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좋아하는 카페에서 아니 에르노의 또 다른 작품 <부끄러움> 읽기 시작했다.
좀 오래 앉아 있었더니 숨이 막힐듯하다.
오늘은 히터가 너무 강하다.
낮시간 동안 소란스럽던 카페는 이 시간엔 한산하고 조용하다. 바깥 풍경도 다른 어느 날 못지않게 아름다워서 힐링되는 기분인데 건조한 공기 때문에 더 있기 힘들어 ㅠㅠ
집에 가야겠다. 시간도 꽤 됐고.


[첫문장]
6월 어느 일요일 정오가 지났을 무렵, 아버지는 어머니를 죽이려고 했다. 나는 평소처럼 12시 15 분 전에 미사를드리러 갔었다. 나는 과자를 사러 전쟁이 끝난 후 재건 중인 건물들이 완공될 때까지 임시로 가설된 건물들이 모인 종합시장 안에 자리 잡은 제과점에 가야 했다.  - P23

그 일이 다시 되풀이되리라 확신한 나는 언제 그 장면이 다시 일어날지를 몇 달, 어쩌면 몇 년 동안 기다렸던것 같다. 손님들이 있으면 안심했고, 저녁이나 일요일 오후 우리 가족만 남게 되는 순간이 두려웠다. 부모님 사이에서 언성이 조금만 높아져도 바짝 긴장이 되고 아버지의 얼굴과 손을 감시했다. 갑자기 정적이 감돌면 불행이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학교에 있을 때에도 집에 돌아가면 일이 이미 벌어져 있는 걸 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생각이 들었다. - P29

그 비극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았다. 아버지는 십오년 후 6월, 그날처럼 일요일이었던 어느 날에 돌아가셨다.

이제야 나는 깨닫는다. 나의 부모님은 이미 그 일요일의 장면, 그리고 아버지의 행동을 다시 끄집어내어 해명혹은 사과를 주고받고 나서 전부 잊기로 결정했는지도모른다. 예를 들어 어느 날 밤 정사를 나눈 뒤에 말이다.
그 당시에는 하지 못했던 다른 생각들과 마찬가지로, 이생각도 너무 한참 뒤에야 떠올랐다. 이런 생각은 그 일요일이 내게 의미했던 언어 없는 공포를, 그 부재감을 저울삼아 가늠하는 데에나 쓰일까, 지금은 아무 소용도 없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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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적인 결말이어서 참 좋다.
유튜브 뮤직으로 영화 캐롤 ost 들으며 마지막까지
읽었는데 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책 내용과 매치가 잘 되면서 어떤 부분인지 다 알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 책을 떠올릴 때면 영화의 장면들이 앞으로 계속 떠오르게 되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작품이 주는 메시지도 또 두 여배우의 모습도 깊게
각인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아차차...
그런데 책은 교정을 어찌 한건지...
윽...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좀 실망... 이 정도면 전공과 상관없이 눈에 거슬릴듯 하다.



테레즈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카페는 텅 비었다. "우리를 따라온다고요? 우리랑 같이 있다는 거예요?"
"지금 탐정이 솔트레이크시티에서 호텔마다 뒤지고 다닐 거야. 이 일이 되게 더러워, 자기야 미안해. 정말 정말 미안해." 캐롤은 의자에 몸을 기댄 채 불안히 앉아 있었다. "차라리 널 기차에 태워서 먼저 집으로 보내는 게 나을 것 같아..
"좋아요. 만약 그게 최선이라면요."


