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 말복도 지나고 다음주엔 처서도 있다는데, 왜 이리 더운지 모르겠다.
40년 만의 불볕더위라고 하는데,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는 신기록이 이제 놀라울 일도 아니다.
며칠전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다가 전기요금 누진제 관련 형평성에 어긋난다는걸 알게 되어 화가 났었는데,
(오마이 뉴스 관련기사 링크)
어젠 김구라가 진행하는 '썰전'에서 유시민과 전원책이 제대로 염장을 질러 주셨다.
그동안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이라고 해서, 하루라도 글(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는 옛성현을 본받으려 했었는데,
오늘은 이런 위기상황에서 삶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없이, 책만 읽는다는 것이 왠지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기요금 누진제가 아무리 무섭다 한들,
개개인의 일도 아니고 아이들이 공부하는 학교에서 에어컨을 제대로 켜지 못해서 단축 수업을 하거나 임시 휴교에 들어간다고 하는 건가 싶어서 파르르 하게 된다.
덥다고 호들갑을 떨던게 민망하여, 이열치열해가며 설레발을 친다~--;
만병을 고치는 냉기제거 반신욕 건강법
신도 요시하루 지음, 고선윤 옮김 /
중앙생활사 /
2012년 11월
그러던 차에 이런 책들을 만났다.
이 책의 요지는 만병의 근원은 냉기이고, 냉기를 제거하기 위해선 반신욕만한 게 없다, 는 내용이다.
그럴듯한 부분도 있고, 터무니 없는 부분도 있는데,
기전과 원리에 충분한 설명없이 두루뭉술 넘어간 것은 그렇다고 쳐도,
시골 장터의 '배암이 왔어요~'하는 약장수도 아니고 만병통치약-통치방인것처럼 설명하는데,
참고하는 정도로 만족해야지, 진지하게 달려들면 안 되겠다.
냉기 제거 건강법을 개발한 신도 요시하루 박사는 원래 공립병원에서 이비인후과 의사로 근무했다. 그런데 그곳에서 진료하는 동안 신도 박사는 한 가지 의문에 부딪혔다고 한다. 분명히 완치되었어야 할 환자가 몇 년쯤 뒤에 같은 증상으로 다시 병원을 찾는 것이 아닌가? 신도 박사는 환자가 같은 병으로 여러 차례 병원을 찾지 않고 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오랜 시간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국소적인 치료에 집중하는 서양의학의 한계를 느끼고 다양한 방법을 찾아보았다. 그러던 차에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파악하고 전제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는 동양의학을 접하고 새로운 배움을 시작했다.
이후 동서양의학을 병용하여 치료하면서 증상에 관계없이 모든 환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무엇'인가를 발견했는데, 그것이 바로 동양의학에서 말하는 '차가운 기운(냉기 또는 한기(寒邪))'이었다. (23~24쪽)
냉기 제거 건강법을 개발한 신도 요시하루에 대해선 이렇게 설명되고 있어서,
언뜻 보기엔 설득력을 가질 수도 있는데,
이 책을 쓴 사람은 신도 요시하루 박사가 아니라 그의 딸이라는 걸 명심할 필요가 있겠다.
딸의 직업에 대해서 명확한 언급은 없지만,
어머니의 자릴 이어받아 신도 요시하루 박사의 개인 의원에서 접수를 맞았던 사람이다.
큰 틀에서 내가 공감하기 힘들었던 이유는,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파악하고' 하는 부분 때문이다.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볼게 아니라, 자연 그 자체이고 자연의 연장선 상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인간을 자연과 따로 떼어놓고 일부니 전체니 하는 것 자체가 지극히 주관적인 인간의 사유니까 말이다.
냉기제거를 위해 권장하는 몇 가지가 있는데, 다음과 같다.
두한족열(頭寒足熱)을 하고,
식사는 자기 양의 70% 만,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몸의 독은 모두 내보내고,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않는다.
냉기제거 건강법에서 권하는 반신욕은 보편적으로 알려진 반신욕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굳이 차이점을 말하자면 물 속에 들어가 있는 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오래 있을수록 좋다), 몸이 따뜻해지면서 가려움을 느끼면 '시원한 느낌이 들 때까지 긁어도 괜찮다'는 점 따위이다.
보통은 긁어서 상처가 나거나 흉터가 남을 것을 걱정하여 가려워도 긁지 않는 것이 상식이지만,
냉기 제거 건강법에서는 피나 고름이 조금 나오더라도 그것을 곧 독소가 배출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란다.(33쪽)
그렇다면 독이란 무엇일까?
몸밖으로 내보내지 않아 쌓이는 걸 독이라고 한다.
식품첨가물, 농약, 방사능 처럼 몸밖에서 들어오는 것도 있으며,
스트레스, 심리적 불안 따위로 머리에 피가 몰리면 몸 속에 냉기가 쌓인다.
혈액순환이 나빠져서 끈적끈적해진 피도 쌓이면 몸의 이상을 초래한다.
독 자체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몸 밖으로 나올 때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이 책이 완전 허무맹랑하지는 않지만,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엔 두루뭉술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한의학적 지식을 어느정도 기본으로 깔고 있어야, 오행과 오감을 제대로 연결시켜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암튼, 난 이열치열을 주문처럼 외며, 냉기제거를 위해 반신욕에 정진하여야 겠다.
그런데, 실상 내가 하고 싶은 얘긴,
전기요금 누진제도 아니고,
이열치열 냉기제거 반신욕도 아니다.
유니크하지만 매력적이었던 소설 '스토너'를 쓴 '존 윌리암스'의 또다른 작품 '아우구스투스'가 번역되어 나왔다는 것이다.
게다가, 무려, 내가 요즘 하트 눈으로 바라보는 '상차리는 상남자', 조영학 님의 번역이며,
이쪽 분야로 내가 인정하는 리뷰어 '이박사'님의 상찬을 받은 작품이다.
기대된다.
책장을 대대적으로 정리하는 이 마당에,
사고 싶다는 말은 차마 못 하겠고,
갖고 싶어서 환장하겠다~--;
아우구스투스 존 윌리엄스 지음, 조영학 옮김 /
구픽 / 2016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