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고 싶은 아이 - 2021 아르코 문학나눔 선정
이꽃님 지음 / 우리학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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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 싶은 아이는 없고 죽었으면 좋겠다 싶은 어른은 많은데...' 같은 불경한 생각을 하면서, 2022년 올해 처음으로 완독한 책이다. 일러스트레이터 봉현 님이 표지를 그리셨다고 하셔서 알게 되었고, 얼마 후 <책읽아웃>에서 그냥 님이 강추하셔서 더 이상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입했다. 읽어보니 과연 추천하실만하네... 결말을 알기 전까지 쉬지 않고 읽게 되고, 결말을 알고 난 후에도 많은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이야기는 열일곱 살 서은이 학교 건물 뒤 공터에서 시체로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서은의 단짝 친구인 주연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어 조사를 받게 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주연은 그날의 일이 기억나지 않고, 사람들은 그런 주연을 더욱 수상하게 여기며 이러쿵저러쿵 말을 얹는다. 주연과 서은이 사람들 눈에 보이는 것처럼 친한 친구 사이는 아니었다든지, 친구가 아니라 실은 이런 사이 혹은 저런 사이였다든지...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서은이를 죽게 한 건 과연 무엇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들의 욕망을 투사할 뿐 주연이 원하는 것이 뭔지는 관심이 없는 부모, 의뢰인과 진심으로 소통하기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에 급급한 변호사,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는 증인들, 가짜 뉴스와 유언비어를 실어 나르기에 바쁜 언론과 주변 사람들. 그리고 또 하나. 주연은 그저 가해자이고 서은은 그저 피해자이기만 할까. 관계,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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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되는 꿈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3
최진영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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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의 마지막 날에 읽은 책이다. 누가 좋다고 해서 구입했을 텐데 누구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난다. 누구인지 기억할 수 있다면, 추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책 너무 좋았어요 ㅠㅠ 


이야기는 한 여자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직장에는 다니는데 꼴 보기 싫은 상사놈 때문에 퇴사각을 재는 중이고, (아마도 애인인 듯한) 김선우한테는 헤어지자고 말을 해야 하는데 차일피일 연락을 미루는 중이다. 그렇게 미루고 또 미루다 가장 친한 친구한테 생일 축하한다는 안부 인사도 못하고,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자기 앞으로 작게나마 선물을 남겼다는 말에 감사한 마음보다는 짜증이 치밀고, 그런 자기 자신을 타박하고 또 타박하며 살던 어느 날. 여자는 오랫동안 잊고 지낸 어떤 사람에게 편지를 쓰게 되고, 그 편지가 그 사람에게 도착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후에는 부모의 사정으로 부모와 헤어져 시골에서 외할머니, 이모 등과 함께 살게 된 여자아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느 날 갑자기 부모가 헤어지고, 외갓집에서 살게 되고, 비밀 연애 중인 이모의 조력자가 되는 상황을 겪으면서, 여러 번 의문을 가지고 때로는 깊은 분노와 슬픔을 느꼈지만 한 번도 아이답게 투정하지 못하고 어른스럽게 참아야만 했던 아이. 재작년 이맘때쯤 읽은 은희경의 소설 <새의 선물>이 떠오르는 설정인데, <내가 되는 꿈>은 그랬던 아이가 자신보다 유복하고 우월한 줄 알았던 친구들의 결핍과 슬픔을 알게 되면서 한 단계 성장하는 모습을 그렸다는 점에서 훨씬 희망적으로 느껴졌다. 


소설을 다 읽고 문득 고등학교 때의 어떤 시간이 생각났다. 십 년 후의 자기 모습을 상상하고 편지를 쓰는 시간이었는데, 그때 나는 어떤 직업을 가졌을지, 애인은 있는지 혹은 결혼은 했는지 등등은 잘 모르겠지만 여전히 책을 좋아하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 지냈으면 좋겠다고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시간으로부터 10년, 또 한 번의 10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여전히 책을 좋아하고 글을 쓰고 있으니 나는 제법 마음에 드는 내가 되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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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고 싶어서 떠난 핀란드 여행 - 그나저나, 핀란드는 시나몬 롤이다!
마스다 미리 지음, 홍은주 옮김 / 이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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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해마다 한 번씩 총 3회에 걸쳐 핀란드를 여행한 기록을 담은 책이다. 한 번도 가본 적 없지만 영화 <카모메 식당>을 보고 언젠가 한 번은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나라인 핀란드 여행기라서 좋았고,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답게 문장은 단정하고 내용은 다정해서 읽는 내내 편안했다. 


여행기답게 어디에서 묵고, 무엇을 보고, 어떤 음식을 먹고 마셨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특히 음식 이야기가 많은데, 핀란드는 유제품이 특히 맛있고 시나몬롤 같은 빵도 맛있다고. 트램을 타면 헬싱키 도심은 물론 근교도 수월하게 여행할 수 있고, 항구에서 배를 타면 에스토니아를 비롯한 발트 3국도 쉽게 갈 수 있는 듯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배를 타고 에스토니아 탈린에 2번 갔는데, 2번 다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고. 


이런 대목도 있었다. "세계 '남녀평등 순위'라는 것이 있는데 2017년 일본은 114위, 핀란드는 3위다. 헬싱키 거리를 걸으면서 뭔가 주눅 들었다. 대체, 일본에서 왔다고 하면, 어떻게들 생각할까." (115쪽)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성 격차지수를 인용한 듯한데, 같은 조사에서 한국은 118위다. 대체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어떻게들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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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강의 시간 1
요시다 아키미 지음, 김진희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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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마을 다이어리>와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매력이 있는 작품 같아요. 온천 마을을 배경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용기와 감동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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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강의 시간 1
요시다 아키미 지음, 김진희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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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아키미의 신작이라서, 구매하기 전부터 큰 기대를 했던 만화다. 기대를 하면서도 내심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넘어설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없지 않았는데, 1권을 다 읽은 지금으로서는 <우타강의 시간>이 <바닷마을 다이어리>보다 더 좋고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된다. 


이야기의 배경은 일본 동북부에 있는 야마가타 현의 가지카자와 온천 마을. 주민들 대부분이 온천 또는 숙박, 관광 등 관련 산업에 종사한다. 이곳에서도 유서 깊은 온천 여관 중 하나인 '아즈마야'의 직원 '이다 가즈키'는 차기 온천수 관리자로서 일 배우기에 여념이 없다. 그런 가즈키 앞에 마을 제일의 미인이라고 불리는, 아즈마야의 사장님의 손녀 '오가와 다에'가 나타난다. 공부도 잘하고 일도 잘하는 다에와 그런 다에를 지켜보는 가즈키. 그리고 이들처럼 대를 이어 가업을 익히며 마을을 지키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가 요시다 아키미의 다른 작품 <러버스 키스>와 연결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도 <바닷마을 다이어리>와 연결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넷째 스즈가 언니들이 사는 가마쿠라 집으로 오기 전에 아빠, 새엄마, 새엄마의 두 아들과 살았던 곳이 가지카자와 온천 마을이라고. 새엄마의 두 아들 중 장남이 <우타강의 시간>의 가즈키다.


+ 생각해 보니 요시다 아키미하고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가 많이 비슷한 것 같다. 작품들이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것이나, 쇠락하는 지방 도시를 배경으로 가족의 붕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등을 그리는 점 등이... 그래서 내가 좋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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