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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 말복도 지나고 다음주엔 처서도 있다는데, 왜 이리 더운지 모르겠다.

40년 만의 불볕더위라고 하는데,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는 신기록이 이제 놀라울 일도 아니다.

 

며칠전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다가 전기요금 누진제 관련 형평성에 어긋난다는걸 알게 되어 화가 났었는데,

(오마이 뉴스 관련기사 링크)

어젠 김구라가 진행하는 '썰전'에서 유시민과 전원책이 제대로 염장을 질러 주셨다.

 

그동안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이라고 해서, 하루라도 글(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는 옛성현을 본받으려 했었는데,

오늘은 이런 위기상황에서 삶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없이, 책만 읽는다는 것이 왠지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기요금 누진제가 아무리 무섭다 한들,

개개인의 일도 아니고 아이들이 공부하는 학교에서 에어컨을 제대로 켜지 못해서 단축 수업을 하거나 임시 휴교에 들어간다고 하는 건가 싶어서 파르르 하게 된다.

 

덥다고 호들갑을 떨던게 민망하여, 이열치열해가며 설레발을 친다~--;

 

 

 

 

 만병을 고치는 냉기제거 반신욕 건강법
 신도 요시하루 지음, 고선윤 옮김 / 중앙생활사 /

 2012년 11월

 

그러던 차에 이런 책들을 만났다.

이 책의 요지는 만병의 근원은 냉기이고, 냉기를 제거하기 위해선 반신욕만한 게 없다, 는 내용이다.

그럴듯한 부분도 있고, 터무니 없는 부분도 있는데,

기전과 원리에 충분한 설명없이 두루뭉술 넘어간 것은 그렇다고 쳐도,

시골 장터의 '배암이 왔어요~'하는 약장수도 아니고 만병통치약-통치방인것처럼 설명하는데,

참고하는 정도로 만족해야지, 진지하게 달려들면 안 되겠다.

 

냉기 제거 건강법을 개발한 신도 요시하루 박사는 원래 공립병원에서 이비인후과 의사로 근무했다. 그런데 그곳에서 진료하는 동안 신도 박사는 한 가지 의문에 부딪혔다고 한다. 분명히 완치되었어야 할 환자가 몇 년쯤 뒤에 같은 증상으로 다시 병원을 찾는 것이 아닌가? 신도 박사는 환자가 같은 병으로 여러 차례 병원을 찾지 않고 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오랜 시간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국소적인 치료에 집중하는 서양의학의 한계를 느끼고 다양한 방법을 찾아보았다. 그러던 차에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파악하고 전제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는 동양의학을 접하고 새로운 배움을 시작했다.

이후 동서양의학을 병용하여 치료하면서 증상에 관계없이 모든 환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무엇'인가를 발견했는데, 그것이 바로 동양의학에서 말하는 '차가운 기운(냉기 또는 한기(寒邪))'이었다. (23~24쪽)

냉기 제거 건강법을 개발한 신도 요시하루에 대해선 이렇게 설명되고 있어서,

언뜻 보기엔 설득력을 가질 수도 있는데,

이 책을 쓴 사람은 신도 요시하루 박사가 아니라 그의 딸이라는 걸 명심할 필요가 있겠다.

딸의 직업에 대해서 명확한 언급은 없지만,

어머니의 자릴 이어받아 신도 요시하루 박사의 개인 의원에서 접수를 맞았던 사람이다.

 

큰 틀에서 내가 공감하기 힘들었던 이유는,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파악하고' 하는 부분 때문이다.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볼게 아니라, 자연 그 자체이고 자연의 연장선 상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인간을 자연과 따로 떼어놓고 일부니 전체니 하는 것 자체가 지극히 주관적인 인간의 사유니까 말이다.

냉기제거를 위해 권장하는 몇 가지가 있는데, 다음과 같다.

두한족열(頭寒足熱)을 하고,

식사는 자기 양의 70% 만,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몸의 독은 모두 내보내고,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않는다.

냉기제거 건강법에서 권하는 반신욕은 보편적으로 알려진 반신욕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굳이 차이점을 말하자면 물 속에 들어가 있는 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오래 있을수록 좋다), 몸이 따뜻해지면서 가려움을 느끼면 '시원한 느낌이 들 때까지 긁어도 괜찮다'는 점 따위이다.

 

보통은 긁어서 상처가 나거나 흉터가 남을 것을 걱정하여 가려워도 긁지 않는 것이 상식이지만,

냉기 제거 건강법에서는 피나 고름이 조금 나오더라도 그것을 곧 독소가 배출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란다.(33쪽)

 

그렇다면 독이란 무엇일까?

몸밖으로 내보내지 않아 쌓이는 걸 독이라고 한다.

식품첨가물, 농약, 방사능 처럼 몸밖에서 들어오는 것도 있으며,

스트레스, 심리적 불안 따위로 머리에 피가 몰리면 몸 속에 냉기가 쌓인다.

혈액순환이 나빠져서 끈적끈적해진 피도 쌓이면 몸의 이상을 초래한다.

독 자체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몸 밖으로 나올 때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이 책이 완전 허무맹랑하지는 않지만,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엔 두루뭉술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한의학적 지식을 어느정도 기본으로 깔고 있어야, 오행과 오감을 제대로 연결시켜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암튼, 난 이열치열을 주문처럼 외며, 냉기제거를 위해 반신욕에 정진하여야 겠다.

