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님과 동물귀 소녀 멜 3
이토 하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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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의 중간인 동물귀 소녀 멜과 인간인 주인님의 금단의 사랑을 그린 백합물 만화 <주인님과 동물귀 소녀 멜> 3권을 읽었다. 주인이 정해지지 않은 수인들이 모여 있는 시설에서 언젠가 자신을 아껴주고 지켜줄 주인님을 기다려온 멜은 마침내 주인님을 만나 그 집의 메이드가 된다. 겉모습은 차갑고 무뚝뚝하지만 속마음은 따뜻하고 착해서 언제부터인가 멜은 주인님을 좋아하게 되는데, 사실은 주인님도 멜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주인님과 동물귀 소녀 멜>은 내용 자체도 따스하고 사랑스럽지만 작화가 너무 내 취향이다. 이런 작화라면 어떤 내용이라도 볼 수 있을 듯(...은 아닌가?). 아쉽게도 <주인님과 동물귀 소녀 멜>은 총 3권으로 완결이 되었지만, 나는 <주인님과 동물귀 소녀 멜>을 1권부터 재독한 후 평생 소장할 생각이다. 이토 하치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봐야지. 종족과 신분의 차이를 넘어 영원히 사랑할 것을 맹세한 주인님과 멜의 다음 이야기도 궁금하다. 부디 후속편이 나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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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진 구루구루 외전 4 - 무용전 북북노인
에토 히로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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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만화 <마법진 구루구루>의 외전 <무용전 북북노인> 제4권이 출간되었다. <마법진 구루구루>에서 용자 니케, 마법사 쿠쿠리와 함께 대마왕을 물리친 북북노인은 이제 용자를 동경하는 소년 치키, 대마왕 기리의 제자라는 마법사 가가루와 함께 모험을 하고 있다. 멤버는 바뀌었지만 구성은 같고(이름도 비슷하다), 부활한 북북노인은 전보다 파워 업한 모습으로 북북춤을 전파하기 위해 애쓴다(그리고 전처럼 번번이 실패한다 ㅋㅋㅋ).


<마법진 구루구루>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무용전 북북노인>도 좋아할 듯. 4권에선 특히 원작자 에토 히로유키의 후기가 재미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전화를 걸어온 편집자 왈. “선생님, 큰일 났어요. 원고에... 굉장히 큰 문제가... 노인의... 다리털이 없습니다!!” (ㅋㅋㅋ) <마법진 구루구루>의 대성공 이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산 작가.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반라의 노인 캐릭터(=북북노인)가 주인공인 만화를 그리고 있다며 한숨...(ㅋㅋㅋ). 이렇게 재미있는 분이라서 만화도 재미있게 그리시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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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할아버지 6
네코마키 지음, 오경화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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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먼저 보내고 섬에서 고양이 타마와 단둘이 사는 다이키치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 힐링 감동 만화 <고양이와 할아버지> 제6권이 출간되었다. 1권부터 꾸준히 읽고 있는 작품으로 한결같이 따뜻하고 푸근하다.


6권에서 할아버지는 임종을 대비해 슬슬 종활(일본 노인들이 인생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 죽음을 준비하는 활동)을 시작한다. 오래된 물건들 속에서 철없던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종잇조각이 발견되어 부끄러워 하기도 하고, 누님의 애정을 느끼게 해주는 물건을 발견하고 기뻐하기도 한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물려준 낡은 시계가 고장나는 바람에 쩔쩔매기도 하는데, 그 덕분에 오랜만에 아들 가족이 살고 있는 도쿄를 방문해 특별한 시간을 보낸다. 


이 밖에도 섬마을에 사는 어르신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 선생님의 이야기, 방황했던 날들을 뒤로 하고 섬에 정착해 사는 젊은이의 이야기 등등 읽으면 마음이 따스해지는 에피소드가 한가득이다. 행복이 묻어나는 잔잔한 일상물을 찾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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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등산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1
미나토 가나에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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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토 미나에의 소설이라고 하면 으레 긴장감 넘치는 미스터리 소설을 떠올린다. 그도 그럴 게 <고백> 이후로 발표한 작품들 대부분이 미스터리 소설이었기 때문이다. <여자들의 등산일기>는 다르다. 미나토 미나에의 작품으로서는 드물게 감동적인 치유계 소설이다.


<여자들의 등산일기>는 옴니버스 형식의 소설이다. 백화점에서 일하는 리쓰코와 입사 동기인 유미, 마이코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결혼 상대를 찾는 사십 대 여성 미쓰코, 고향에서 아버지의 농사를 도우며 번역 일을 하는 유미, 결혼 전에는 영양사였고 지금은 전업주부인 유미의 언니, 혼자서 수제 모자 사업을 하는 유즈키 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정세랑의 소설 <피프티 피플>처럼, 이 이야기에 잠깐 등장한 인물이 다음 이야기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유미의 언니(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의 사연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남편으로부터 이혼을 하고 싶다는 말을 들은 유미의 언니는 딸 나나카를 데리고 동생 유미와 함께 산에 오른다. 등산을 하면서 남편과의 만남부터 연애, 결혼, 출산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일들을 되짚어 보는데, 마지막에 이르러 남편으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는다. 당신 없이는 계란 프라이 하나도 못 만든다고. 돌아오라고, 보고 싶다고.


