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계 최초 잡놈 김어준 평전
김용민 지음, 고성미 사진 / 인터하우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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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이 쓴 '김어준 평전'은 이렇게 끝난다.

 

김어준 평전에서 '세상을 변혁할 기제로써 과연 나꼼수 시즌 2가 나올 것인가'라는 의문을 찾고자 하는 분들이 적잖을 것 같다.(야권 패배의 원흉으로서 이젠 박물관에나 가야 한다는 차원에ㅓ 나꼼수를 보는 이들도 있겠지만.) 그 대답에 앞서, 나꼼수든 누구든 한국 야당에 염치는 고사하고 의리라도 회복돼야 뭘 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의리는 간단하다. 기쁠 때 같이 기뻐하고 슬플 때 같이 슬퍼하는 공감이다. 어느 정파, 어떤 정치인의 승리 그 이전에 추구해야 할, 인간다움이다.(354쪽)

 

언제였던가?

김어준을 양동근의 연장선에서 좋다고 하여,

좀 더 정확하게는 '네멋대로 해라'의 '고복수'역할을 한 양동근의 연장선에서 좋다고 하여,

남편의 질타를 면치 못한 적이 있었다.

(그때 이런 페이퍼를 올렸었다.==>링크)

요즘 한명이 더 늘었는데, 기안84 되시겠다.

며칠전 '나혼자산다'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나오는 기안84를 보고는,

두눈이 하트 눈으로 바뀌고, 두손을 모아서 기도하는 심정으로,

"좋아도 너무 좋은데 왜 좋은지 모르겠다."고 읊조렸더니,

우리 남편 曰,

"모르긴 뭘 모르냐?

 저 넘도 봐라, 완전 니가 좋다던 양동근 과다.

 넌 참 취향도 소박하다아~."

하는데 그 말이 맞는것도 같아서 닥치고 OTL이었을 따름이고~--;

 

내가 아무리 하트눈에서 레이저 빔을 쏘아 가면서 좋다고 설레발을 치더라도,

남편이 귓등으로도 안 듣는 것은, 남편과는 정반대의 외모와 성격인지라 가당키나 하냐는 심사인가보다.

대학 신입생 때 만나 6년 연애 후에 결혼을 했으니, 햇수로 27년,

아직도 그대(=남편)는 내 사랑이라고 생각하리라고 착각을 하나본데,

사랑도 변하지만, 취향은 나이를 먹을수록 더 자유분망해진다.

 

 

이 책을 쓴 사람 '김용민'도 그랬지만,

'은하계 최초 잡놈 김어준 평전'이라는 제목으로 미루어,

게다가 머릿말 중 ''예능'을 '다큐'로 받아들이지 말지어다.(10쪽)' 라는 문구에서 느껴지는 감으로,

처음부터 이 책을 평전으로 받아들일 마음은 없었다,

그간 내가 '네멋대로 해라' '전경'의 남자, 고복수를 대하던, 양동근과 기안 84에 홀릭하던 그 팬심을 발휘할 요량으로 읽었다.

 

그리고 다 읽은 지금,

이 책이 지극히 가벼운 문체여서,

내가 팬심을 발휘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책이란 것의 문턱을 낮춰준 것에 대해 무한 땡큐를 날리고 싶다.

 

위인 전기라는 것은, 자서전이 되었든 평전이 되었든지 간에,

평을 하는게 자신이냐 타인이냐 하는 차이만 있을 뿐이지 '평'을 할 거리가 있어야 한다.

평할 것이 있다는 얘기는 바꾸어 말하면 탐구할 것이 있다는 얘기쯤 되겠다.

 

이 책의 저자 김용민은 사석에서 김어준을 '형'이라고 부른다고 밝히고 들어가니,

그가 평하고 탐구하는 것이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것을 시인하고 들어가는 부분을 인지할 필요가 있겠다.

