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 여섯 개의 세계
김초엽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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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을 주제로 여섯 명의 작가가 쓴 단편을 엮은 앤솔로지 형식의 책이다. 김초엽, 듀나, 정소연, 김이환, 배명훈, 이종산이 참여했고, 각각 두 편씩 '끝과 시작', '전염의 충격', '다시 만난 세계'라는 소주제로 묶였다. 이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배명훈의 <차카타파의 열망으로>이다. 처음 이 소설을 읽었을 때는 인쇄가 잘못된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게 "ㅊ, ㅋ, ㅌ, ㅍ, ㄲ, ㄸ, ㅃ, ㅆ, ㅉ" 같은 한글 자음이 모두 평음 "ㄱ, ㄷ, ㅂ, ㅅ, ㅈ"으로 처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이 소설의 배경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 상황이 해소되지 않은 미래로, 비말 전파를 염려한 사람들이 발음을 할 때 침이 튀기 마련인 자음을 피하다 보니 "ㅊ, ㅋ, ㅌ, ㅍ, ㄲ, ㄸ, ㅃ, ㅆ, ㅉ"이 사라지고 "ㄱ, ㄷ, ㅂ, ㅅ, ㅈ"만 남게 된 것이다. 엉뚱한 상상 같지만, 한글 창제 당시만 해도 있었던 한글 자음과 모음 중 일부가 현재는 사라진 걸 생각하면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닐 수도 있다(물론 팬데믹 상황이 지속되길 바라는 것도 아니고, 이런 미래가 오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의도적으로) 한글 자음의 일부만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온전하게' 소설을 읽을 수 있었다는 점도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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