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숲 - 신영복의 세계기행, 개정판
신영복 글.그림 / 돌베개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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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하나는 약하다. 그러나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루면 강하다. 무언가를 지킬 수가 있다. 사람 하나하나를 놓고 보면 참 연약한 존재다. 그러나 사람들이 모이면 강한 존재가 된다. 세상을 바꿀 수가 있다.

 

더불어 숲이 되자. 이것은 사람들이 모여 좋은 세상을 만들자고,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는 것을 막자는 말이기도 하다.

 

신영복 선생이 오래 전에 낸 책이다. 국내 여행을 하면서 엽서 형식으로 보낸 글들이 "나무야 나무야"라면 이 "더불어 숲"은 세계를 여행하면서 느낀 점들을 편지 형식을 빌어 쓴 글들이다.

 

편지 형식이기 때문에 읽으면서 친근감을 느낄 수가 있다. 마치 나에게 속삭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글쓴이와 일체감을 느끼기도 한다. 글쓴이의 생각에 더 쉽게 동의하기도 한다.

 

이것이 편지 형식이 지닌 장점이다. 어떤 사상을 읽는다는 느낌보다 그 사람의 사적인 목소리를 듣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

 

스페인의 우엘바 항구에서 시작하여 중국의 태산과 황허에서 끝나고 있다. 이 두 글만 보면 근대의 출발점에서 시작하여 고대 사상의 완성에서 끝난다고 할 수 있다. 시대의 흐름과는 반대되는 방향이다.

 

이는 신영복 선생이 근대에 대해서 비판적 시각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근대란 침탈로 시작했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엘바 항구는 콜럼버스가 출항한 항구다. 그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대륙을 발견하여 유럽의 지평을 넓혔다. 그러나 그가 넓힌 지평은 본래 살고 있던 원주민들에게는 줄어드는 공간과 살아가기 힘듦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것이 근대다. 어느 지역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확장과 축소로 나뉠 수 있는, 이분법이 작동했던 시대가 바로 근대다.

 

그러나 이제 이 근대는 극복되어야 한다. 어떻게 극복될까? 바로 인간다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찾아야 한다. 이것은 고전에서 찾을 수 있다.

 

서양 사람들이 동양정신을 배우려고 하듯이 인간과 인간이 함께 사는, 더불어 숲을 이루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정신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에, 돌고돌아 여행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게 된다. 근대의 출발점에서 시작한 여행이 동양 사상의 완성으로 돌아온다.

 

여기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우리는. 바로 우리가 발딛고 있는 이 자리에서.

 

글들 하나하나가 읽을 만하고, 생각에 잠기게 한다. 이것이 신영복 선생의 글이 주는 장점이기도 하겠지만...

 

굳이 세계를 다 돌아다니라고 하지 않는다. 그것은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정신의 이동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신의 여행.

 

안동의 작은 마을, 교회의 종지기로 평생을 살았지만, 그래서 그가 움직인 공간은 좁디좁았지만, 그의 정신은 세계를, 우주를,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었던 권정생 선생처럼... 우리의 여행은 정신의 여행이어야 한다.

 

그런 정신의 여행을 세계 곳곳에서 신영복 선생이 보여주고 있다. 그의 글을 통해 나 역시 여행을 함께 했고, 또 내 정신의 여행을 시작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두고 두고 읽고 읽어 내 정신을 풍요롭게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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