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대에겐 옷으로 더 유명한 골프선수 아놀드 파머가 공을 치다 말고
야무지게 공을 치는 다른 선수를 넋을 놓고 바라본 적이 있다.
그러면서 파머는 혼자서 이렇게 중얼거린다.
"앞으로는 저 친구가 골프계를 휩쓸 거야."
그의 말은 맞았다.
아놀드 파머가 눈여겨본 그 선수는 마스터즈 대회를 6번 우승하는 등
타이거 우즈도 넘기 힘든 메이저 대회 18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는다.
그 선수는 바로 황금곰이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잭 니클라우스였다.
아놀드 파머와 비교하긴 좀 그렇지만, 흉내를 한번 내본다.
알라딘을 평정한 뒤 이를 쑤시고 있던 마태우스 씨는
빨려들어갈 만한 글을 하루에 몇편씩 쓰던 한 알라디너를 넋을 놓고 바라본다.
그러면서 마태우스는 지도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중얼거린다.
"앞으로는 저 친구가 알라딘을 평정할 거야."
알라딘이 뭔지도 몰랐던 지도학생들은 뭔 소리냐고 두런거렸지만,
그의 말은 맞았다.
마태우스가 눈여겨 본 그 미녀는 연간 최다 댓글, 최다 페이지 뷰, 최다 방문자 등등
각종 기록을 경신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 미녀는 바로 '다락님'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다락방님이었다.
다락님의 서평이 잘 읽히는 이유는 자신의 에피소드를 책 내용과 절묘하게 버무리는 솜씨 덕분인데,
다음 대목이 특히나 기억에 남는다.
<추락>이란 책의 띠지에 '김혜수가 읽고 있는 책'이라는 선전문구가 있었는데,
거기에 대해 다락님이 쓴 글,
"아니 근데 이 책 띠지에 '김혜수가 읽고 있는 책' 이란건 대체 무슨 의미지? 그래서 뭐 어쩌라고?"
그 전에도 난 다락님 팬이었지만,
열렬한 팬이 된 건 그 구절을 읽고나서부터였다.
물론 다락님은 나 말고도 거의 군단에 가까운 팬을 거느리고 있는데,
이렇게 책을 내지 않아도 엄청난 글들을 인터넷에 올리며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나처럼 책을 여러 권 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조차 남들이 잘 모르는 사람도 있으니,
작가와 일반인은 뭐 그렇게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꼭 책을 내야만 작가로 인정해 주는 현실을 감안하면,
다락님을 '작가'라고 부르기엔 꺼림직한 뭔가가 있었다.
이젠 아니다.
다락방님은 '다시봄'에서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라는 책을 냄으로써
정식 작가 반열에 들어섰다.
다락방님의 글들을 책을 통해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흥분되는데,
갑자기 궁금하다.
다락방님, 아니 이유경 작가님은, 작가로서의 첫날밤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