*불안불안한 행복의 시간들이다.ㅠㅠ
미행을 붙이다니... - P326

"담배 좀 피울까." 캐롤은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대신 붙여 테레즈에게 건네주었다. "네가 알아챈 거 저 남자가 모르지?"
"몰라요."
"그럼 끝까지 숨기자." 캐롤은 테레즈를 보며 웃었다. 그리고 자기 담배에 불을 붙인 다음 탐정이 있는 반대쪽을 바라보았다. "그냥 편안히 있어." 캐롤은 목소리를 바꾸지 않고말했다.
말은 쉬웠다. 다음에 탐정을 보면 단박에 알아챌 수 있으리라 착각하기는 쉬웠다. 얼굴에 폭탄을 맞은 기분이 드는데 애써봐야 무슨 소용이 있으랴. - P343

탐정이 차에서 내렸다. "지금 뭐하자는 겁니까?" 바람이불자 목소리가 높아졌다.
"어때?" 캐롤이 간격을 조금 더 좁혔다. "갖고 있는 거다 내놓으시지, 딕터폰 테이프든 뭐든."
하늘색 눈동자 위로 그려진 탐정의 눈썹이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펜더에 몸을 기댄 채 얄팍하고 큰 입술로 이죽거렸다. 테레즈를 쳐다보다가 다시 캐롤을 쳐다보았다. "전부 다 보냈는데, 수중엔 메모 몇 개밖에 없소. 언제 어디를갔었는지 적은 것뿐인데."
"좋아, 그럼 그거라도 내놔."
"그럼 지금 그걸 사겠다는 소린가?"
"난 그런 말한 적 없어. 그냥 내놓으라고 했지. 팔고 싶은 건 당신이잖아?"
"난 당신이 돈으로 살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니오."
- P359

 캐롤이 떠올랐다. 이제 1,600킬로미터 멀리 있는 그녀.
오늘 밤은 혼자 자야 한다. 테레즈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밖으로 나갔다. 편의점이 보였다. 어느 날 아침 캐롤이 휴지와 치약을 샀던 곳이다. 그리고 저 코너에서 캐롤이 고개를들고 도로표지판을 읽었다. ‘5번가와 네브래스카가.‘ 테레즈는 편의점에서 담배 한 갑을 사서 호텔로 돌아와 의자에 앉았다. 캐롤이 떠난 후 처음으로 담배를 입에 물고 맛을 느꼈
다. 그간 잊고 지낸 혼자라는 상태를 음미했다. 그저 몸만 떨어져 있을 뿐, 혼자라는 기분이 전혀 들지 않았다. - P378

캐롤은 잠시 테이블 옆에 서서 테레즈를 보다가
자리에 앉았다. "만나줘서 고마워."
"그런 말 말아요."
웨이터가 왔다. 캐롤은 차를 시켰다. 테레즈도 아무 생각 없이 같은 걸로 시켰다.
"나 밉지, 테레즈?" 캐롤이 물었다.
"아뇨." 캐롤의 향수 향이 희미하게 느껴졌다. 익숙했던단내였는데 지금은 이상하게도 낯설었다. 전에 느끼던 그런감정이 일지 않아서였다. 테레즈는 성냥갑 뚜껑을 만지작거리다가 도로 내려놓았다. "어떻게 당신을 미워할 수 있겠어요. 캐롤?"
"날 미워하는 줄 알았어. 한동안 날 미워한 건 사실이잖아." 캐롤은 사실이라고 못박아 말했다.
"미워한다고요? 당신을요? 아니에요." 별로 미워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과 다름없을지 모른다. 캐롤이 두 눈으로 테레즈의 표정을 읽고 있기 때문이다. - P436

"아주 좋아 보여" 캐롤이 말했다. "갑자기 등장했는데,
그 이유가 내게서 벗어나려고 그런 거야?"
"아뇨." 테레즈는 바로 반박했다. 좋아하지도 않은 차를시켜놓고 내려다보며 인상을 썼다. 캐롤이 
‘등장‘이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으니 새로 태어난 기분도 들고 부끄럽기도 했다.
맞다. 캐롤이 떠난 후 테레즈는 새로 태어났다. 도서관에 걸린 초상화를 보는 순간 새로 태어났다. 그때 터진 울음은 신생아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 세상으로 끌려 나오며 우는 것과 동일했다. 테레즈는 캐롤을 바라보았다. "수폴스 도서관에 그림이 걸려 있었어요." 테레즈는 말했다. 그리고 감정을 섞지 않고 남 얘기 하듯 사연을 털어놓았다.
- P437

