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인가 - 미투 운동에서 기후위기까지
리베카 솔닛 지음, 노지양 옮김 / 창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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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세상이 백래시처럼 보이는 요즘이다. 우울한 기분을 더 우울하게 만드는 소식들이 연일 들려오는 가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하는 이유가 뭔가 하는 생각을 하다가 집어든 책이 마침 이 책이었다. 리베카 솔닛의 신간 <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인가>.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백래시가 거세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리베카 솔닛은 이 현상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궁금했는데, 저자는 이 현상을 우리(페미니스트) 모두가 예상하지 않았느냐며, "어느 곳에나 폭력으로 구습을 지키려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침투한 개념과 인식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으므로 종국에는 온 세계가 페미니즘의 성과와 영향력을 거스르거나 무시할 수는 없을 거라고 말한다. 


"여성을 임신중지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는 일은 비교적 쉬운 듯 보이겠지만 여성에게는 임신을 중지할 권리가 있다는 생각까지 차단하지는 못한다." (9쪽) 


나아가 저자는 페미니즘 또한 획일성에서 다양성으로 세상이 변화하는 과정의 일부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2011),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2013), '#미투' (2017) 같은 운동을 비롯해 이민자와 트랜스 인권 운동, 그린 뉴딜, 기후변화 운동, 전국민 의료보험제 운동, 사형제 폐지, 비화석연료 에너지 혁명 등은 각각 다른 사건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정의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생기"고 있는 하나의 흐름에서 파생된 것들이다. 


그러니 이러한 운동에 대해 '불편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목소리를 낮출 것이 아니라 '이것이 누구의 이야기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기득권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이 타인의 권리와 필요에 의해 감소되지 않을 것을 주장한다. 그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할 뿐이므로,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하면 된다. "이제 우리는 다시 뒤로 돌아갈 수 없다."라는 저자의 말을 나와 연대하는 모든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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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 지내면 좋겠어요 - 끝나지 않은 마음 성장기
에린남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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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한 해가 다 끝난 것도 아닌데 괜히 무기력한 요즘이다. 산뜻하고 경쾌한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에린남 작가의 신간 <내가 잘 지내면 좋겠어요>를 들고 읽기 시작했는데, 작가님과 마음이 통했는지, 내 기분과 똑같은 문장을 만나서 너무나 반가웠다. "이유 없이 혼란으로 마음이 엉망이 되거나 탁해질 때도 이 말을 떠올렸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마음속에 커다란 창문이 생긴 듯 상쾌한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중략) 산뜻하고 경쾌하게 살고 싶어!" (20쪽) 


에린남 작가의 책을 처음 읽은 건, 에린남 작가의 첫 책 <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인 것으로 기억한다. 그 책을 읽었을 때만 해도 에린남 작가 하면 '어떻게 하면 집안일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지 연구하는 미니멀리스트'라는 인상밖에 없었는데, 이 책을 읽고 에린남 작가에 대해 좀 더 많이 알게 되었고, 알게된 만큼 전보다 가까워진 듯한 기분이 들고 에린남 작가의 글과 그림을 좋아하게 되었다. 


책에서 저자는 지난 몇 년 동안 자신을 힘들게 했던 생각들과 그 생각들로부터 자유로워지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한다. 저자는 오랫동안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서른두 살까지 그 일을 했으나 어느 순간 더 이상 열정도 재능도 없음을 깨닫고 포기했다. 화가 많아 남들과 다투는 일이 잦았고, 완벽을 추구하는 성향 때문에 자기 자신을 괴롭히기도 했다. 분위기를 띄우려고 많은 말을 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후회한 적도 자주 있었다. (작가님, 저도 그래요... ㅠㅠ) 


그랬던 저자가 요즘은 화도 덜 내고 예민하게 구는 일도 줄었다. 연예 기사나 SNS 같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 아니라 나 자신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기로 마음먹고 나서부터다. 미니멀리즘을 만난 후에는 필요하지 않은 것을 탐내거나 빈자리만 보면 무작정 채우려고 하는 욕심을 버리게 되었다. 유명한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지 않아도, 좋아하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닮고 싶은 마음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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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소설 읽는 교수 1
안그람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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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알고 지낸 가까운 사람이라도 그 속을 모르는 경우가 있다. 피를 나눈 가족이라도,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누구를 사랑하며 무엇을 바라는지 갈피조차 잡을 수 없을 때가 있다.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안그람 작가의 만화 <연애소설 읽는 교수>에는 그런 가족, 그런 친구, 그런 연인들이 나온다. 


