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적인 결말이어서 참 좋다.
유튜브 뮤직으로 영화 캐롤 ost 들으며 마지막까지
읽었는데 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책 내용과 매치가 잘 되면서 어떤 부분인지 다 알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 책을 떠올릴 때면 영화의 장면들이 앞으로 계속 떠오르게 되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작품이 주는 메시지도 또 두 여배우의 모습도 깊게
각인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아차차...
그런데 책은 교정을 어찌 한건지...
윽...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좀 실망... 이 정도면 전공과 상관없이 눈에 거슬릴듯 하다.
테레즈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카페는 텅 비었다. "우리를 따라온다고요? 우리랑 같이 있다는 거예요?" "지금 탐정이 솔트레이크시티에서 호텔마다 뒤지고 다닐 거야. 이 일이 되게 더러워, 자기야 미안해. 정말 정말 미안해." 캐롤은 의자에 몸을 기댄 채 불안히 앉아 있었다. "차라리 널 기차에 태워서 먼저 집으로 보내는 게 나을 것 같아.. "좋아요. 만약 그게 최선이라면요."
*불안불안한 행복의 시간들이다.ㅠㅠ 미행을 붙이다니... - P326
"담배 좀 피울까." 캐롤은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대신 붙여 테레즈에게 건네주었다. "네가 알아챈 거 저 남자가 모르지?" "몰라요." "그럼 끝까지 숨기자." 캐롤은 테레즈를 보며 웃었다. 그리고 자기 담배에 불을 붙인 다음 탐정이 있는 반대쪽을 바라보았다. "그냥 편안히 있어." 캐롤은 목소리를 바꾸지 않고말했다. 말은 쉬웠다. 다음에 탐정을 보면 단박에 알아챌 수 있으리라 착각하기는 쉬웠다. 얼굴에 폭탄을 맞은 기분이 드는데 애써봐야 무슨 소용이 있으랴. - P343
탐정이 차에서 내렸다. "지금 뭐하자는 겁니까?" 바람이불자 목소리가 높아졌다. "어때?" 캐롤이 간격을 조금 더 좁혔다. "갖고 있는 거다 내놓으시지, 딕터폰 테이프든 뭐든." 하늘색 눈동자 위로 그려진 탐정의 눈썹이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펜더에 몸을 기댄 채 얄팍하고 큰 입술로 이죽거렸다. 테레즈를 쳐다보다가 다시 캐롤을 쳐다보았다. "전부 다 보냈는데, 수중엔 메모 몇 개밖에 없소. 언제 어디를갔었는지 적은 것뿐인데." "좋아, 그럼 그거라도 내놔." "그럼 지금 그걸 사겠다는 소린가?" "난 그런 말한 적 없어. 그냥 내놓으라고 했지. 팔고 싶은 건 당신이잖아?" "난 당신이 돈으로 살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니오." - P359
캐롤이 떠올랐다. 이제 1,600킬로미터 멀리 있는 그녀. 오늘 밤은 혼자 자야 한다. 테레즈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밖으로 나갔다. 편의점이 보였다. 어느 날 아침 캐롤이 휴지와 치약을 샀던 곳이다. 그리고 저 코너에서 캐롤이 고개를들고 도로표지판을 읽었다. ‘5번가와 네브래스카가.‘ 테레즈는 편의점에서 담배 한 갑을 사서 호텔로 돌아와 의자에 앉았다. 캐롤이 떠난 후 처음으로 담배를 입에 물고 맛을 느꼈 다. 그간 잊고 지낸 혼자라는 상태를 음미했다. 그저 몸만 떨어져 있을 뿐, 혼자라는 기분이 전혀 들지 않았다. - P378
