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해서 읽으면 얼른 읽을 수 있을것 같은데 생각과 달리 자꾸 집중력이 떨어진다. 지난주 강추위 속 딸램 이사 도와주고 열심히 청소하고 챙겨주고 왔더니 몸살이 났다. 머리가 계속 딩....
빨리 읽어야 반납을 하지
나중을 위해 남겨두고 싶은 문장들이 많다.
읽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나이이다보니 어쩔수없이
자꾸 남기고 싶어진다.

사실, 리처드가 이해했기에 이토록 화내는 것이다. 그런데 캐롤이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다 해도 테레즈가 같은 마음일 거라는 걸 그가 이해할 수 있을까? 백화점에서 인형 가방을 사려고 잠깐 얘기한 후 캐롤이 말을 걸지 않았더라도 테레즈는 지금과 같은 감정일 것이다. 캐롤과 말 한마디 섞지 않았더라도 심정은 똑같았을 것이다. 캐롤이 매장 한가운데에 서서 바라보는 시선을 테레즈가 느낀 순간, 이 모든 일이 벌어졌다. 그날 만남 이후 있었던 수많은 일들로 인해 테레즈는 굉장한 행운아가 된 것 같았다. 남녀가 자기 짝을 알아보기란 너무 쉽다. 테레즈는 캐롤을 알아본 것이다. - P243
"아름다워요." 테레즈가 말했다. 그 말을 듣자 캐롤은 핀잔하는 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테레즈가 사랑하는 미소였다. 캐롤은 화장대로 걸어가노란 실크 스카프를 목에 둘러 느슨하게 묶은 다음 머리를빗기 시작했다. 램프 불빛을 받자 캐롤이 그림처럼 보였다. 테레즈는 이 모든 장면을 예전에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P290
테레즈는 아직도 술기운이 남아 있었다. 샴페인을 마셔서 알딸딸하게 취기가 오르자 미치도록 캐롤 옆으로 가고 싶었다. 만약 테레즈가 청하면 캐롤은 오늘 밤 한 침대에서 재워줄는지도 모른다. 테레즈는 그 이상을 원했다. 캐롤과 키스하고 몸을 밀착시켜 서로의 살갗을 느끼고 싶었다. 테레즈는 팔레르모 바에서 봤던 여자 둘을 떠올렸다. 그들은 했을 거야. 그 이상의 것도, 만일 테레즈가 두 팔로 안으면 캐롤이 역겹다며 밀쳐 낼까? 그럼 그나마 갖고 있던 애정도 순식간에 사라지겠지? 캐롤이 차갑게 퇴짜놓는 모습을 떠올리는 순간 테레즈의 용기는 다 사라지고 고작 이 질문으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침대에서 그냥 잠만 자게 해달라고할까? - P294
테레즈가 호텔 방문을 열자 캐롤의 모습이 창이 되어 테레즈의 가슴을 관통했다. 테레즈는 문고리를 붙들고 잠시그대로 얼어붙었다. 캐롤이 머리를 빗으면서 욕실에서 나오다가 테레즈를 쳐다보았다. 캐롤이 테레즈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었다. "남들 앞에서 그러지 마." 테레즈는 신문을 침대 위에 내던지고 캐롤에게 다가갔다. 캐롤이 와락 테레즈를 감싸 안았다. 두 여자는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절대로 헤어지지 않으리라는 듯이. 테레즈는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캐롤의 품에 안겨 있으니 키스보다 더한 밀착감이느껴졌다. "왜 이렇게 오래 참았어요?" 테레즈가 물었다. "사실・・・・・・ 두 번은 없을 거라 생각했어. 그리고 내가 그걸 원하지 않을 줄 알았어.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 - P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