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 특히 시집을 읽고 나면 다음날 이미지가 더 강하게 와닿는다. 돌아다니지 않으면 소용없고, 작정하고 돌아다녀도 소용없다. 어쩌란 말인가! 내 경험상 그렇더라는; 이미지는 불현듯 오고 나는 놀라워하며 세계를 본다. 그렇다. 산책은 현실 속에 펼쳐진 책을 경험하는 일이다.
왜 그럴까. 뇌에 대한 내 끝없는 궁금증...
이럴 땐 꼭 카메라가 없다. 필수휴대품; 폰으로 조급하게 찍는다. 빛이 사라지기 전에, 이미지가 닫히기 전에.

르네 샤르도 말한 바 있듯, 다른 사람과 비슷한 이미지와 작업이더라도 자신이 직접 겪는 건 매우 다르다. 새롭다는 건 지극히 개인적이란 뜻도 된다. 창작이든 단순한 포착이든 내 경험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며 이미지를 포장하고 싶지 않다. 이미지가 내게 온 그 순간의 행복이 중요하다. 책읽기도 비슷하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책을 읽지만 우리는 모두 개인적 체험을 한다.

순간이 지나가고 간신히 남은 이미지를 본다. 왜 이것은 그토록 나를 강렬히 사로잡았는가. 이미지는 일종의 내면 X-ray이며, 아주 오래된 인간의 공통 감각이다. 내 것이면서 내 것이 아니다. 사냥꾼이자 구경꾼인 나는 모든 것과 어울려 있으면서도 모든 것과 대립하며 싸우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상한 모순. 늘 그렇고 언제나 찾고 있다.


ㅡAgalma

 

 

 

 

 

 

 

 

 

 


 

 

 

 

 

 

 

 

 

 

 

 

 

 

 

 

 


 


http://youtu.be/xMbQUrY4YDU
Snöhamn - Stjärnvand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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