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그럼 우리는 이 영화들을 보면서 무엇을 발견하게 되는가? (...) <꿈속에서 만나요>에 묘사되는 세계는 따분한 곳이고 심지어 불쾌하기까지 하다. 그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도 따분하긴 마찬가지다. 그들은 기생충 같은 존재다. 그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머릿속으로 ‘기생’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그 영화에 나오는 독신 여성인 대너와 그 여자 친구들인 레아 펄먼과 준 스큅은 아무것에도 관심을 가지지 않으며 내용 있는 대화를 나누지도 않는다. 그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브리지 게임을 하고 남자를 만나러 나가는 것뿐이다. 진지한 취미를 가진 사람도 없다. 정치, 문화, 넓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에도 관심 두지 않는다. 이타적인 정신이나 어떤 꿈을 가진 사람도 없다. 역겨운 시가를 피우면서 자기 요트 자랑이나 늘어놓는 샘 엘리엇도 마찬가지다. 대너와 샘은 잘 어울리는 짝이다. 둘 다 깊은 감정도 없고 내면세계도 없는 사람이니까. (...) 이 불행하고 불쾌한 영화의 교훈은 인간의 복잡성 자체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복잡성은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이런 분석의 필연적인 귀결은 사랑은 돈으로 살 수 없으며, 우리에게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면 삶에 무관심해지고 무기력한 상태가 되기 쉽기 때문에 진실한 사랑을 하는 데 큰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 마사 누스바움, 솔 레브모어,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 326~328쪽.
............... 

 

 


이 글을 독자에게 바람직한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걸로 읽을 수 있다. 밑줄 친 문장을 내 식대로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어떤 것에 관심을 갖고 내용 있는 대화를 나누며 살아라.
진지한 취미를 가져라.
정치, 문화, 넓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두어라.
이타적인 정신이나 어떤 꿈을 가진 사람이 되어라.
깊은 감정과 내면세계를 가져라.

 

 

이런 사람이 되어야 좋은 인생을 살 수 있고 진실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말이겠다. 동의한다.

 

 

내 생각을 덧붙이자면, 인생길을 가면서 만나는 일들에 대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유쾌하게 살자.

 

 

 

 

 

 

 

 

 

 

2.
무용을 배우러 다녔고, 문학 토론 강의를 들으러 다녔고, 친정어머니가 사시는 집을 자주 방문하였고, 자주 걸었으며, 집안 살림을 했고, 책을 읽고 글을 썼으며, 두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한마디로 내 몸 에너지를 다 쓰며 지냈다. 그러던 중 외출할 일이 삼일 내내 생겼다. 그러고 나서 병이 났다. 다행히 잔병이었다. 손등에 습진이 생겼고, 눈에서는 실핏줄이 터져 빨갛게 되었고, 이 눈이 나을 즈음 이번엔 다른 한쪽 눈에서 결막염이 생겼으며, 목의 임파선이 부었다. 한마디로 고단한 몸으로 살다 보니 병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져서 최근 몇 주를 잔병에 시달리며 병원을 다니며 쉬었다. 몸이 쉬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아 칼럼 연재를 중지하고 쉬었다. 큰 병이 나지 않기 위해 잔병치레를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잔병으로 인해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니 말이다. 뭐든지 나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건 나의 장점이다.

 


참고 사항 :
몸이 피곤하면 눈의 실핏줄이 터지는 모양이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다음과 같이 예문이 나와 있는 걸 봤다. 

 

예문) 얼마나 피곤했는지 그의 눈의 실핏줄이 터져서 벌겋게 되었다. 
 

 

어떤 기사에서 봤는데 중장년층은 자기 운동 능력의 70프로 미만으로 운동하는 게 좋다고 한다.

 

 

이번에 깨달은 것 : 일상생활에서 몸 에너지를 70프로 미만으로 쓰는 게 좋겠다. 왜냐하면 에너지 100프로를 다 쓰고 고단함을 느껴 이제 쉬려는데 갑자기 외출할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 예를 들면 친척 초상집에 갈 일이 생겨 갈 수 있다. 이렇게 쉬지 않고 몸을 무리하게 움직이게 되면 병이 난다. 그러니 에너지를 70프로만 쓰고 30프로는 늘 몸에 비축해 두는 게 좋겠다는 것.

 

 

(이것을 여러분도 염두에 두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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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1 1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11 1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9-07-11 13: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궁금했던 참이어요. 70%만 사용하기. 명심할께요. 남은 30%는 없어지는거라 아까워말고 내일을 위해 저축해둔다 생각해야겠지요.
휴식기 가지시길 잘 하셨습니다.

페크(pek0501) 2019-07-11 14:01   좋아요 1 | URL
예. 잔병치레가 없었다면 계속 go go 했겠지요. 그러다가 큰 병에 걸릴 수 있고요.
몸의 신호를 잘 알아차리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체력이 약해서 그런지 조금만 무리하면 목 임파선이 잘 부어요. 그럼 스톱, 한답니다.
나인 님도 건강 관리 잘 하시면서 글 쓰세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서니데이 2019-07-11 17: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한동안 많이 바쁘셨군요. 건강은 조금 어떠신가요.
2번에 있는 내용을 읽으면서 그동안 있었던 페크님의 일들을 생각해봅니다.

