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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에서는 사랑을 주로 개인적이며 열정적인 감정으로 해석하기 쉽고 이런저런 조언도 하지만, 멀리서 혹은 오랜 뒤에 보면 우리는 사랑이 시간 전체라는 걸 알게 된다. 그 속에는 많은 것(가치관, 상황, 여러 관계....)들이 얽혀 있으며 그 영향 아래 우리가 움직이고 있었던 것을.
순간의 감정들과 생각 파편들을 모아보며 좀 더 현명했더라면 아쉬워하며 다음에 잘 할 수 있을 거라 다짐하지만, 우리는 늘 순간 속에 자신 속에 갇혀 실수를 반복한다.
내 편견과 이기심을 끊임없이 숙고하며 다가서는 마음과 용기,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자 가능성이 아닐까. 우리를 향해, 세상을 향해. 실패하고 절망을 겪더라도 이게 끝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가 현재 진행적인 관계를 보여주며 두 사람의 사랑에 더 집중하게 했다면, 그래픽노블 <파란색은 따뜻하다>는 모두의 사랑, 시간을 더 성찰하게 만든다. 두 작품 다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지만 나는 <파란색은 따뜻하다>에 더 마음이 기운다.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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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5-12-16 14: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그래픽 노블에 대해 칭찬이 자자하던데 서점에 가면 비닐포장이 되어 있어서 그림을 보기가 힘들었거든요. 올려주신 부분들만 읽어 보아도 왜 칭찬받는지 알것 같네요. 영화를 볼땐 살짝 불편한 감도 없잖아 있었는데, 그건 제 오랜 편견 때문이었겠죠. 하지만 주인공들의 연기는 꽤 오래도록 인상깊게 남아있어요. 책으로도 만나봐야겠군요.

AgalmA 2015-12-17 02:07   좋아요 1 | URL
그래픽노블은 클레망틴 시점으로 주욱 진행되는데, 영화와 달리 훨씬 성찰적이죠. 영화와 크게 다른 부분이 있는데 스포 같아 밝히진 않았어요. <가장 따뜻한 색 블루>가 더 현실적이긴 하겠으나 이 그래픽노블의 감정동선은 또다른 면을 보여준다 생각합니다 :)
영화에서처럼 노골적인 정사씬 때문인지 저희 동네 도서관엔 없어서 구매한^^;;;
 
꿈의 꿈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안토니오 타부키 지음, 박상진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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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도 언젠가 만날 카에이루가 있다.

엎치락뒤치락 일어나고 눕는 여러 날을, 자라는 풀의 생활이라고 생각한다.
어둠을 향해 가는 노을을 안타까워하기보다 빛을 품은 어둠을 주시한다. 잠속에서도 빛은 오색으로 터진다. 사실 이 모두는 서로의 끝을 잡고 순환하는 하나 잖은가.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꿈의 꿈>인 거라 생각한다.
현실의 꿈도, 잠속의 꿈도 결국 나를 무너뜨릴 것이다. 결국 무엇을 두려워하리. 내가 나를 철저히 마주하며 무게를 감당하는 것보다 더한 것은 없었다. 가장 작은 것 속에 가장 큰 것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빅뱅은 물리적 현상만이 아닌 우리가 은유화했던 현실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알아보는 데서 만족하지 않고 창조해야 할 무엇을 느낀다. 일종의 의무감. 안토니오 타부키는 그런 재창조를 원했고 이 책을 썼다.
`다이달로스, 푸블리우스 오비디우스, 루키우스 아풀레이우스, 체코 안졸리에리, 프랑수아 비용, 프랑수아 라블레, 카라바조라 불린 미켈란젤로 메리시, 프랑시스코 고야 아 루시엔테스,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 카를로 콜로디, 자코모 레오파르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아르튀르 랭보, 안톤 체호프, 클로드 아실 드뷔시, 앙리 드 툴루즈로트레크, 페르난두 페소아, 블라디미르 마야코프스키, 패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지그문트 프로이드`는 ㅡ 페소아가 탄생시킨 異名들과는 조금 다르게 ㅡ 안토니오 타부키가 원했고 이미 존재하고 있던 異名들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무도 모르게 서로의 꿈을 꾸다 만나는 건지도 모른다. 나도 그렇게 안토니오 타부키를 만나 그의 꿈과 내 꿈을 맞춰보게 됐다. 그가 페소아와 자신의 꿈을 맞춰본 순간처럼.

