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병기그녀 애장판 4
타카하시 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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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이 인류의 생존을 책임진 최종병기라면 어떨까. 이러한 상상에서 출발한 만화 <최종병기 그녀> 애장판이 4권으로 완결되었다. 지난 3권에서 슈지와 치세는 인적이 드문 시골로 '사랑의 도피'를 떠났다. 우연히 발견한 라면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모처럼 단란하고 편안한 나날을 보낸 두 사람. 부디 이런 날이 계속되기를 바랐지만, 최종병기인 치세를 찾는 자위대 사람들이 찾아오고, 슈지는 이대로 치세를 보낼지 말지 선택의 기로에 선다. 단 하나뿐인 연인의 행복과 전 인류의 행복 중에 무엇을 택해야 할까. 애초에 그것을 내가 선택할 '자격'이 있을까. 


결국 치세와 헤어진 슈지는 치세가 남긴 일기장을 가지고 고향 마을로 향한다. 고향으로 가는 길에 슈지는 사람들이 자신의 고향을 '치세의 마을'이라고 부르는 것을 알게 된다. 그곳에 가면 최종병기인 치세가 지켜준다고, 그래서 당분간은 죽을 걱정 없이 편안하게 살 수 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치세를 끝까지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던 슈지는 마을 사람들을 지키는 것으로 속죄를 대신하고자 한다. 그렇게 억지로, 꿋꿋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슈지는 잠시 잊고 있었던 치세의 일기를 읽는다. 치세와 첫 키스를 했던 그곳에서... 


완결권이라서 그런지 수위도 높고, 결말의 임팩트도 상당했다. 21세기 초까지 남아 있었던 - '세기말 감성'이 완연한 작품이라는 인상은 여전하다. 단 하나뿐인 연인과 전 인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과연 오늘날의 사람들은 어느 쪽을 선택할까. 순정을 보기 힘든 시대임을 감안하면 후자일 것 같지만, 인류애가 파사삭 식는 때도 많으니 (그럴 만한 연인이 있다는 가정 하에) 전자일지도.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지키고 싶은 사랑. 그런 사랑이 과연 '사랑'일까 하는 의문도 든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을 남기는 작품. 이런 작품을 가리켜 명작이라고 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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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 이야기 1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서현아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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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소년>, <몬스터>, <마스터 키튼> 등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우라사와 나오키의 신작이다. 어떤 내용인지 모르고 그저 우라사와 나오키의 신작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책을 샀는데, 일단 1권의 내용이나 분위기로만 봐서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기존 작품들보다는 NHK 아침 드라마 같은 느낌이다. 여자아이가 주인공인 점, 가까운 옛날이 배경인 점, 지방을 무대로 하는 점 등이 그렇다. 


1959년 나고야. 주인공 '아사'는 엄마의 12번째 출산을 돕기 위해 의사 선생님을 부르러 갔다가 괴한에게 납치를 당한다. 알고 보니 괴한은 아사를 병원집 딸로 오해하고, 아사를 납치해 거액의 돈을 받아낼 생각이었다. 아사는 괴한에게 자신은 병원집 딸이 아니고, 12남매 중 한 명이라서 (부모가) 없어진 줄도 모를 거라며 풀어달라고 호소한다. 실랑이 끝에 하룻밤이 지나고, 밖으로 나온 아사와 괴한은 깜짝 놀란다. 그동안 엄청난 폭우가 쏟아져 주변 일대가 전부 물바다가 된 것이다. 


가족의 행방은 알 길 없이, 자신을 유괴한 아저씨와 행동을 함께 하게 된 아사. 과연 아사에게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20세기 소년>만큼 박진감 넘치고 감동적인 모험이 펼쳐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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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점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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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물어(百物語)' 집필에 도전 중인 미야베 미유키의 '미시마야 시리즈' 제7부에 해당하는 책이다. 백물어란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백 개의 초를 켜 두고 이야기 하나가 끝날 때마다 하나씩 꺼 나가는 일본의 전통 괴담 방식을 일컫는다. 미야베 미유키는 혼자서 99편의 괴담을 쓰기로 계획하고("백물어라고 하는 것은 마지막까지 이야기해 버리면 정말로 괴이가 일어나버리기 때문에 99화에서 완결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책이 출간된 2019년까지 12년에 걸쳐 31편을 완성했다. 정말 대단한 야망, 대단한 열정이다. 


더욱 놀라운 건, 해를 거듭할수록 이야기가 점점 더 재미있어지고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눈물점>부터는 세책가게로 시집간 오치카 대신 오치카의 사촌이자 미시마야의 주인 이헤에의 차남인 도미지로가 '흑백의 방'에서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오치카와 마찬가지로 사정이 있어서 쉬고 있는 중인 도미지로는, 흑백의 방에서 사람들이 들려주는 괴담을 들으며 미시마야의 명물 노릇을 하는 것으로 밥값을 대신하고자 한다. 


