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크라테스 미술관 - 그림으로 읽는 의학과 인문학
박광혁 지음 / 어바웃어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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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의학. 인간을 다룬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접점이 없어 보이는데, 이 책을 쓴 박광혁에 따르면 의학의 시선으로 미술을 보면 신화, 문학, 예술, 역사, 인류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인문학의 카테고리가 읽힌다고 한다. 모네가 죽음의 문턱에 선 아내 카미유의 모습을 담은 작품 <임종을 맞이한 카미유>만 해도 그렇다. 일반인의 눈에는 모네가 겪은 비극적인 삶의 대목을 담은 그림으로 보이겠지만, 의사의 눈에는 죽음을 앞둔 이들의 안색을 깊게 관찰하고 기록한 의학자 히포크라테스의 모습이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은 의사인 저자가 지난 20여 년 동안 프랑스, 영국,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전 세계 미술관을 순례하며 직접 명화를 감상하고 그에 관한 기록을 남겨 엮은 결과물이다.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고흐다. 고흐의 작품 <영원의 문>에는 손에 얼굴을 묻고 비통해하는 노인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 모습에서 저자는 전쟁에서 부상을 얻은 뒤 고통 속에 살아가는 노인의 모습과 함께, 아버지를 여의고 극심한 절망감에 빠져 정신착란 증세를 보였던 화가 고흐의 모습을 봤다. 실제로 고흐는 이 그림을 그리고 두 달 후에 세상을 떠났다. 


스페인의 화가 고야가 그린 <의사 아리에타와 함께한 자화상>이라는 작품도 인상적이다. 그림 속 환자는 고야 자신이다. 그런 고야를 부축해 약을 먹이고 있는 남자가 의사 아리에타다. 인류 역사에서 의사가 좋은 대접을 받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고대와 중세에는 이발사가 외과의사 역할을 겸임했을 정도로 의사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았다. 근대에 이르러서야 의사가 제대로 된 직업으로서 대접받기 시작했고 현대에는 의사의 위상이 매우 높지만, 머지않아 의사 대신 AI가 환자를 진료하는 세상이 오면 상황이 바뀔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염려한다. 


작가이자 의사였던 러시아의 대문호 안톤 체호프의 이야기도 나온다. 가난한 집안 출신인 체호프는 의과대학에 다니는 동안 잡지나 신문에 콩트나 유머 단편을 기고해 용돈을 벌었다. 의대를 졸업하고 정식 의사가 된 후에도 체호프는 작가로서의 활동을 이어갔다. 체호프의 소설 중에는 의사로서의 경험이 녹아있는 작품이 적지 않다. 의사인 저자는 특히 <관리의 죽음>과 <티푸스>라는 작품을 인상 깊게 읽었다고 한다. 체호프의 모습은 오시프 브라즈의 작품 <안톤 체호프의 초상>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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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신님과 산다면 2
카제마치 후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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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남자 고등학생 나오가 엄마 찾아 이 세상으로 온 아기 용신 '용'과 함께 살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만화다. <나츠메 우인장>을 연상케 하는 온화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고, 무엇보다 아기 용신 '용'이 너무나 귀엽고 천진난만해서 재미있게 보고 있다. 


용의 어머니를 찾으러 다니는 중인 나오와 친구들은 치아키와의 대화를 통해 용의 어머니와 용의 출생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용의 어머니는 신으로서의 능력을 함부로 사용하지 말라는 명령을 수시로 거역했다. 용의 어머니로서 용에게 용신으로서의 역할과 임무를 전수할 의무가 있는데, '룰 위반 상습범'으로 악명이 높았던 용의 어머니는 용에게 필요한 일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대체 용의 어머니는 어디에 있는 걸까. 


한편 나오는 용의 어머니를 찾으러 다니면서 자신의 어머니에 관한 기억을 떠올리고 괴로워한다. 나오의 어머니는 나오가 5세일 때 돌아가셨다. 그 후 나오는 아무도 없는 집에서 늘 혼자 지내며 외로운 날들을 보냈다. 나오의 과거를 알게 된 용은 돌연 모습을 감추고, 나오는 용을 찾으러 다니다가 무의식의 세계로 넘어간다. 과연 용은 어디에 있고 나오는 어떻게 되는 걸까. 3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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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밥과 종말세계 3 - 완결
후미노나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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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명이 멸망한 후 인간이 사라진 세계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까. 후미노나기의 <여행과 밥과 종말세계>는 '로봇인간' 하야사메 스오우가 '개인간' 뮤트와 함께 여행을 하면서 자신을 설계한 '주인님'을 찾는 여정을 그린 만화다. 설정만 보면 SF만화 같은데 음식 만화로 볼 수 있는 요소도 많아서, 두 장르를 모두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스오우는 영양분은 충분하지만 맛이 없는 휴대식량보다는 직접 만든 음식을 선호한다. 그래서 여행을 하면서 주인님을 찾는 한편 끼니가 될 만한 재료를 찾아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3권에선 볼로네제 파스타와 미트 도리아, 치즈와 야채를 듬뿍 넣은 오븐 치즈카레, 치즈와 치킨이 들어간 호밀빵 샌드위치, 데미그라스 스튜, 고기덮밥 등의 요리를 선보인다. 인류가 멸망해도 지구상에 이렇게 많은 식재료가 있다니! 믿고 싶진 않지만 불가능한 일 같지는 않다. (ㅠㅠ) 


