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21 | 22 | 23 | 24 | 2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열강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기 - 박노자, 허동현의 지상격론
박노자, 허동현 지음 / 푸른역사 / 200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05년에 출간된 책이니 오래된 책이네요.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역사학자 박노자교수와 허동현교수가 대담형식으로 쓴 역사책입니다.
한국인이 본 주변 4강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9세기말 20세기 초 한국의 운명을 갈라놓았던 이 4강은 여전히 한국의 생존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존재들입니다.
이책이 출간된 12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북한은 자신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해 핵 전력을 가지고 미국과 벼랑 끝 외교전을 치루고 있고, 한국은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권력공백으로 주변 열강의 외교전에 전혀 대처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며, 중국은 미국과의 딜(Deal)을 통해 강대국으로서의 존재감을 유지하면서 북한과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시키려 하고 있고, 일본은 이 혼란의 시기를 틈타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군사력을 증강시켜 20세기 초의 일본으로 되돌아가려는 역사퇴행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아직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고 있지 않지만, 일단 관망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박노자라는 진보진영의 역사학자와 허동현이라는 보수진영의 역사학자와의 서신대담을 통해 한국인들이 20세기초 열강을 어떻게 보았나 하는 것이 이 책의 핵심입니다.

목차를 보면,

1. 조선인의 미국관
박노자 - 무지와 선망이 대미 맹종 불렀다
허동현 - 개화파의 대미 의존은 불가피한 현실적 선택이었다

2. 조선인의 러시아관
박노자 - 크고 군인 많으면 다 강국인가?, 강국 러시아의 허실
허동현 - 침략자인가 독립의 옹호자인가, 두려움의 대상에서 끌어들일 나라로

3. 조선인의 중국관
박노자 - '모방적 오리엔탈리즘'의 시각으로 중국을 보는 오류
허동현 - 약육강식 시대에 중국은 침략자였다

4.조선인의 일본관
박노자 - 한국 민족주의가 일본을 미워하면서 배운다
허동현 - 우리 근대는 일본 근대의 사생아일까요?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미국과 일본에 대한 조선인의 생각입니다. 미국에 대한 무지와 선망이 대미맹종을 불렀다는 박교수의 입장은 현재도 유효하다고 봅니다. 미국에 대해 아는 것을 영어를 잘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한국인들의 일반적인 입장과 미국의 실체에 대해 말을 하지 않고 모든 것을 미국적인 시각으로 굴종하려 하는 미국 유학파 엘리트들의 모습이 겹쳐지는 것은 이런 이유입니다.
한국에는 영어를 잘한다고 여겨지는 소위 엘리트들은 넘쳐나지만, 그들이 미국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전문가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두번째는 허동현교수가 마지막에 논의한 한국의 근대는 일본 근대의 사생아인가에 대한 논의입니다.
보수주의를 자처하는 수구주의자들이 일본의 한국침략이 한국 근대화에 도움이 되었다고 주장하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떠올리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한국에 '근대'의 과정이 있기는 했었나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확립되었다고 믿어져온 현재, 한국은 대통령을 왕으로 알고 모셔온 엘리트들과 자신을 왕으로 알고 처신해온 이상한 대통령이 통치를 한 탓에 권력 공백상태에 있습니다.
2017년 현재의 상황은 근대적인 민주주의 공화주의 국가의 상황과는 거리가 멉니다.

한국은 근대적인 공화주의적 국가 수립의 과정을 이제서야 겪고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지난 40년간 이루어져 온 경제성장은 속도를 기반으로 한 반민주적 발전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전근대적인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엘리트들이 일제의 교육을 받은 이들이 주도했다는 점이 일본이 한국에 미친 영향이라고 생각하고, 이 영향은 한마디로 말하기에는 너무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주체적으로 어떻게 국가를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제서야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책의 논의와 시각에 동의를 하든 안하든 생각해볼 거리를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일단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래되서 구하는 어려울 것 같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 - 조선 과거시험의 마지막 관문
김태완 엮음 / 소나무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현재 개정판까지 나와 있는 이책을 저는 처음 출판된 2004년 읽을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책은 조선의 관리채용의 마지막 관문인 책문(策問), 즉 왕과의 정책문답에 대한 것입니다.
요새로 따지면 행정고시를 본 공무원이 대통령과 독대해서 나라에 즉시 시행해야 할 정책을 제시하고 대통령과 토론을 하는 과정이지요.

