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한국의 첫 사례는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되었고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 교과서‘라고 하는 퇴행으로 나타났습니다.

역사학자 김기협 선생이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소위 ‘역사 바로세우기‘가 한창일 당시 이를 비판하기 위해 펴낸 책이 이 책입니다.

뉴라이트 (new right)라는 학술집단은 한국의 소위 ‘우파‘를 지원하는 이들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이 지원하는 정치세력은 수구 반공세력으로 정통 우파와는 거리가 멉니다. 이들의 역사적인 뿌리는 미군정기의 친미세력으로 더 멀리는 친일파와도 연결됩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한국에는 우파 (right wing) 정치세력이 제대로 자리를 잡은 적이 없었습니다.

청산되지 않은 친일 친미 반공세력들이 우파 코스프레를 한체 60년의 시간이 흘렸을 뿐이지요.

얼마 전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하는 박근혜지지 세력의 연설을 길을 걸으며 설핏 들었는데, ‘친일파 청산을 하는 것보다 좌파척결이 우선‘이라는 주장을 하더군요.

부지불식간 자신들이 왜 이렇게 바뀐 문재인 정부를 싫어하는지 핵심을 짚어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체가 불분명한 좌파를 국가보안법의 테두리에 가두어 김기춘, 우병우로 대표되는 공안검사들이 처벌을 해온 역사가 한국의 부끄러운 현대사이기도 합니다.

뉴라이트의 역사서술의 특징은 헌법에 명시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고, 일본의 한국에 대한 식민지 지배가 한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점이지요.

 
‘식민지 근대화론‘이라는 이론이 바로 그것이죠. 식민지 경영을 위한 일본의 인프라 투자로 인해 조선이 근대화의 기초를 닦았다는 주장으로 조선의 자생적 근대화의 가능성을 부정한다는 면에서 친일파에 유리한 정치적 입장을 대변합니다.

수구 반공주의 기득권 세력이 민주정권이후 10년 만에 정권을 잡으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정치적 입장을 내세우리라 예상은 했지만 역사교과서까지 바꾸는 일은 하리라고는 예상을 못했죠.

실패한 개혁이었음에도 이들이 무척 위축되었었다는 것을 이것으로 알 수 있었죠. 

그리고 이들의 이런 행태는 일본 극우세력의 행태와 아주 유사합니다. 일본의 극우세력도 역사교과서를 새로 집필하면서 자신들에게 불리한 과거 (즉, 태평양 전쟁의 전범으로서 극동군사재판에 섰던 기억과 수많은 한인들을 징용하고, 젋은 처자들을 위안부로 차출한 기억 등) 를 남겨두지 않으려 한 것이죠.

저 개인적으로 이런 유사함은 우연이 아니라고 봅니다.  뿌리가 유사하기 떄문이죠.

한국의 극우세력은 해방당시 혼란기 때부터 ‘서북청년단‘이라능 합법적 태러단체를 조직해 백색테러를 자행한 역사가 있습니다. 수많은 국민들이 이들에게 테러를 당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이름의 단체가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에 대항해서  광화문 거리에 나타났습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10여년 전이 나온 아 작은 책을 되돌아 보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지금 집권한 정부도 진보라기보다는 자유주의적 보수정부라고 생각하지만 수구반공세력은 이들을 평소대로 진보세력,좌파라고 늘 프레이밍하고 있습니다.

또 한가지 수구반공세력은 과거를 돌아보고 자신의 과오를 성찰하는 적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저 감추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민도가 낮았던 60-70년대나 가능한 이야기지 지금처럼 자신의 의무와 권리를 잘 알고 있는 국민들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난 해 촛불시위를 통해 이것은 명백히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촛불 시위 덕에 국민들은 이제 평소 알고 지내지 못했던 헌법도 들여다보고 정치인들을 더욱 더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바라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권이 역사를 어떻게 다루었는지를 이야기하는 책이 또 한권 나왔습니다.

