평균값이 7.2%인 데 반해, 낙동강의 대표적인 두 가지 조류의 하루 성장률 평균값은 58.8%로 8.17배나 높다는 것이다.

더욱이 전국 393개 하수종말처리장에 부영양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인을 걸러낼 시설을 추가로 설치하지 못할 경우 물이 썩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2012년부터 하수처리장 총인 방류기준을 2.0ppm에서 0.2~0.5ppm으로 최대 10배 강화했지만, 자치단체에선 지방비를 투입해 하수종말처리장 총인처리시설을 고도화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성기 조선대 교수(환경공학과)는 “4대강 수질개선 사업비는 3조9000억원에 불과해 하수종말처리장 총인처리시설을 갖추는 데도 부족한 실정”이라며 “정부의 수질개선 예측은 2030년까지 32조7000억원이 들어가야 할 환경부 수질보전계획을 2012년으로 앞당기는 것을 전제로 한 것으로 전혀 앞뒤 논리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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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한겨레신문 기사를 스크랩해 놓는다. 서울의 과밀한 인구밀도에 관한 기사이다. 강원도의 190배라고 하니 남한 전체의 산술적인 인구밀도도 문제지만 서울의 과밀화는 상상을 초월하는 정도이다. 뭐 나도 거기에 한 몫하고 있으니... 

찾아보니 작년에도 비슷한 기사가 있어, 같이 스크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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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2010.8.5  서울 인구밀도 ‘강원의 190배’  

1㎢당 1만6586명…부산 11년째 감소세 
 

» 국내 인구밀도 현황 
 
수도인 서울로 인구가 몰리는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서울의 인구 밀도는 강원도의 190배에 이르고, 제2도시인 부산도 해마다 인구 밀도가 줄고 있다.
5일 통계청이 국토해양부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지역별 인구 및 인구 밀도 자료’를 보면, 올해 서울의 인구 밀도는 1㎢당 1만6586명으로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이어 부산(4497명)과 광주(2893명), 대전(2806명), 대구(2750명), 인천(2591명) 등의 차례였다. 서울의 면적은 전체 국토의 0.6%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분의 1가량인 1003만9000여명이 몰려 있다.

서울의 인구 밀도는 2007년 1㎢당 1만6565명, 2008년 1만6574명, 2009년엔 1만6582명 등으로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서울과 인천, 경기를 합해 수도권 전체로 추계한 인구 밀도는 1㎢당 무려 2068명에 이른다.

가장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은 강원으로 1㎢당 87명에 그쳤다. 이는 서울 인구 밀도의 190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경북(136명)과 전남(142명), 충북(199명)도 1㎢당 인구 밀도가 200명을 밑돌았다. 정부 관계자는 “외환위기를 거친 2000년 이후 서울 및 수도권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면서 서울에 인구 밀집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인 부산조차 2000년 이후엔 인구 밀도가 낮아지고 있다. 2004년 1㎢당 4742명이었던 부산의 인구 밀도는 올해 4497명으로 떨어졌다. 

 

한겨레신문 2009.12.14  서울 인구밀도 뉴욕 8배·도쿄 3배  

OECD중 최악…“과밀해소 필요”

서울의 인구밀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선진국 대도시들 가운데 가장 높아 균형발전 정책을 통한 지방으로의 인구분산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인구밀도는 오이시디 국가 대도시들의 2배에서 10배에 이르는 초고밀도였으며, 서울과 인구밀도가 비슷한 도시들은 대부분 한국보다 훨씬 소득이 낮은 개발도상국의 도시들이었다.  

 


14일 <한겨레>가 국토연구원의 인터넷사이트인 ‘세계도시정보’(ubin.krihs.re.kr)의 통계를 분석해 보니, 인천·수원 등을 포함한 서울권역의 인구밀도는 1㎢당 1만6700명으로 30개 오이시디 국가의 제1도시들 가운데 1위에 올랐다. 서울시만으로 계산하면 1만7219명으로 인구밀도는 더 높아졌다. 이는 2위에 오른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8400명)의 2배이며, 인구밀도가 가장 낮은 룩셈부르크의 10배가 넘는 수준이다.

서울의 인구밀도는 오이시디 국가의 제1도시 가운데 미국 뉴욕(2050명)과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2100명)의 8배, 이탈리아 로마(2950명)의 5배, 프랑스 파리(3550명)와 독일 베를린(3750명)의 4배, 일본 도쿄·요코하마(4750명)와 영국 런던(5100명)의 3배에 이르는 것이다.