서울 모 대학의 교수인 장준우는 아내와 사별한 후 혼자서 두 딸을 키웠다. 그에게는 웬만해선 남들에게 말하지 않는 은밀한 취미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인터넷에 연재되는 연애소설을 읽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작가의 사정으로 연재가 중단되고, 연재 재개를 기다리던 장준우는 참지 못하고 작가에게 직접 편지를 쓴다. 


한편 경민이라는 필명으로 인터넷에 연애소설을 연재하는 작가 성민은 슬럼프에 빠져 연재를 중단한다. 괴로워하던 성민 앞에 어느 날 편지 한 통이 도착하고, 편지를 쓴 사람이 소설 속 주인공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걸 알고 집필의 힌트를 얻으려 만나자고 제안한다. 그리하여 준우와 성민은 만나게 되는데, 첫 만남에서 둘 사이에 예상치 못한 연결점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처음에는 연애소설을 즐겨 읽는 대학교수의 온화한 일상을 그린 만화인 줄 알았는데, 그의 과거와 현재의 인간관계가 얽히면서 결코 온화한 기분만으로 읽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한 남자의 아내, 두 딸의 엄마이기도 했지만 장래가 촉망되는 소설가이기도 했던 준우의 아내가 어쩌다 일찍 죽게 되었는지도 궁금하고, 준우에게 매정한 형과 부모님에 얽힌 사연도 궁금하고... 30년 지기 '친구'지만 그냥 친구 같지만은 않아 보이는(나만 그런가?) 인화와의 관계도 궁금하다. 


딸과 하루라도 더 같이 살고 싶은 준우와 그런 아버지를 부담스럽게 여기는 딸 제경 사이의 갈등도 흥미롭다. 준우와 제경 모두 성품이 온화해서 상대에 대한 불만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데, 오히려 그래서 더 각자의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하고 비밀을 쌓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언젠가 제경의 비밀이 드러나면 준우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제경에게 밝히지 못한 준우의 비밀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2권부터 5권까지 전부 구입해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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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 짱은 말할 수 없어 5
혼다 하지메 지음, 페토스 감수, 하시모토 카에 원작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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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존재가 보이는 평범한(?) 여자 대학생의 일상을 그린 오컬트 만화다. 처음에는 주인공 요코가 기현상이 일어난 장소에 가서 사건의 원인을 조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형식의 만화인 줄 알았는데, 보이지 않는 존재가 보이는 능력 때문에 요코 자신이 어떤 문제에 휘말리고 이를 주변 사람들과 해결하는 이야기에 가까운 듯. 


5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는 <두 명의 요코>다. 어느 날 요코는 시부야 하치코 동상 앞에서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을 본다. 그런데 그 요코와 똑같이 생긴 사람 앞에 있던 여자가 갑자기 발화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곁에 있던 요코는 주요 참고인 혹은 사건 피의자로 지목되어 경찰 조사를 받게 된다. 


요코를 돕기 위해 경찰서로 달려온 소마 교수는 요코의 진술과 주변 사람들의 목격담을 들은 후 이상한 점들을 찾아내기 시작한다. 가장 유력한 가설은 요코와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가 있거나,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는 괴물 즉 '셰이프 시프터'가 있거나... 혹은 일본 설화에 나오는 사람과 비슷한 존재이지만 사람은 아닌 '아인(亞人)'일까.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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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미궁의 로지 3
토츠키 시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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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마다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는 환상의 세계가 배경인 만화다. 골목 탐험을 좋아하는 아이 로지와 골목 미궁을 연구하는 청년 앨리, 앨리의 조수인 소심한 청년 월, 세 사람을 돌보는 믿음직스러운 최연장자 K 등이 나온다. 


3권에도 신기한 에피소드가 많이 나온다. 어느 날 월은 머리에 뿔이 생겨서 크게 놀란다. 알고 보니 몸의 '흑화'가 진행되는 것이었는데, 골목 미궁의 세계에서 흑화란 인간이 노화하는 것과 같다. 노화라면 늙어야 마땅한데 점점 어려지는 월... 대체 어린 시절에 어떤 일을 겪었기에, 월에게 흑화란 곧 어려지는 것일까. 괴로워하는 월을 보며 힘들어하는 앨리의 모습이 측은하다. 


마침내 한 가족으로 거듭난 로지와 앨리, 월, K는 실종된 여왕을 찾기 위해 나선다. 이 과정에서 앨리는 골목 미궁의 창조주를 만나게 되고, 위험에 빠진 골목 미궁 사람들 모두를 구하기 위해 로지가 큰 희생을 치른다. 갑자기 분위기가 다크해지지만 결말은 해피엔딩이니 끝까지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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