 

그런데, 실상 내가 하고 싶은 얘긴,

전기요금 누진제도 아니고,

이열치열 냉기제거 반신욕도 아니다.

 

유니크하지만 매력적이었던 소설 '스토너'를 쓴 '존 윌리암스'의 또다른 작품 '아우구스투스'가 번역되어 나왔다는 것이다.

게다가, 무려, 내가 요즘 하트 눈으로 바라보는 '상차리는 상남자', 조영학 님의 번역이며,

이쪽 분야로 내가 인정하는 리뷰어 '이박사'님의 상찬을 받은 작품이다.

기대된다.

책장을 대대적으로 정리하는 이 마당에,

사고 싶다는 말은 차마 못 하겠고,

갖고 싶어서 환장하겠다~--;

 

 

 

 

 

 

 

 

 아우구스투스

 존 윌리엄스 지음, 조영학 옮김 /
 구픽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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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8-19 18:02   좋아요 0 | URL
만병통치약 ㅡ님이 왜요? 하고 쫓아올듯 싶네요!^^

양철나무꾼 2016-08-24 16:25   좋아요 1 | URL
만병통치약 님, 잘 계실까 궁금하네요.
그래도 다행인 것이 아직 만병통치약 님이 추천하신 책들, 다 못 읽었거든요.
아마도 책장이 비워지기 전에 돌아오시지 않을까 하고 제멋대로 미루어 짐작을 해봅니다.

슬픈 예감만 틀림없는 것이 아니라,
제 촉은 쓸만하다고 자위하면서 말이죠~^^

서니데이 2016-08-19 18:04   좋아요 1 | URL
오늘도 더운 날이예요. 양철나무꾼님 저녁 맛있게 드시고 시원한 하루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6-08-24 16:31   좋아요 2 | URL
또 다른 오늘인데, 여전히 덥네요~--;
처서도 지났는데 도대체 언제까지 더울거냐고 하늘님 전에 전화 한통 넣어봐야겠어요~^^

yureka01 2016-08-19 18:38   좋아요 1 | URL
올 여름은 더워서 책읽는 것도 상당한 고역이었드랬습니다...ㄷㄷㄷㄷㄷ 게다가 학교 학생들도 더위에 시달렸을테구요..방학이라도 계속 학교 나가서 더운 교실에서 시달렸을테니까요..학교 전기요금 단가가 제일 비싸고..이도 누진제더군요..공부하는 아이들에게 까지..누진제.....

양철나무꾼 2016-08-24 16:35   좋아요 2 | URL
전 올여름 전기요금에다가,
날이 더워서 집에서 해먹지 못하고 외식을 하거나 시켜서 간단한 조리를 해먹는 형태를 취해서,
전기요금 폭탄에, 식비폭탄까지...이중고에 시달릴것 같습니다~ㅠ.ㅠ

지치고 아픈 것보다는 낫지 하면서~

`뭣이 중한데~?`자문자답하며 세뇌 중입니다~ㅅ!

2016-08-19 1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08-24 16:37   좋아요 2 | URL
이힛~, 받아도 돼요?
아, 좋아라~^^
감사히 넙쭉 받겠습니다~ㅅ!

AgalmA 2016-08-19 23:35   좋아요 2 | URL
악플러가 심장병 질환 발병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에 신빙성 추가하게 되네요. 저기 [냉혹] 부분 도표 보면요 ㅎㅎ
[오만]과 [이기심] 부분도 잘 보이게 올려주시지...

독하게 살면 냉독 올라 빨리 죽을 것도 같은데, 그 냉정함으로 편하게 장수하며 사는 사람들 보면 또 갸웃~

양철나무꾼 2016-08-24 16:43   좋아요 2 | URL
Agalma님 댓글 억만년만에 보는것 같애요, 좋아라.
저 감정 도표는 오행의 상생과 상극을 알면 새로울 것이 없어서 간과했나 봅니다.
제가 한번 쓴 글을 다시 복기 안하는 버릇이 있어서,
저리 찌그러졌는지 몰랐습니다.

`독하게 살면 냉독 올라 빨리 죽을 것도 같은데~`이 부분 읽으면서 한참 웃었습니다.
더운 여름날, 청량제 같은 댓글이었습니다, 감솨~^^

2016-08-23 22:45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더운데 그사이 잘 지내셨는지요. 더위에도 왕성한 독서와 글쓰기...선생님 글방에 들어와 새로운 의욕을 느낍니다. 한 가지 출간소식을 전해드리게 되었어요. 제가 감수자로 참여한 만화가 김경일의 {공자, 안 될 줄 알면서 하는 사람}(문사철)이란 만화작품이 나왔습니다. (책을 보내드리고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요.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는지요) 교보문고 등에는 이번 주말 안으로 들어간다고 하네요. 제 서재에 이미지를 붙였는데 잘 나오지 않아 출판사 사장님이 만든 페이스북 주소를 붙여놓았습니다. 그사이 감수 작업과 공저 원고 등 여러 글짐에 제 서재에도 못 들어가고 있었네요. 아직 더운데 더욱 건강하시고요^^ 그럼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2016-08-24 1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24 16: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24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6-08-24 17:09   좋아요 1 | URL
^^ 네 ~ 저만 못보고있는건 아녔군요!^^
가을 전어 같은 북플횐님들!!
 

1.

지난 일주일동안 여름 휴가였다.

쭉 이어서 일주일을 쉬어보는게, 직장생활을 한 이후로 처음인것 같다.