인구가 500만명 이상인 거대도시 43곳 가운데서도 서울의 인구밀도는 7위였다. 서울보다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는 방글라데시 다카(13만2550명), 인도의 뭄바이(2만9650명)와 콜카타(2만3900명), 파키스탄 카라치(1만8900명), 나이지리아 라고스(1만8150명), 중국 선전(1만7150명) 등 개발도상국의 도시들이었다. 서울 다음은 대만의 타이베이(1만5200명)와 인도 첸나이(1만4350명), 콜롬비아 보고타(1만3500명) 등이었다. 500만명 이상의 도시 43곳 가운데 오이시디 국가의 도시는 12곳이었는데, 인구밀도 상위 20위 안에는 서울 하나였다. 30위권 안에도 서울(7위)과 멕시코시티(24위), 터키 이스탄불(27위), 일본의 오사카·고베·교토(30위) 등 4곳만 포함돼 있었다. 나머지는 모두 30위권 밖이었다. 

 

한겨레신문 2009.12.14  부산 인구밀도 높아봤자 서울의 3분의1도 안된다 

서울 ㎢당 17219명…부산 4722명
울산시 인구밀도보다 16.3배나 커 
 
 
소설가 이호철이 ‘서울은 만원이다’라는 소설을 <동아일보>에 연재하기 시작한 것은 1966년 2월의 일이다. 지난 8월 서울시가 발간한 ‘서울통계연보’를 보면, 당시 이 소설가가 ‘만원’이라고 선언한 서울의 인구는 고작(?) 379만3천명에 불과했다. 이는 지금 부산의 인구보다 20만명이 많은 수준이었다. 40여년이 흐른 지금, 서울의 인구는 1045만명을 넘어섰다. 평균적으로 따져 10년마다 광주 인구보다 23만명이 많은 사람들이 서울로 몰려든 셈이다.
통계청의 ‘인구밀도’ 자료를 보면, 2007년 기준 서울의 인구밀도는 1만7219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부산, 대구, 인천 등 전국 6대 도시의 4배~17배에 이르는 규모다. 서울 다음으로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인 부산은 4722명으로 서울의 1/3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구와 광주는 각각 2842명과 2840명으로 서로 비슷한 수준이었고, 그 다음은 대전 2757명, 인천 2690명, 울산 1052명 순서였다.

서울의 과밀화는 서울을 넘어 경기·인천의 추가적 인구집중을 불렀다. 대통령 직속 기구인 지역발전위원회가 ‘2008 이명박 정부 지역발전정책 연차보고서’에서 통계청 자료를 인용해 밝힌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구비중 추계’를 보면, 1960년 전체 인구의 20.8%에 불과했던 수도권의 인구는 2005년 48.2%로 꾸준히 상승했다. 반면, 비수도권의 인구는 1960년 79.2%에서 2005년 51.8%로 떨어졌다.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한 해 30조원에 이른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해 공개한 ‘전국 교통혼잡 비용 산출과 추이 분석’ 자료를 보면 2007년 서울의 교통혼잡 비용은 7조320억원이었고, 인천, 수원을 합한 교통혼잡 비용은 무려 14조5천억원에 이르렀다. 전국 교통혼잡 비용이 25조6480억원임을 감안하면, 수도권 세 도시의 교통혼잡 비용은 전체의 57%에 이르는 것이다. 또 수도권은 교통혼잡 비용 외에 매년 대기오염 개선에 10조원, 환경개선에 4조원이라는 과밀 비용도 지불하고 있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행정학)는 “수도권 과밀화에 따른 불균형한 국토 이용을 개선하고, 수도권과 지방이 고루 잘 살기 위해서는 행정도시와 혁신도시가 주축이 되는 국가 균형발전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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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홈페이지를 오랜만에 서핑하다 후마니타스(내가 좋아하는 출판사 중 하나이다) 게시판에서 아주 좋은 글을 하나 발견해서 스크랩한다. 두 강남에 관한. 이 글을 쓴 박상훈 대표가 쓰고 번역한 책으로는 '미국의 헌법과 민주주의'와 '어떤 민주주의인가', '만들어진 현실 등이 있다. 그 중에서 '미국의 헌법과 민주주의'는 내가 아주 재미있게 읽은 책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솔직히 대한민국 헌법도 잘 모르는데 무신놈의 미국 헌법이야 할수도 있지만, 원채 대한민국의 그 민주주의, 헌법이라는 것도 미국것을 많이 참고했기때문에 어찌보면 미국의 헌법과 민주주의는 우리것의 '원본'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한번 읽어보았는데 제법 재미있게 읽었다. 덕분에 미국과 한국의 헌법 전문도 찾아서 읽어보는 재미도 누렸다.(헌법 전문이라는게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나온다)  