테레즈는 심장이 쿵쾅거렸다. 백화점에서 캐롤의 전화를 처음 받던 날 같았다. 테레즈의 의지와 다르게 몸이 반응했다. 그럴 수 있다면 행복하고 뿌듯할 것 같았다. 캐롤이 용기를 내 이렇게 일을 벌인 게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한 것도 흐뭇했다. 캐롤이 앞으로도 이렇게 용기를 내리라는 사실도 기뻤다. 대범했던 캐롤의 모습이 떠올랐다. 시골 도로에서 탐정과 맞서던 용기. 테레즈는 침을 삼키면서 요동치는 심박 소리까지 같이 삼키려고 애를 썼다. 캐롤은 아예 테레즈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재떨이에 담배 끝을 비비고있었다. 캐롤과 같이 산다니. 그건 그동안 불가능한 일인 동시에 테레즈가 이 세상에서 가장 바라던 바였다. 캐롤과 같이 살고 일상을 공유하는 일. 여름과 겨울을 보내고 같이 산책하고 책을 읽고 여행하기. 캐롤을 원망하던 나날들이 스쳐 지나갔다. 캐롤이 이런 얘기를 꺼내면 테레즈는 거절하는 상상을 했었다. - P442

테레즈는 입구에 서서 안에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피아노 연주가 흐르고 있었다. 조명이 밝지 않아서 처음에는 캐롤이 잘 보이지 않았다. 
어둑어둑한 그림자가 진저쪽에 캐롤이 벽을 등지고 앉아 있었다. 캐롤은 테레즈를 보지 못했다. 반대편에 앉은 남자가 보였다. 누구인지 테레즈는 알지 못했다. 캐롤이 천천히 손을 들어 머리 한쪽을 쓸어내리더니 반대편도 한 번 더 쓸어내렸다. 테레즈는 미소를 지었다. 저게 바로 캐롤 특유의 동작이다. 저 모습이 바로 테레즈가 사랑했던, 그리고 앞으로도 사랑할 모습이다. 이제는 좀 달라질 것이다. 테레즈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젠 캐롤을 온전히 다시 만날 것이다. 그럼에도 캐롤은 그 누구도 아닌 여전히 캐롤이며, 앞으로도 캐롤일 것이다. - P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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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12-27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캐롤 영화로 보았었는데요.
정말 강렬하여 기억에 많이 남네요^^
 

파브르가 관찰한 막시류 곤충인 땅벌은 죽은 후에도
 유충이 먹을 신선한 먹이를마련하려고, 해부학의 힘을 빌려 자신의 잔인성을 키워 바구미나 매미를 포획하고는, 다른 생명 기능은 그대로 둔 채 다리 운동을 주관하는 신경중추를 놀라운 지식과 솜씨로 찔러, 그 마비된 곤충 주위에 알을 갖다 놓고는 알이 부화해서 유충이 되면 그 유충에게 온순하고도 무해하고, 도망치거나 저항할 수없는, 그렇지만 조금도 썩지 않은 먹이를 제공하게끔 한다고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프랑수아즈는 어떤 하인이라도 우리 집에 오래 붙어 있지 못하도록 그 끈덕진 의지로 매우 교묘하고도 가혹한 술책을 썼는데, 그해 여름 우리가 거의 매일같이 아스파라거스를 먹어야만 했던 것도, 아스파라거스 껍질을 도맡아 벗기던 부엌 하녀가 냄새 때문에 심한 천식 발작을 일으켜서 마침내 우리 집을 떠날 수밖에 없게 하기 위해서였다는 사실을 우리는 여러 해가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마르셀의 비유도 재미있고 하녀인 프랑수아즈의 교묘한 술책도 놀랍다 정말! 그런데도 그 하녀를 내보낼 수가 없다는 것이 딜레마다. 마르셀은 프랑수아즈가 당장에라도 문밖으로 쫓겨나기를 바랐지만, ‘그러나 누가 그녀처럼 뜨거운 물주머니와
향기로운 커피를 만들어 줄 것인가, 그리고 또...
닭고기 요리는? 사실 다른 사람도 나와 마찬가지로 이런 비겁한 계산을 했을 것이다.‘(217쪽) 라는 설명을 대신 붙였다. 적당히 눈감고 모른척 하는 것이다. 그것이 주인의 미덕이다?