처음엔 설레이고 좋아 죽겠더니 며칠 못가 시큰둥해지고,

어제는 급기야 출근이 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던걸 보면 내 안에 워커홀릭이 숨어있나 보다.

 

올해는 그동안의 연휴나 휴가때와는 약간 달랐는데,

그동안은 휴가가 계획되면 일단 책부터 무더기로 들이고 보았는데, 요번엔 책을 정리하려고 했다.

그 바람에 책을 많이 읽지는 못했고, 그리하여 나의 독서 목록은 홀쭉해졌지만,

버리고 비우면 홀가분해진다는 걸 깨달은, 나름 의미있는 휴가였다.

 

휴가 전엔 동네에 생긴 알라딘 중고 서점의 오프라인 매장을 이용하여,

책을 대대적으로 정리해버릴 야무진 계획에 들뜨고 설레이기까지 했는데,

직접 이용해본 후 내린 결론은,

'명품백들을 그리 사모으면 나중 아쉬울때 팔아먹을 수라도 있다'는 것이었다.

책은 읽고 느낀 바가 있어 어떤 식으로든 삶을 변화시켰을때 의미있는 것이지, 

쌓아두면 자리만 차지할뿐 종이가 바래거나 좀 먹어버릴 수  있다는 걸 명심하여야 겠다.

 

2.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데,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처럼 의자에 걸터앉으면 생각이 이성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바닥에 퍼질러 앉아 엉덩이가 닿는 면적이 넓어지면 감성적이 된단다.

 

사람들에게 비춰지는 난 엄청 감성적이라는데,

실상의 난 책상에 북스탠드를 놓고 바른 자세로 앉아 책을 읽는게 좋다.

 

 나무로 만든 스툴
 니시카와 타카아키 지음, 송혜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8월

 

그러던 차에 이 책을 봤다.

법정스님의 따라쟁이가 아니더라도, 지금의 이 직업이 아니면 하고 싶은 일 목록에 목수가 들어있긴 했다.

목수라고 하면 연장을 가지고 뚝딱거리고 손으로 꼼지락거리는걸 연상하게 되는데,

나무의 결을 고르고 쓰다듬고 윤을 내는,

손때를 입히는 그 과정이 좋은 것이지,

일상에서 쓰는 물건들로 만들어내고 말고는 고려대상이 아닌걸 보면,

책도 그렇고, 목공도 그렇고...나는 나무를 사랑하는 '나무성애자'인지도 모르겠다.

 

등받이와 팔걸이가 없는 의자를 '스툴'이라고 한단다.

앉아서 휴식을 취할 순 있지만, 적당한 긴장감을 주는 스툴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걸 이 책에선 이렇게 표현한다.

 

부분적으로 나무를 만지는 사람들이 "적당한 긴장감이 있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요. 그 느낌을 알아주신다면 정말 좋겠어요. 그렇다고 긴장감이 넘치면 금방 피곤해지지만요."15쪽)

 

"나무를 지나치게 사랑하면 안 됩니다. 저는 나무를 철저히 소재로만 볼 때가 있어요. 그러니 다른 목공예가들이 거의 하지 않는 페인트칠 같은 것도 해보고 천연 염색(초목염)도 해보는 거죠."

그는 나가타 씨에게서 전수받은 가치관과 셰이커적인 발상을 자신만의 방삭으로 소화해, 이후지 특유의 개성으로 승화해왔다. 그리고 여기에 작품 제작에 대한 그만의 독특한 가치관이 더해졌다. ㆍㆍㆍㆍㆍㆍ이렇게 유연하고 합리적인 가치관을 통해 일반 소비자가 구하기 쉬우면서 일상에서 쓰기 좋은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리라.(31쪽)

그러고 보면, 사물이고 사람이고 간에 '과유불급'인 모양이다.

내가 한살한살 나이를 먹으면서 느끼는 것 또한, 지나치치 않는 것이니까 말이다.

 

이 책엔 여러 종류의 스툴과 여러명의 스툴을 만드는 목수들이 나오는데,

일본 사람에 의해 기획된 책이라서 그렇겠지만,

우리나라 사람의 작품이 없다는 게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었다.

 

기억에 남는 스툴이 없나 돌이켜보았더니,

이병헌이 주인공이었던 영화 '중독'에 나왔던 목마 형태의 것이 한때 갖고 싶었었다.

 

이 책 속의 누군가는 스툴의 기능적인 면을 부각시켜 '걸터앉아보고 싶어지는 의자'를 만들어보고 싶다는데,

난 '걸터앉아 보고싶은 의자'가 아니라,

목마를 타듯 올라탈 수 있는 그런 형태의 것이 갖고 싶다.

 

무용지용,

쓸모없음의 쓸모있음이라고 해야할까?

 

책 속의 또 다른 누군가는 '심플한 보통 의자. 이것저것 덕지덕지 붙이지 않은 일상의 도구'를 이상적인 의자로 꼽았다.

디자인을 할 때 늘 주의를 기울이는 부분은 너무 과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짠! 이거 어때, 같은 느낌이 아니라 그것이 놓인 자리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것이었으면 좋겠어요. 공간에 녹아들어가 자기 주장을 하지 않는것으로요. 그러면서도 보고 있으면 즐거운 것으로."(165쪽)

이런 것들과 더불어 중요한걸 한가지 더 꼽으라면,

장식적이거나 심미적인 기능이 아니라, 안전성이다.

