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짱은 말할 수 없어 5
혼다 하지메 지음, 페토스 감수, 하시모토 카에 원작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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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존재가 보이는 평범한(?) 여자 대학생의 일상을 그린 오컬트 만화다. 처음에는 주인공 요코가 기현상이 일어난 장소에 가서 사건의 원인을 조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형식의 만화인 줄 알았는데, 보이지 않는 존재가 보이는 능력 때문에 요코 자신이 어떤 문제에 휘말리고 이를 주변 사람들과 해결하는 이야기에 가까운 듯. 


5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는 <두 명의 요코>다. 어느 날 요코는 시부야 하치코 동상 앞에서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을 본다. 그런데 그 요코와 똑같이 생긴 사람 앞에 있던 여자가 갑자기 발화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곁에 있던 요코는 주요 참고인 혹은 사건 피의자로 지목되어 경찰 조사를 받게 된다. 


요코를 돕기 위해 경찰서로 달려온 소마 교수는 요코의 진술과 주변 사람들의 목격담을 들은 후 이상한 점들을 찾아내기 시작한다. 가장 유력한 가설은 요코와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가 있거나,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는 괴물 즉 '셰이프 시프터'가 있거나... 혹은 일본 설화에 나오는 사람과 비슷한 존재이지만 사람은 아닌 '아인(亞人)'일까.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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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미궁의 로지 3
토츠키 시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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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마다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는 환상의 세계가 배경인 만화다. 골목 탐험을 좋아하는 아이 로지와 골목 미궁을 연구하는 청년 앨리, 앨리의 조수인 소심한 청년 월, 세 사람을 돌보는 믿음직스러운 최연장자 K 등이 나온다. 


3권에도 신기한 에피소드가 많이 나온다. 어느 날 월은 머리에 뿔이 생겨서 크게 놀란다. 알고 보니 몸의 '흑화'가 진행되는 것이었는데, 골목 미궁의 세계에서 흑화란 인간이 노화하는 것과 같다. 노화라면 늙어야 마땅한데 점점 어려지는 월... 대체 어린 시절에 어떤 일을 겪었기에, 월에게 흑화란 곧 어려지는 것일까. 괴로워하는 월을 보며 힘들어하는 앨리의 모습이 측은하다. 


마침내 한 가족으로 거듭난 로지와 앨리, 월, K는 실종된 여왕을 찾기 위해 나선다. 이 과정에서 앨리는 골목 미궁의 창조주를 만나게 되고, 위험에 빠진 골목 미궁 사람들 모두를 구하기 위해 로지가 큰 희생을 치른다. 갑자기 분위기가 다크해지지만 결말은 해피엔딩이니 끝까지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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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는 정의 3
ICHTHY HOSPITAL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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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지만 이래 봬도 늑대 두 마리를 부하로 거느린 토끼 보스의 일상을 그린 만화. 토끼의 표정이나 모습 등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만화를 보면서 쉴 새 없이 환호성을 지르게 될 것이다(내가 그랬다 ㅎㅎ). 


처음엔 그저 귀여워서 보스가 된 줄 알았는데(응?) 보면 볼수록 토끼가 은근히 힘도 세고 머리도 좋아서 늑대 두 마리의 보스가 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3권에서도 무서운 이야기로 부하 늑대들을 겁에 질리게 만들지 않나, 길을 막은 나무를 한 손에 부러뜨리지 않나, 보스다운 늠름하고 듬직한 모습을 보인다. (실제 토끼는 이러지 않겠지만...) 


보너스로 <토끼 닌자 당근마루>와 <신입사원은 토끼>, <얼음토끼 이야기> 등이 실려 있는데 이 만화들도 재미있다. 토끼 하면 당근을 좋아한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실제로는 당근의 몸통이 아니라 잎사귀를 좋아하는 거라고 한다. 어쩐지 본편에 토끼가 들판에서 '야생초 뷔페'를 즐기는 에피소드가 있더라니 그래서였구나. (몸통을 좋아하면 들판이 뷔페일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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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자이언트 익스플로러 1
이시즈카 신이치 지음, 장지연 옮김, Number 8 스토리 디렉터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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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재즈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일본과 유럽을 넘어 미국으로 떠난 청년 미야모토 다이의 일대기를 그린 만화다. 시리즈의 제1부라고 할 수 있는 <블루 자이언트>부터 제2부에 해당하는 <블루 자이언트 슈프림>까지 재미있게 읽었는데 벌써 제3부 <블루 자이언트 익스플로러>가 나와서 신기하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하고 다양한 감정이 떠오른다. 