  

하여튼 그 중에서 가장 최근에 나온 책이 '만들어진 현실'이다. 대한민국의 '지역주의'문제에 대한 책인데,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다. 지리교사로써 읽어봄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소개기사를 스크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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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2009.7.19 지역주의를 만들어내는 한국정치…만들어진 현실

"문제는 지역주의가 아니라 지역주의를 만들어내는 한국정치다."
정치학자이자 출판사 '후마니타스' 대표인 박상훈은 '만들어진 현실'에서 한국의 지역주의가 갖는 '이데올로기성'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한국의 지역주의는 사실의 차원보다는 해석과 인식의 차원을 더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심리적 문제 혹은 상부 구조적 문제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모두들 '지역주의' 때문에 나라가 망하게 생겼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그간의 논의에서 지역주의를 가리키는 객관적 사실만 따로 분리해 본다면, 그 내용의 빈약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박상훈은 "우리 사회의 수많은 갈등 이슈 가운데 이데올로기성이 가장 심한 주제를 꼽으라면 단연코 지역주의라 말하고 싶다. 지역주의를 주제로 한 대부분의 논의에서 '사실'과 '사실이 아닌 주장'사이의 구분을 명확히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설명한다.

'만들어진 현실'은 두 개의 초점을 끊임없이 교차시키면서 사실과 이데올로기 사이의 거리를 탐색한다. 하나는 지역 차별, 지역 소외, 지역감정 등으로 포착될 수 있는 '지역주의의 차원'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 패권주의, 3김 청산론 등으로 나타나는 '지역주의를 둘러싼 해석의 차원'이다.

'한국에서 지역을 둘러싼 갈등의 구조는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라는 질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과 '망국적 지역주의론은 언제,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고 어떻게 해석의 차원을 지배하는 담론이 되었을까'하는 질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결과는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에 주목하다 보면, 한국과 같이 세계에서 지역 간 인종, 문화, 종교, 언어 격차가 가장 작은 동질적 사회에서 선거 결과가 뚜렷한 지역 대결 구조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질문을 제기하게 된다.

또,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지역 정당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시민사회에서 지역 간 대립과 폭력적 갈등의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닌데 지역주의 때문에 나라 망하게 생겼다는 해석이 많은 사람들에게 의심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이지 등의 의문도 품게 된다.

책은 인과적 틈새 내지 불일치의 문제를 파고든다. 한국 정치가 안고 있는 어떠한 것들이 지역문제를 끊임없이 불거지게 하는지 고민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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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표적인 부유층 지역이역으로 알려진 강남구
강남구는 대학이상 학력 소지자가 많고, 직업 분포에서도 사업주와 전문직 비중이 높으며, 고가의 대형주택과 자가용 소유자도 많은 게 사실

그러나 주택 소유 현황을 보면 전세 사는 사람의 비중이 서울 평균보다 높고 (반)지하나 비닐집에 사는 극빈층도 상당수 존재. 나 홀로 사는 가구 비중도 서울시 평균보다 높고, 강남 사람 절반이 소형 공공 임대주택을 공급받아야 할 대상. 전국에서 비닐집・판잣집・움막 거주 가구 수가 가장 많은 곳도 강남

강남구를 하나로 보면 절대로 보이지 않는 현상, 동네별로 나눠봐야만 보이는 특징들 많아
통계 몇 개만 조합해도 강남 속 실제 동네의 모습은 밖에서 보는 것과 너무 달라


강남 중의 강남 : 압구정1동, 2동, 대치1동, 2동, 도곡2동, 청담1동, 일원본동
         부자 중의 부자가 사는 동네, 뭘 해도 한나라당 지지가 압도적 다수일 수밖에 없는 동네

강북 같은 강남 : 역삼1동, 논현1동, 대치4동, 일원1동, 수서동
         강북 평균의 삶보다 못한 동네들, 강남이라는 범주에 가려 보이지 않는 동네의 모습,
         이들 동네를 하나의 선거구로 하면 한나라당 당선 어려울 정도
     
 

ps : 글을 쓰고 보니 최근에 황석영씨의 신간소설 '강남몽'이 '강남'이더라...난 생각지도 못했다. 처음에는 별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러고보니 내가 읽어볼만하겠다는 생각이든다.(참 읽을 책도 많다....큰일이다.) 책 본김에 서평기사 하나 스크랩한다.