ㅡAgalma

곧바로 물의 자비로움을 느꼈다. 그는 무엇보다도 바다를 사랑했고, 바다에 음악을 한 편 헌정하고 싶었다. 태양은 하늘 꼭대기에 떠 있었고, 물의 표면은 반짝거렸다. 드뷔시는 숨을 잔뜩 들이쉰 채 조용히 다시 들어갔다. 해변에 도착했을 때, 샴페인 병을 꺼내 반쯤 마셨다. 시간은 멈춘 것 같았고, 음악은 이런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간을 멈추게 하는 것.

ㅡ 음악가이자 심미주의자, 클로드 아실 드뷔시의 꿈



고모할머니가 큰 쟁반을 들고 왔고, 거기에는 차와 과자가 있었다. 카에이루와 페소아는 과자와 차를 들었다. 페소아는 새끼손가락을 들어올리지 말아야 한다는 걸 염두에 두었는데, 그건 우아하지 않은 태도였기 때문이다. 페소아는 선원복의 칼라 매무새를 가다듬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당신은 저의 선생님입니다. 그가 말했다.
카에이루는 한숨을 쉬고 나서, 잠시 후 미소를 지었다. 긴 얘깁니다. 그가 말했다. 하지만 그걸 꼬치꼬치 설명할 필요는 없어요. 당신은 똑똑해요. 줄거리를 건너뛰어도 이해할 겁니다. 이것만 알아두시오. 내가 당신입니다.
더 설명해주세요. 페소아가 말했다.
난 당신의 가장 깊은 부분입니다. 카에이루가 말했다. 당신의 어두운 부분이지요. 이것 때문에 난 당신의 선생입니다.
근처 마을에서 종이 몇 번 울렸다.
그럼 전 어떻게 해야 하나요? 페소아가 물었다.
내 목소리를 따라가야 합니다. 카에이루가 말했다. 밤을 새우거나 잠을 잘 때 내 목소리를 들을 텐데, 때로는 흐트러져 들릴 것이고, 때로는 듣고 싶지 않을 것이오. 하지만 들어야만 하고, 이 목소리를 들을 용기를 가져야만 할 겁니다. 위대한 시인이길 원한다면 말이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페소아가 말했다. 약속드리지요.
그가 일어나 작별인사를 했다. 마차가 문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그는 다시 성인이 되었고 수염이 자라났다. 어디로 모셔야 합니까? 마부가 물었다. 꿈의 끝으로 데려다주시오. 페소아가 말했다. 오늘은 내 삶이 승리한 날이오.
3월 8일이었고, 페소아의 창문으로 희미한 햇살이 스며들었다.

ㅡ시인이자 위장꾼, 페르난두 페소아의 꿈


*
페르난도 페소아(Fernando Pessoa, 1887~1935, 포르투칼, 시인)는 죽기 직전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1914년 3월 8일 "그의 내부에서 그의 주인이 솟아났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세 필명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첫번째는 알베르토 카에이로(Alberto Caeiro)고, 다음은 "젊어서 죽은" 이 사람의 두 제자, 리카르도 레이스(Ricardo Reis)와 알바로 드 캄포스(Alvaro de Campos)다.
페소아는 이름마다 다른 다른 이력과 기질, 외양 등을 부여해 칠십 여 개 넘는 이명異名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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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12-15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소아 혹시 남자 아니였나요? 제가 잘 모르는 작가라서요. 차 마실 때 새끼손가락 얘기는 `번지점프를 하다`가 생각납니다. 70여개 이명을 사용할 걸 보면 정체성을 적절히 분리할 줄 알았던 사람인 것 같습니다.

