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 치즈 맛이 나니까 치즈 맛이 난다고 했을 뿐인데 띵 시리즈 5
김민철 지음 / 세미콜론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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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치즈란 내게 있으면 좋고 없으면 그만인 음식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 더 많은 종류의 치즈를 먹어보고 싶고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 김민철은 어릴 때부터 치즈를 무척 좋아했다. 아주 어릴 때는 엄마 몰래 냉장고에서 슬라이스 치즈를 꺼내 먹다가 혼나기도 하고, 대학 때는 친구와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서 치즈가 껌처럼 씹히는 어니언 수프를 먹는 지복의 경험을 했다. 


저자의 치즈 사랑은 유럽 배낭여행을 계기로 더욱 커졌다. 파리 한인 민박에서 만난 카망베르 치즈를 시작으로, 그때는 무슨 맛으로 먹나 싶었지만 이제는 냉장고에 상시 비축해 두는 에멘탈 치즈, 이탈리아의 정통 카르보나라 파스타에 들어있는 파르메산 치즈와 페코리노 치즈 등등... 이후에도 저자는 다양한 치즈와 치즈 요리를 맛보며, 치즈와 사랑에 빠지지 않았다면 해볼 수 없었을 경험들을 하고 있다. 무엇을 좋아하게 되어 그것의 세계로 빠져드는 일은 이토록 신비하고 환상적이다. 


"좋아하는 마음은 얼마나 귀한 것인지. '억지로'가 아니라 '좋아서 하는 일은 어느샌가 개인의 역사가 되어 있곤 한다. '시간을 내서' 하지 않아도 그것에 자연스럽게 쌓인 시간은 어느새 책 한 권 분량이 되고도 넘친다. 무엇이 되어야겠다는 마음도 없이, 이걸 이용해 뭔가를 하겠다는 야망도 없이, 그냥 좋은 것, 그냥 끌리는 것." (10-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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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술트릭의 모든 것
니타도리 케이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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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독자의 추리 게임. 소설보다는 추리에 중점을 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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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 여섯 개의 세계
김초엽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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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지금 여기에서 읽어야 유의미한 SF 소설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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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 여섯 개의 세계
김초엽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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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을 주제로 여섯 명의 작가가 쓴 단편을 엮은 앤솔로지 형식의 책이다. 김초엽, 듀나, 정소연, 김이환, 배명훈, 이종산이 참여했고, 각각 두 편씩 '끝과 시작', '전염의 충격', '다시 만난 세계'라는 소주제로 묶였다. 이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배명훈의 <차카타파의 열망으로>이다. 처음 이 소설을 읽었을 때는 인쇄가 잘못된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게 "ㅊ, ㅋ, ㅌ, ㅍ, ㄲ, ㄸ, ㅃ, ㅆ, ㅉ" 같은 한글 자음이 모두 평음 "ㄱ, ㄷ, ㅂ, ㅅ, ㅈ"으로 처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이 소설의 배경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 상황이 해소되지 않은 미래로, 비말 전파를 염려한 사람들이 발음을 할 때 침이 튀기 마련인 자음을 피하다 보니 "ㅊ, ㅋ, ㅌ, ㅍ, ㄲ, ㄸ, ㅃ, ㅆ, ㅉ"이 사라지고 "ㄱ, ㄷ, ㅂ, ㅅ, ㅈ"만 남게 된 것이다. 엉뚱한 상상 같지만, 한글 창제 당시만 해도 있었던 한글 자음과 모음 중 일부가 현재는 사라진 걸 생각하면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닐 수도 있다(물론 팬데믹 상황이 지속되길 바라는 것도 아니고, 이런 미래가 오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의도적으로) 한글 자음의 일부만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온전하게' 소설을 읽을 수 있었다는 점도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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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술트릭의 모든 것
니타도리 케이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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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나 님의 서평(http://inpk.kr/rGuB)을 읽고 구입한 책이다. 서술트릭이란 밀실트릭, 부재증명(알리바이) 트릭, 물리트릭, 심리트릭 등과 마찬가지로 추리소설에 사용되는 트릭의 일종이다. 서술트릭은 문장 그 자체의 서술법으로 독자를 속이는 유형의 트릭으로, 가령 등장인물이 한 명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니 동명이인이라든가, 여성(남성)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남성(여성)이라는 식으로 허점을 찌르는 추리소설의 기법을 일컫는다. 


<서술트릭의 모든 것>이라는 제목이 보여주듯,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에 실린 모든 단편에 서술트릭이 내재되어 있음을 '대놓고' 알린다. 모든 단편에 서술트릭이 나오는 건 알지만 어떤 서술트릭이 나오는지는 모르는 채로 독자는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을 읽게 되고, 그때마다 작가를 상대로 일종의 추리 게임을 하게 된다. 변기가 막힌 여자 화장실을 몰래 청소한 범인을 찾거나, 사진 동아리에서 필터를 몰래 바꾼 범인을 알아내거나, 고립된 산장에서 동료를 죽인 범인을 찾거나, 서점에서 산 추리소설의 진상을 밝히거나, 여러 국적의 유학생들이 거주하는 기숙사에서 간식을 훔친 범인을 찾거나, 거대한 고케시 인형에 낙서를 하려는 범죄자를 찾는 식이다. 


각 단편마다 어떤 서술트릭이 나오는지 맞히는 것이 작가가 의도한 목적이자 재미의 핵심인 책인 만큼, 각 단편이 하나의 서사로서 뛰어난 재미와 빼어난 완결성을 갖추고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만화나 영화, 드라마로는 구현하기 힘든 - 서술트릭 자체의 재미와 스릴을 체험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추리소설 마니아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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