 

3.

책은 읽으라고 있는 것이지 쌓아두기 위한 것이 아니듯,

의자 또한 앉기 위한 것이지 장식용이나 전시용은 아니다.

심미적인 기능보다는 안전성이 고려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암튼,

책도 쌓아두지 않겠다, 의자도 심미적인 기능보다 안전성을 고려하겠다, 라고 했는데,

그게 자연이고 무위가 아닐까?

그걸 다른 말로 바꾸면, '튼튼하면서 그 공간에 녹어들어간 것'이고 말이다.

 

더 이상 책을 쌓아두지는 않겠다고 하면서도,

난 오늘도 책마실을 다니고,

이 책이 사고 싶어서 안달을 하고 난리 블루스를 추는 걸 보면,

아직 사람이 되려면 한참 멀었다~--;

 

 

 

 

 쓰기의 말들
 은유 지음 / 유유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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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6-08-16 18:13   좋아요 2 | URL
저도 미니멀리즘 이야기하니 가족이 --;; 책 때문에 미니멀리스트가 될 수 없을 거라고 딱 잘라 말하는데 일견 들킨 것 같아 움찔했어요. 저도 계속 비우는 중인데 또 계속... 그래서 더 나이들어 확실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일단 미루어 두었습니다.

양철나무꾼 2016-08-24 15:52   좋아요 0 | URL
언제던가 blanca님이 책장 하나 분량으로 책정리를 하려고 애쓰신다고 하셨던거 기억해요.
저도 그렇게 해볼려고 노력중인데,
어찌된게 책이 여기저기서 새록새록 신기루처럼 생겨나요~ㅠ.ㅠ

순오기 2016-08-16 18:41   좋아요 0 | URL
수원가는 고속버스에서 적당히 흔들리며 페이퍼 읽는 맛도 좋아요!^^

양철나무꾼 2016-08-24 15:55   좋아요 0 | URL
수원이면 따님 만나러 가시면서였을까요?
이젠 다시 댁으로 귀환하셨겠죠?
전 버스에선 못 읽어요~,흔들거리며 읽다보면 제대로 멀미를 하는지라~.

참으로 더운 여름이예요.
더위에 쉬이 지치지 않게 힘내시자구요~ㅅ!

[그장소] 2016-08-16 19:02   좋아요 0 | URL
오늘 문득 쌓은 책이 너무 많은게 아닌가...그랬어요..
책욕심이 줄을 것도 아니면서..어쩐지 생을 정리하고픈 맘처럼! (그냥 기분이 그렇단 말!)ㅎㅎㅎ
웃기죠!^^
주질러 앉을지 꼿꼿히 앉을지 어쩌나..그러는중!^^
좋은 휴가셨길 바래요!

양철나무꾼 2016-08-24 16:00   좋아요 1 | URL
제가 그동안 들이고 쌓아놓은 책들을 보다가, 이건 병이다~, 환자다~, 그랬어요.
저한테 들어온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됐달까요?
그동안 책에 너무 감정이입을 했는지,
책이 아닌 제가 버림받는 것처럼 행동했었어요--;


우리 [그장소]님도 몸도, 마음도 아프지 말고 이 여름 잘 건너가자구요~^^

[그장소] 2016-08-24 16:09   좋아요 0 | URL
아 ..핫~^^ 공감 동감 !!^^

지금행복하자 2016-08-16 19:24   좋아요 1 | URL
툇마루가 의자에 들어갈수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의자보다 툇마루가 좋아요. 퍼지기엔 좁지만 앉기엔 충분히 넓은 툇마루요. 툭 걸터 앉아안을 들여다 볼수도 있고 바깥을 내다 볼수도 있는 툇마루요~~

멋진 휴가 보내시고 오셨나요? ㅎㅎ 책은 놔두면 누래지거나 좀 먹을수 있다는것 명심하겠습니다^^

양철나무꾼 2016-08-24 16:02   좋아요 1 | URL
우와~, 멋진걸요~^^
댓글도 이렇게 멋지게 쓰면 어쩌란 말입니까?

댓글을 보는데, 뭐랄까...잘 찍은 님의 사진 한점 보는것 같았어요~^^
눈과 맘이 같이 호사를 누리네요~, 감솨~!!!

cyrus 2016-08-16 20:54   좋아요 0 | URL
안 보는 책은 생각날 때마다 팔아요. 한꺼번에 모아서 처리하면 분명 한 두 권은 매입 불가 판정 받거든요. 제가 발견하지 못한 물에 젖은 흔적, 조그만 변색 자국을 매장 직원들은 잘 찾아요. 예상치 못한 매입 불가 판정을 받으면 저도 할 말이 없더라고요. ㅎㅎㅎ

양철나무꾼 2016-08-24 16:13   좋아요 0 | URL
저도 지금하고 있는 책정리를 끝내면 그렇게 해야겠어요.
제가 요번에 책정리를 하면서 보니까,
알라딘 중고서점의 경우 cyrus님의 말씀처럼 매의 눈으로 잡아내더란 것이죠.

주객이 전도되어 책님을 모시고 살게 될까봐 두렵더라구요~^^
 
빈 배처럼 텅 비어 문학과지성 시인선 485
최승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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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정이라고 하면 별볼일 없는 듯 여겨지다가도,

포장이 멋지다고 하면 그럴 듯 하다.