역사전문가인 심용환 선생이 2015년 박근혜정권이 기존의 역사교과서가 좌편향되었다고 주장하고 국정교과서를 추진한다고 발표한 이후,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한국사의 쟁점과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문제점을 지적해서 쓴 책입니다.

 
아직 읽지 않아서 이 책도 읽고 난 후 글을 올릴 예정입니다.

글을 쓰면서 역사는 언제나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라는 사실이 새삼 상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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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그들이 왔다 - 조선 병탄 시나리오의 일본인, 누구인가?
이상각 지음 / 효형출판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2010년 1910년의 일본의 한국침략 100주년을 기념해 나온 일본의 한국침략사에 대한 책입니다.
조선을 무력으로 침략해 일본의 이익을 도모해야 한다는 강경 정한론(征韓論 )을 주장한 최후의 사무라이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부터 조선의 초대통감이자 일본의 근대 입헌제의 기반을 닦은 이토 히로부미 (伊藤博文), 그리고 두명의 일왕 메이지 무스히토(明治 睦仁) 와 쇼와 히로히토 ( 昭和 裕仁)가 이 책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 두 일왕을 소개한 이유는 특히 쇼와 일왕의 경우 태평양 전쟁의 전쟁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음에도 도쿄 국제전범재판에 기소되지 않은 체, 1901년부터 1989년까지 오랜 기간 산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어렸던 시절, 1970-80년대만 해도, 일본에 대한 뉴스를 보면 히로히토 일왕은 종종 기사화되어서 나오곤 했습니다.
그리고 당시만 해도, 일제시대를 살아오셨던 제 할머님께서 일제시대이야기를 해주셨고, 학교에서도 일제시대를 배웠었기 때문에, 이 왜소한 일본인이 수많은 한국인들을 징용보내고, 또 무수히 수탈한 명령을 한 장본인이라는 것을 믿기 어려웠습니다.
상당히 초현실적이었던 느낌이었습니다.

일본은 태평양 전쟁 당시 제국헌법에 의거해 일본군의 최고 통수권자이자 국가원수로 이 쇼와 일왕을 지목하고 있음에도 연합군에 의한 도쿄전범재판에 일왕이 기소되지 않은 것은 미국이 아시아에 대한 ‘현상유지정책‘을 세우고 공산권의 남하를 저지하기 위한 정책을 더 우선순위에 두어서 그렇지 않나 생각합니다.

지금도 일본의 극우세력들은 쇼와 일왕의 전쟁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친일파에 대한 역사청산이 한국에서 이루어지지 않은 것과 일본에서 전쟁에 최종책임이 있는 일왕에 면죄부를 준 것은 예사롭게 보이지 않습니다.

일본은 흔히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말을 합니다.
저 역시도 10번 이상 이 나라를 방문하면서도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정갈하게 청소된 좁은 골목길을 걸을 때나, 감각적이고 선정적이기도 한 애니메 선전물이 눈으 어지럽히는 아키하바라를 볼 때나, 신주쿠 뒷골목에 위치한 가부키좌를 지나칠 때, 바로 건너편에 10층 빌딩 전체에서 책만을 판매하는 기노쿠니야(紀伊國屋書店) 신주쿠점의 위용을 볼 때 ,그리고 바로 앞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AV 비디오점을 볼 때, 사실 어느 일본이 진짜 일본인지 혼란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사이고 다카모리 (西鄕隆盛)의 동상을 일본인들은 도쿄 우에노 공원 입구에 세워 놓았습니다. 사츠마의 시골무사 출신인 이 사람은 조선을 침략해야 한다는 강경 정한론을 대표하는 인물로, 내치에 몰두해야 한다는 당시 메이지 정권의 실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체 세이난 전쟁 (西南 戰爭)이라는 반정부 반란을 일으킨 인물입니다.
일본에서 그는 메이지시대의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이토 히로부미 (伊藤博文)도 한국과 일본에서 정반대의 모습을 가진 인물입니다. 한국에는 안중근에 의해 암살된 한국침략의 원흉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일본이 한국을 침략한 이후 부임한 첫 조선 통감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는 영국 유학 후 일본 메이지 시대의 기틀을 잡은 인물 중 한사람으로 일본제국헌법과 일본의 입헌제의 기초를 다진 사람이면서 일본의 초대 총리이기도 했습니다.
일본인들에게 그는 현재의 일본을 있게 한 사람이기도 한 것이지요.

