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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되는 꿈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3
최진영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2월
평점 :
2021년의 마지막 날에 읽은 책이다. 누가 좋다고 해서 구입했을 텐데 누구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난다. 누구인지 기억할 수 있다면, 추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책 너무 좋았어요 ㅠㅠ
이야기는 한 여자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직장에는 다니는데 꼴 보기 싫은 상사놈 때문에 퇴사각을 재는 중이고, (아마도 애인인 듯한) 김선우한테는 헤어지자고 말을 해야 하는데 차일피일 연락을 미루는 중이다. 그렇게 미루고 또 미루다 가장 친한 친구한테 생일 축하한다는 안부 인사도 못하고,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자기 앞으로 작게나마 선물을 남겼다는 말에 감사한 마음보다는 짜증이 치밀고, 그런 자기 자신을 타박하고 또 타박하며 살던 어느 날. 여자는 오랫동안 잊고 지낸 어떤 사람에게 편지를 쓰게 되고, 그 편지가 그 사람에게 도착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후에는 부모의 사정으로 부모와 헤어져 시골에서 외할머니, 이모 등과 함께 살게 된 여자아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느 날 갑자기 부모가 헤어지고, 외갓집에서 살게 되고, 비밀 연애 중인 이모의 조력자가 되는 상황을 겪으면서, 여러 번 의문을 가지고 때로는 깊은 분노와 슬픔을 느꼈지만 한 번도 아이답게 투정하지 못하고 어른스럽게 참아야만 했던 아이. 재작년 이맘때쯤 읽은 은희경의 소설 <새의 선물>이 떠오르는 설정인데, <내가 되는 꿈>은 그랬던 아이가 자신보다 유복하고 우월한 줄 알았던 친구들의 결핍과 슬픔을 알게 되면서 한 단계 성장하는 모습을 그렸다는 점에서 훨씬 희망적으로 느껴졌다.
소설을 다 읽고 문득 고등학교 때의 어떤 시간이 생각났다. 십 년 후의 자기 모습을 상상하고 편지를 쓰는 시간이었는데, 그때 나는 어떤 직업을 가졌을지, 애인은 있는지 혹은 결혼은 했는지 등등은 잘 모르겠지만 여전히 책을 좋아하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 지냈으면 좋겠다고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시간으로부터 10년, 또 한 번의 10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여전히 책을 좋아하고 글을 쓰고 있으니 나는 제법 마음에 드는 내가 되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