2015-12-15 21: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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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5 21: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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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12-15 22:39   좋아요 2 | URL
˝정신이 아닌 육안으로 전원시˝를 쓴다는 건 카에이루가 유물론자 설정이기 때문이겠죠. 헌데 카에이루 시집보면 자연주의와 신비주의 성향도 강해서 정신을 멀리 한다는 개념으로 단정해서 볼 수 없습니다. 그 신비주의, 정신성이 더 강해진 캐릭터가 의사 시인 레이스고, 그걸 극단으로 가져간 게 캄푸스라고 생각합니다.

페소아의 이명 캐릭터들이 ˝정체성의 분절-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융의 정신분석처럼 우리 안에 내재된 모든 속성을 드러내며 그 캐릭터들이 각기 다른 삶을 겪도록 만들며 페소아 자신도 그 삶을 같이 살았다고 봐요. 사실 작가들이 캐릭터를 만드는 가장 큰 이유가 이거라고 생각합니다. 유한한 삶 속에서 다르게 살아보고 싶은 대리만족이자 실험같은... 매순간 불변하는 존재로 살 수 없는 인간 삶 자체가 이미 불안이라는 걸 페소아는 잘 알았던 것이기도 하고.
한 인간으로 우리는 어린이와 청년, 노인 등 많은 삶을 겪게 되는데 이것만으로도 얼마나 희한한 경험입니까. 사회적 역할이 더해지며 또 무수한 정체성을 갖게 되고...
리처드 세라의 조각을 보니 저는 70여 명의 페르난두 페소아에 대한 공동비문이라는 느낌이 드는데요. 그 비문에는 아마 70여명의 작품 구절들이 다 들어가 있을 걸요^^ 그러니 사람으로도, 글로도, 그 관계성으로도 검은색을 띌 수밖에 없는 것일테고.

<불안의 책>과 <말테의 수기>는 비슷한 구석이 많다고 생각해요. 언제가 이 둘을 비교해 볼 시간이 날런지..ㅜ,ㅜ

페소아는 포루투칼에서 거의 체 게바라 급이더군요. 거리, 대문에 페소아 그래피티 엄청 나답니다ㅎ 그래서 페소아를 슬픔의 아이콘으로 보기보다 생의 다층을 보려한 혁명가로 보는 게 더 타당할 지도...그 투쟁의 지도를 공감하며 보는 우리에겐 매우 비극적으로 다가오긴 하지만.

2015-12-15 21: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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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5 22: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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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5 22: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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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5 22: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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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5 22: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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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5 22: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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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5 22: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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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5 22: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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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5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15 2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일리지 차감하면 단가 문제는 크지 않을 거라 보고요. 내맘대로 단정; 보온병도 하는데 이쯤이야~ 이건 규모가 좀 되니 3000~5000원 사이? 신년 이벤트로 이만큼 특별한 아이디어 있으려나요ㅎ 세탁해서 계속 쓸 수 있어 환경도 생각할 수 있고, 선물용 구매자도 많을테니 알라딘 로고 박아서 널리널리 알리실 수 있습니다~

패브릭 달력에 포스트잇으로 그 달 읽은 책이 무엇인지 덕지덕지 붙여 놓을 게 벌써부터 예상됩니다;;;; 재밌겠음!

시중에서 그냥 사도 되지만 알라딘 디자인 기획력에 신뢰도 있고 이왕이면 패브릭 달력 사면 주는 책을 받고 싶어서ㅋ 그렇습니다. 늘 주객이 전도입니다;;

상단부는 고전철학자들, 하단부는 현대철학자들 얼굴 있는 철학 달력 강력 추천~ 들뢰즈 젊었을 때 사진으로 부탁요ㅎ/
문학 달력은 선정이 아주 골치 아플 지도~
참, 커튼형도 좋더라고요))) 세로형, 가로형 꼭 챙겨주시고ㅎ;;;
아이디어 차원에선 신나게 얘기하고 뒷수습은 알라딘이ㅎㅎ))
적극적인 알라디너 덕분에 알라딘은 오늘도 고단하다.

