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등산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1
미나토 가나에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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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토 미나에의 소설이라고 하면 으레 긴장감 넘치는 미스터리 소설을 떠올린다. 그도 그럴 게 <고백> 이후로 발표한 작품들 대부분이 미스터리 소설이었기 때문이다. <여자들의 등산일기>는 다르다. 미나토 미나에의 작품으로서는 드물게 감동적인 치유계 소설이다.


<여자들의 등산일기>는 옴니버스 형식의 소설이다. 백화점에서 일하는 리쓰코와 입사 동기인 유미, 마이코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결혼 상대를 찾는 사십 대 여성 미쓰코, 고향에서 아버지의 농사를 도우며 번역 일을 하는 유미, 결혼 전에는 영양사였고 지금은 전업주부인 유미의 언니, 혼자서 수제 모자 사업을 하는 유즈키 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정세랑의 소설 <피프티 피플>처럼, 이 이야기에 잠깐 등장한 인물이 다음 이야기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유미의 언니(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의 사연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남편으로부터 이혼을 하고 싶다는 말을 들은 유미의 언니는 딸 나나카를 데리고 동생 유미와 함께 산에 오른다. 등산을 하면서 남편과의 만남부터 연애, 결혼, 출산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일들을 되짚어 보는데, 마지막에 이르러 남편으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는다. 당신 없이는 계란 프라이 하나도 못 만든다고. 돌아오라고, 보고 싶다고.


이 밖에도 산에 오르며 지나온 인생을 돌아보고 앞으로 살아갈 인생을 계획하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일본에서는 등산을 좋아하는 여성을 가리켜 '야마온나[山女]'라고 부르는 듯, 소설 곳곳에 이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약간 거슬리기도...).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니 기회가 되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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