오늘 페이퍼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70퍼센트만 쓰고 30퍼센트는 남겨두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내일 또 쓰고, 남겨서 그 다음날 또 쓰고요. 하루에 많이 쓰면 그 날은 다 썼다는 기분이 좋을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좋지 않을 것 같아요.

빨리 좋아지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더운 여름, 시원하게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9-07-12 11:36   좋아요 1 | URL
덕분에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운동도 피곤을 느낄 정도로 하지 말고 그 전에 멈추는 게 좋다고 하네요.
예. 여름을 시원한 마음으로 보내겠습니다. 서니데이 님도 그러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cyrus 2019-07-11 17: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눈에 자주 실핏줄이 터지는 횟수가 많아지면 그냥 놔두지 말고 병원에 가보셔야 해요. 고혈압의 전조일 수 있어요. 저희 어머니가 고혈압 증세가 있는데, 이게 눈에도 영향을 줬어요. 그래서 지금도 어머니는 안과를 계속 다니면서 안약을 투여하고 있어요.

페크(pek0501) 2019-07-12 11:43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그래서 병은 비밀로 하지 말고 사람들에게 알리라고 하는군요. 알리고 나니깐 의사도 가르쳐 주지 않는 고급 정보를 주시네요. 명심하겠습니다.
다행히 실핏줄이 터진 건 처음입니다. 처음이라 많이 놀랐습니다. 몸 컨디션이 안 좋아지면 자신의 가장 약한 부위에서 병이 난다고 해요. 저는 눈이 약한 편이라고 봐야겠지요. 아무래도 독서와 노트북 사용으로 남들보다 눈을 혹사하는 경향이 있으니 그런가 보다 했어요.
이삼십 대엔 괜찮으나 사오십대가 되면 몸을 많이 쓰면 병이 난다고 합니다. 많이 뛰어다닐 수밖에 없는 축구 선수들이 나중엔 무릎을 많이 써서 관절염으로 병원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로 글쟁이들은 책과 컴퓨터로 눈을 피로하게 하니 주의가 필요한 것 같아요.

다행히 혈압은 정상입니다. 무용, 걷기 등으로 혈압은 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데 또 모르는 일이 자주 체크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정보 얻었습니다.

scott 2019-07-11 20: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잔병이 아닌것 같습니다. cyrus님 조언처럼 병원에 꼭가셔서 정밀검사 받아보세요.
칼럼 연재까지 중지 하실 정도로 몸상태가 안좋으신데 하루 빨리 건강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페크(pek0501) 2019-07-12 11:47   좋아요 0 | URL
예, 감사합니다. 실핏줄 터진 환자에겐 정밀 검사를 해 준답니다. 어제 안약이 떨어져서 병원에 갔더니 이젠 안약을 끊어도 된다고 하더군요. 일단 다 나았다고 보아지는데 앞으로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습니다.
scott 님도 건강 관리 잘 하셔서 오래 오래 알라딘에 남아 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이번에 너무 겁이 나서 절필을 해야 되나, 심각했답니다. ㅋㅋ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한수철 2019-07-11 2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 얼마 전에 안과에 어떤 결론을 들으러 가신다는 말씀을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잘.. 그.... 음.... 파이팅하십시오!!!

그나저나 ˝나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건 나의 장점이다.˝라는 문장이 좋네요. ;)

예컨대 배우 한석규가 어떤 영화에서- 어떤 영화인지는 기억이 안 나네요- 어떤 이유로 울던 중에 어떤 이유로 또 잠깐 웃는 그런 느낌이 드는, 좋은 문장 같아요.

저는 이 문장이 이 글의 전체를 지탱케 하는 유의미한 유머의 일종이라고 생각했어요.

뭐 그렇다구요, 좋은 밤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9-07-12 11:54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제가 그렇게 댓글을 썼었지요. 어제 님의 답글을 봤습니다. 그동안 알라딘에 로그인을 하지 않고 살아 늦게 답글을 봤어요.
이젠 안약을 끊어도 된다고 검사를 맡았으니 한시름 놓았습니다. 그러나 건강은 늘 살펴야 하는 일이겠지요.

나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기를 그렇게 보셨군요. 역시 남다른 시각을 가진 분이라 남다른 댓글을 쓰시네요. 긍정적으로 해석하자, 뭐 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저는 꼭 나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버릇이 있더라고요. 저도 신기한 일입니다.

반가운, 오랜만의 나들이십니다. 칩거하지 마시고 앞으로 댓글 마실도 다니고 그러시길 바랍니다. 모름지기 사람이란 사람들 사이를 다니며 살아야 한다고 봐요. 때론 고독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건 얼마든지 가질 수 있는 시간이니까요.

