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촛불 시위가 한창일 때 민주당도 시위에 참가한 적이 있었습니다.그러고 나서 민주당 수뇌부들이 정세균 대표를 비롯하여 정진석 추기경을 예방했습니다.고귀한? 견해를 들어보고자 하는 자리였는데 추기경은 예상한 대로 좋은 말은 안 해주더군요.그 고견의 알맹이는,"이렇게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니까 외국인 관광객이 안 오고 우리나라 경제도 안 좋아진다.민주당은 이런 때에 왜 시위에 참가하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글쎄요.정 추기경의 성향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이런 말이 나오리라고는 짐작했을텐데...2005년 말 한참 사립학교법 개정은 안된다,좌경세력들이 학교를 다 접수하는 길을 열어주는 거라고 사립학교 재단들이 거세게 반대하고, 한나라당 박근혜 씨는 눈내리는 거리에서 의원들을 진두지휘하면서 가두시위에 나설 때, 사립학교를 가지고 있던 종교단체들이 어떻게 나왔는지 아시지 않습니까.평소 그렇게도 가톨릭을 싫어하던 보수적인 개신교 근본주의자들이 가톨릭 성직자들과 연대하면서 발끈하고,일부 목사들은 삭발을 한다며 결의를 다지고...저는 이들이 불교로 개종하면서 절에 들어가려고 저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와중에 정진석 주교는 월간조선과 인터뷰를 하면서 마치 반공 궐기대회에 나온 연사처럼 단호한 반공정신을 토로하면서, 사립학교 개정을 추진하는 이들의 이념성향을 공격하더군요.음...교황인 베네딕트 16세도 아주 강경보수 신학자 출신인 건 알겠지만 이제 곧 추기경될 사람까지 이래서야...걱정이다...하고 한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그렇지 않아도 당시 김수환 추기경은 참여정부 들어서 계속해서 한미공조를 강조하면서 참여정부를 비난하고 있던 터라서...로마 교황청과 서울 대교구가 아주 죽이 잘 맞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여기에 정권까지 한나라당으로 바뀌면 대단하겠구나 생각했는데 결국 그렇게 되고 말았지만요.촛불 시위 당시 강경우익 신문의 하단 광고를 자세히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당시 사제단을 격하게 비난하면서 천주교 지도자들은 이번 시위를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한 단체 중에 뉴라이트 가톨릭인가 하는 단체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결국 정진석은 촛불시위에 참여한 사제들을 나중에 대놓고 보복인사 조치를 하더라구요.
스페인 내전을 다룬 책들을 보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책들은 대부분 당시 각국에서 몰려든 공화파 전사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쓴 것이 많습니다.특히 지식인들은 공화파 내부의 갈등,특히 스탈린의 하수인들이 같은 공화파인 트로츠키주의자나 아나키스트들을 숙청하는 데에 더 열심인 모습을 보고 이념적 허무주의를 느꼈다는 식의 글을 남겼습니다.조지 오웰이 대표지만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에서도 그런 식의 분위기를 풍기는 대목이 있지요.하지만 스페인의 또다른 정치세력인 가톨릭 교회의 태도에 대해선 그다지 알 수 있는 책이 없습니다.그래서 시드니 셀던<시간의 모래밭>이 아쉬운 대로 이 방면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는 자극을 줍니다.이 소설에서는 내전 당시 가톨릭이 처한 미묘한 처지가 나와 있습니다.분명히 가톨릭은 반 공화파입니다만 당시 반 공화파 파벌 중에서 왕당파,팔랑헤 파,프랑코 파가 나름대로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였고 교회는 왕당파 쪽을 편들었습니다.소설에서는 프랑코 지지파인 팔랑헤 당원들이 프랑코와 거리를 두고 있던 왕당파를 가톨릭이 지지하자 앙심을 품는 대목이 나옵니다.이념동지들끼리의 싸움이지요.공화파와 반 공화파의 대결과는 또다른 복잡한 갈등입니다.
물론 공화파에 대한 공격에 가톨릭 교는 충실히 프랑코 파를 지원합니다.2004년 무렵인가요...당시 스페인에서 과거사 청산 작업의 하나로 "프랑코 정권이 공화파의 자녀들을 강제로 탈취하여 기르면서 반 공화파의 돌격대로 키우려고 철저한 반동이념을 주입시키며 가르친 어두운 역사를 진상규명하자"는 주장이 일어났습니다.혈연의 정을 끊어버리고 부모에 대한 적대이념으로 무장된 어린이를 키우려는 무시무시한 작업이었지요.이때 강제로 부모와 이별한 어린이가 비공식적으로는 40000명이 넘는다는 소문도 있었습니다.물론 이 사람들은 이제 다 노인이 되었지요.이때 어린이들을 떼어내 교육시킬 때 가톨릭 성직자들이 많은 지원을 했다고 합니다.공화파는 무신론자이고 빨갱이라면서 열심히 가톨릭과 반동이념을 비벼서 주입시켰겠지요.
작년에 스페인 내전을 반동적인 성직자의 시각으로 쓴 책이 없을까 하고 가톨릭 서점을 간 적이 있습니다.저는 신,구교 서점을 가끔 들러서 책을 삽니다.좋은 책들이 많고 일반 인문사회과학 출판사에 비해서 저렴하니까요.개신교 출판사로는 대한 기독교 서회,한국신학 연구소 책을 사는 편이고 가톨릭 출판사 것으로는 분도 출판사,성바오로 서원 것을 삽니다.스페인이나 이탈리아가 가톨릭 국가라서 그 나라에서 나온 책들이 가톨릭 서점에는 꽤 많습니다.책을 찾다가 발견했습니다.스페인 내전 당시 공화파를 격하게 비난하는 성직자의 책이었습니다.제가 자주 가는 곳이기 때문에 어느 서가에 위치하는지 대강 파악하고 다른 책을 산 뒤 나왔습니다.그런데 그 뒤로도 그 책을 사지 못하고 1년이 흘렀군요.
스페인 내전을 직접 겪은 스페인 사람이 쓴 스페인 내전기는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조지 오웰,어니스트 헤밍웨이,앙드레 말로 등 외국인의 관찰기록이 대부분이지요.그 중에서 라몬 센데르의 중편<진혼미사>(중앙일보 오늘의 세계문학20번)는 귀중합니다.저자는 공화파로서 스페인을 떠나 망명생활을 하다가 프랑코가 사면령을 내려도 조국에 돌아가지 않았습니다.스페인 내전 몇 년전이 배경인데, 공화파가 지배한 지역을 다시 프랑코 파가 탈취한 후, 우익이 좌파색출 작업을 벌일 때의 폭력을 다룬 소설인데,성직자가 얼마나 반동적인 존재인지 알고 싶은 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그런데 이 책은 요즘 안 나오니 도서관을 이용해야 되겠네요.스페인 내전을 다룬 소설은 따로 또 한 번 다루고 싶을 정도로 할 이야기가 많습니다.오늘은 종교와 정치의 관계를 알 수 있는 책만 살짝 언급하는 것으로 끝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