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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배처럼 텅 비어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485
최승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6월
평점 :
쭉정이라고 하면 별볼일 없는 듯 여겨지다가도,
포장이 멋지다고 하면 그럴 듯 하다.
이 시집을 읽는 내내 한숨이 새어나왔는데,
그녀는 '내 시는 당분간 허공을 맴돌 것이다'라고 했는데,
시 속의 허공이 구천은 아닐진대,
치열하고 독기어린 어조는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그럴 수 있다면,
그렇게 해서라도 예전의 그녀를 돌이킬 수만 있다면,
실종신고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고 보면,
나이가 들면 사람이 더 간소하고 단출해지고 소박해지려는 건 알겠는데,
그리하여,
하고 싶은 일도,
하고싶은 말도,
그리 많지 않다는 건 알겠는데,
이쯤되면 남은게 고갱이가 아니라 쭉정이다.
어쩌면 산다는건 조금씩 죽음에 가까이 다가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걸어온 삶이라는 여정에 미루어보면,
그녀에게서 고갱이를 빼앗은 것은 동시대를 살고있는 우리들인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여전히 우리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겐 축복같은 일이고 잠자코 감사해야할 따름이지만,
서글픈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0806/pimg_7451441771466981.png)
화가는 그림으로, 음악가는 음악으로, 시인은 시로...하고 싶은 말을 대신한다.
이제 환갑을 막 지난 시인뿐만 아니라, 우리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데 서툴다.
그래서 '보고싶다'를 말로 하긴 남우세스러운 일이긴 하다.
그 말이 비린 이유는 '날 것'이어서가 아니라,
근원이 바다여서가 아닐까?
그러고보니 나도 매번 '보고싶다'고 발음하려 들때면,
촉촉하고 물기를 머금은 것이 물비린내가 날 둣하니 말이다.
우르르 몰려가는 건 구름만이 아니고,
보고싶은 마음도 구름을 따라 우르르 몰려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