<블루 자이언트 익스플로러>의 다이는, 아무래도 첫 외국 여행이 아니다 보니 예전보다 훨씬 성숙하고 준비되어 있는 모습을 보인다. 유럽에 갈 때는 영어도 능숙하지 않고 돈 계산이나 사람 사귐도 어색했는데, 미국에 갈 때는 미리 운전면허도 취득하고 영어로 어렵지 않게 소통하고 일자리 구하기도 큰 무리 없이 해낸다. 


다이가 처음 도착한 곳은 서해안의 시애틀. 이곳은 재즈보다 록이 더 유명하고, 다이가 일하게 된 중고차 가게의 오너도 록을 했던 뮤지션이라서 다이에게 별 도움이 안 될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빠르게 많은 사람들이 다이의 재능을 알아보고 다이가 재능을 펼칠 만한 무대를 마련해 준다. 과연 다이는 자신에게 다가온 기회를 잘 살릴 수 있을까. 얼른 2권이 나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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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눈꽃 에디션)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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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주에 갔던 때를 기억한다. 열 살 때였나. 가족 여행으로 제주를 찾아 한라산에 올랐는데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기온은 물론 주변 경관이 크게 바뀌어서 놀랐다. 산 아래는 여름, 중턱은 봄가을, 정상은 겨울인 느낌이었달까. 깊이 들어갈수록 서늘한 건 이 소설도 마찬가지다. 이 소설 속의 제주는 사람들이 관광과 휴식을 위해 찾는 제주와 전혀 다른 분위기다. 제주 하면 떠오르는 이국적인 풍경, 온화한 날씨, 한가롭고 다정한 분위기 같은 건 적어도 이 소설에는 없다. 그보다는 육지 사람들이 알지 못했거나 무심히 지나쳤던 제주의 참혹한 역사와 그 흔적이 여실히 나온다.


5.18 광주에 관한 소설을 발표한 경하는 오랫동안 깊은 우울에 시달리다 죽음을 결심하고 신변을 정리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시절 각별하게 지냈으나 이제는 예전과 같은 사이가 아닌 친구 인선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고 병원으로 달려간다. 사진작가였다가 몇 년 전 목수가 된 인선의 오른손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확인한 경하는 기르는 새에게 먹이를 달라는 인선의 부탁을 받고 제주로 간다. 공교롭게도 경하가 도착한 날 제주의 날씨는 엄청난 폭설. 눈보라를 뚫고 힘들게 제주 중산간 지방에 있는 인선의 작업실로 간 경하는 그 날 이후 인선의 가족사를 통해 제주의 비극적인 현대사를 알게 된다. 


소설은 높이 오를수록 숨쉬기가 힘들고 한 발 떼기가 고통스러워지는 한라산처럼, 후반부로 갈수록 맨정신으로 감당하기 힘든 역사를 보여준다.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 또는 다를 거라는 의심만으로 자신과 같은 국적과 역사와 언어를 공유하는 수십, 수백 만 명의 사람들을 '절멸'에 가깝게 학살한 사람들. 그들은 제주도민들을 고문하고 학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끼리 죽이고 죽게 만들었다. 한때는 집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던 동네인데 4.3 사건으로 주민들이 거의 다 죽거나 떠나서 한 마을에 서너 집 정도밖에 남지 않은 곳이 많다는 문장을 읽으며, 지금의 육지 사람들이 제주에서 느끼는 한적함이나 여유로움의 실체를 알게된 것 같아 등골이 서늘했다. 인선이 사는 마을 노인들이 경하가 쓰는 표준어만 듣고도 표정이 어둡게 변하며 피하는 것도 그들이 불친절해서가 아니라 칠십 년 전의 사건이 남긴 방어 기제일 테다. 


이러한 식의 국가 폭력과 국가를 방패로 한 국민 간의 폭력이 겨우 칠십 년 전에 일어났고,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그 후로 여러 번 반복되었다는 사실이 너무나 끔찍하다. "그런 지옥"을 만든 것이 나와 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에 정신이 아득해지지만, "그런 지옥"을 겪고도 선한 마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것 또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로 한다. 세상 어느 곳에나 공평하게 내리는 눈처럼, 녹아서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내리는 눈처럼, 끝내 이별하고 싶지 않은 것들과 작별하지 않기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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