<눈물점>에서 도미지로가 듣게 되는 이야기는 총 4편이다. 그 중에는 도미지로의 어린 시절 친구가 직접 겪은 무서운 일도 있고, 벚꽃이 만발하는 봄이 배경인 으스스한 이야기도 있고, 전염병 때문에 한꺼번에 가족을 잃은 남자가 겪은 끔찍한 일도 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저택에 갇혀 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다. 마지막 이야기는 에도 막부가 엄격히 금지한 '야소교(예수교)'와 관련 있는 이야기라 흥미진진했다. 다신교와 일신교의 충돌. 흥미로운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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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양식집에서 - 피아노 조율사의 경양식집 탐방기
조영권 지음, 이윤희 그림 / 린틴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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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가스, 그중에서도 경양식 돈가스를 좋아한다면 읽어볼 만한 책을 만났다. <중국집>의 저자 조영권의 신간 <경양식집에서>이다. 저자 조영권은 28년 경력의 피아노 조율사다. 집과 직장은 인천에 있지만, 조율 의뢰가 오면 서울, 경기 지역은 물론이고 부산까지 차를 타고 달려가 본업인 조율 외에 취미인 맛집 탐방을 한다(<고독한 미식가>의 한국 버전이랄까). 그 기록을 블로그를 통해 공개한 결과 첫 책 <중국집>이 나왔고, 두 번째 책 <경양식집에서>까지 나왔다. 다음 권은 뭘까. 면 요리를 좋아하신다고 했으니 냉면이나 국수는 어떨까. 


저자가 말하는 경양식의 장점 중 하나는 가성비다. 만 원 안팎의 돈으로 수프와 빵(또는 밥), 메인, 디저트(커피 또는 아이스크림)까지 풀코스로 즐길 수 있는 식당은 경양식집 외에 없다. 지역에 따라, 식당 주인 또는 요리사의 취향에 따라 변화도 적지 않다. 가령 충청북도 음성의 <새나드리>에서는 돈가스 위에 볶음김치를 얹어서 주고, 경기도 이천의 <마야 레스토랑>에서는 돈가스 위에 매콤한 해물 볶음을 얹는다. 빵도 어떤 식당에선 시판용 빵을 주고, 어떤 식당에선 직접 구운 빵을 낸다. 가니시로 피클이나 단무지 대신 오이나 시금치, 풋고추를 내는 식당도 있다. 나는 보편적인 스타일을 좋아하지만, 기회가 생긴다면 이색적인 것도 먹어보고 싶다. 


저자가 피아노 조율사로 일하면서 겪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몇 년 전 미야시타 나츠의 소설 <양과 강철의 숲>을 읽고 피아노 조율사의 세계를 살짝 엿본 듯한 기분을 느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도 비슷한 기분을 느꼈다. 저자가 일하는 틈틈이 전국 방방곡곡으로 맛집 탐방을 다니는 이야기도 좋았고, 추억의 식당에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이야기도 좋았다. 좋아하는 일과 좋아하는 취미가 어우러진 삶. 이보다 더 나은 삶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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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4-06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일을 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고,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거 진짜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거 아닐까요? 딱 그만큼의 돈만 있으면 사람은 행복해질 수 있을 거 같아요. 읽으면 유쾌해질 거 같은 책이네요. ^^
 
나는 니가 진짜로 궁금했어
마스다 미리.다케다 사테츠 지음, 박정임.이연식 옮김 / 이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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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늘의 인생>에 이어 마스다 미리의 책을 또 읽었다. 이번에 읽은 책은 그동안 읽은 마스다 미리의 책들과는 약간 결이 다르다. 일본의 작가 다케다 사테츠와 공저한 데다가, 주제는 다름 아닌 '성(性)', 그중에서도 청소년의 성이다. 이 책은 마스다 미리의 만화와 다케다 사테츠의 글이 교대로 나오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스다 미리는 여성의 시점에서, 다케다 사테츠는 남성의 시점에서 청소년 시절의 성에 대한 관심, 성과 관련된 경험 등을 풀어놓는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건, 한국과 달리 일본에는 성교육 교과서가 따로 있다는 것(한국에서는 성교육 표준안을 통한 특별수업이 대신한다고 한다). 중, 고등학생이라면 누구나 보건체육 시간에 성교육을 받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성과 다른 성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이 아주 많아서 한동안 알쏭달쏭한 상태로 지내는 건 한국과 마찬가지인 듯하다. 


이때 호기심을 충족해 주는 것이 책이나 영화, 드라마를 통해 얻는 정보나 언니 또는 형이 알려주는 것들인데, 마스다 미리는 주로 로맨스 드라마나 친구들과의 수다로 호기심을 해결하고, 다케다 사테츠는 이른바 '야한 비디오'나 도색 잡지 등을 이용했다고. 이런 차이는 성별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내 생각에는 연령의 차이 또는 세대의 차이가 큰 것 같다. 청소년 시기의 마스다 미리(1969년생)는 같은 여성인 내가 보기에도 성(&남성)에 대해 너무 몰랐다는 느낌이 든다(키스로 아기를 만든다는 말을 믿었다고?). 


눈에 띄는 차이 또 하나는 여성 청소년들은 주로 남성 청소년들의 관심과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반면, 남성 청소년들은 또래 남성 청소년들의 관심과 인정을 받고 싶어한다는 것. 책에서 보면 남성 청소년들은 성기의 크기를 비롯한 여러 가지를 또래 남자 친구들과 비교하고 경쟁하는 데 반해, 여성 청소년들은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 친구보다 가슴이 크기를, 초경이 빠르기를, 성 경험을 먼저 하기를 바란 여성이 얼마나 될까.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다수는 아니지 않을까. 과연 이런 차이는 어디서 비롯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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