책을 읽으면서 사실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과연 일본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한국에는 친일파에 뿌리를 둔 기득권층만 있고, 한국의 국익을 위해 일본을 심도있게 연구하는 지일(知日)지식인은 극히 소수가 아닌지 되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 박근혜 정권이 2016년 뜬금없이 일본과 불쑥 합의 버린 위안부합의도 그렇고, 일본의 극우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보통국가‘를 표방하며 군사력을 마음대로 사용하기 위해 개헌을시도하는 것도 그렇고, 끊임없이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말하면서 영토분쟁을 일삼는 것도 그렇고, 현재의 일본을 바라보는 심정도 결코 편하지 않습니다.

현재 총리인 아베신조의 외할아버지는 A급 전범이었던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입니다. 1941년 도조 히데키 내각의 상공대신이었던 그는 A급 전범용의자로 체포되었고 1948년 석방되었습니다. 1957년 일본 총리가 되었고, 1960년 미일안전보장조약 개정을 추진하고 국회비준을 강행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지 않지만 현 일본총리가 태평양 전쟁의 A급 전범의 후손이라는 사실과 그가 추진하는 일본의 ‘보통국가화‘는 일본이 다시 군국주의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들게 합니다.

단정하고 정갈한 일본의 겉모습과 그 이면에 감추어진 그들의 본성이 어떻게 드러날지 걱정하는 것은 아마 저만 느끼는 불안감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가 중요한 것은 아마도 이런 현재의 한국과 일본의 상황을 성찰하기 위해 과거에 어떤선례를 남겼는지 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일본의 현재가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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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優勝 열패劣敗의 신화 - 사회진화론과 한국 민족주의 담론의 역사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한다 (winner takes all)는 승자독식의 논리는 영국의 다윈 (Charles Darwin)이 진화론을 발표한 이후 사회과학에도 영향을 미쳐 사회진화론 (social darwinism)이라는 사상이 생겨납니다. 다윈이 자연환경하에서의 약육강식과 생존을 위한 진화를 이야기 했다면, 사회진화론은 인간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경쟁을 이야기합니다.

19세기에 발전하여 사실상 서구 제국주의자들의 식민지 약탈에 대한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는 것 또한 사회진화론입니다.

이 이론이 뜻하는 바는 단순하고 명료합니다. 유럽의 강대국은 문명의 혜택을 받아 문화적이고 세련되었을 뿐만 아니라 강하기 때문에 ‘문명화‘되지 못하고 미개하며 힘이 약한 약소국들을 지배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입니다.
힘이 강한 유럽의 강대국들이 힘이 약한 비 유럽의 약소국을 지배하는 것은 사회진화론적으로 아무‘하자‘가 없다는 것이지요.

미국에서는 이런 사회진화론에 기반한 문명개화의 논리가 아메리카 원주민을 공격하고 지배하는 논리가 되고 이러한 자신들의 행위는 운명(destiny)이라고 까지 생각하는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변방(frontier)은 그 지역과 문화를 처음 접해 본 서구인들에게나 변방이지, 그곳에 죽 살아온 이들에게는 그곳이 고향이자 안식처입니다. 본인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재단하는 서구인의 오만함이 결국 사회진화론과 문명개화론이라는 지극히 서구중심주의적 이론을 만들어내고 결국 식민지 침탈이라는 역사의 불행을 만들게 됩니다.

