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가분한 삶 - 그들은 어떻게 일과 생활, 집까지 정리했나?
이시카와 리에 지음, 김윤경 옮김 / 심플라이프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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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춥다길래 옷을 껴입었더니,

허리께는 배둘레햄인데다가,

몸이 둔해서 굴러다니게 생겼다.

 

얼마 안 있으면 돌아올 성탄절 맞이 산타할아버지와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라고 자위 하는데,

실상 치킨집 앞의 그 할아버지랑도 닮았고,

내가 매일 만나게 되는 할아버지 ㆍ할머니들의 몸매에 더 가까운 것 같기도 하다~--;

 

추위에 대한 반응은 어르신들이 더 민감하신듯,

할머니 한분이 몸의 두배는 되는 부피에다가 무게도 제법 나가는 털모자가 달린 가죽 외투를 입고 오셨는데,

얼핏 보면 입으신게 아니라, 끌고 짊어지고 다니는 듯 힘겨워 보였다.

 

"이래뵈도 작년에 L백화점에서 이백만환을 넘게 주고 산 옷이여~.

 이래 저래 무겁긴한데,

 내가 이제 살면 얼마나 더 살겠다고 옷을 새로 장만하겠어."

하며 쓸쓸하게 웃으시는데,

꽃이 져야 열매 맺을 줄 알기 때문에 꽃잎을 떨어뜨리는 꽃송이인듯 여겨져서 마음 한켠이 쓰라렸다.

 

나는 그런 마음을 들킬세라,

"맞아요, 엄마.

 요즘은 옷이 떨어지거나 해지지도 않더라고...싫증나서 못 입지."

라며 헤프게 웃으면서 설레발을 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나에겐 못 버리는 병이 있었다.

그런 내게 이 책은 소유와 집착, 무소유, 정리 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일본 프리랜서작자가 기획한 것이라서 그런가,

일본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이라서 우리의 그것과는 다른 정서적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었고,

그게 내게는 낯설기만 했다.

 

집 안에 돌아가신 분의 넋을 기리고 공양하기 위한 불단을 만드는 것도 그랬고,

이젠 우리에게도 보편화되고 있지만, 부모님이나 어른들을 요양원에 모시는 것도 그랬다.

화이트 수납이 깔끔해서 좁은 집을 넓게 보인다는 얘긴 들어봤지만, 이런 화이트 수납은 병적이지 싶다.

색깔옷이나 색깔 침구들을 감춰둔다는 것도 그랬지만, 손님이 올때는 텔레비전도 감춰둔다니 말이다.

 

집은 편하게 쉴 수 있는게 최우선이 아닐까?

효율적인 수납이 필요한 것도 적재적소에 물건을 배치해서 조금이라도 편안하고 쾌적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는 내게,

보이기 위한 수납으로도 부족해 손님이 올때를 대비해서 텔레비전까지 감추는 수납이라니 아이러니 컬 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외엔,

연령대 별로 삶을 홀가분하게 하기 위해 어떤 일들을 계획하고 준비하여야 할지,

홀가분한 삶이라는 것이,

자신의 소유를 홀쭉하게 하는 것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쭉 벌여 놓았던 것들을 정리하고 홀쭉하게 하되,

나다운 삶을 모색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걸 어떤 이는,

긴장하며 버틸 때와 느슨하게 풀어줄 때를 구분하여 균형을 잡는다. 시간에 쫒기는 생활을 호되게 경험해본 덕분에 시간의 앞에 서서 '쫒기기 전에 리드한다'는 감각을 깨달은 셈이다.(43쪽)

라고 하고 있고,

누군가는,

 "굳이 말하자면 번창하지 않으면서도 망하지 않는 것, 그것이 목표예요."(68쪽)

라고 하며,

다른 누군가는,

'평범하게 밥 먹으며 살아가는' 일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어떤 일이 생기면 '평범하게 밥 먹으며 살아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먼지 생각한다(95쪽)

고 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절벽 아래에 있는 통나무 가게를 여는 날은 금, 토, 일 사흘 뿐이다. 다른 날은 작품을 만드는데 몰두한다. 종종 두 사람의 개인전을 열기도 하지만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자신들이 만든 작품을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큰 행복을 안겨주었다.(126쪽)

라고 하고 있다.

 

내가 거의 매일 만나는, 만성통증을 앓아 오신 어르신들은 주사 한 대, 침 한 방으로 단숨에 낫게 해달라고들 하신다.

당신들을 향하여 내가 녹음기 리플레이 버튼을 누르듯 하는 말이 있다.

"더 아프지 않으면 낫는거지, 어케 주사 한대, 침 한방으로 나아요?

 주사 한대, 침 한방으로 낫게 해준다는 사람들 다 거짓말쟁이다~ㅅ!"