 

이 시집을 읽는 내내 한숨이 새어나왔는데,

그녀는 '내 시는 당분간 허공을 맴돌 것이다'라고 했는데,

시 속의 허공이 구천은 아닐진대,

치열하고 독기어린 어조는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그럴 수 있다면,

그렇게 해서라도 예전의 그녀를 돌이킬 수만 있다면,

실종신고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고 보면,

나이가 들면 사람이 더 간소하고 단출해지고 소박해지려는 건 알겠는데,

그리하여,

하고 싶은 일도,

하고싶은 말도,

그리 많지 않다는 건 알겠는데,

이쯤되면 남은게 고갱이가 아니라 쭉정이다.

 

어쩌면 산다는건 조금씩 죽음에 가까이 다가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걸어온 삶이라는 여정에 미루어보면,

그녀에게서 고갱이를 빼앗은 것은 동시대를 살고있는 우리들인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여전히 우리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겐 축복같은 일이고 잠자코 감사해야할 따름이지만,

서글픈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화가는 그림으로, 음악가는 음악으로, 시인은 시로...하고 싶은 말을 대신한다.

이제 환갑을 막 지난 시인뿐만 아니라, 우리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데 서툴다.

그래서 '보고싶다'를 말로 하긴 남우세스러운 일이긴 하다.

그  말이 비린 이유는 '날 것'이어서가 아니라,

근원이 바다여서가 아닐까?

 

그러고보니 나도 매번 '보고싶다'고 발음하려 들때면,

촉촉하고 물기를 머금은 것이 물비린내가 날 둣하니 말이다.

 

우르르 몰려가는 건 구름만이 아니고,

보고싶은 마음도 구름을 따라 우르르 몰려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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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6-08-06 11:12   좋아요 0 | URL
다들 기대만 못하시다는 말씀이...

양철나무꾼 2016-08-08 13:54   좋아요 0 | URL
무관심보단 악평이 낫지 싶은데...
그래도 이런 평은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결코 유쾌하진 않습니다~--;

페크pek0501 2016-08-06 11:24   좋아요 1 | URL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저를 보고 말한 첫 한마디가 ˝보고 싶었어.˝였어요.
그 말 들으니 더 반갑더군요. ˝나도.˝라고 대답했죠.
흔한 말 같으나 흔하게 사용하지 않죠.
우리는 이런 말을 너무 아끼는 게 아닐까요?

양철나무꾼 2016-08-08 13:58   좋아요 1 | URL
전 얼마전까지만 해도, `사랑해`라든지 `보고싶어`라든지 따위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에 아주 인색했습니다.
그래서 누가 `사랑해`라든지 `보고싶어`라고 하면 `나도`내지는 ;동감이야`이러고 말았는데,
한살 한살 나이가 먹으니 빈말이어도 자주 하고 싶은말, 자주 듣고 싶은 말이 되어버렸다는~--;

살아갈 날이 결코 얼마 남지 않았다 싶으니,
아끼는건 차치하고,
인색한 건 좀 그렇더라구요~^^

말 한마디로 천냥빚 갚는다는 말도 있으니,
이젠 더 열심히 사용해봐야겠어요~^^

pek님, 귀한 댓글 반갑고 감사드립니다~^^

clavis 2016-08-06 13:47   좋아요 1 | URL
실종신고..합시다.

양철나무꾼 2016-08-08 14:00   좋아요 1 | URL
실종신고, 어디다 내야 하나요?
근원부터 제거해야할텐데,
요즘 우리나라의 실정을 봐선 멀고도 험난하단 생각이 드는군요~--;

cyrus 2016-08-06 20:40   좋아요 1 | URL
이번에 나온 최승자 시인의 시집이 유언, 묘비명을 보는 기분이 들었어요. 살아계신 분에게 해선 안 되는 생각이지만요.

양철나무꾼 2016-08-08 14:06   좋아요 1 | URL
옛날엔 그냥 정신질환 정도로 분류했었는데,
요즘은 스키조프레니아라고 명확하게 병명을 언급하더군요.

거슬러 오르고 올라가면 대학시절, 동아리에서 혼자 살아남은 것에 대한 회한이라고 하는데,
저라면 그니를 향하여,
모래성을 쌓으면서 계속 무너지는 모래를 향하여 넋놓고 앉아있는 그니를 향하여,
˝당신은 열심히 하지 않았어, 그리고 모래만 나쁘대~!˝라고 툴툴거리고 싶어지더군요~--;

암튼 같은 시집을 읽어도 님처럼 우유를 만드는 분도, 저처럼 독을 만드는 사람도 있게 마련인가 봅니다.
님의 리뷰ㅡ 아주 멋졌어요~^^

[그장소] 2016-08-16 18:59   좋아요 1 | URL
손글씨는 양철나무꾼님이 더 좋은데요!^^
이 시집을 아직여서 뭐랄순 없는데 그래서 말안듣는 아이처럼 봐야지..싶어지네요~^^
저도 독인지 우유인지를 맛보게요!!
 
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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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런지 알 수 없지만,

난 나름대로의 결여와 결핍을 가지고 있고, 그건 때때로 탐욕과 허영으로 표출된다.

 

소싯적 지방 대학에서 강의를 할 기회가 있었다.

한 시간 강의를 하고 나면,

내 안에서 나를 이루는 것들이 빠져나가고 쭉정이만 남은 듯 허허로워져서,

아무 책이나 펼쳐들고 들이파는 것으로 충족시키려 하였다.