제가 잔병에 대해 썼더니 여러 알라디너 분들이 걱정과 조언을 해 주시어
황송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굿 데이~~~
 

 

 

 

 

 

제목 : 애인, 친구, 책을 비교한다면

 

 

예전에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여러 연령층의 사람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맞히는 퀴즈가 있었다. 그중 재밌는 퀴즈가 있었는데 ‘평생 애인 없이 살기’와 ‘평생 친구 없이 살기’ 중에서 어떤 것이 낫다고 사람들이 선택하는지를 알아맞히는 것이었다. 답은 ‘평생 애인 없이 살기’였다. 조사한 사람들 중 70% 이상의 사람들이 애인보다 친구를 더 중요시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애인에 비해서 친구가 더 자신에게 잘해 준다는 생각이 들어서일 것 같다. 애인과 싸우거나 결별할 때 위로해 주는 것은 친구인 경우가 많고 또 외로울 때도 위로를 해 주는 것은 친구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쩌면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지 모른다. 애인은 가끔씩 적대적 관계에 있게 된다고. 그래서 애인은 늘 내 편일 수 없다고.

 

 

만약 사람들에게 애인, 친구, 그리고 여기에 책을 넣어 세 가지 중에서 하나만 선택하라면 어떻게 될까. 이번에는 ‘평생 애인 없이 살기’, ‘평생 친구 없이 살기’, ‘평생 책 없이 살기’ 중에서 가장 끔찍한 삶을 고르라면 결과가 어떨지 궁금하다. 이 중에서 ‘평생 책 없이 살기’가 가장 끔찍할 것 같다는 사람도 많을 듯하다. 나도 여기에 속한다. 내게 책이 없는 세상은 살맛 없는 세상이다.

 

 

애인은?

 

 

애인이 있어서 좋은 점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기쁨과 달콤한 설렘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나쁜 점은 상대에 대한 의무가 따른다는 점이다. 연애를 하면 언제든 상대가 불러내면 아무리 외출이 귀찮은 날에도 만나러 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 나가지 않는다면 상대는 섭섭해 하거나 화를 낼 것이다. 또 생일같이 특별한 날은 꼭 챙겨 줘야 하고 아플 땐 더 마음을 써 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 물론 사랑에 빠지면 그런 의무를 다하는 것이 즐거울 수 있다. 하지만 여러 통계에 따르면 오래 사귈수록 달콤한 설렘도 점점 퇴색한다고 하니 오래 사귀면 애인으로 인해 귀찮게 여겨지는 일이 생길 듯하다. 결국 두 사람 중 더 좋아하는 쪽이 있기 마련이고, 더 성의 없는 쪽이 있기 마련이어서, 한쪽은 화를 내고 다른 한쪽은 화를 풀어 줘야 하는 관계가 되기 쉽다. 혹자는 ‘연애’하면 떠오르는 게 ‘스트레스’라고 했다. 연인 관계에서는 싸움이 많아지기 때문이란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괴로움을 동시에 주는 게 애인이란 존재가 아닐까 한다.

 

 

친구는?

 

 

친구는 애인에 비해 기쁨을 덜 주지만 스트레스도 덜 준다. 애인에 비해 서로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관심이 많지 않으니 싸울 일도 많지 않다. 친구의 좋은 점은 늘 그 자리에 있어 준다는 점이다. 애인은 한동안 만나지 않으면 이별할 확률이 크지만 친구는 소원하게 지내다가도 언제든 만나면 예전의 친숙했던 친구 관계로 돌아가게 된다. 단점은 무관심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친구보다는 애인이나 가족을 더 챙기기 때문에 섭섭할 때가 생길 수 있다.

 

 

책은?

 

 

그러면 책은 어떠한가. 애인이나 친구를 만나는 일과 비교하면 책을 만나는 일엔 의무도 없고 섭섭함도 없다. 그저 흥미로운 책을 대할 때마다 새로운 즐거움이 생길 뿐이다. 싫증이 날 새가 없이 새 책은 매일 쏟아져 나와 설렘이 이어진다. 한번 책의 달콤한 열매를 맛본 사람은 그 맛을 잊을 수 없어서 자연히 책의 세계로 빠져 들게 된다. 독서만큼 값이 싸면서도 오랫동안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없으며(몽테뉴), 독서하는 사람은 참된 벗, 친절한 충고자, 유쾌한 반려자, 충실한 위안자가 없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M. T. 바로).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자질

 

 

나에게 재능이 있다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자질이다. 나에게 그 자질이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책을 읽으면 어떠한 잡념도 사라지고 책 내용에 곧장 몰입하게 된다. 그래서 책을 읽고 있는 한 나는 행복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이 행복하다고 여길 것이다. 행복해서 좋은 점 중 하나는 타인에 대해 시기하지 않고 너그러워진다는 점이다. 시기심이란 자기보다 나은 처지에 있는 사람을 공연히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마음이므로, 자신을 행복한 사람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은 공연히 시기심을 갖지 않는다.