이 밖에도 산에 오르며 지나온 인생을 돌아보고 앞으로 살아갈 인생을 계획하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일본에서는 등산을 좋아하는 여성을 가리켜 '야마온나[山女]'라고 부르는 듯, 소설 곳곳에 이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약간 거슬리기도...).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니 기회가 되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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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과거
은희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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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게도, 은희경 작가의 소설을 읽은 게 이 책이 처음이다. 서점에서 책을 본 순간,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은희경 작가가 책의 홍보를 위해 각종 라디오 프로그램과 팟캐스트에 출연했던 일이 떠올랐고, 여대 기숙사가 배경이라고 해서 궁금했는데 그때는 미처 못 읽고 다음으로 미뤘던 게 기억났다. 그 '다음'이 지금인 것 같아서 냉큼 구입해 읽었는데 기대한 것보다 훨씬 좋았다. 은희경 작가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


소설은 2017년의 '나' 유경이 40년 전인 1977년 대학 신입생 시절을 회상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회상의 계기는 유경의 대학 동창이자 기숙사 동기인 희진이 <지금은 없는 공주들을 위하여>라는 소설을 출간한 것이다. 희진의 소설을 읽은 유경은 자신이 기억하는 대학 시절과 희진이 기억하는 대학 시절이 사뭇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자신이 기억하는 대학 시절의 일들을 하나씩 떠올려 보는데, 그 과정에서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사람들을 생각해내기도 하고, 자신이 미처 몰랐던 사건의 진실을 확인하게 되기도 한다.


그때는 알지 못한, 불안과 방황, 혼란의 이유도 알게 된다. 1977년, '정숙, 노력, 순결'이 교훈인 지방의 한 여고를 졸업한 유경은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에 있는 여대에 진학한다.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가 컸던 유경은 이제 어른이고 대학생이니 하고 싶은 일은 뭐든지 하면서 자유롭게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대학에 와보니 학교생활은 지루하고 기숙사 생활은 엄격하고 빡빡하다. 통금 시간을 조금만 어겨도 혼쭐이 나고, 기숙사 전체에 단 두 대뿐인 전화는 마음 편히 걸 수도 받을 수도 없다.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는 선배와 동기들은 연애와 미팅에만 관심이 있다. 유경은 이런 현실이 부당하다고 느끼지만, 무엇이, 어떻게, 왜 부당한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보낸다.


유경은 대학에 다니는 내내 어디에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다. 처음에는 그것이 소심한 성격과 어려서부터 있었던 말더듬증, 지방 출신이라는 콤플렉스 때문인 줄 안다. 하지만 희진의 생각은 다르다. 희진은 유경이 소심함과 말더듬증, 콤플렉스를 일종의 무기로 활용해 남자들의 관심을 끌고 사랑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유경은 40년이나 알고 지내온 '친구' 희진이 자신에 대해 이렇게 생각해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이 희진의 말대로 약점과 콤플렉스를 핑계 삼아 눈앞의 문제로부터 도망치고 회피하는 방식으로 살아온 건 아닌가 반성한다.


나아가 유경은 그 시절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했던 선배, 동기들이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시절 여학생들은 서로 비교하고 경쟁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자기가 누구보다 덜 예쁘다고 속상해하고, 누구보다 부잣집 딸이 아니라고 좌절했다. 이때 그들을 비교하는 건, 사실 그들 자신이 아니라 남자들이었다. 여기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 소설의 배경인 1970년대 말 당시 유경이 나온 여대의 취업률은 26퍼센트에 불과했다. 전체 대졸자 취업률인 96.4퍼센트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남자는 대학을 나오면 거의 백 퍼센트의 확률로 취업을 하지만, 여자는 대학을 나와도 4분의 1 정도만 취업을 하는 상황에서, 여대생들이 취업보다 '취집'을 택하는 건 결코 비합리적인 선택이 아니었다. 그들의 장래를 좌지우지하는 사람은 교수나 인사 담당자가 아니라 남자친구 또는 애인이었다.


유경은 대학 시절에도 이런 현실이 부당하고 불평등하다고 느꼈지만, 현실을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누구와 연대해야 하는지 몰랐다. 지금도 모르는 여성이 태반이고 10년 전에 대학을 졸업한 나도 그때는 몰랐는데, 그 시절에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자신이 무력한 줄 모르고, 무능하다고만 자책했던 유경을 위로해주고 싶다. 그래도 그동안 잘 살아왔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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