('백조의 비애'<==페이퍼 링크)

강의를 한 학기만에 접은 걸 보면 명약관화하지만, 난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는 깜냥이 아니었던 셈이다.

 

왠지 '스토아 학파'를 연상시키는 것이 학구적인 냄새가 폴폴 풍기는 이 책 '스토너'는 '이동진의 빨간 책방'이라는 팟 캐스트 방송을 통하여 알게 되었다.

읽는 내내 소싯적의 내가 떠올라 아프게 읽었으면서도, 감정 이입을 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작가가 주인공 스토너를 애정한 나머지, 너무 깊게 개입하고 관여 했기 때문이지 싶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회자되는건, 이동진의 '빨간 책방'의 성은이지 싶기도 하다.

 

학문에 대한 열정을 두드러지게 하고 싶어서 였겠지만,

스토너의 지난한 삶을 일부분 부모에게, 많은 부분 아내에게 돌리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게 객관적이라기보단 스토너의 개인적인 입장처럼 비춰졌고, 때문에 읽는 내내 시큰둥할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관계란 상호적인 것이다.

시대적 배경이 한참 전이라고 해도,

아내가 예민하다 못해 히스테릭하게 된 것은 일정 부분 스토너에게도 책임이 있다.

 

하긴 누구나 사랑에 빠지면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상실하고 자기 합리화 시키는 경향이 있고,

나도 그런 시절을 보냈으면서도 야박하게 툴툴거린다.

 

암튼 이러저러한 생각들이 겹쳐져서 썩 맘에 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미워할 수는 없었던 것은,

고지식하지만 권위주의적인 인물은 아니었고,

말을 아끼고 표현에 인색했을 뿐 나쁜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이는 여전히 안락의자에서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아이에게 짧게 미소를 지은 뒤 이디스의 작업대로 가서 등받이가 곧은 의자를 가져와 그레이스의 의자 앞에 놓았다.

위를 향해 치켜든 아이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338쪽)

 

두사람은 오랜 친구처럼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스토너는 그레이스가 직접 말했던처럼 절망을 거의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레이스는 해가 갈수록 술을 조금씩 더 마셔서 공허해진 자신의 삶에 맞서 스스로를 무감각하게 만들면서 하루하루를 조용히 살아갈 터였다. 그는 그녀에게 적어도 그런 생활이라도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레이스가 술을 마실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마웠다. (351쪽)

 

암튼 나의 결여와 결핍을 책을 통하여 보상 받으려 했었다.

그게 과해 탐욕과 허영으로 표풀되는 결과를 낳았지만 말이다.

 

친구들이 유머러스한 사람이나 쿨한 사람, 내지는 나쁜 남자 따위가 좋다고 할때,

난 배울 게 있는 사람, 그래서 존경하는 마음이 우러나는 사람이 좋았었다.

 

그 '배울 것'이란걸 학문에 있어서의 지식이나 진리 정도로 축소시켜 생각했었고,

체화하여 자기것으로 소화시키지 못할 경우 어설프다고 여기기는 커녕,

책을 꾸준히 많이 읽기만 한다면, 부족한 부분을 쉽게 찾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융통성 없음을 학문이나 진리를 향해 올곧음이라고 착각하고 매력적이라며 껌벅 넘어갔었다.

 

그런데 이제...나이를 한살 한살 먹으면서 느끼는 것은,

책을 많이 읽어 간접 경험을 했을지라도,

체화하여 삶에 적용시키지 않는다면, 어설프게 쌓아올린 사상누각일 뿐이라는 것이다.

 

학문에 있어서의 지식도, 진리도, 책 속에 있는 것은 맞지만,

읽고 적용시키거나 실천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체화하고 삶에 적용시켜야 한다.

그저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소극적인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내가 주체가 되어 삶을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삶은 살아있는 생물이어서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튈지 알 수 없다.

책 속에 답이 있다고 하여, 책 속에 있는 그대로 전개되고 되풀이 되지는 않는다.

 

스토너는 그런 깨달음의 과정을 이렇게 표현한다.

그는 보잘것없지만 지금까지 자신이 배운 것들 덕분에 이런 지식을 얻게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우울하고 역설적인 기쁨을 느꼈다. 결국은 모든 것이, 심지어 그에게 이런 지식을 알려준 배움까지도 무익하고 공허하며, 궁극적으로는 배움으로도 변하지 않는 무(無)로 졸아드는 것 같다는 생각도 마찬가지였다.(252쪽)

 

마음만 먹으면 몸에서 의식을 분리시킬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을 지켜보았다. 잘 모르는 사이인데도 묘하게 친숙한 누군가가 자신이 해야 하는 묘하게 친숙한 일들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254쪽)

 

생소하게 다가왔던 부분도 있는데,

그해 여름에 두 사람이 배운, 이른바 '기존 관념'의 기이한 점 중 하나였다. 어렸을 때 두 사람은 마음과 몸이 별개의 것이며 서로 적대적인 관계라고 배우며 자랐다. 그래서 별로 깊이 생각해보지도 않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려면 나머지 하나를 희생하는 수밖에 없다고 당연한 듯이 믿고 있었다. 둘 중 하나가 다른 하나를 강화해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두 사람이 진실을 깨닫기도 전에 체험이 먼저 찾아왔으므로, 이 새로운 발견이 오로지 두 사람만의 것처럼 보였다. 두 사람은 이처럼 '기존 관념'이 기이하게 달라진 사례들을 모아 보물처럼 간직해두기 시작했다. (280쪽)

라고 하는 부분이었다.