- P220

그때우리는 햇살이 쨍쨍 비치는 정문 문턱에서, 시장의 얼룩덜룩한 소란스러움을 압도하는 르그랑댕 씨를 보았다. 우리가 지난번에 만났을 때 그와 함께 있던 귀부인의 남편이 근방 다른어느 대지주의 부인에게 르그랑댕을 소개하는 중이었다. 르그랑댕의 얼굴은 활기에 차고 놀라운 열성을 나타내 보였다.

그는 깊숙이 허리를 구부려 인사하고는 몸을 일으키다가 갑자기 등을 처음보다 더 뒤로 젖혔는데, 아마도 누이동생인 캉브르메르 부인의 남편으로부터 배운 것 같았다. 재빨리 몸을일으키는 바람에 그렇게까지는 살집이 좋으리라 추측하지 못했던 르그랑댕의 엉덩이가 일종의 혈기왕성한 근육질 파도처럼 역류했다. 어떤 정신적인 표현도 찾아볼 수 없는, 다만 비속함으로 가득한 호의가 폭풍우처럼 휘몰아치고 있는 그 순수한 물질의 파동이, 그 관능적인 물결이 내 머릿속에 갑자기 우리가 아는 것과는 전혀 다른 르그랑댕의 가능성을 떠올리게 했다. 


*르그랑댕의 엉덩이에 대한 저런 표현의 발랄함을 읽다보면 그 모습이 만화의 한장면으로 그리래도 그릴수 있도록 생동감있게, 저절로 머릿 속에 그려지는데 마르셀 프루스트의 표현력이란 것이 정말로 지루하다가도 눈이 번쩍 뜨이게 만드는 이런 문장들에서 빛을 발하고 있으니 중간에 그만 둔다는 생각을 할수가 없게 만드는 것이다.
이 소설이 줄거리가 딱히 있는것도 아니고, 의식의 흐름을 따른 독특한 서술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뭔가 익숙하다 했더니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에서 이미 경험했었단 생각이 들었다. <댈러웨이 부인>도 무슨 특별한 줄거리가 있는건가? 싶은데 의식의 흐름기법으로 쓰여진 소설이 매력있게 다가와서 오래 전에 읽은 책인데도 좋았던 기억이 또렷하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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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해서 읽으면 얼른 읽을 수 있을것 같은데 생각과 달리 자꾸 집중력이 떨어진다. 지난주 강추위 속 딸램 이사 도와주고 열심히 청소하고 챙겨주고 왔더니 몸살이 났다. 머리가 계속 딩....
빨리 읽어야 반납을 하지
나중을 위해 남겨두고 싶은 문장들이 많다.
읽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나이이다보니 어쩔수없이
자꾸 남기고 싶어진다.





 사실, 리처드가 이해했기에 이토록 화내는 것이다. 그런데 캐롤이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다 해도 테레즈가 같은 마음일 거라는 걸 그가 이해할 수 있을까? 백화점에서 인형 가방을 사려고 잠깐 얘기한 후 캐롤이 말을 걸지 않았더라도 테레즈는 지금과 같은 감정일 것이다. 캐롤과 말 한마디 섞지 않았더라도 심정은 똑같았을 것이다. 캐롤이 매장 한가운데에 서서 바라보는 시선을 테레즈가 느낀 순간,
이 모든 일이 벌어졌다. 그날 만남 이후 있었던 수많은 일들로 인해 테레즈는 굉장한 행운아가 된 것 같았다. 남녀가 자기 짝을 알아보기란 너무 쉽다. 테레즈는 캐롤을 알아본 것이다. - P243

"아름다워요." 테레즈가 말했다.
그 말을 듣자 캐롤은 핀잔하는 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테레즈가 사랑하는 미소였다. 캐롤은 화장대로 걸어가노란 실크 스카프를 목에 둘러 느슨하게 묶은 다음 머리를빗기 시작했다. 램프 불빛을 받자 캐롤이 그림처럼 보였다.
테레즈는 이 모든 장면을 예전에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P290