 

 

행복한 독서광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어서 좋다. 돈 많은 친구를 만나면, “넌 부자가 되거라, 난 책으로 행복할 테니.”라고. 옷을 멋지게 입는 친구를 만나면, “넌 멋쟁이가 되거라, 난 책으로 행복할 테니.”라고. 나에게 만약 ‘부자인 것’과 ‘책이 주는 행복’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책이 주는 행복’을 택하리라. ‘멋쟁이인 것’과 ‘책이 주는 행복’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책이 주는 행복’을 택하리라.

 

 

 

책이 넘쳐서 책장에 못 들어가고 있는 책들

 

 


책을 보면 참 잘생겼다고 느낀다.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을 볼 때면 또는 책이 방바닥에 쌓여 있는 것을 볼 때면 나는 그것의 잘생긴 외양에 감탄하곤 한다. 이보다 더 잘생길 수는 없을 것 같다. 아무리 전자책의 출현으로 인해 종이책의 종말을 논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해도 한 장 한 장 넘기는 종이의 질감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에 의하면 독서의 두 가지 동기는 독서를 즐기려는 것과 읽은 책에 관해 자랑하려는 것이라고 한다. 책에 매료된 적이 있는 사람은 즐거움을 얻으면서 동시에 자랑거리를 갖게 하는 책을 사랑할 수밖에 없겠다.

 

 

책과 관련하여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책과 관련하여 내가 좋아하는 것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인터넷 서점에서 사고 싶은 책을 고르는 것/ 새 책의 첫 장을 펼치는 것/ 새 책의 빳빳한 질감을 느끼는 것/ 커피 한 잔을 옆에 두고 책을 읽는 것/ 책에서 외우고 싶을 만큼 좋은 구절을 발견하여 연필로 밑줄을 긋는 것/ 책 보다가 스르르 잠이 드는 것/ 독서광인 친구를 만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

 

 

책과 관련하여 내가 싫어하는 것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책이 구겨지는 것/ 내가 아끼는 책을 누군가가 빌려 달라고 하는 것/ 책을 재밌게 읽고 있는데 갑자기 외출할 일이 생기는 것/ 아끼던 책이 오래되어 종이가 누렇게 변색되는 것/ 책 읽으며 안구건조증이 느껴지는 것/ 전자책의 편리성 때문에 종이책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신문 기사를 보는 것.

 

 

 

* 어느 플랫폼에 연재하고 있는 칼럼 26번째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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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6-19 1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장에 꽂지 못한 책들은 저렇게 탑으로 만들어놨어요. 저러면 책 한 권 빼기가 귀찮아요. 특히 책탑 제일 아래에 있는 책을 꺼낼 때가 난감해요. 그리고 책탑 사이사이에 먼지가 쌓여 있어요. 가끔은 책탑 전부를 해체하고 바닥을 청소해줘야 해요. ^^;;

페크(pek0501) 2019-06-21 21:45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저렇게 탑으로 쌓아 놓는 이유는 먼지가 덜 앉기 때문이에요. 보기에 맨 위의 책만 먼지가 앉을 것 같잖아요. 하지만 님이 말씀하신 대로 책 사이사이에 먼지가 많아요. 자주 닦아야 합니다. 예전엔 유리로 된 문을 닫는 책장을 썼어요. 다시 책장을 산다면 유리 문이 있는 책장을 사야 할까요. 그런데 책을 꺼낼 때마다 문을 열고 닫아야 하는 게 불편하지요.

다시 보지 않을 책은 버려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네요. 책 사랑... 뭐든 사랑이 지나치면 난감한 일이 생깁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moonnight 2019-06-19 13: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애인 친구 모두보다 책입니다 ㅎㅎ;; 와인 한 잔 따라놓고 책 읽는 시간이 너무 좋아요♡

페크(pek0501) 2019-06-21 21:49   좋아요 0 | URL
사랑이 뭔지 알게 되면 애인이란 존재도 시시해지지요. 이혼한 사람들도 대부분 한때 사랑해서 결혼식을 올렸다고 생각하면 사랑이니 애인이니 하는 게 참 시시해집니다.

책 사랑만큼은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책에 한번 빠져 버린 사람은 영원할 것 같습니다.
와인 한 잔 따라놓고 책... 멋지십니다. 상상만 해도 행복한 독서 시간이 될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문나잇 님.

2019-06-19 17: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6-21 2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9-06-19 2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제방도 페크님처럼 책으로 둘러쌓여 있어 잠잘곳도 마땅치 않아요ㅜ.ㅜ

페크(pek0501) 2019-06-21 21:54   좋아요 0 | URL
카스피 님, 오랜만입니다. 건강 괜찮으시지요?

잠잘 곳이 마땅치 않을 정도라니 상상이 갑니다. 책을 위한 방인지 사람을 위한 방니지 모를 지경이겠습니다. 그래도 행복하게 느껴지는 걸요.
감사합니다.