˝1인당 패브릭 달력 2개 이상 구매 예상합니다˝
ㅡ 알라딘상사 A 인턴사원의 예리하지만 퉁치는 기획보고서

짝짝짝, 자네 정규직 고용하겠네!!!를 바라는 건 아니고 패브릭 달력을....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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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통치약 2015-12-14 1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따뜻함과 시원함을 동시에 전해주는 시각적 효과는 좋은데 X표 좍좍치는 손맛은 부족하겠군요 ㅋㅋ

AgalmA 2015-12-14 12:18   좋아요 0 | URL
달 달력 멋지지 않습니까? 과학공부할 때는 저 달력을 걸어놓고 싶습니다ㅋ;;
밤낮으로 달력을 바꾸어 달고 책을 읽을 지도요ㅋㅋ 어지간히 수선스러운 독서;;;

하늘바람 2015-12-14 1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넘 이쁩니다

AgalmA 2015-12-14 13:55   좋아요 0 | URL
이 안건이 잘 받아 들여지면 좋겠습니다 :)

단발머리 2015-12-14 1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패브릭 달력 너무 이뻐요.
그런데 Agalma님 서재 연두색 깔맞춤도 완전 엄지 척이예요.
어쩜 이렇게 근사한지.... *^^+

AgalmA 2015-12-14 13:59   좋아요 1 | URL
패브릭 달력 보는 순간 이건 알라딘에 필요한 것이다! 전기가 찌르르르~~~ 저는 왜 이러는 걸까요-_-)
현실 책장이 저러면 얼마나 좋을까요. 현실은 가로 세로 밉게 계단형ㅜㅜ 12월은 핑크로 꾸며볼까 했는데, 녹색들이 참 보기 좋아 좀 더 두고 보기로 한 거 잘했네요. 감사요😊

달걀부인 2015-12-14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로 이번달엔 어떤 사은품들이 있나요? 저 책상달력필요한데...아무래도 이번달엔 어떻게든 책을 주문해야할듯해요.

AgalmA 2015-12-14 16:18   좋아요 1 | URL
달력은 품절된 게 많아 두 종류밖에 안 남았던데요. 요즘 이벤트 선물은 다이어리를 더 미는 모양새인데, 저는 그동안 받아둔 게 많아 다이어리는 탐이 안 나서...무리해서 5만원 이상 사진 않고 있어요ㅎ
5만원 이상 사야될 책이 있으신 게 아니면 문학동네에서 나온 세계문학전집 달력도 그리 비싸지 않고 쓸만하게 보이더군요.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71729971
이번 달에 가격대비 쏠쏠한 이벤트는 겨울소설 추천 2권 사면 보온병 주는 이벤트랄까요? http://www.aladin.co.kr/events/eventbook.aspx?pn=151125_novel&start=16thheader
여기 책 두 권 살 거 있으시면 5만원 이상 받는 사은품이랑 해서 두 종류를 받으실 수 있죠^^
그리고 올해의 책 투표 지난 번에 하셨어도 또 투표하시면 적립금 2000원 받으실 수 있어요. 알라딘앱을 까셨으면 앱 들어가서 아무거나 책 클릭하면 1달에 한번 적립금 1000원 줍니다. 알뜰한 책 쇼핑 되시길 빌며^^

나 왠지 알라딘 인턴사원 모습 제대로;;; 알라딘은 나에게 뭘 해 줘라! ㅋㅋ

2015-12-14 16: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14 1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금행복하자 2015-12-14 17: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패브릭이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빨래를 생각했어요 ㅠㅠ 이렇게 정서가 메말랐을까요 ㅎㅎ 커튼처럼 매달아 두면 멋지겠어요~~ 기왕이면 광목으로 ㅋㅋ 팍팍 삶아쓰게요 .