나 또한,

하나를 얻기 위해선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고만 여겼었지,

하나가 다른 하나를 강화하고 보완시켜 주는 것으로 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었다.

 

이 부분을 '진실을 깨닫기도 전에 찾아온 체험'이라며 근사하게 얘기하고 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둘 중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 되었건 하나가 다른 하나를 강화해주는 게 되었건 간에,

따로 떼어내고 분리할 수 있을때 성립되는 얘기이지,

몸과 마음처럼,

아니 몸과 마음과 정신처럼 경계를 나눌 수 없는 유기적인 관계에선 적절한 비유가 아닌 것이다.

 

스토너의 경우, 운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 아처 슬론 교수와의 만남 또한 그렇지만,

죽는 순간까지도 아처 슬론 교수를 닮고 싶어 한다.

아니, 은연 중에 닮아 간다.

죽음의 순간에 이르러,

'그는 지혜를 생각했지만, 오랜 세월의 끝에서 발견한 것은 무지였다'고 생각한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라는, 학창시절 아처 슬론 교수의 질문을 죽음의 순간까지 기억하는 것도 그렇다.

이 부분의 '기대'는 '갈구'정도로 바꿔주는게 어떨까 싶다.

비슷한 의미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저 바라고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바라고 행동으로 옮기고 꾸준히 구했으니 말이다.

 

읽으면서 자꾸만 눈시울이 붉어지려는걸 참았는데, 결국 끝부분에 가서 폭풍오열하고 말았다.

그의 삶이 불행했을까, 행복했을까?

자신이 갈구하고 원하던 대로 살았으니, 그만 하면 된게 아닐까?

누구나 조금쯤은 외롭고 때때론 쓸쓸한 삶을 살게 마련이니 말이다.

 

또한 난 스토너의 이런 삶을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라 생각했는데,

누군가에겐 관조적으로 읽히기도 하나 보다.

 

지극히 지루하고 고루한 그래서 심심하기도 한 이 책이 이렇게 아름답게 읽힐 수도 있는 것은,

그의 여정이 마냥 어둡기만 한 것이 아니라,

어두움 속에서 진리라는 한 줄기 빛이기도 하고 별이기도 한 그것을 찾아가는 여정이어서가 아닐까?

 

"학자에게 평생 구축하고자 했던 것을 파괴하라고 해서는 안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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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8-05 15:44   좋아요 1 | URL
양찰나무꾼님 오늘도 너무 더워요.
더위조심하시고, 시원한 금요일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6-08-06 11:06   좋아요 2 | URL
오늘도 엄청 더울 것 같아요.
더울려면 화끈하게 더웠으면 좋겠어요.
그게 여름의 매력이니까 말예요, ㅋ~.
(말은 이렇게 하지만, 벌써 삐질삐질 땀 흘리고 있는~--;)
 
은하계 최초 잡놈 김어준 평전
김용민 지음, 고성미 사진 / 인터하우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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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이 쓴 '김어준 평전'은 이렇게 끝난다.

 

김어준 평전에서 '세상을 변혁할 기제로써 과연 나꼼수 시즌 2가 나올 것인가'라는 의문을 찾고자 하는 분들이 적잖을 것 같다.(야권 패배의 원흉으로서 이젠 박물관에나 가야 한다는 차원에ㅓ 나꼼수를 보는 이들도 있겠지만.) 그 대답에 앞서, 나꼼수든 누구든 한국 야당에 염치는 고사하고 의리라도 회복돼야 뭘 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의리는 간단하다. 기쁠 때 같이 기뻐하고 슬플 때 같이 슬퍼하는 공감이다. 어느 정파, 어떤 정치인의 승리 그 이전에 추구해야 할, 인간다움이다.(354쪽)

 

언제였던가?

김어준을 양동근의 연장선에서 좋다고 하여,

좀 더 정확하게는 '네멋대로 해라'의 '고복수'역할을 한 양동근의 연장선에서 좋다고 하여,

남편의 질타를 면치 못한 적이 있었다.

(그때 이런 페이퍼를 올렸었다.==>링크)

요즘 한명이 더 늘었는데, 기안84 되시겠다.

며칠전 '나혼자산다'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나오는 기안84를 보고는,

두눈이 하트 눈으로 바뀌고, 두손을 모아서 기도하는 심정으로,

"좋아도 너무 좋은데 왜 좋은지 모르겠다."고 읊조렸더니,

우리 남편 曰,

"모르긴 뭘 모르냐?

 저 넘도 봐라, 완전 니가 좋다던 양동근 과다.

 넌 참 취향도 소박하다아~."

하는데 그 말이 맞는것도 같아서 닥치고 OTL이었을 따름이고~--;

 

내가 아무리 하트눈에서 레이저 빔을 쏘아 가면서 좋다고 설레발을 치더라도,

남편이 귓등으로도 안 듣는 것은, 남편과는 정반대의 외모와 성격인지라 가당키나 하냐는 심사인가보다.

대학 신입생 때 만나 6년 연애 후에 결혼을 했으니, 햇수로 27년,

아직도 그대(=남편)는 내 사랑이라고 생각하리라고 착각을 하나본데,

사랑도 변하지만, 취향은 나이를 먹을수록 더 자유분망해진다.