맑은 생각 2019-06-22 1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이 없다면 마음까지 없다.ㅎㅎ

페크(pek0501) 2019-06-25 11:53   좋아요 0 | URL
아,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이 글의 좋아요 수가 높은 것은 이곳이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알라딘이어서일 거예요.
댓글,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19-06-22 1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책장이 멋지네요. 책탑의 책도 적절한 크기로 잘 정돈된 느낌도 들구요. 제 책탑은 곳곳에 쌓여있다보니 서재의 멋을 찾아보기 힘이 듭니다.ㅜㅜ

페크(pek0501) 2019-06-25 11:58   좋아요 1 | URL
책장이 오래되었는데 싫증이 나지 않네요. ㅋ 똑같은 책장 세 개를 붙여 놓은 것입니다. 구석에 다른 책장이 하나 더 있어서 기억 자로 책장이 배치되어 있는데 그건 찍히지 않았어요. 그건 다음 기회에 공개하기로 하죠.
책탑이란 말이 멋지군요. 그냥 그렇게 쌓인 것이지 따로 연출하진 않았어요.
사진이 잘 나온 것이지 실제로 보면 깔끔하지 않습니다. ㅋ
사진의 효과가 성공인 셈입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19-06-25 1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집에도 책상위에 책이 많이 있는데, 갈 곳이 없어요. 그렇다고 이전에 산 책을 버릴 수도 없고요. 그 책도 안 읽은 책이 거의 많거든요. 책은 좋은데, 계속 신간이 많이 나오니 사게 되네요.^^;
페크님, 오늘 서울은 32도 정도 된다고 들었어요. 더운 하루 잘 보내고 계신가요.
편안한 오후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9-07-01 13:45   좋아요 1 | URL
아직 견딜 만한 더위입니다. 곧 폭염이 시작되겠죠. 눈에 문제가 생겨서- 결막염 등 - 안과에 다니고 있고 그래서 책을 끊고 오디오북을 즐겨 들었어요. 오늘 안과에 가서 다 나았는지 확인하고 올 생각입니다.

몸과 마음이 편안한 삶을 사는 것에 - 평범한 삶에 - 감사하고 싶은 날입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성에 2019-06-28 0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사랑, 하면 저도 할 말 많습니다.
먼 대학시절 가난한 주머니를 털어 샀던 책을 지금 까지도 끌어 안고, 벽 한면을 가득 채운 한글 책들을 어떻게
대물림하나 하는 것이 장차 난감한 이국 생활입니다.
글을 쓰려면 여러 자료가 필요할 때 요긴하게 도와주는 내 자식같이 사랑스러운 책들,
저의 자랑은 내 인생 성장과 고락을 함께 묵묵히 지켜주는 나와 함께 묵어가는 책들입니다.

페크(pek0501) 2019-07-01 1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이국 생활에는 그런 고민이 있겠군요.
저는 자식들에게 제가 세상을 떠나고 나면 깨끗한 책은 도서관에 기증하고 나머지 책은
고물상에 그냥 넘겨 주라고 할 참입니다. 이미 말한 바 있어요.

그러니까 살면서 버리기, 가 중요할 듯해요. 버릴 줄 아는 것도 실천하면서 배워 가야 하지 않나 싶어요. 얼마전, 삼사십 권을 버렸는데 더 버려야 할 책이 있는데 쉽지 않네요. 말씀하신대로 정말 자식 같은 사랑스러운 책들이라서...

하루하루 즐거운 시간으로 채워지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책이 넘쳐서 책장에 못 들어가고 있는 책들

 

 

 

 

1. 하나에 몰입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면 :
대체로 인간은 어느 하나에 몰입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면 다른 일들에 대해서는 시시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내가 글쓰기와 책에 빠지게 된 날부터 지금까지 다른 것에는 내 마음을 길게 빼앗겨 본 일이 없으니.

 

 

책을 구입하는 돈은 아깝지 않아 사고 싶은 책을 다 사게 된다. 책을 자꾸 사들이는 나를 보고 애들이 한마디씩 한다. 책을 그만 사고 차라리 옷을 사라고. 애들이 말하는 건 종이책이다.

 

 

최근 10개월 동안 오디오북을 13만 원어치 구입한 걸 애들은 모른다. 계산을 해 보니 정확히 129,510원어치 오디오북을 구입했다. 오디오북으로 들어서 만족스러운 것은 종이책을 또 구입했으니 이중으로 돈을 쓰고 있는 것이다. 오디오북의 장점은 반복해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종이책을 읽다가 눈이 피로해지면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어 좋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2. 사람 나름이다 :
부자들이 갑질을 한다고 해서 모든 부자들이 그러는 것은 아니다. 부자여서 오만할 수도 있고 부자여서 너그러울 수도 있다. 가난해서 마음이 비뚤어질 수도 있고 가난해서 어려운 이웃을 배려할 수도 있다. 결론은 사람 나름이라는 것. 그러므로 인간에 대해 이해하려면 인간의 전체적 특성과 개별적 특성을 모두 알아야 한다. 그래야 완전한 이해에 가까워질 수 있다.  