박노자 교수의 이 책은 조선의 구한말 조선의 지식인들이 당시의 지배적 사상이었던 사회진화론을 어떻게 받아들였고, ‘힘‘의 우위를 주장하는 사회진화론을 통해 어떻게 조선의 미래를 개척해 나갈지, 그들 중 왜 어떤이들은 친일파가 되었는지를 추적해 나갑니다.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개인적 열망과 살아남기 위해 강한 일본을 배우고 그들과 협력하는 길을 생존 방식으로 여긴 수많은 지식인들은 친일의 길을 걷게 됩니다.

이 책은 100여년전 이땅에 처음 들어온 낯선 사회진화론의 수용과 그 영향을 받아 자발적으로 친일의 길을 걸는 지식인들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이 당시의 영향은 이후에도 계속되어 한국사회를 약육강식의 정글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특히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 10년 간 한국은 부모의 부와 돈으로 소수의 기득권층만이 학력이라는 문화자본과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부를 독점하는 사실상의 계급사회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공공이나 사회공동체를 위한 정책은 전혀 펴지 않은 체,자신들의 주머니를 불리기 위한 개발정책들을 남발했습니다.

몇 안되는 대형건설사들을 위해 ‘4대강 사업‘을 한 이명박 정부가 대표적이고, 현재 재판 중입니다만 자신의 이권을 챙기기 위해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국민연금‘을 통해 도와주면서 국민연금에 손해를 입힌 박근혜 정부도 있습니다.

이 모두 약육강식, 승자독식의 사회에서 공동체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더 우선함으로서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기득권을 더 공고히 하기 위함입니다.


사회진화론은 19세기에 만들어진 논리이지만 그 영향력은 아직도 한국사회에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경쟁을 우선하고 능력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경제적 신자유주의도 결국 사회진화론의 또 다른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한국의 경우, 촛불혁명의 여파로 잠시 소위 ‘보수‘세력들이 소강상태에 있지만 이들은 지속적으로 반전을 노리고 있습니다. 정권을 잃었지만 이들은 아직도 힘과 조직을 그대로 가지고 있고, 국회내에서도 소수가 아닙니다. 그들이 언제나 ‘국면‘을 전환할 준비를 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한국 기득권층의 승자독식의 사고구조가 어디에서 기원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면 두껍고 어려운 이 책은 일독의 가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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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황제 역사 청문회
이태진.김재호 외 9인 지음, 교수신문 기획.엮음 / 푸른역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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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 출간되었으니 12년이 넘은 오래된 책입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 의해 소위 ‘대안교과서‘ 그리고 ‘국정교과서‘가 추진되기 이전 그 전초전으로 역사학계와 경제사학계의 학자들이 ‘내재적 발전론‘ 과 ‘식민지 근대화론‘의 입장에서 고종과 그 시대를 재조명한 학술서입니다. 한국의 근대화 논쟁에 대한 책으로서는 선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이후 전개된 수구 반공세력의 역사왜곡의 전초전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솔직히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내재적 발전론 ‘은 외부의 영향없이 한국이라는 국가의 자체 역량으로 근대적 경제발전이 가능하며 그러한 요인들이 한국의 역사전개과정에 ‘내재‘되어있가는 입장이며,

‘식민지 근대화론‘은 한국의 자체적 경제발전역량을 과소평가하는 대신,일본이 한국을 식민지화하기 위해 투자된 자본의 역량이 한국의 근대적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였다는 입장입니다.

이론의 정교함을 떠나서 일본이 조선을 식민화시킨 행위를 긍정적으로 본다는 점에서 상당히 친일적인 입장입니다.
이 말은 일본의 도움이 없이는 한국의 근대화와 경제발전이 불가능하다는 논리로 이어지기 때문에 한국인들의 발전역량을 ‘수동적‘으로 보게되는 위험성이 존재합니다.