 

 

이 책을 쓴 사람 '김용민'도 그랬지만,

'은하계 최초 잡놈 김어준 평전'이라는 제목으로 미루어,

게다가 머릿말 중 ''예능'을 '다큐'로 받아들이지 말지어다.(10쪽)' 라는 문구에서 느껴지는 감으로,

처음부터 이 책을 평전으로 받아들일 마음은 없었다,

그간 내가 '네멋대로 해라' '전경'의 남자, 고복수를 대하던, 양동근과 기안 84에 홀릭하던 그 팬심을 발휘할 요량으로 읽었다.

 

그리고 다 읽은 지금,

이 책이 지극히 가벼운 문체여서,

내가 팬심을 발휘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책이란 것의 문턱을 낮춰준 것에 대해 무한 땡큐를 날리고 싶다.

 

위인 전기라는 것은, 자서전이 되었든 평전이 되었든지 간에,

평을 하는게 자신이냐 타인이냐 하는 차이만 있을 뿐이지 '평'을 할 거리가 있어야 한다.

평할 것이 있다는 얘기는 바꾸어 말하면 탐구할 것이 있다는 얘기쯤 되겠다.

 

이 책의 저자 김용민은 사석에서 김어준을 '형'이라고 부른다고 밝히고 들어가니,

그가 평하고 탐구하는 것이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것을 시인하고 들어가는 부분을 인지할 필요가 있겠다.

김용민이 아니고 이 책이 아닌 경우라도,

자기 자신이 지극히 객관적이라고 우기는 사람들을 보면,

어느 쪽으로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치우치게 마련이지, 완전 공정한 것은 보지 못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놀라웠지만 의미가 있다 싶었던 부분은,

그의 유니크한 행동들이 아니라(그의 자유분망함이야 내겐 놀라움의 대상이 아니기도 하거니와), 

자본사회와 흉한 권력의 문제점들을 예견했었던 그를,

평전이라는 형태를 통하여 김어준이 어떤 인간이기에 이런 통찰이 가능했는지를 짚어보려고 했다는 점이다.

 

내가 이 책이 좋다고 설레발치는 것은,

'정형화된 엘리트 교육과 무관했다'는 평에서 엿볼 수 있듯이,

지식을 받아들이는 제도권 교육이라는 것만으로는 습득이 불가능한,

배낭여행을 통해 트인 식견이라고 할 수 있는-몸으로 느낀 체험을 강조하고 있고,

아울러 김어준이라는 개인뿐만 아니라, 김어준이라는 개인을 만든 환경과 구조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위기를 바꾸어,

전기라는 것은,자서전이 되었건 평전이 되었건 간에,

예능적인 코드로만 읽을 순 없는데,

오늘날의 그를 만든건 부모님, 그 중에서도 어머니 였다는 게 내겐 귀중한 깨달음이었다.

나도 김어준의 엄마처럼 자유방임의 형태로 아들을 키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이런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독력을 높이려다 보니까 그렇게 되었겠지만 너무 가볍게 흘러가는 감이 있고,

다른 매체에서 한번 정도 언급되었던 내용들이라,

그에게 관심을 갖는 이들이라면,

그를 모르거나 싫어하는 이들이라도 우리의 앞날에 조금만 관심을 갖는 이들이라면,

계속 고민해왔던 문제들이라 새로울 게 없을 수도 있겠다.

 

또한 인터넷에서 입말을 통하여 세과 지지 기반을 구축한 사람들이라고 하지만,

김용민과 김어준 정도 되는 사람들이 오탈자가 있는 문장을 구사한다는 것은,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으니 생각해볼 여지가 있겠다.

 

호환마마다 더 무섭다고==>호환마마다 더 무섭다고(33쪽)

 

61쪽의, 최내현 논설우원같은 경우 언어유희인지 아님 오타인지 햇갈렸다.

 

위 사진의 빨간 밑줄을 그은 단어도,

저렇게 대소문자가 섞였을때가 아니라,

전부 대문자로 'KIN'이라고 적혔을때 '즐'이라는 의미가 된다.

 

더 적어보려다가 무의미한 것 같아서 접는다.

 

무게 잡지 않았고,

그래서 읽는 내내 가볍게 읽을 수 있었지만,

이 책을 읽은 느낌마저 가볍진 않다.

 

다른 자서전이나 평전을 읽는 목적이 '위인들을 본받고 닮아야겠다' 라면,

이 책은 '김어준을 닮아야겠다'가 아니라,

'누구도 닮지 않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너를 만들라' 란다.

 

나는 이제 힘들 것 같고,

김어준 어머니처럼 아들을 향하여 라도 자유방임을 구사하여야 할텐데,

다 큰 아들이 이제와서 엄마에 의해 좌지우지되지도 않겠지만,

상상 속에서라도 방목하려니까,

경계가 있지도 않은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이 앞선다~--;

 

책 뒷표지의,

멋대로 살자. 그래도 안 죽는다. 김어준 봐라.

를 보면서 '푸헤헤~'거리며 웃어 보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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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6-07-28 10:26   좋아요 1 | URL
고등학교 진학부터 엄마에 의해 좌지우지 되지 않고 튀어나가려는 훌륭한 아들을 두었으면서.. ^^

양철나무꾼 2016-08-05 15:11   좋아요 1 | URL
ㅋㅋㅋ~.
울아들은 고딩때부터가 아니라, 엄마 뱃속에 있을때부터 튀어나갈려고 했었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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