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들은 대중교통 안에서 성추행으로 당했던 불쾌한 경험들을 상당히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그중에서 제일 기분이 더러울 때는 그 상대 가해자가 늙은 남자인 경우라고 합니다.그런데 남자라도 여성들의 그런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제가 전에 일하던 곳은 여학교 세 개로 가는 길목에 있었는데 당연히 여학생들이 많이 지나다닙니다.그런데 어느 날 그 길목에 술이 좀 취한 70대 초반의 남자들이 세명 서서 불콰해진 얼굴로 목소리를 높여 잡담을 하고 있는데 여학생 한 명이 지나갔습니다.그 여학생을 보고 이 늙은 남자들이 자기들끼리 수군수군대는데 좀 있다 킥킥 웃기도 하고 여학생 등 뒤에서 손가락질도 하는데...지켜보는 저도 영 기분이 거시기하더군요.그래서 옆에서 쉬고 있던 동료(남자였음)에게 "저 영감들 왜 저래..."했더니,"영감들 주책이군.손녀뻘도 안되겠구먼..."하고 혀를 끌끌 찼습니다.건물 안으로 들어와 여직원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제일 재수 없는 인간들!"하면서 규탄하더군요.
포르노 중에서 제일 기분나쁜 장면이 늙은 남자와 교복입은 여학생이 나오는 것이라는 남자들도 있습니다.이상하게도 여배우는 교복상의는 입은 채로 촬영해 놓은 것이 많습니다.일종의 코스프레겠지요.어떤 남자들은 그런 화면 속으로 뛰어들어가 그 늙은 남자를 패주고 싶다고 하는 이들도 있더군요.알고 보면 그런 야동도 다 합법적으로 찍는 것이고 그 늙은 남자들도 엄연히 직업으로 하는건데 그렇게 분노할 필요까지야 없지 않느냐 하지만...또 여배우도 교복만 입고 여학생인 체 하지만 성인 연기자들이잖아요.그러니 합법적으로 찍는 거지요.하지만 늙은 남자가 어린 소녀와 성행위를 한다는 데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이 남자들에게도 있나 봅니다.하긴 포르노물이니까 직접 성행위는 하겠지만요.
어린 소녀가 등장하는 야동물은 묘하게도 그 분류가 <로리타>라고 되어 있습니다.인터넷에 보면 로리타 많이 소장하고 있습니다...운운하는 댓글들이 있지요.<로리타>의 작가인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들으면 뭐하는 수작이냐...하면서 화를 내겠지요.원래 이 소설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음란소설이 아닙니다.실제로 작중인물로 나오는 로리타가 성숙미가 풍기는 조숙한 소녀도 아니구요.아직 2차 성징도 나오기 전 그러니 이쁜 남자처럼 생긴 여학생이라는 이야기인데 절대로 성적접촉의 대상으로 등장하는 것이 아닙니다.나보코프는 나비를 좋아하여 그 연구가 전문가 수준이었다고 합니다.그래서 전남 함평 군의 나비축제에 만약 로리타라는 제목을 붙이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나보코프가 잡았던 나비 특별전시관이라는 푯말도 달아놓구요.그렇다면 틀림없이 엉뚱한 생각을 하는 도덕주의자들이 나서서 "왜 저런 음탕한 제목을 붙였느냐!"고 항의라도 할 것 같습니다.문학사에서 가장 많이 음란물로 오해받는 작품이 <채털리 부인의 사랑>과 <로리타>라고 하니까 그런 과민반응을 예상하는 것도 무리도 아니겠지요.
