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브르가 관찰한 막시류 곤충인 땅벌은 죽은 후에도 유충이 먹을 신선한 먹이를마련하려고, 해부학의 힘을 빌려 자신의 잔인성을 키워 바구미나 매미를 포획하고는, 다른 생명 기능은 그대로 둔 채 다리 운동을 주관하는 신경중추를 놀라운 지식과 솜씨로 찔러, 그 마비된 곤충 주위에 알을 갖다 놓고는 알이 부화해서 유충이 되면 그 유충에게 온순하고도 무해하고, 도망치거나 저항할 수없는, 그렇지만 조금도 썩지 않은 먹이를 제공하게끔 한다고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프랑수아즈는 어떤 하인이라도 우리 집에 오래 붙어 있지 못하도록 그 끈덕진 의지로 매우 교묘하고도 가혹한 술책을 썼는데, 그해 여름 우리가 거의 매일같이 아스파라거스를 먹어야만 했던 것도, 아스파라거스 껍질을 도맡아 벗기던 부엌 하녀가 냄새 때문에 심한 천식 발작을 일으켜서 마침내 우리 집을 떠날 수밖에 없게 하기 위해서였다는 사실을 우리는 여러 해가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마르셀의 비유도 재미있고 하녀인 프랑수아즈의 교묘한 술책도 놀랍다 정말! 그런데도 그 하녀를 내보낼 수가 없다는 것이 딜레마다. 마르셀은 프랑수아즈가 당장에라도 문밖으로 쫓겨나기를 바랐지만, ‘그러나 누가 그녀처럼 뜨거운 물주머니와 향기로운 커피를 만들어 줄 것인가, 그리고 또... 닭고기 요리는? 사실 다른 사람도 나와 마찬가지로 이런 비겁한 계산을 했을 것이다.‘(217쪽) 라는 설명을 대신 붙였다. 적당히 눈감고 모른척 하는 것이다. 그것이 주인의 미덕이다?
- P220
그때우리는 햇살이 쨍쨍 비치는 정문 문턱에서, 시장의 얼룩덜룩한 소란스러움을 압도하는 르그랑댕 씨를 보았다. 우리가 지난번에 만났을 때 그와 함께 있던 귀부인의 남편이 근방 다른어느 대지주의 부인에게 르그랑댕을 소개하는 중이었다. 르그랑댕의 얼굴은 활기에 차고 놀라운 열성을 나타내 보였다.
그는 깊숙이 허리를 구부려 인사하고는 몸을 일으키다가 갑자기 등을 처음보다 더 뒤로 젖혔는데, 아마도 누이동생인 캉브르메르 부인의 남편으로부터 배운 것 같았다. 재빨리 몸을일으키는 바람에 그렇게까지는 살집이 좋으리라 추측하지 못했던 르그랑댕의 엉덩이가 일종의 혈기왕성한 근육질 파도처럼 역류했다. 어떤 정신적인 표현도 찾아볼 수 없는, 다만 비속함으로 가득한 호의가 폭풍우처럼 휘몰아치고 있는 그 순수한 물질의 파동이, 그 관능적인 물결이 내 머릿속에 갑자기 우리가 아는 것과는 전혀 다른 르그랑댕의 가능성을 떠올리게 했다.
*르그랑댕의 엉덩이에 대한 저런 표현의 발랄함을 읽다보면 그 모습이 만화의 한장면으로 그리래도 그릴수 있도록 생동감있게, 저절로 머릿 속에 그려지는데 마르셀 프루스트의 표현력이란 것이 정말로 지루하다가도 눈이 번쩍 뜨이게 만드는 이런 문장들에서 빛을 발하고 있으니 중간에 그만 둔다는 생각을 할수가 없게 만드는 것이다. 이 소설이 줄거리가 딱히 있는것도 아니고, 의식의 흐름을 따른 독특한 서술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뭔가 익숙하다 했더니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에서 이미 경험했었단 생각이 들었다. <댈러웨이 부인>도 무슨 특별한 줄거리가 있는건가? 싶은데 의식의 흐름기법으로 쓰여진 소설이 매력있게 다가와서 오래 전에 읽은 책인데도 좋았던 기억이 또렷하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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