테레즈는 아직도 술기운이 남아 있었다. 샴페인을 마셔서 알딸딸하게 취기가 오르자 미치도록 캐롤 옆으로 가고 싶었다. 만약 테레즈가 청하면 캐롤은 오늘 밤 한 침대에서 재워줄는지도 모른다. 테레즈는 그 이상을 원했다. 캐롤과 키스하고 몸을 밀착시켜 서로의 살갗을 느끼고 싶었다. 테레즈는 팔레르모 바에서 봤던 여자 둘을 떠올렸다. 그들은 했을 거야. 그 이상의 것도, 만일 테레즈가 두 팔로 안으면 캐롤이 역겹다며 밀쳐 낼까? 그럼 그나마 갖고 있던 애정도 순식간에 사라지겠지? 캐롤이 차갑게 퇴짜놓는 모습을 떠올리는 순간 테레즈의 용기는 다 사라지고 고작 이 질문으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침대에서 그냥 잠만 자게 해달라고할까? - P294

테레즈가 호텔 방문을 열자 캐롤의 모습이 창이 되어 테레즈의 가슴을 관통했다. 테레즈는 문고리를 붙들고 잠시그대로 얼어붙었다.
캐롤이 머리를 빗으면서 욕실에서 나오다가 테레즈를 쳐다보았다. 캐롤이 테레즈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었다. "남들 앞에서 그러지 마."
테레즈는 신문을 침대 위에 내던지고 캐롤에게 다가갔다. 캐롤이 와락 테레즈를 감싸 안았다. 두 여자는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절대로 헤어지지 않으리라는 듯이. 테레즈는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캐롤의 품에 안겨 있으니 키스보다 더한 밀착감이느껴졌다.
"왜 이렇게 오래 참았어요?" 테레즈가 물었다.
"사실・・・・・・ 두 번은 없을 거라 생각했어. 그리고 내가 그걸 원하지 않을 줄 알았어.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
- 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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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플라스 드로잉집
실비아 플라스 지음, 오현아 옮김 / 마음산책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실비아 플라스 드로잉집>
미국의 시인이자 소설가 실비아 플라스를 소설이 아닌 드로잉북으로 먼저 만났다. 짧은 인생을 치열하게 살다간 시인이라는 단편적인 사실만 알고 있을 뿐이지만, 그녀의 그림에서는 그런 치열함을 느낄 수 없다. 책에 수록된 편지글과 일기를 함께 읽어보면 그녀가 무척 다정다감한 사람이었다는걸
알게 되고, 오히려 시를 지으며 받았던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풀수 있었던 하나의 장치가 그림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편안하게 다가오는 그림의 소재들을 보아도 알 수 있다. 황소, 엉겅퀴, 풀꽃, 영국의 풍경들, 그리고 남편과 갔었던 스페인과 파리의 풍경과 사물들을 보면 그녀가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했단 사실을 체감하기가 몹시 힘들다. 외형적으로는 모범적이고, 시인으로서 작가로서 성공적으로 보이는 삶이었지만, 1950년대를 살아가는 여성으로, 아내로, 엄마로서 강요된 삶은 그녀에게 심리적 고통을 안겨주었고,
그렇게 열정적으로 좋아했던 그림에서도 진정한 위안을 찾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감수해야할 심적고통이 훨씬 더 컸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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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2-25 16: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실비아가 그림도 잘 그렸었네요
저는 시집과 일기만 읽었는데
이 책도 찜!^^

은하수님(아뒤가 바뀌셔 모클님으로 쓸뻔 ㅎㅎㅎ)
메리 메리 크리스마스
  ○⌒\
  (二二二)
(⌒( ・∀・)
(  o  つ🎁🎄 ℳ𝒶𝓇𝓇𝓎 𝒞𝓇𝒾𝓈𝓉𝓂𝒶𝓈 🎅🏻
(__し―J

은하수 2022-12-26 00:30   좋아요 0 | URL
네, 금방 알아보셨네요
저에게 나름 의미있는 이름으로 바꿨어요
대부분의 그림이 펜과 연필로 그려진 드로잉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