김용민이 아니고 이 책이 아닌 경우라도,

자기 자신이 지극히 객관적이라고 우기는 사람들을 보면,

어느 쪽으로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치우치게 마련이지, 완전 공정한 것은 보지 못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놀라웠지만 의미가 있다 싶었던 부분은,

그의 유니크한 행동들이 아니라(그의 자유분망함이야 내겐 놀라움의 대상이 아니기도 하거니와), 

자본사회와 흉한 권력의 문제점들을 예견했었던 그를,

평전이라는 형태를 통하여 김어준이 어떤 인간이기에 이런 통찰이 가능했는지를 짚어보려고 했다는 점이다.

 

내가 이 책이 좋다고 설레발치는 것은,

'정형화된 엘리트 교육과 무관했다'는 평에서 엿볼 수 있듯이,

지식을 받아들이는 제도권 교육이라는 것만으로는 습득이 불가능한,

배낭여행을 통해 트인 식견이라고 할 수 있는-몸으로 느낀 체험을 강조하고 있고,

아울러 김어준이라는 개인뿐만 아니라, 김어준이라는 개인을 만든 환경과 구조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위기를 바꾸어,

전기라는 것은,자서전이 되었건 평전이 되었건 간에,

예능적인 코드로만 읽을 순 없는데,

오늘날의 그를 만든건 부모님, 그 중에서도 어머니 였다는 게 내겐 귀중한 깨달음이었다.

나도 김어준의 엄마처럼 자유방임의 형태로 아들을 키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이런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독력을 높이려다 보니까 그렇게 되었겠지만 너무 가볍게 흘러가는 감이 있고,

다른 매체에서 한번 정도 언급되었던 내용들이라,

그에게 관심을 갖는 이들이라면,

그를 모르거나 싫어하는 이들이라도 우리의 앞날에 조금만 관심을 갖는 이들이라면,

계속 고민해왔던 문제들이라 새로울 게 없을 수도 있겠다.

 

또한 인터넷에서 입말을 통하여 세과 지지 기반을 구축한 사람들이라고 하지만,

김용민과 김어준 정도 되는 사람들이 오탈자가 있는 문장을 구사한다는 것은,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으니 생각해볼 여지가 있겠다.

 

호환마마다 더 무섭다고==>호환마마다 더 무섭다고(33쪽)

 

61쪽의, 최내현 논설우원같은 경우 언어유희인지 아님 오타인지 햇갈렸다.

 

위 사진의 빨간 밑줄을 그은 단어도,

저렇게 대소문자가 섞였을때가 아니라,

전부 대문자로 'KIN'이라고 적혔을때 '즐'이라는 의미가 된다.

 

더 적어보려다가 무의미한 것 같아서 접는다.

 

무게 잡지 않았고,

그래서 읽는 내내 가볍게 읽을 수 있었지만,

이 책을 읽은 느낌마저 가볍진 않다.

 

다른 자서전이나 평전을 읽는 목적이 '위인들을 본받고 닮아야겠다' 라면,

이 책은 '김어준을 닮아야겠다'가 아니라,

'누구도 닮지 않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너를 만들라' 란다.

 

나는 이제 힘들 것 같고,

김어준 어머니처럼 아들을 향하여 라도 자유방임을 구사하여야 할텐데,

다 큰 아들이 이제와서 엄마에 의해 좌지우지되지도 않겠지만,

상상 속에서라도 방목하려니까,

경계가 있지도 않은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이 앞선다~--;

 

책 뒷표지의,

멋대로 살자. 그래도 안 죽는다. 김어준 봐라.

를 보면서 '푸헤헤~'거리며 웃어 보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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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6-07-28 10:26   좋아요 1 | URL
고등학교 진학부터 엄마에 의해 좌지우지 되지 않고 튀어나가려는 훌륭한 아들을 두었으면서.. ^^

양철나무꾼 2016-08-05 15:11   좋아요 1 | URL
ㅋㅋㅋ~.
울아들은 고딩때부터가 아니라, 엄마 뱃속에 있을때부터 튀어나갈려고 했었음,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