한국의 지배층은 노론이 조선 중기에 실권을 잡은 이후, 일제 때는 노론의 후손인 친일파들이, 해방이후 미군정 시기 이후로는 과거 친일파였던 친미 반공주의자들이 실권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집요한 역사왜곡 노력이 나타난 가장 최근의 사건이 이명박 정권 당시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이 주축이 된 ‘뉴라이트‘학자들의 ‘대안 역사교과서 ‘ 집필과 보급, 그리고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을 위해 ‘국정교과서‘를 집필해 국민들에게 강제로 교육시키려 했던 박근혜정권의 교과서 국정화 사업입니다.

고종 시대에 일본제국주의의 식민화와 관련된 중요한 외교조약이 체결되었고, 한국 근대화를 위한최초의 정변이 일어나는 등 후대를 규정하는 중요한 시기였기 때문에 좀 더 다양한 시각으로 이 시기를 고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고종이 우리가 역사시간에 배운대로 무능력하게 나라를 일본에 빼앗긴 불운한 왕이었는지, 조선의 근대화와 자강을 위해 노력한 왕이었는지, 그리고 사료와 다른 방향으로 역사가 서술되었다면 어떤 요인때문에 이런일이 발생했는지 면밀히 따져보는 지혜가 필요할 것입니다.

이 시기를 규정하는데 많은 논쟁적 요소가 있다면, 역사 왜곡의 가능성도 같이 올라간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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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명가 안동김씨 표정있는 역사 4
김병기 지음 / 김영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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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중 사학(門中史學)이라는 말은 한 가문의 역사를 말합니다. 이 책은 조선의 대표적인 세도가였던 안동김씨 가문에 대한 역사입니다.

'문중'이라는 말의 어감 자체가 전근대적이고 고루한 냄새가 나는 것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당장 한 집안의 가계를 설명하는 책인 '족보'가 생각나는 것도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역사의 거대한 담론은 결국 이런 각각의 문중의 역사가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는 것 역시 올바른 태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이 저자 김병기씨가 안동 김씨가 아닌 배천(白川)김씨이기 때문에 자신의 문중에 대한 역사를 후손으로서 저술했다는 편견을 없애고, 다른 가문의 역사를 그래도 제3자의 입장에서 비교적 객관적으로 기술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안동 김씨는 조선 중기 정조때 부터 조선말기까지 왕가의 외척(外戚)으로서 '세도'를 누리던 가문으로 지금도 안동에 가면 이 가문의 종가가 수백년의 세월을 품은 체 그대로 서 있습니다.

조선의 22대 임금인 정조는 자신의 둘째 아들인 순조를 안동김씨인 김조순의 딸과 결혼시킴으로써 이 가문이 장차 조선 후기까지 세도를 떨치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이후 조선은 안동김씨 집안에서 23대 순조비인 순원왕후 (김조순의 딸), 24대 헌종비 효현왕후(김조근의 딸) 그리고 25대 철종비 철인왕후 (김문근의 딸)를 연속으로 맞이하고, 이 집안의 세도는 그 끝을 알수 없게 커져갑니다.

조선은 왕조국가인 동시에 사대부 국가이기 때문에 원래부터 선비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지대했으나, 안동 김씨의 경우 세번 연속 왕후를 배출했기 때문에 심지어 이씨왕조의 실제 지배자는 김씨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그 위세가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안동 김씨는 세도정치만을 편 것은 아니었습니다. 조선에서 가장 많은 문과 급제자를 배출한 집안이었으며,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도 이 집안에서 많이 나왔습니다.

그런 면에서 좋든 싫든 안동김씨 가문의 역사는 조선 중기 이후 조선의 정치사, 권력투쟁사와 동전의 양면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따라서 한번 쯤 들여다볼 필요는 있습니다.

지금 한국은 성리학의 나라가 아니지만, 아직도 한국은 성리학의 사고방식과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나라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작지만 재미있는 역사책입니다. 얇지만 내용은 상당히 탄탄하다고 생각이 드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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