<레미제라블>을 읽으면서 여러가지 생각도 많이 하고 해설도 보았는데 다른 이들의 글에는 언급되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그것이 바로 장발장과 코제트와의 관계가 어떤 것이었느냐 하는 문제입니다.장발장은 테나르디에 부부의 학대에 허덕이는 코제트를 거금까지 줘 가면서 구해가지고 데려옵니다.이때 코제트는 열 살,장발장은 오십대 초반.그리고 십년 가까이 둘은 함께 삽니다.부녀지간 같지만 분명히 둘은 부녀지간은 아니지요.상상력을 발휘해 본다면 이 둘의 관계에 대해서 여러가지 이야기 거리가 많이 나올 겁니다.장발장은 몸에도 마음에도 상처받은 코제트를 헌신을 다해 보살핍니다만 그 헌신은 결코 단순히 아버지같은 마음에서만 나온 것은 아니었습니다.작가인 위고도 그런 암시를 하고 있습니다.장발장은 감옥생활을 오래 했고 평생 여자와 따뜻한 사랑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그가 유일하게 아껴주고 보살피는 여자는 이 코제트 뿐.결국 십 년 정도 지나 코제트와 마류스를 결혼시키는 날.식이 끝나고 피로연이 진행 중에 장발장은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옵니다.그리고 코제트가 입었던 옷을 꺼내어 붙들고 키스하며 통곡합니다.이게 단순히 딸을 시집보낸 아버지의 서운함때문일까요.위고는 <그 집 부근을 지나가던 사람이라면 남자의 커다란 통곡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고 써놓았습니다.장발장이 코제트에게 지녔던 감정은 정말 복잡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우리나라에선 그다지 인기가 없는 작가들도 꽤 좋아하는 편입니다.구닥다리 취향이로군...하는 평을 받을 수도 있지요.그런 작가 중 한 사람이 아나톨 프랑스인데 그의 초창기 성공작인 중편소설<실베스트르 보나르의 죄>를 좋아합니다.이 소설은 프랑스가 37세 때 썼는데 자신이 노년이 되었다고 가정해서 쓴 것입니다.여기서는 책에 파묻혀 사는 노학자 실베스트르 보나르가 주인공인데 어느날 옛애인의 손녀를 데려옵니다.그 옛애인은 이미 죽었고 잔느라는 그 소녀는 무정한 보호자에게서 사랑도 못받고 지내고 있습니다.게다가 잔느가 있는 기숙학교엔 히스테릭한 노처녀가 사감으로 있습니다(이상하게 소설에도 만화에도 여학교 기숙사 사감으로 등장하는 이는 히스테릭한 노처녀로 정해져 있는 것 같습니다).그런데 잔느는 보면 볼수록 죽은 옛애인을 닮았습니다.그러면서 미묘한 감정도 생기지요.이 소설에서도 결국 잔느는 처녀가 되어 미남 청년과 결혼을 하게 됩니다.하지만 그 젊은 부부는 첫아이가 죽고 맙니다.젊은 부부가 그런 아픔을 딛고 일어서기를 바라면서 노인은 그 둘이 다정히 걸어가는 모습을 자애롭게 쳐다봅니다.그리고 소설은 끝납니다.장발장이 코제트를 결혼시키고 나서 통곡하는 그런 장면은 없으며 또 이 소설 자체가 대체로 잔잔합니다.이런 소설 읽는 재미도 조곤조곤해서 좋습니다.아나톨 프랑스의 작품은 현재 서점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더군요.
늙은 남자와 어린 소녀...하면 떠올리는 그런 음탕한 상상과 달리 이런 소설 속에서는 그런 장면은 나오지 않습니다..장발장과 보나르도 따뜻한 눈길로 어린 소녀를 보살피지요.<로리타>에서도 야동 같은 장면은 안 나옵니다.물론 그것도 야동같은 것 아니냐 하고 따진다면 할 말은 없지요.실제 원조교제도 원래는 일본에서 늙은 남자가 어린 여학생과 대화를 통한 정신적 교류를 통해 정서적인 안정을 취하는 게 목적이었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로리타고 원조교제고 이상한 방향으로 그 뜻이 변형되고 말았습니다.나보코프 아저씨가 저승에서 혀를 차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 듯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