 

 

 

 

 

 

3. 자신을 명확히 규정할 수 있는가 : 
예술가들 중에서 하도 기이한 사람들이 많다 보니 나의 나쁜 점을 발견하면 내가 예술가적 기질을 가져서 그런 거야, 라고 합리화를 하곤 한다. 예민한 것도 사교성이 없는 것도 다 예술가를 닮아서, 라고 생각해 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각도를 달리하면 나처럼 둔한 사람이 없고 나처럼 사교적인 사람이 없다. 결론은 나를 명확히 규정하기 어렵다는 것.

 

 

 

 

 

 

4. 게으름을 사랑하기로 :
화장지가 떨어져서 화장실에서 화장지 대신 크리넥스를 사용하고 며칠 지나서야 마트에 가서 화장지를 비롯하여 이것저것 사서 배달시키고 왔다. 이 게으름을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다가 그냥 게으름을 사랑하기로 했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부지런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버리기로 했다.

 

 

 

 

 

 

5. 어느 위치에서 볼 것인가가 관건 :
오래된 역사서는 남성들이 쓴 것이 대부분이기에 사실이 왜곡될 수밖에 없다. 어느 위치에서 보느냐, 누구의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내용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전쟁에서 적의 우두머리를 죽이는 일이 자국에서 보면 영웅이지만 상대국에서 보면 나쁜 놈이 된다.

 

 

며칠 전 극장에서 ‘알라딘’이라는 영화를 보는 중 좋은 대사 하나가 귀에 들어와 박혔다. "사과를 훔치면 도둑이 되지만 나라를 훔치면 왕이 되지."

 

 

 

 

 

 

6. 함께 비를 맞는다는 것의 의미 :
비를 맞는 친구에게 우산을 씌어 주는 게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 가장 좋은 친구라고 한다. 함께 비를 맞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이렇게 해석해 봤다. 밖에서 텐트를 치고 잠을 자면서 며칠 동안 농성을 하는 친구가 있을 때 이것이 비를 맞는 상황이다. 이럴 때 좋은 친구가 되려면 함께 비를 맞기. 즉 텐트에서 그 친구와 함께 잠을 자고 농성을 하며 동고동락을 하는 것. 그러니 좋은 친구가 되는 것이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내가 요즘 아끼는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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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6-11 2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의 책들
이 연상되네요.

회사 곳곳에도 짱 박아 두었는데 치우
라는 압박이 대단하네요.

페크(pek0501) 2019-06-11 22:06   좋아요 4 | URL
레삭매냐 님도 그러시군요. 하하~~
책이 너무 많아서 그 무게로 집 건물이 무너질 것 같아 이사를 했다는 일본 작가가
생각나네요. 그래도 저는 몇 달 전 수십 권을 버렸습니다. 그런데도 저 모양입니다.

오디오북은 폰으로 결제하고 폰에 저장해서 사용하니까 부피와 무게가 없으니 좋더군요. 오디오북을 구입하신다면 홍영란 성우의 것을 추천합니다. 정말 잘 읽어 줍니다. 톨스토이의 단편 소설 ‘무도회가 끝난 뒤‘를 들으시면 오디오북에 반하실 겁니다. 저는 종이책으로 사서 또 읽었답니다.
굿~ 밤~ 되시길...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이수역에 ‘알라딘 중고 서점’이 생겼다고 해서 가 보았다.

예상했던 것보다 매장이 컸고 잘 정돈되어 있었다.
 

 


집에서 가까운 곳이라 자주 가 보게 될 것 같다.

책 구경을 좋아한다.

 

 

 

그런데 나는 새 책으로 구입하고, 중고 책을 애용하는 건 우리 식구들일 것 같다.

중고 서점이 생겼다니까 딸과 남편이 무척 반가워하는 걸로 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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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을 때 초상권 침해를 운운하는 사람이 있을까 봐 사람이 없을 때 빨리 찍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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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쟁이 2019-05-26 16: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이수점 꽤 넓은데요. 전 좁긴해도 커피를 홀짝이며 책을 볼수 있어서 합정점을 애정해요 ^^

페크(pek0501) 2019-05-26 22:00   좋아요 1 | URL
예. 제 예상보다 넓더라고요. 사진은 더 넓게 나왔는지 모르겠지만요...
그리고 지하철 역 지하에 있기 때문에 지하철 이용자들 눈에 잘 띌 것 같습니다.

애정하는 곳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죠. 요즘은 서점마다 편히 책 볼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좋습니다.

댓글, 감사히 받았습니다. 내일부터 한 주 즐겁게 보내세요.