멸망 이후의 세계를 그린 작품답게 언젠가는 이럴 수도 있겠다 싶은 장면이 종종 나온다. 가령 플랫폼에서 인간 대신 로봇이 화물을 나르고, 밥 대신 페이스트 형태의 보존식이 도시락으로 제공되는 장면 등이다(물론 직접 만든 음식을 선호하는 스오우는 보존식을 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뮤트와 '주인님'의 관계가 밝혀지는 결말이 충격적이면서도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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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07 1
츠루사키 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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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실력이 괜찮고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면 진로를 만화나 애니메이션 쪽으로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마치카와 린코도 그런 케이스다. 어릴 때부터 좋아하는 만화나 게임의 캐릭터를 곧잘 따라 그렸던 두 사람은 만화, 애니계 전문학교 'SA(종합 애니메이션 학교)'에 입학한다. 취미도 특기도 비슷하고 장래희망도 같은 사람들과 2년간 즐겁게 생활하리라는 꿈에 부푼 마치카와 린코. 하지만 이들의 눈앞에 펼쳐진 현실은 달라도 너무 다른데... 


일단 강의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것은 우중충한 색채의 파카를 입은 남자들. 그나마도 실제 여자에는 관심 없고 2D 여자들만 좋아해서, 예쁘장한 외모를 어필해 '오타쿠성의 공주'로 대접받기를 꿈꿨던 마치카는 '서클 파괴녀'로 불리며 무시당한다. 이 와중에 교사(이자 프로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파워 트위터리안)는 '동기가 250명이라는 것은 이 학교에만 라이벌이 250명 있다는 뜻'이라며 극소수의 실력자만 살아남는 업계의 현실을 일깨워준다. 


이 만화에는 만화나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무릎을 치면서 공감할 만한 대사나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마치카가 자신은 다른 무계획 바보와 달리 제대로 된 계획이 있다며, 일단 금손 그림러 Vtuber로 화려하게 데뷔한 후 최종적으로는 '좋은 자리를 배정받는 서클'이 될 거라고 말할 때는 현실 웃음이 터졌다(린코 왈 "무계획 바보네" ㅋㅋㅋ). 전체적인 분위기는 발랄하고 코믹한데 의외로 실용적인 내용도 많고 공감 가는 에피소드도 많아서 계속 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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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새신즈 프라이드 2
카토 요시에 지음, 니노모토니노 그림, 아마기 케이 원작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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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다 엔젤은 공작 가문의 영애임에도 불구하고 귀족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나(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 쿠퍼 방피르는 메리다 엔젤의 가정교사가 되어 메리다 엔젤이 불륜의 소생이라는 의심을 받지 않도록 교육하되, 메리다 엔젤이 능력자로서 성장할 재능이 보이지 않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암살하라는 임무를 받는다. 그런 줄도 모르고 메리다 엔젤은 이 새로운 가정교사를 남몰래 좋아하게 되는데... 


인기 라이트 노벨이 원작인 <어새신즈 프라이드>는 암살 대상인 무능 영애를 좋아하게 된 암살자와 무능 영애의 성장과 사랑을 그린 로맨스 판타지 만화다. 지난 1권에서 쿠퍼는 메리다에게 자신이 가진 마나의 일부를 이식하는 시술(키스)을 했다. 이는 메리다가 아무리 가르쳐도 개선의 여지가 없는 무능한 존재라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암살하는 임무를 띤 자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메리다를 지키고 싶고 절대 죽이고 싶지 않은 쿠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메리다를 걱정하는 쿠퍼의 마음에 보답이라도 하듯, 메리다는 '팔라딘(성기사)'이 되기 위한 훈련을 착실히 수행하면서 능력을 키운다. 팔라딘은 엔젤 공작 가문이 대대로 계승하는 만능 클래스로, 불륜의 소생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메리다로서는 팔라딘이 되지 못하면 죽을 위기에 처한다. 메리다가 순조롭게 팔라딘이 되는 모습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는 다른 가문의 공격이 점점 거세진다. 새로운 인물들이 속속 등장해 이야기의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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