 

 

오마이뉴스 2010.7.20 황석영이 쓴 부자동네 '강남'에 관한 보고서  

장편소설 <강남몽>... 거대한 거품처럼 들끓었던 '강남의 꿈' 
 

소설가 황석영은 '강남형성사'에 관한 소설을 쓰겠다고 말했었다. '강남'이라는 특수한 지역에 얽히고설킨 사람들의 욕망을 그려보겠다는 뜻이었다. 그것을 책으로 쓴다는 것이 가능할까? 분량만 따진다면 조정래의 <한강>에 버금가는 대하소설이 되지 않을까? 많은 생각이 들 때, 황석영은 '강남형성사'에 관한 소설을 인터넷 서점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소설이 책으로 나왔다. <강남몽>이라는 제목의 장편소설이다.

<강남몽>은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소설을 이끌어가고 있다. 등장하는 이들은 성장배경도 다르고 사는 환경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르다. 하지만 그들을 연결하는 것이 몇 개 있으니 그중에 하나가 '강남'이라는 지역이다. 소설은 '박선녀'라는 여자가 대성백화점에 쇼핑을 갔다가 일생일대의 위기에 처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 갑자기 무너졌던 삼풍백화점을 연상시키는 대성백화점이 숱한 위기신호를 보내더니 그것처럼 기어코 붕괴된 것이다. 강남에서 돈 꽤나 있다고 하는 박선녀는 졸지에 콘크리트 더미에 갇힌다.

어째서 이렇게 된 것일까? 아이러니하게도 박선녀의 생명을 위협하는 그곳은 한때 그녀의 팔자를 바꿔준 곳이었고 또한 돈을 벌게 해준 곳이었다. 술집을 운영하면서 돈을 벌고 깡패들을 고용해 돈을 지키고 고급 정보를 얻어 돈을 불릴 수 있었던, 이제는 재벌가의 가족이 된, 비록 그것이 후처일지라도 엄연히 가족으로 인정받고 있는 그녀가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높일 수 있게 된 것은 오롯이 강남이라는 곳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녀는 그곳에 깔려 있다. 사람 인생이라는 것이 이렇게 덧없는 것일까? "거기 누가 있어요?"라고 묻는 그 목소리에서 그런 인상이 묻어난다.

박선녀와 수많은 사람들을 그렇게 죽음으로 몰아간 백화점, 그걸 만든 이는 누구였던가? 백화점이 위험하다는 신호를 접하고서도 끝끝내 모른 척 한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백화점으로 상징되는 '강남의 꿈'을 좇아 이곳에 달려온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돈을 벌겠다는 욕망과 남부럽지 않게 살아보겠다는 생각으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짓은 물론이고 금수만도 못한 짓을 했던 이들은 누구였을까? 강남의 꿈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그렇게도 사람들은 이곳을 향해 몰려들었던 것일까?

황석영은 박선녀를 시작으로 일본군의 앞잡이 역할을 하다가 해방 직후 미군의 앞잡이가 되어 한국 근현대사의 그늘에서 건설업 등으로 돈과 권력을 취했던 김진, 얼치기 부동산업자가 된 후 청와대의 정치자금 마련을 위해 부동산 투기를 했던 심남수, 광주 충장로파의 전설적인 주먹 홍양태, 백화점 지하 아동복 매장에서 일하는 임정아 등을 통해 '강남의 꿈'을 이야기하는데 그 솜씨가 '황석영의 것'답다. 단 한 권의 소설로, 강남으로 상징되는 한국 자본주의 형성과정과 숨겨진 오점들을 역동적으로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황석영이 아니라면 이렇게 큰 스케일의 소설을 누가 한 권으로 담아낼 수 있었을까? 거장의 노력이 엿보인다.