AgalmA 2015-12-14 18:17   좋아요 0 | URL
싸고 튼튼해서 거의 광목으로 만들더라고요^^ 근데 실크스크린 프린트가 삶으면 떨어지지 않을까 싶은데요;; 1년은 얌전히 두고 봐야 지워진 날짜가 없을 듯합니다ㅎㅎ;;;

cyrus 2015-12-14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약에 사은품으로 확정되면 패브릭 달력 한 장 펼칠 때마다 페브리즈 향이 나는 걸로 나왔으면 좋겠어요. ㅎㅎㅎ

AgalmA 2015-12-14 20:41   좋아요 0 | URL
우리 너무 김칫국 마시는 거 아닐까요ㅎㅎ;;;

2015-12-14 2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14 2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14 2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14 2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14 2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14 2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14 2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슬비 2015-12-14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치가 있어요. 다 사용하고 나면 테이블보로 사용해도 좋아요.

AgalmA 2015-12-14 21:23   좋아요 0 | URL
오! 그것도 좋은데요. 가장자리에 프릴 리폼도 해서ㅎ;; 그 정도로 퀄리티가 나올 지는...사은품에 점점 기대가 커지고 있죠. 도서정가제 때문에 참 여러 가지가 파생되는....
 

좋은 책, 특히 시집을 읽고 나면 다음날 이미지가 더 강하게 와닿는다. 돌아다니지 않으면 소용없고, 작정하고 돌아다녀도 소용없다. 어쩌란 말인가! 내 경험상 그렇더라는; 이미지는 불현듯 오고 나는 놀라워하며 세계를 본다. 그렇다. 산책은 현실 속에 펼쳐진 책을 경험하는 일이다.
왜 그럴까. 뇌에 대한 내 끝없는 궁금증...
이럴 땐 꼭 카메라가 없다. 필수휴대품; 폰으로 조급하게 찍는다. 빛이 사라지기 전에, 이미지가 닫히기 전에.

르네 샤르도 말한 바 있듯, 다른 사람과 비슷한 이미지와 작업이더라도 자신이 직접 겪는 건 매우 다르다. 새롭다는 건 지극히 개인적이란 뜻도 된다. 창작이든 단순한 포착이든 내 경험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며 이미지를 포장하고 싶지 않다. 이미지가 내게 온 그 순간의 행복이 중요하다. 책읽기도 비슷하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책을 읽지만 우리는 모두 개인적 체험을 한다.

순간이 지나가고 간신히 남은 이미지를 본다. 왜 이것은 그토록 나를 강렬히 사로잡았는가. 이미지는 일종의 내면 X-ray이며, 아주 오래된 인간의 공통 감각이다. 내 것이면서 내 것이 아니다. 사냥꾼이자 구경꾼인 나는 모든 것과 어울려 있으면서도 모든 것과 대립하며 싸우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상한 모순. 늘 그렇고 언제나 찾고 있다.


ㅡAgalma

 

 

 

 

 

 

 

 

 

 


 

 

 

 

 

 

 

 

 

 

 

 

 

 

 

 

 


 


http://youtu.be/xMbQUrY4YDU
Snöhamn - Stjärnvand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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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의 책 - 파블로 네루다 시집
파블로 네루다 지음, 정현종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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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9월 네루다가 사망하기 직전에 마무리한 시집이다. 잠언 같기도 한 316개의 물음표를 가진 시들. 시가 무엇인지 그는 아주 빠르게 스케치하고 있다. 시간이 얼마 없는 시. 새삼 내게 시간이 있다니 놀랍다. 그게 내 관념으로 충만한 매트릭스 세계일 지라도.

시로 시를 가르치기. 최근 나온 이성복 시론집과 또 다른 시창작 강의라 할 수 있다.
이성복 시론집 중 <무한화서>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공교롭게도 이 시집과 같이 번호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25
말 앞에서 나를 열어두고 질문하는 형식으로 쓰세요. 말을 앞세우면 감정은 따라오지만, 감정을 앞세우면 감정도 날아가버려요.