역사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일단 이런 시험의 과정은 그 자체가 파격이라고 할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관리경력이 전혀 없는 신참 채용예정자가 국가 최고 통치권자와 독대를 하고 토론을 하니 말입니다.
더구나 당시는 왕이 절대권력을 가진 왕조시대입니다.
민주주의 국가는 국민이 국가권력의 원천이지만 왕국에서 왕은 바로 국가 그 자체로 말 한마디 잘못하다가는 목숨을 빼앗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거시험의 마지막 관문까지 올라온 선비들은 왕과 독대해 목숨을 내놓고 정책과 왕의 실책에 대해 간언하기를 서슴치 않습니다.

이들의 이런 직언(直言)이 바로 조선왕조 500년을 지켜온 근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현재 한국의 파워엘리트들의 모습과 겹쳐지지요. 대통령을 왕으로 잘못알고 받드는 장관과 청와대 비서실장 그리고 권력에 빌붙어 한몫 챙기려 했던  민낯을 지난 6개월 동안 보아왔고, 이제 그들의 적폐를 청산하려는 출발선 상에 있습니다.

조선이건 한국이건 지도자의 최고 통치술은 인재를 잘 쓰는 것이고 그러려면 '듣기 싫은말' .'자신을 비판하는 말'도 들을 줄 아는 통큰 아량과 여유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최근에 보아온 것처럼 국민에 의해 파면당하는 치욕만이 남을 뿐이죠.

따라서 이책은 조선의 오래된 전적을 새롭게 해석한 과거시험에 대한 현대적 재해석을 한 역사서일 뿐만 아니라 지금 한국의 정치를 바꾸기 위해 어떤 인재를 등용해야 하고 최고 지도자는 이런 인재들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리더쉽 참고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 다시 이책의 겉표지를 보니 무척 반가운 생각이 드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aming the Wild Field: Colonization and Empire on the Russian Steppe (Paperback) - Colonization And Empire on the Russian Steppe
Willard Sunderland / Cornell Univ Pr / 200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러시아 흑해의 스텝(Steppe) 에서 살아온 유목민들을 계몽(enlightenment)시키겠다는 일념으로 이성의 합리주의(Rationalism)로 무장한 체 무자비한 식민정책을 펴온 러시아의 식민화에 대한 역사서.

 

스텝에서 별탈없이 살던 유목민들이 어느날 갑자기 유럽의 영향을 받은 러시아인들에 의해 야만인 취급을 받고 식민화를 통해 문명화되어야 할 대상으로 전락합니다.

그리고 끝없는 러시아 문명의 이식이 흑해 연안의 스텝지역에 시작됩니다.

 

영국 등 다른 유럽 나라들과 다른 점은 이들을 국경안에서, 즉 내부적으로 식민화시켰다는 점이고,유럽문명의 우수함을 알리고 전파하고자 식민화를 시도하였지만 번번히 실패하였다는 점입니다.

 

넓은 국토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국내의 자국민들의 스텝 이주가 필요하였지만 지원자 부족으로 독일인들을 비롯한 외국인들의 스텝이주를  정책적으로 추진하게 됩니다.

이 정책으로 부지런한 독일인들 중 스텝이주 후 부를 쌓은 이들이 나오고 러시아정부는 국민들의 시기심과 자국민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에 결국 외국인에게 돌아가자 외국인의 스텝이주를 금지합니다.

 

우리가 흔히 보아온 영국, 미국,일본의 제국주의이외에 이 책은 러시아에서 제국주의가 어떻게 작동되는지 국토이용정책, 인구정책, 유목민 동화정책울 통해 보여줍니다.

