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퐁스 도데의 소설은 두 종류입니다.하나는 보불 전쟁 무렵을 배경으로 하는 민족주의 색채가 강한 소설인데 알사스 지방을 배경으로 하는 단편 <마지막 수업>이 유명하지요.또 그의 고향인 프로방스 지방의 목가적인 풍경묘사가 일품인 일군의 단편들이 있습니다.학창시절 교과서에 나온 외국 소설 중 가장 아름다운 소설로 꼽는 <별>의 배경이 바로 그 곳입니다.남부 프랑스의 프로방스는 앞에는 지중해이고 뒤에는 산맥이 아름다운 곳입니다.기온이 온화하고 농산물이 풍부한데다 리비에라 해안지방은 물이 맑고 따뜻하여 휴양지로 유명하지요.니스,칸느 같은 곳은 상류층들의 별장지대가 즐비하여 영화에도 자주 등장하고 칸느에서는 매년 영화제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음악가인 비제의 작품 중엔 소설을 소재로 한 것이 몇 개 있습니다.프로스페르 메리메<카르멘>을 소재로 한 <카르멘>이 가장 유명한데 사실 대중들에겐 메리메라는 작가보다는 비제의 음악이 더 유명하지요.또 <아를르의 여인>도 유명합니다.알퐁스 도데의 단편을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대체로 도데의 작품은 <마지막 수업>이나 <별>을 제외하면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은데 그것은 이 두 작품이 교과서에 실려있기 때문일 것입니다.음악을 들어보면 매우 아름다운 <아를르의 여인>입니다만 이 소설의 내용은 사실 비극입니다.자유분방한 여인에게 순진한 남자가 푹 빠져드는데 그 여자가 자기를 버리는데도 못잊고 있다가 자기집 다락방에서 투신자살한다는 줄거리입니다.역시 프로방스 아를르가 배경이지요.
투우하면 스페인을 연상합니다만 아를르는 프랑스에서는 특이하게도 투우 시합이 열리는 곳입니다.이 프로방스 지역은 로마시대 때 속주여서 이탈리아 색이 짙은 곳이지요.주민들도 그 곳에서 이주한 이들이 많습니다.프랑스라는 근대민족국가가 탄생되기 이전에는 사실상 독립적인 자치를 누린 곳이라서 지방색이 꽤 강한 곳이지요.로마시대 때 지은 원형경기장이 지금도 남아 있는데 이 곳에서 요즘도 투우를 합니다.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방송에서 가끔 여행 다큐멘타리에서 보는 투우와 달리기하는 행사를 이 곳에서도 한다는 것이지요.좁은 골목길에 소들을 풀어놓은 다음에 남자들이 함께 달리기를 합니다.금녀의 장벽이 점점 무너지고 있다지만 아직까지 이 행사에 여자가 참가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아주 거칠고 위험한 행사이지만 남자들은 자기들의 용기를 시험한다는 의미에서 참가해 봅니다.외국의 관광객들도 참가할 수 있습니다.부상자도 생기지만 그 정도는 감수하는지 폐지되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아를르의 투우 경기에 나오는 검은 소들은 인근의 카마르그 지방에서 온 것입니다.이 지역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습지라서 자연보호 지구인데 투우 외에 백마를 기르기도 합니다.이 곳의 백마는 그 털이 아름다와 세계적으로 유명하지요.태어날 때는 색이 갈색에 가까운데 어른이 되면서 희게 변한다는 특이한 품종입니다.또 유럽에서는 드물게 야생의 말이 사는 곳이기도 합니다.이 말은 포니 종 비슷한 소형종입니다.습지에는 희귀 야생조들이 많이 날아와서 장관을 이루기도 하지요.
소와 달리기하는 행사를 전 세계에 알린 소설은 헤밍웨이<해는 또다시 떠오른다>입니다.이 소설에서 파리의 풍경을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좋았다는 이들도 있지만 제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준 장면은 팜플로나에서 열리는 소와 달리기하는 축제였습니다.이 곳은 피레네 산맥 너머 프랑스와 가까운 곳이지요.방송에서 몇번 본 장면을 머리에 떠올리며 읽으니 실감나더군요.그리고 투우장 장면도 인상적이었습니다.헤밍웨이는 사냥이나 투우장면을 즐겨 묘사하기로 유명하지요.
팜플로나의 소축제를 소재로 한 작품중에는 시드니 셀던<시간의 모래밭>이 있습니다.1976년 팜플로나에서 벌어진 바스크 분리주의자들의 활약을 소재로 한 작품인데 소와 남자들이 우루루 달리다가 소에게 남자들이 받혀 죽는 사고의 틈을 타서 탈옥하는 장면이 나옵니다.대체로 미국이나 유럽의 스릴러 물에는 아일랜드 저항단체인 IRA(에이레 공화군)을 소재로 한 작품은 상당히 많지만 바스크 저항단체를 소재로 한 작품은 거의 없는데 이 작품은 스페인 내전부터 시작해서 바스크 족의 역사를 상당힌 취재하고 난 뒤 쓴 흔적을 느끼게 해줍니다.스페인 역사에서 큰 족적을 남긴 가톨릭 교단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루고 있지요.흔히 시드니 셀던을 대중적이고 통속적인 작가라고 폄하하는 이들도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사랑받았던 미국작가는 존 스타인벡도 아니고 업톤 싱클레어도 아니고 바로 시드니 셀던이었습니다.왠지 시드니 셀던이라 하면 지적인 사람이 좋아하면 안 된다는 이상한 체면의식 같은 것 때문에 좋아한다고 밝히기가 꺼려지는 작가라고 합니다만 굳이 그렇게 순수문학은 수준 높고 대중문학은 수준 낮다는 식의 규정을 할 필요가 있나 생각도 해봅니다.저는 꽤 재미있게 읽은 작품 중의 하나입니다.
프로방스나 스페인은 다른 유럽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곳입니다.특히 북서 유럽 쪽에 사는 사람들은 일조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태양빛이 풍부한 이런 지방을 좋아하지요.리비에라 해안에 외국인의 별장이 많고 <지킬 박사와 하이드>로 유명한 조지 스티븐슨도 프로방스에서 조금 떨어진 세벤느 산맥을 당나귀를 타고 여행한 기록을 남기고 있기도 합니다.서머싯 모옴의 단편에는 영국의 어느 의사가 모든 것을 청산하고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세빌리야로 건너가 이발사로 사는 이야기가 있기도 합니다.그래서인지 영국이나 독일 화란 등의 으슬으슬하고 늘 흐린 하늘만 보이는 나라에서는 지중해 연안 지역을 태양빛이 강렬한 지역이라며 부러워 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