하나의 다큐멘터리 같다고 할까? 거대한 거품처럼 들끓는 사람들의 '솔직'한 욕망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한국 근현대사의 장면들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주는 <강남몽>은 소설이면서 또 하나의 다큐멘터리같다. 이 다큐멘터리 같은 소설을 보면서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누군가는 배가 아프고 누군가는 속이 쓰리겠다.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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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에서 8월1일 부터 서평 코너가 생겼다. 항상 서평글들은 챙겨보는 나에게 아주 유용할 듯하다. 그중에서 서해문집에서 출판한 전지모 선생님들이 쓰신 '지리, 세상을 날다' 편집자의 글이 있어 스크랩해 놓는다. 생각보다 아주 내용이 길다는 느낌이 우선 들었다. 편집자분이 책에 대한 애착이 있는 듯 하다. 학교 도서관에서 책 주문하고 대충 읽어는 보았는데 구입은 안한 듯하다. ㅋㅋ 얼른 구입해야지. 글 중에서 "'지리'의 시장성이 낮다고 판단해서인지 근래 나온 지리 관련 책은 '세계사' 등의 이름으로 포장되어 출간되고"라는 부분을 읽고 현재의 교육과정 및 수능 선택 과목 축소 논란과 관련하여 참으로 씁쓸한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물론 좀 전에 먹은 '필스너 우르켈'때문일수도) '지리'란 이름을 달고 나오면 팔리지 않는 더러운 세상. 솔직히 얼마전에 나온 '르몽드 세계사'같은 경우도 전에 나온 1권도 원래 제목은 '르몽드 아틀라스'였다. 원래 르몽드에 실렸던 책의 기사들도 내용은 세계사적인 것보다는 '아틀라스'적인 '지리'적인 내용들이 훨씬 많고 그게 주였다. 근데 제목은 세계사이다. XX...세상 인심이 흉흉하다. 비록 8월10일 있을 공청회는 수능 선택과목 관련 공청회는 가지 못하지만(물론 답사때문이라는 핑계) 우리 전국의 모든 지리인들이 모여서 지리인들의 깡따구를 보여줘야 할 때일듯하다. 남들이 과목이기주의다 뭐다 해도 그거 다 X소리이다. 이건 이기주의고 뭐고 다 필요없다. '상식'이다. 이정도 대우에 일어나지 않는 사람들이 웃긴거지. 우리가 정당히 받아야 할 처우와 대가를 주지 않을때, 가만히 있느냐, 일어나느냐 그런 선택이 아니라 역사의 필연이었다고 생각한다. '지리'과목도 예전의 프랑스어, 독일어교육과나 최근의 가정교육과와 같은 처지가 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올 12월에 교육부 고시가 되기 전에 바꿔야 할 것이다. 어렵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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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유세윤을 수식할 때 '뼛속까지 개그맨'이란 뜻의 '뼈그맨'이란 말을 쓰고는 한다. 다른 이들도 그렇겠지만 나 역시 그처럼 '뼛속까지 편집자(혹은 에디터)'가 되는 날을 꿈꾼다. 내 일을 사랑하고, 즐기고, 잘할 수 있는 날을 준비한다. 그리고 그때까지, 아니 그 이후에도 이 책 <지리, 세상을 날다>(전국지리교사모임 지음, 서해문집 펴냄)를 만들 때의 각오와 결심을 늘 간직할 것이다.

마케터로 1년을 일하다가, 책을 직접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편집자로 자리를 옮긴 지 1년 정도 됐을 때였다. (고작 1년 해 본) '마케팅 경험을 더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책을 내겠다'는 거창한 (지금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리는) 꿈을 갖고 편집 일을 시작했지만, 생각만큼 일이 쉽지는 않았다. 스스로 책 좀 읽는다 생각했지만, 출판 편집자는 책 좀 읽는다고 해서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맡겨진 원고들을 아무리 읽어도 어떻게 책으로 내야 할지 쉽게 감을 잡기 힘들었고, 하루하루 실무를 하면서 실수와 오류를 반복했다. '처음이라 그렇다'는 이유가 통할 시기도 지나가고 있었다. 나 때문에 일이 많아진 선배들 보기가 민망했고, 애써 부서를 옮겨준 회사에게 미안했다. 그렇게 답답하고 부끄러운 마음에, 돌파구를 찾기 위한 이런저런 시도들을 해보고 있을 때였다.