서니데이 2019-05-27 2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수역의 알라딘 서점도 근사하네요. 사진으로 보는데도 책과 다양한 상품이 있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저도 얼마전에 알라딘 중고서점에 가서 구경하고 왔어요. 사진을 조금 더 찍을 걸 그랬다는 생각이, 이 페이퍼 보면서 많이 듭니다.
사진 잘 봤습니다.
페크님, 좋은 하루 되세요.^^

페크(pek0501) 2019-05-29 09:42   좋아요 1 | URL
예. 근사하더라고요. 사진을 많이 찍어야 그중 맘에 드는 걸 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서 같은 장면을 각도를 달리해서 많이 찍는 편이에요.
그리고 이벤트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올려 봤습니다. 참가하는 데 의의를 두고... ㅋ

요즘 더위가 주춤해서 괜찮은데 올 여름은 또 얼마나 더울지 걱정이 되네요.
영양 풍부한 음식을 드시고 더위 잘 이겨 내시길 바랍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19-05-31 2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새 서점의 이벤트가 있다니, 잘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까지 5월, 그리고 내일부터는 6월이라서 인사드리러 왔어요.
이제는 진짜 더워지는 날들이 더 많아지겠네요.
며칠 전 비가 온 다음부터 조금 시원해져서 좋은데, 더워질 생각을 하면 벌써 마음이 여름입니다.
6월에는 더 좋은 일들 많은 한 달 되시면 좋겠습니다.
페크님,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9-06-02 12:22   좋아요 1 | URL
반갑습니다.
아무래도 이 여름에도 역시 책 속으로 들어가 더위를 잊으며 지내야 할 것 같아요. 책은 많이 사 두었으니 걱정 없네요.ㅋ

서니데이 님에게도 좋은 일 가득한 6월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진심~~.
감사합니다.


icaru 2019-06-19 1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 님 가까운 곳에 사시나 봅니다 ^^ 근데 저는 아직도 안 가봤어용 ㅠㅠ;;

페크(pek0501) 2019-06-21 22:46   좋아요 0 | URL
아, 예. 집에서 몇 정거장만 가면 되니 가깝다고 볼 수 있지요.
알라딘 중고서점이 여러 군데에 있는데 저도 처음 가 봤어요.
댓글, 감사합니다.
 

 

 

 

 

제목 : 글을 왜 쓰는가

 

 
지금의 이 시대는 작가만 글을 쓰는 시대가 아니다. 작가가 아닌 사람들도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책을 낸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글을 쓰게 만드는 것일까. 사람마다 글 쓰는 이유가 각각 다를 것이므로 여러 가지 이유를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중 두 가지만을 뽑아 생각해 보고자 한다. 자기 자랑을 하기 위해서인가, 재미있어서인가. 글을 왜 쓰는가.


 
첫째, 자기 자랑을 하기 위해서 글을 쓴다는 견해가 있다
 


첫째, 자기 자랑을 하기 위해서 글을 쓴다는 견해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글을 쓰는 목적 중 하나는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함이다. 책을 통해서든 블로그를 통해서든 글 쓰는 사람은 남에게 읽히는 것을 염두에 두고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데, 여기엔 자신을 자랑하고 싶은 허영심이 끼어 있을 수밖에 없다. 자신의 글쓰기 능력 또는 지적 능력을 자랑하고 싶을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지하생활자의 수기》에서 이렇게 썼다. “의젓한 인간이 진심으로 만족하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화제란 도대체 무엇일까? 답 – 자기 자신에 관한 것이다.”라고.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 관해 말하기를 좋아하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해 자랑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최인호 작가는 오래전 한 일간지(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왜 (사뮈엘) 베케트니 이런 작가들이 인터뷰를 안 하는지 알겠어. 인터뷰라는 건 자기 미화야. 100% 자기 미화. 난 옛날부터 인터뷰를 많이 했지만 동시에 싫었어. 나온 기사를 보면, 진짜 내 얘기가 아니야. 남에게 보여지는 내 얘기였어.”


 
여기서 ‘자기 미화’란 ‘자기 자랑’인 셈이다. 신문 인터뷰뿐만 아니라 TV 출연에서도 ‘자기 자랑’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이야기를 나누는 아침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들은 자신의 생활을 소개하며 자신의 집, 부부 금실, 음식 솜씨 등을 자랑스럽게 공개한다. 한결같이 집은 멋지게 꾸며져 있고, 부부 금실은 좋으며, 음식 솜씨는 최고임을 보여 준다. 결국 ‘자기 자랑’이다. 의사가 출연하는 프로그램도 있는데 그가 TV에 출연해 하는 일은 시청자들에게 유익한 지식과 정보를 줌으로써 자기 자신의 강점을 알리는 일 다름 아니다. 그래서 어느 의사는 유명 인사가 되기도 하는데 그러면 그가 근무하는 병원에 찾아오는 환자 수가 증가한다고 한다. 정치가가 출연하면 그가 출마할 선거에서 유리하게 작용하여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작가가 출연하면 그가 쓴 책의 판매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랑하고 싶은 욕구는 TV에 출연하는 사람들에게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평범한 주부들에게서도 나타난다. 주부들이 모이는 친구 모임엔 남편 자랑과 자식 자랑이 단골 화젯거리가 된다. 버트런드 러셀의 《런던통신 1931-1935》에 이런 글이 있다. “평균적인 유부녀는 다른 유부녀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 위해 사는 듯하다. 그녀는 자기 남편이 그들의 남편보다 부유하고 자기 자녀들이 그들의 자녀들보다 성공했다는 사실을 이해시키고자 애를 쓴다. 부유한 유부녀라면 집안 관리와 인테리어에 있어 이웃들보다 나은 취향을 과시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글을 쓰는 사람들이나 TV 출연을 하는 사람들이나 보통 주부들이나 모두 자기 자랑을 하고 싶어 한다. 자신의 어떤 점이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모두가 갖고 있는 것이지 글 쓰는 사람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그러므로 글 쓰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자랑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글을 쓴다는 것은 부분적으로만 맞는 말이다. 다시 말해 ‘글을 왜 쓰는가’라는 물음에 대해 '자기 자랑을 하고 싶어서'라고 볼 수만은 없다. 남으로부터 인정받거나 자신을 자랑할 방법은 글쓰기말고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둘째, 글쓰기 자체의 재미 때문에 글을 쓴다는 견해가 있다