캐롤은 잠시 테이블 옆에 서서 테레즈를 보다가 자리에 앉았다. "만나줘서 고마워." "그런 말 말아요." 웨이터가 왔다. 캐롤은 차를 시켰다. 테레즈도 아무 생각 없이 같은 걸로 시켰다. "나 밉지, 테레즈?" 캐롤이 물었다. "아뇨." 캐롤의 향수 향이 희미하게 느껴졌다. 익숙했던단내였는데 지금은 이상하게도 낯설었다. 전에 느끼던 그런감정이 일지 않아서였다. 테레즈는 성냥갑 뚜껑을 만지작거리다가 도로 내려놓았다. "어떻게 당신을 미워할 수 있겠어요. 캐롤?" "날 미워하는 줄 알았어. 한동안 날 미워한 건 사실이잖아." 캐롤은 사실이라고 못박아 말했다. "미워한다고요? 당신을요? 아니에요." 별로 미워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과 다름없을지 모른다. 캐롤이 두 눈으로 테레즈의 표정을 읽고 있기 때문이다. - P436
"아주 좋아 보여" 캐롤이 말했다. "갑자기 등장했는데, 그 이유가 내게서 벗어나려고 그런 거야?" "아뇨." 테레즈는 바로 반박했다. 좋아하지도 않은 차를시켜놓고 내려다보며 인상을 썼다. 캐롤이 ‘등장‘이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으니 새로 태어난 기분도 들고 부끄럽기도 했다. 맞다. 캐롤이 떠난 후 테레즈는 새로 태어났다. 도서관에 걸린 초상화를 보는 순간 새로 태어났다. 그때 터진 울음은 신생아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 세상으로 끌려 나오며 우는 것과 동일했다. 테레즈는 캐롤을 바라보았다. "수폴스 도서관에 그림이 걸려 있었어요." 테레즈는 말했다. 그리고 감정을 섞지 않고 남 얘기 하듯 사연을 털어놓았다. - P437
테레즈는 심장이 쿵쾅거렸다. 백화점에서 캐롤의 전화를 처음 받던 날 같았다. 테레즈의 의지와 다르게 몸이 반응했다. 그럴 수 있다면 행복하고 뿌듯할 것 같았다. 캐롤이 용기를 내 이렇게 일을 벌인 게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한 것도 흐뭇했다. 캐롤이 앞으로도 이렇게 용기를 내리라는 사실도 기뻤다. 대범했던 캐롤의 모습이 떠올랐다. 시골 도로에서 탐정과 맞서던 용기. 테레즈는 침을 삼키면서 요동치는 심박 소리까지 같이 삼키려고 애를 썼다. 캐롤은 아예 테레즈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재떨이에 담배 끝을 비비고있었다. 캐롤과 같이 산다니. 그건 그동안 불가능한 일인 동시에 테레즈가 이 세상에서 가장 바라던 바였다. 캐롤과 같이 살고 일상을 공유하는 일. 여름과 겨울을 보내고 같이 산책하고 책을 읽고 여행하기. 캐롤을 원망하던 나날들이 스쳐 지나갔다. 캐롤이 이런 얘기를 꺼내면 테레즈는 거절하는 상상을 했었다. - P442
테레즈는 입구에 서서 안에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피아노 연주가 흐르고 있었다. 조명이 밝지 않아서 처음에는 캐롤이 잘 보이지 않았다. 어둑어둑한 그림자가 진저쪽에 캐롤이 벽을 등지고 앉아 있었다. 캐롤은 테레즈를 보지 못했다. 반대편에 앉은 남자가 보였다. 누구인지 테레즈는 알지 못했다. 캐롤이 천천히 손을 들어 머리 한쪽을 쓸어내리더니 반대편도 한 번 더 쓸어내렸다. 테레즈는 미소를 지었다. 저게 바로 캐롤 특유의 동작이다. 저 모습이 바로 테레즈가 사랑했던, 그리고 앞으로도 사랑할 모습이다. 이제는 좀 달라질 것이다. 테레즈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젠 캐롤을 온전히 다시 만날 것이다. 그럼에도 캐롤은 그 누구도 아닌 여전히 캐롤이며, 앞으로도 캐롤일 것이다. - P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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