 
▲ <지리, 세상을 날다>(전국지리교사모임 지음, 서해문집 펴냄). ⓒ서해문집  

지리 교양서가 내게 맡겨졌다. 청소년부터 읽을 수 있는 쉬운 내용에 우리나라와 세계의 뜨끈뜨끈한 이슈들을 다룬 원고였다. 전국지리교사모임의 현직 지리 선생님이 모여 쓴 이 원고는 회사에 들어온 지 1년도 넘은 상태였다. 저자가 여럿이었던 탓에 각 원고가 개성은 있었지만, 그만큼 스타일과 주제를 다루는 정도에 편차가 있었다. 관련 시장은 이미 중견 출판사가 오래 전에 낸 책이 장기간 스테디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지속적으로 지리 관련 책을 내온 출판사가 탄탄한 자기 리스트를 갖고 있었다.

또 '지리'의 시장성이 낮다고 판단해서인지 근래 나온 지리 관련 책은 '세계사' 등의 이름으로 포장되어 출간되고 있었다. 만만치 않은 상황이었지만, 회사에서는 그래도 원고의 가능성이 있다고 봤고, 내게서 어떤 가능성을 봤는지 '구원 투수'라는 막중한 임무를 주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회사가 고맙기도 하지만, '그때는 뭘 믿고 그런 무모한 결정을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출간 일정을 어느 정도 세운 뒤, 당시 새로 부임한 편집장과 함께 대표 저자를 만나러 갔다. 저자를 만나는 데 익숙지 않은 초보 편집자는 선배 편집자와 저자의 입만 바라볼 수밖에…. 예상했던 대로 저자들은 출간이 지연되는 것에 대해 답답해하고 있었고, 처음에 가졌던 기대감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았다. 어찌 보면 출판사 측이 한껏 고개를 수그리거나 양쪽의 팽팽한 기 싸움이 있을 것만 같은 자리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그 자리에서 하나의 원고가 한 권의 훌륭한 책으로 만들어지는 원동력이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편집장은 과거의 오류를 인정하면서 제대로 된 책이 나올 것이란 확신을 저자에게 심어주었다. 그리고 원고가 책이 되기까지 생길 수 있는 어려움과 앞으로 저자와 편집자 사이에 필요한 것들을 얘기하며, 오해의 싹을 자르고 실질적인 논의의 틀을 마련했다.

저자는 원고의 의미와 장단점에 대한 의견을 편집장과 나누며, '지리'라는 학문의 가치와 의의를 얘기했다. 특히 학생을 가르치면서 느꼈던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사람의 모든 생활이 '공간'과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이야기할 때는 열정이 넘쳐 눈에서 빛이 나는 듯했다. 일상과 세계,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저자의 '지리' 이야기 속에서, 지도와 기호 속에만 갇혀 있던 우리 마음속의 '지리'가 편견의 벽을 깨고 나오는 것만 같았다.

저자에게 신뢰를 주고 그가 가진 능력을 더 발휘하도록 해주는 편집장, 원고에 대한 확신과 함께 자신이 갖고 있는 고민과 비전을 보여주는 저자를 보며, 적어도 이 둘을 믿으면 나도 조금은 잘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지리는 우리 각자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위치한 공간, 환경, 세계와의 얽힘 속에 공존한다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지리는 단순한 '물산의 지리'나 '지명의 지리'를 넘어 우리 삶에 새로운 시각과 시선을 던져주는 하나의 패러다임입니다."

저자와의 신나고 알찬 만남을 하고 온 다음날, 편집 작업을 하면서 관련 파일을 모아놓는 작업 폴더를 나는 그렇게 이름 붙였다. '지리' 하면 떠오르는 학창 시절의 무시무시한 암기-각종 도시와 나라 이름, 기후와 특산품, 지도와 도표 등을 벗어나, 그날 저자가 우리에게 보여준, 지리가 가진 무한한 재미와 가치를 독자들에게 보여주어야겠다는 작은 결심 때문이었다.

그러나 희망과 결심만으로 사고뭉치 초보 편집자의 능력이 하루아침에 일취월장할 수는 없는 일. 작업 시작부터 끝까지 조용한 날이 없을 정도로 사건의 연속이었다. 특히 아홉 명의 저자와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원고를 수정·보완하는 과정에서 저자들과 크고 작은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고, 의욕이 너무 넘친 나머지 저자의 원고에 너무 많은 수정을 가해 저자들의 기분을 상하게 한 일도 있었다.