이에 대해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둘째, 글쓰기 자체의 재미 때문에 글을 쓴다는 견해가 있다. 이에 대해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글쓰기를 악기 연주와 비교할 수 있다. 누구나 피아노나 기타를 훌륭하게 연주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만 결국 그 악기에 대한 흥미를 가진 자만이 악기를 다룰 것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더라도 글 쓰는 재미를 아는 자만이 글을 쓸 것이다. 따라서 글을 쓰기 위해 가장 선행되어야 할 조건은 글쓰기 그 자체가 재미있게 느껴져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남에게 자랑하기 위해서만 글을 쓴다면 일기를 쓰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을 설명할 길이 없다. 일기의 독자는 남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나도 일기를 쓰는데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쓰는 게 아니라 그냥 글쓰기 자체가 좋아서 쓰는 것이다. 오히려 누군가가 볼까 봐 꼭꼭 숨겨 둔다. 이럴 때 일기는 나만의 비밀스런 세계 속에서 작은 행복을 갖게 한다. 매일 쓰는 건 아니지만 며칠에 한 번씩 꾸준히 써 온 게 삼십 년 이상이 되었다.


 
글쓰기엔 분명히 문장과 문단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즐거움이 있다. 적합한 낱말의 선택, 그것들의 조합, 직유나 은유로 문장을 묘사, 그것들의 배치, 문단 구성 등을 하는 행위는 마치 퍼즐놀이를 하는 것처럼 흥미롭다. 노트에 볼펜으로 글을 쓰는 것도 좋지만 컴퓨터로 글을 쓸 때 자판을 두드리는 재미가 있다. 자판을 두드릴 때 나는 소리를 들으며 글을 쓰는 것은 일종의 재밌는 놀이다.


 
조지 오웰은 《나는 왜 쓰는가》에서 작가들이 글을 쓰는 큰 동기를 네 가지로 제시했는데 그중 하나로 ‘미학적 열정’으로 인한 즐거움을 들었다. 그것에 대한 설명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미학적 열정 : 외부 세계의 아름다움, 혹은 말의 아름다움과 말의 적절한 배열이 지니는 아름다움을 지각하기. 하나의 소리가 다른 소리에 주는 영향을 인지하는 즐거움, 좋은 산문의 단단함을 알아보고 좋은 이야기의 리듬을 인지하는 즐거움, 가치 있다고 느껴지는, 그래서 놓칠 수 없다고 생각되는 어떤 경험을 공유해 보려는 욕망.”


 
확실히 글쓰기에는 강한 매력이 있다. 서로 사랑하는 연인들에게 왜 연애를 하느냐고 묻는다면 그 연인들은 ‘만나지 않고서는 살 수가 없어서’라고 말할지 모른다. 마찬가지로 글을 쓰는 사람도 ‘쓰지 않고서는 살 수가 없어서’ 글을 쓴다고 할 수 있다. 글 쓰는 사람들에겐 이 세상에서 글쓰기만큼 유혹적인 일이 없다. 만약 더 유혹적인 게 있다면 글 쓸 시간에 그것을 할 것이다.


 
직업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든 취미로 글을 쓰는 사람이든 그들은 글쓰기의 재미에 푹 빠진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행복한 사람들이다. 나도 지금 이 순간 행복 속에 있다.

 

 

 


* 어느 플랫폼에 연재하고 있는 칼럼 24번째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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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 넣은 책들)
도스토예프스키는 《지하생활자의 수기》
버트런드 러셀의 《런던통신 1931-1935》
조지 오웰은 《나는 왜 쓰는가》

 

 

 

 

 

 

 

 

 

 

 

 

 

 

 

 

 

 

 

 

 

 

이수역에 ‘알라딘 중고 서점’이 생겼다고 해서 가 보았다.
예상했던 것보다 매장이 컸고 잘 정돈되어 있었다.
집에서 가까우니 자주 놀러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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