 

이글을 통해서 유럽의 지도제작과 생태학 연구 그리고 지리학 연구가 결국은 식민화를 위한 사전 준비작업으로서 작동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러시아의 영토를 어디까지 규정하는가는 러시아의 스텝 식민화를 시작하기 위한 필수조건이었기 때문이죠.

20세기 이전 18세기부터 이런 국민들의 이주정책을 펴온 러시아가 왜 20세기 초 러시아 연해주에 살던 한인들을 중앙아시아로 이주시켰는지 유추가 가능합니다. 러시아는 한인들을 이주시키기 이전 이미 자국민과 외국인들을 불모지인 스텝에 이주시켜 개발시킨 역사적 경험이 있기 때문이지요.

논문의 구성을 따르고 있는 책이고, 영어 및 러시아어 각주가 넘쳐나 생각보다 쉽게 읽히진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접하기 어려웠던 세계사의 또 다른 한면을 볼수 있는 것이 이책의 미덕이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의 근대성 그 기원을 찾아서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50
고미숙 지음 / 책세상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발간된지 16년이 된 책에 대해 오늘 글을 씁니다. 강단에서 서기 어려웠던 연구자들이 강단 밖에서 연구공동체를 꾸리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 당시 만들어진 독립 연구집단 ‘수유‘에서 연구를 하시던 고미숙 선생이 펴낸 책입니다. 부제로 달린 ‘민족, 섹슈얼리티, 병리학‘이 이책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알려줍니다. 근대의 개념이 민족국가 (Nation)의 성립,(Gender)에 대한 인식변화 그리고 위생(Hygiene)개념의 도입에 따른 서양식 보건의료 체계의 도입으로 이루어졌다고 보는 것이지요.

이런 서양식 개념과 인식의 도입은 필연적으로 그 이전 우리나라에서 나름 체계를 가지고 발전되어온 전통적 가치체계룰 폄하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게 되죠.

한국은 더구나 근대의 개념을 제대로 받아들여 소화하기도 전에 일본제국주의의 침략을 받고 20년이 넘는 기간동안 군사독재를 겪은 한국은 그래서 아직도 겉모습과는 달리 아직도 재대로 된 군대국가의 모습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최근 대통령의 탄핵을 겪고나서 더더욱 그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근대성의 기원을 찿는 작업만큼 한국이 정말 근대적 민주주의 국가가 맞는지 성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조와 철인정치의 시대 1 - 정조 시대를 읽는 18가지 시선
이덕일 지음 / 고즈윈 / 200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선 최고의 철인 군주에 대한 역사평설입니다. 조선 최고의 학자군주였지만 뒤주에 갇혀 죽을 수 밖에 없었던 사도세자의 아들이기도 한 정조는 재위기간 내내 정권을 잡은 노론벽파와 현실정치를 이끌어가기 위해 이들을 회유하기도 하고 피를 묻히기도 라고 한편 이들을 중용하기도 합니다. 노론은 대로로 불리던 송시열과 그의 후손들, 그리고 영조가 정략적으로 결혼할 수 밖에 없었던 정순왕후를 배경으로 사실상 조선을 사대부의 나라로 장악합니다.

정조는 이 와중에 아버지 사고세자의 복권을 시도하고 왕권회복을 위해 화성천도를 계획합니다. 하지만 역사는 그의 편이 아니어서 젊은 나이에 석연치 않은 죽음에 이릅니다.

조선후기에 왕권수호를 위해 자신의 아들을 죽일 수 밖에 없었던 비운의 아버지 영조와 이로 인해 아버지 없이 평생을 살면서도 아버지를 죽인 자들과 함께 정치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정조의 평범치 않던 삶을 노론과 국왕의 권력투쟁의 측면과 함께 그의 남다른 학자로서의 삶이 같이 조명됩니다.

역사서이기는 하지만 마치 미스터리 소설을 보는둣한 재미가 있고 정조의 불행했던 개인사에 몰입하게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21 | 22 | 23 | 24 | 2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