ㅡ 이성복 <무한화서>(2015)

네루다의 이 시집은 정확히 그 지침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네루다의 이 시집이 내 생각엔 더 직접적이며 창의적이다. 이렇게 써라, 저렇게 써야 된다가 아니라 나는 이런 생각을 하는데, 넌? 대화 수업 같다고 할까. 답을 줄 수도, 줄 생각도 없는 선생님. 네루다식 시창작 강의로 한국 대중 감성에 맞는 시가 나올 지는 미지수. 통할 것은 통하는 법. 물음으로 가득한 문장 형식이 이성복 시인도 강조하는 ˝입말˝이라는 것은 흥미롭다. 쉽고 가볍게 와서 독자를 툭 건드린다.

질문 앞에 당황하거나 화를 낸다면 그 생각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는 뜻이다. 번호로 이루어진 제목에 4~5개의 질문이 달려 있다. 한 문장만으로도 무한에 가까운 확장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사람따라 다르겠지만.

여백이 많으므로 노트 필요없이 여기저기 내 생각을 쓸 수 있다. 해마다 들춰보며 해마다 다른 생각을 해볼 수도 있다. 피사체 하나를 두고 이리저리 수많은 데생을 하듯.
질문 하나에 한 편의 시를, 소설을 쓸 수도 있다. 혹은 자신만의 철학을 만들 수도. 세상의 모든 걸 생각하게 될 테니까.

잘 알다시피 좋은 글은 많이 읽는 것보다 많이 써보는 게 더 효과가 큰데, 그 속에서 생각하고 수정하며 스스로 배우고 터득해나가기 때문이다. 작가들이 의외로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는 것을 증거라고 하진 않겠다. 쿨럭)) 중요한 건 훌륭한 맛의 음식이 좋은 재료에서 나오듯 좋은 질문을 가져야 한다. 이 시집은 그런 질문 자체이며 그런 질문을 갖게 한다. <네루다의 우편 배달부>를 영화화한 <일 포스티노>에서 시에 눈 뜬 우편 배달부가 섬 가득 울리던 종소리 같이 정신을 깨우는 울림. 그렇게 이 시집을 읽고 시를 쓴 시인들도 분명 있을 거라 확신한다. 어딘가에서 지금도.
국내 번역된 네루다 시집 중 가장 좋았다. 네루다 전문 번역인 정현종 선생 :)


네루다가 임종을 맞은 이슬라 네그라 바닷가 집에서 쓴 질문 49를 마주 했을 땐 로맹가리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소설이 스쳐갔다. 바다와 육지의 좁은 간격을 모래밭에서 느끼듯 다가온 죽음과 삶 사이에서 느끼던 그 복잡한 심경이.


49

내가 바다를 한 번 더 볼 때
바다는 나를 본 것일까 아니면 보지 못했을까?

파도는 왜 내가 그들에게 물은 질문과
똑같은 걸 나한테 물을까?

그리고 왜 그들은 그다지도 낭비적인
열정으로 바위를 때릴까?

그들은 모래에게 하는 그들의 선언을
되풀이하는 데 지치지 않을까?


ㅡ파블로 네루다(1904~1973, 칠레)



(그 외 발췌들)

10
내 피를 만져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내 시에 대해 무슨 말을 할까?

11
어쨌든 11월은 몇 살이나 되었을까?

13
오렌지 나무 속에 들어 있는 햇빛을
오렌지들은 어떻게 분배할까?

15
버려진 자전거는 어떻게
그 자유를 얻었을까?

17
겨울은 어떻게
그 많은 청색 층을 모았을까?

누가 봄한테
그 맑은 공기의 왕국을 청했나?

19
파타고니아에서는, 한낮에
안개가 초록이라는 걸 당신은 아나?

21
바다의 중심은 어디일까?
왜 파도는 그리로 가지 않나?

24
죄수가 빛에 대해 숙고할 때
그건 당신한테 비추는 빛과 같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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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12-13 16: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좋은 글을 위해 많이 써야 한다는 것, 좋은 질문을 해야 한다는 것...

AgalmA 2015-12-14 01:22   좋아요 1 | URL
늘 파수꾼이 돼야 한다는 소리이기도 한데, 교대자가 없다는 악조건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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