지리를 다루고 있는 원고의 특성상 책에 많은 이미지가 들어가게 되었는데, 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지 못해 담당 디자이너의 일이 두 배 세 배 늘어났고, 이 때문에 다른 책들의 출간까지 미루어지는 일까지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 처음으로 책을 만드는 일이 '재미있다'고 느꼈다. 다양한 사람들의 손길 속에서 하나의 원고가 책의 모양을 갖춰 가는 모습은 재미를 넘어 감동까지 느끼게 해주었다.

특히 스물 한 편이나 되는 원고들을 주위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 네 개의 장으로 정리를 하고 저마다 특색 있게 제목을 붙인 뒤, 책의 제목을 "지리, 세상을 날다"로, 부제를 "Cool 한 신세대 지리 선생님들의 Hot한 21세기 이슈 읽기"로 확정했을 때는 짜릿한 기분마저 들었다. 물론 그러고도 책을 더 잘 만들 수 있는 방법만 있다면 내 영혼까지 몽땅 팔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일이 재미있으면 약간의 뻔뻔함도 생기나 보다. 책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위해 저자들에게 추가 원고를 부탁하기도 하고, 필요한 이미지를 구하기 위해 생전 연락 안 하던 군 시절 간부와 옛 여자 친구에게까지 연락을 했다. 다른 책 출간 일정까지 잡아먹는 이 뻔뻔한 책을 위해 회사에 추가 비용을 청구하기도 하고, 이미 확정된 디자인을 바꿔 달라고 디자이너를 조르고 또 졸랐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힘과 지혜가 모였고 장장 8개월을 작업한 끝에 책은 세상에 나왔다.

책의 출간 뒷얘기를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했지만, <지리, 세상을 날다>를 고작 한 초보 편집자의 성장기 속에 가두어 둘 수는 없다. 우리나라의 입시 교육은 지리 과목을 교과서와 교실 안에 가두어 버렸다. 그러나 그런 답답한 구조를 그저 지켜만 보기에는 지리가 가진 중요성이 너무 크다. 최근 각 나라가 세계화, 환경문제, 다문화주의 등 21세기 주요 이슈를 가르치고자 지리 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지리 과목이 사회 과목에 통합되어 있으며, 일부 교육 현장에서는 지리를 전공하지 않은 교사가 지리를 가르치는 경우도 있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은 지리를 독립된 과목으로 가르치고 있고, 일본도 1989년부터 지리와 사회를 분리시켰다. 우리가 교과 과정 개편의 모델로 삼은 미국도 초등학교 5학년부터 지리를 독립된 과목으로 가르친다.

<지리, 세상을 날다>는 이렇게 중요한 지리의 참모습과 가능성을 폭넓게 보여준다. 유럽의 통합 과정을 통해 한국의 분단 상황을 돌아보고, 평양의 도시 구조를 보며 사회주의 사회를 이해하려고 한다. 전통 마을의 환경 친화적 구조를 통해 자연과 함께하는 삶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서울 방배동 서래 마을과 안산 원곡동을 비교하며 우리가 가진, 외국인에 대한 이중적 시선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단순히 일상생활과 지리 지식을 연결하는 것을 넘어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저자들의 목소리를 숨기려 하지 않는다.

지리는 공간과 공간의 차이를 규명해 사회 구성원 간의 이해와 소통의 폭을 넓히는 학문이다. 이 책은 그러한 이해와 소통을 가로막아온 개발 지상주의와 제국주의, 편견과 이기심을 예리하게 비판하면서, 지속 가능한 개발과 민주주의가 중심이 되고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사라지며 각 개인과 사회의 차이가 존중받는 세상을 이야기한다.

<지리, 세상을 날다>는 편집자 본인에게는 편집자로서의 정체성을 확인시켜 주면서 지리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과 가치를 널리 알려 준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리와 <지리, 세상을 날다>는 더 높이 더 멀리 세상을 날아야 한다. 우리가 밟고 있는 이 땅이 '4대강 삽질'과 '천안함'과 '아파트값'의 망령이 지배하는 곳이기에 더 그렇다.
 
/임경훈 서해문집 편집자

 

ps : "지리는 우리 각자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위치한 공간, 환경, 세계와의 얽힘 속에 공존한다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지리는 단순한 '물산의 지리'나 '지명의 지리'를 넘어 우리 삶에 새로운 시각과 시선을 던져주는 하나의 패러다임입니다." 감명 깊은 말이다. 아이들에게 지리란 이런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아니, 이해시킬수 있는 교사가 되고 싶다. 공부 좀 많이 해야겠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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