 

이 책의 제목처럼 홀가분한 삶이란,

그동안 전투하듯 앞만 보며 치달려 왔다면,

이제 좀 느슨하게 내려놓고 홀가분해져도 좋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 방법은 각자 나름대로 모색해 볼 수 있는 자기만의 방법인 것이지,

어떤 롤모델이나 모범답안 따위는 존재할 수가 없다.

 

이 책에 나오는 누군가의 말처럼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는 걸 나이 들어서야 알게 되었죠. 그래서 지금은 앞날을 크게 생각하지 않아요."(67쪽)

에 격하게 동의하며,

지금 이순간을 재밌게, 바로 여기 이곳이 천국이라는 느낌으로, 내 옆에 또는 앞에 있는 사람에게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홀가분한 삶'을 꿈꾸는 나는 온천까지는 아니어도, 사우나와 찜질방을 좋아한다.

받아드리기에 따라 그걸 충전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는 거라고 생각하는게 '홀가분한 삶'의 취지에 맞는것 같다.

 

이렇게 보면,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이 많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난 너무 많은 것들에 샘내고 집착하는 욕심쟁이 인지도 모르겠다.

 

맨날 말로만 불끈 할 것이 아니라,  책을 들이는 것을 좀 줄여야 겠고,

여기 저기서 주는 공짜 사은품 따위도 필요없으면 받지 말아야 겠다.

필요한 물건들도 편리를 생각할 것이 아니라,

다른 것들로 대체할 수 있으면 구입에 신중해야 겠다.

 

하지만 이 모두를 차치하고,

일단은 타인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나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나다움을 회복하는게 '홀가분한 삶'의 최우선 요소일 것이다.

이젠 그렇게 줄이고 비워 홀쭉하게 살고 싶다.

이젠 그랬으면 좋겠고,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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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5-12-19 20:58   좋아요 2 | URL
싸이(psy)의 dream, 노래도 가사도 너무 좋다~^^



내게 있을 땐 옆에 있는 게
그게 그렇게 소중함을 소중한지 잊는다
결국 잃는다
결국 실은 나
그렇고 그저 그런 인간이었다
감사한 걸 감사할 줄 모르는
간사한 남사스러운 사람
행복 찾아 왜 먼 산만 바라봤을까

보이는 그대로 믿기 싫어서
믿고 싶은 대로 보기 시작해
외로워지는 지름길인데
괴로워지는 기름칠인데
꿈을 잃거나 이루거나
그 다음 날을 다시 살아가잖아
걱정하지마 이 모든 게 꿈이야

이 꿈에서 깨어날 때
그 모든 게 그대로 다 그 자리에
있었으면 해 여전했으면 해
그때는 영원했으면 해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날 때
지난날처럼 다시 행복을 위해
노래 부르며 그 노래 들으며
인생이란 꿈에서 깨어날 때

믿기 어려운 일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
원래 혼자 왔다가 혼자 살다가
혼자 떠나가는 외로운 길
외로움이 굳은살이 되어
그만큼 내게 피와 살이 되어
담담해져 가 점점 변해 가
무덤덤해져 나
어른이 되어가

갈 사람은 간다
또 산 사람은 산다
신이 내게 주신 가장 잔인한 감정
그 익숙함에 눈물 말라간다
해가 지면 아쉬워하다
달이 뜨자마자 아름답구나
기쁘면 꿈이 아니길 바라는 나
슬프면 꿈이길 바라는 나

이 꿈에서 깨어날 때
그 모든 게 그대로 다 그 자리에
있었으면 해 여전했으면 해
그때는 영원했으면 해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날 때
지난날처럼 다시 행복을 위해
노래 부르며 그 노래 들으며
인생이란 꿈에서 깨어날 때

만남의 기쁨도 헤어짐의 슬픔도
긴 시간을 스쳐가는 짧은 순간인 것을

만남의 기쁨도 헤어짐의 슬픔도
긴 시간을 스쳐가는 짧은 순간인 것을


서니데이 2015-12-19 21:39   좋아요 0 | URL
연말이라서 그런지, 정리나 간소화에 대한 책이 많이 보여요.
저는 주말에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를 읽어보려고요.
어쩌면 이 책과 생각이 많은 부분 비슷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양철나무꾼님,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마녀고양이 2015-12-20 16:08   좋아요 1 | URL
나 허리 또 삐긋했오.
근데 우리 집 근처의 한의원은 침을 너무 아프게 놔.... 흑, 월요일에 또 가봐야 하는뎅.
자기가 놔 줘, 침. ^^

서니데이 2015-12-23 15:12   좋아요 1 | URL
양철나무꾼님,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았네요.
날씨는 오늘도 그냥 많이 춥진 않지만,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